漢詩/목은 이색 산중사

목은시고(牧隱詩藁) 제1권 산중사(山中辭)

아베베1 2009. 11. 12. 12:03

 

   

      

 목은시고(牧隱詩藁) 제1권
 시(詩)
산중사(山中辭)


산은 그윽하여 하도나 깊고 / 山之幽兮深深  

수목은 울창하여 깊숙도 해라 / 鬱蕭森兮潭潭
황곡도 꼭대기를 넘어갈 수 없음이여 / 黃鵠尙不得過其顚兮 

우뚝 서서 가파르게 깎아질렀네 / 截然屹立乎嶄巖
깊어서 엿볼 수 없어라 산의 음지쪽 / 邃莫覷兮山之陰    

흐릿하게 서리 이슬 흠뻑 젖었네 / 曖霜露兮濡霑
표범과 원숭이는 갈음하여 나와 울고 / 文豹玄猿兮迭出以噑    

나는 새는 빙빙 돌며 깃을 드리우도다 / 飛禽回翔兮毛羽之毿毿   

요란한 우레는 밑 없는 구멍에서 분출하여 / 殷其雷奔于無底之竇兮
바람까지 곁들여 깊은 숲 흔들어 대누나 / 振蕩林莽翼之以飛廉 

돌 모서리는 삐죽 나와 옷을 끌어당기고 / 石出角以鉤衣兮 

나뭇가지는 길 가로막고 서로 찔러 대네 / 橫枝截路以相攙
이웃도 없이 적막하게 서 있음이여 / 立寂寞以無隣兮            
기초의 온화함은 희미하기만 하도다 / 怳祈招之愔愔
멀어서 찾을 수 없어라 산의 중앙을 / 夐不可討兮山之中
동서가 아득한데 기식만 헐떡거리네 / 東西冥迷兮氣奄奄
폭포가 흘러 절벽에 쏟아져 내려라 / 淙飛泉以瀉于崖兮
폐부를 씻어 주고 맛 또한 좋구려 / 淸肺腑而味甘
차가운 얼음을 손에 움켜쥐어라 / 掬之手中兮氷寒
쇠한 낯을 비추어 바로 거울이로세 / 照衰顔以是監
이리저리 거닐며 물소리를 들으니 / 爰流憩以聽其聲兮
쟁글쟁글 패옥 소리도 함께 울리네 / 鏘玉佩之相參
부싯불 켜서 차를 달이려 하노니 / 將敲火而煎茶兮
육우의 입 침 흘린 게 비루하여라 / 鄙陸羽之口饞
부러워라 반곡이 배회할 만함이여 / 羨盤谷之可沿兮
더구나 그 글은 나의 지남이 됨에랴 / 矧其文爲我之指南

천재에 도통(道統)의 실마리를 이음이여 / 續道緖於千載兮
그 시내를 염계(濂溪)라고 명명했는데 / 乃命其溪曰濂
오직 산중에 짝할 이가 없어서 / 惟山中之無偶兮
위로 염계를 스승으로 삼았노라 / 尙摳衣於丈函
한마디 말 듣고 도를 깨달아서 / 聞一言以悟道兮
탐하는 이욕을 깨끗이 씻었어라 / 洗利欲之貪婪
마음의 근원을 열어 밝게 하는 데는 / 開心源之瑩淨兮
오직 태극을 깊이 궁구할 뿐이로다 / 惟太極之泳涵
만일 잠깐 사이에 우합함이 있으면 / 若有遇於介然之頃兮
진실로 천지인 삼재를 이루리라 / 諒天地其可三
어찌하여 당우의 빈 터는 잡초와 연기뿐인데 / 胡唐虞之遺墟蔓草寒煙兮
우리의 도가 남쪽까지 입혀졌으며 / 吾道被于南炎
어찌하여 물을 깊이 가두고 쏟아 내지 않는데 / 胡泓渟之而不霈兮
북방의 눈은 재를 넘어 서로 달라붙는고 / 朔雪越嶺之交粘
진정 남긴 도로 천하를 다스릴 만함이여 / 信餘緖可以理天下兮
노재가 홀로 그 수레를 달리었도다 / 魯齋獨騁其征驂
그러나 파급됨이 매우 주도하였음이여 / 然波及者靡不周兮
상삼처럼 만나지 못함을 어찌 한하랴 / 夫何恨於商參
오직 후생이 두려움직하여라 / 惟後生之可畏兮
청색이 바로 쪽에서 나온 거라오 / 靑乃出乎其藍
다행히 그 도가 일월처럼 게시되어서 / 幸其道之揭日月兮
내 그 광명 의지해 만족히 여기었네 / 吾依光兮心焉甘
장차 형세 잊고 속으로 도 즐기며 / 將忘勢而內樂兮
남쪽 난간 기대어 날로 읊조리노니 / 日嘯倚於南櫩
벗이 애써 서로 불러 마지않아서 / 苦相招而不止
갑자기 눈살을 펴고 우러러보노라 / 忽軒眉而載瞻
아 처음 먹은 마음 이루지 못했으니 / 欸初心之弗竟兮
세월 다하도록 이곳에 머무르리라 / 終歲月以聊淹


 

[주D-001]기초(祈招)의 온화함 : 기초의 기(祈)는 주(周)나라 때의 사마관(司馬官)이고, 초(招)는 당시 사마관의 이름인데, 주 목왕(周穆王)이 일찍이 천하(天下)를 주행(周行)하려 하자, 당시 경사(卿士)였던 채공 모보(祭公謀父)가 왕의 출행을 만류하고자 하여, 왕의 출행에 반드시 수행하게 되는 사마관 초를 의탁해서 시(詩)를 지어 왕을 간(諫)하였는바, 그 시에 이르기를, “기초는 온화하여 왕의 덕음을 밝히는지라, 우리 왕의 법도를 생각하여, 민력을 옥과 같이 여기고 금과 같이 여기니, 왕께서 백성의 힘 헤아리어 취하고 배부를 마음 없으시도다.[祈招之愔愔 式昭德音 思我王度 式如玉 式如金 形民之力 而無醉飽之心]” 한 데서 온 말이다. 《春秋左傳 昭公12年》
[주D-002]육우(陸羽) : 당(唐)나라 때의 은사(隱士)인데, 차(茶)를 매우 즐겨 후인(後人)들에게 다신(茶神)으로 일컬어졌고, 《다경(茶經)》을 지었다.
[주D-003]부러워라 …… 됨에랴 : 반곡(盤谷)은 태항산(太行山) 남쪽에 있는 지명(地名)이고, 그 글이란 바로 당나라 때 한유(韓愈)가 속세를 떠나 반곡에 은거하러 가는 이원(李愿)을 보내면서 지은 〈송이원귀반곡서(送李愿歸盤谷序)〉를 가리키는데, 그 글의 내용은 대략 위태롭고 구차한 부귀영화를 추구하지 않고 산수(山水) 속에 조용히 마음 편하게 지내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주D-004]염계(濂溪) : 송(宋)나라 때 주돈이(周敦頤)가 자기가 살던 곳을 염계라 명명한 데서 즉 주돈이를 가리키는데, 그는 특히 송나라 이학(理學)의 개조(開祖)로서 《태극도설(太極圖說)》과 《통서(通書)》 등을 지었다.
[주D-005]노재(魯齋) : 원(元)나라 초기의 유학자(儒學者)로 특히 정주학(程朱學)에 깊이 통했던 허형(許衡)의 호이다. 저서로 《독역사언(讀易私言)》과 《노재심법(魯齋心法)》 등이 있다.
[주D-006]상삼(商參) : 상성(商星)과 삼성(參星)을 합칭한 말인데, 이 두 별은 동쪽과 서쪽에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 두 별을 동시에 볼 수 없으므로, 전하여 사람이 서로 떨어져 있어 만나지 못한 데에 비유한다.
목은시고(牧隱詩藁) 제1권
 시(詩)
민지사(閔志辭)

가엾어라 내 뜻의 흐리멍텅함이여 / 閔予志之溫蠖兮
상도가 있던 그 처음과 다르도다 / 非厥初之有常
슬퍼라 사물로써 회포를 일으킴이여 / 慨因物以興懷兮
오직 시비가 정당함을 잃는도다 / 惟是非之失當
구름 안개 잔뜩 끼어 대낮이 캄캄하니 / 滃雲霧以晝晦兮
장차 와상에서 편안히 휴식하리라 / 將宴息以在床
달은 휘영청 밝고 하늘은 맑은데 / 月皎皎而天淨兮
장차 허둥지둥 옷을 입으려 하네 / 將顚倒其衣裳
새벽과 밤은 엄격히 한계가 있거니와 / 夫晨夜之截然有限兮
남새밭 버들 울타리도 광부가 보고 놀란다오 / 折柳樊圃而瞿瞿之狂

어찌하여 늙어서 깊은 골짝에 들어왔는고 / 胡老大而入于幽谷兮
진량을 작별한 게 몹시 부끄러워라
/ 赧一揖於陳良
이아 충어의 주석에 세월 소모함이야 / 爾雅蟲魚之消耗兮
손해될 건 없으니 무어 해로우랴만 / 匪有損其何傷
어찌하여 저 아름다운 시서까지 / 胡詩書之膏腴兮
또한 초췌하여 빛이 없게 하는고 / 亦憔悴而無光
공맹과 삼상처럼 떨어짐은 슬프지만 / 悲參商兮孔孟
당우와 서로 방불하기를 생각하노라 / 想髣髴兮虞唐
도를 이을 듯하나 끝내 이을 수 없기에 / 若可續兮卒莫可續
쇠퇴하여 그치려다 다시 일으키려 하네 / 頹乎將戢而復揚
끝내 말소리는 듣지 못했거니와 / 竟不聞兮謦欬
아득히 갱장에서도 보지를 못하네 / 杳不見兮羹墻
이에 서서히 행한 것을 살펴보니 / 爰舒徐以視履兮
화복을 헤아림에 주도하지 못했도다 / 罔其旋於考祥
호색과 악취가 섞인 걸 가려내지 못하니 / 好色惡臭紛乎其不決兮
귀신의 지역에 방황함이 마땅하여라 / 宜鬼域之彷徨
인천의 큰 도가 드러나서 숨은 게 없거늘 / 惟人天之大道顯而不隱兮
어찌하여 아득히 먼 곳에서 찾는고 / 胡求之於渺茫
세월이 변천하여 서로서로 갈음하니 / 歲月荏苒以相代兮
점차로 노쇠하여 쓰러질 지경이로다 / 衰老侵尋而欲僵
초목과 함께 썩어 가길 달게 여겨라 / 甘草木之同腐兮
갑자기 놀라 탄식하며 속상해하네 / 忽驚嘆而內傷
봄 새는 좋은 노래를 지저귀고 / 貽好音兮春禽
가을 매미는 슬픈 소리를 보내도다 / 送悲聲兮寒螿
진실로 잠깐 사이에 귀를 들렘이여 / 諒須臾之鬧耳兮
망양의 탄식에 일소를 부치노라 / 付一哂於亡羊
슬프다 내 글이 전하기에 부족함이여 / 哀吾辭之匪足傳兮
애오라지 술이나 따라 마시고 / 聊澆之以羽觴
형해를 잊고 하늘 끝까지 방랑하여 / 忘形骸以放浪兮
천지의 혼돈 시대로 거슬러 오르련다 / 泝馮翼之玄黃
하늘이 어찌 말했으랴 사물의 형상을 / 天何言兮物之形
문이 여기에 있어 성도가 밝아졌다오 / 文在玆兮聖道以明
내 글 거칠어 천제께 올릴 수 없으니 / 我辭蕪兮翳天庭
맹세코 산삭하여 좋은 것만 두리라 / 誓刪繁兮立良

[주D-001]달은 …… 놀란다오 : 《시경》 제풍(齊風) 동방미명(東方未明)에, “동방이 밝기도 전에 허둥지둥 옷을 입노라. 허둥지둥 옷을 입거늘, 임금님 처소에서 부르도다.[東方未明 顚倒衣裳 顚之倒之 自公召之]” 하고, “버들가지로 남새밭 울타리 만든 것을 미친 놈도 보고 놀라는 건데, 새벽인지 밤인지도 몰라서, 너무 이르지 않으면 너무 늦는도다.[折柳樊圃 狂夫瞿瞿 不能晨夜 不夙則莫]” 한 데서 온 말인데, 이 시는 신하들의 조회(朝會) 시간이 엄격히 정해져 있는데도, 임금이 기거(起居)에 절도가 없고 호령(號令)을 제때에 하지 않아서 신하들을 밤중에 부르기도 하고 턱없이 늦게 부르기도 하는 것을 풍자하여 부른 노래다.
[주D-002]늙어서 …… 부끄러워라 : 진량(陳良)은 전국 시대 비속(鄙俗)한 남초(南楚) 지역 사람으로 공자(孔子)의 도를 좋아하여 문명(文明)한 중국에 북학(北學)했던 재덕(才德)이 출중한 학자였는데, 진량을 사사(師事)했던 진상(陳相)이 자기 스승의 도를 배반하고 이단자(異端者)인 허행(許行)의 도를 배우므로, 맹자(孟子)가 그를 꾸짖어 이르기를, “나는 ‘깊은 골짝에서 나와 높은 나무로 옮겨간다[出於幽谷 遷于喬木]’는 말은 들었으나, 높은 나무에서 내려가 깊은 골짝으로 들어간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고 한 데서 온 말로, 전보다 더욱 퇴보(退步)한 것을 의미한다. 《孟子 滕文公上》
[주D-003]이아(爾雅) 충어(蟲魚)의 주석(註釋) : 진(晉)나라 때 곽박(郭璞)이 《이아》의 충어에 대하여 주석을 냈는데, 이는 사람들이 본래부터 하찮게 여기는 것이므로 이른 말이다.
[주D-004]갱장(羹墻) : 요(堯) 임금이 붕어한 후로 순(舜) 임금이 요 임금을 우러러 사모한 지 3년에 앉았을 때는 요 임금이 담장에서 보이고, 밥을 먹을 때는 요 임금이 국에서 보였다는 고사에서 온 말로, 선왕(先王)을 매우 앙모(仰慕)하는 것을 뜻한다.
[주D-005]초목과 함께 썩어 가길 : 재덕(才德) 있는 사람이 세상에 알아줌을 받지 못하고 죽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주D-006]망양(亡羊)의 탄식 : 도망한 양(羊)을 쫓다가 갈림길이 하도 많아서 마침내 양을 잃어버렸다는 고사에서 온 말로, 학문(學問)의 길 또한 다방면이어서 진리를 깨닫기가 어려움을 비유한 것이다.
[주D-007]문(文)이 …… 밝아졌다오 : 공자(孔子)가 이르기를, “문왕이 이미 돌아갔으니, 문이 나에게 있지 않느냐.[文王旣沒 文不在玆乎]” 한 데서 온 말인데, 문은 곧 도(道)를 뜻한다. 《論語 子罕》
목은시고(牧隱詩藁) 제3권
 시(詩)
삼각산(三角山)을 바라보며
목은시고(牧隱詩藁) 제3권
 시(詩)
산수도가(山水圖歌)

내가 처음 주역의 지세곤을 읽었는데 / 我初讀易地勢坤
산은 북쪽으로부터 해문으로 치닫고 / 山自北來趨海門
황하는 멀리 곤륜산 꼭대기서 시작하여 / 黃河遠自崑崙頭
굽이쳐 달려 어이 그리 광대히 흐르는고 / 屈折奔逸何沄沄
중원은 남북으로 그 몇천 리나 되는지 / 中原南北幾千里
비 내려 만물 적시는 천도를 받들었고 / 興雨潤物承乾元
예로부터 숨어 사는 군자가 있었으니 / 古來避地有君子
소인이 어떻게 영웅의 큰 뜻을 알리요 / 燕雀安知鴻鵠志
어느 날 벼슬하여 천하에 은택을 내리면 / 一朝出仕澤天下
그 공이 조화와 조금도 다를 것 없다오 / 功與造化無少異
지금 이 그림 속에는 누가 숨어 사는고 / 今之畫圖誰隱居
깊은 계곡 큰 소나무가 초려를 에워쌌네 / 絶磵長松圍草廬
산동은 둘둘씩 짝하여 짧은 피리 불면서 / 山童兩兩吹短笛
어둑한 깊은 골짜기로 약을 캐러 가누나 / 採藥溟濛向深谷
산 빛은 새를 기쁘게 하고 해는 숲에 비추며 / 山光悅鳥日照林
구름은 용 따르고 바람은 나무를 흔드네 / 雲氣隨龍風亞木
어둡고 밝은 변화는 절로 조모에 있는데 / 晦明變化自朝暮
고상한 사람이 우뚝하게 홀로 서 있건만 / 高人超然立於獨
낭떠러지 바라만 볼 뿐 갈 길이 없어라 / 相望斷崖無路緣
깨끗한 흰 망아지에 생꼴 한 다발이로다 / 皎皎白駒芻一束

[주D-001]지세곤(地勢坤) : 《주역(周易)》 곤괘(坤卦) 상사(象辭)에, “땅의 형세가 곤이니, 군자가 이것을 인하여 후한 덕으로 만물을 싣는다.[地勢坤 君子以 厚德載物]”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2]깨끗한 …… 다발이로다 : 어진 은자(隱者)를 사모한 말로, 《시경》 소아 백구(白駒)에, “깨끗한 흰 망아지가, 저 빈 골짜기에 섰네. 꼴 한 줌 베어 먹이어라, 그 사람이 옥 같도다.[皎皎白駒 在彼空谷 生芻一束 其人如玉]” 한 데서 온 말인데, 이 시는 어진 이를 자기 집에 오래도록 만류할 수 없어 그 아쉬움을 노래한 것이다.

금의환향은 세상이 영화롭게 여기거니와 / 衣錦還鄕世所榮
영친의 성대한 일은 과거 급제에 있도다 / 榮親盛事在科名
쓸쓸한 한 필의 말은 지난날과 똑같은데 / 蕭條匹馬如前日
적막한 고승은 짧은 등경을 마주하였네 / 寂寞高僧對短檠
구름 그림자는 화개 그림자를 반쯤 가리고 / 雲影半遮華蓋影
시냇물 소리는 패옥 소리와 서로 섞이누나 / 溪聲交雜佩環聲
예로부터 한강 물은 포돗빛처럼 푸른데 / 由來漢水蒲萄綠
노 저으며 시 읊으니 내 마음 유쾌하여라 / 一棹淸吟快我情

목은시고(牧隱詩藁) 제3권
 시(詩)
산수도가(山水圖歌)

내가 처음 주역의 지세곤을 읽었는데 / 我初讀易地勢坤
산은 북쪽으로부터 해문으로 치닫고 / 山自北來趨海門
황하는 멀리 곤륜산 꼭대기서 시작하여 / 黃河遠自崑崙頭
굽이쳐 달려 어이 그리 광대히 흐르는고 / 屈折奔逸何沄沄
중원은 남북으로 그 몇천 리나 되는지 / 中原南北幾千里
비 내려 만물 적시는 천도를 받들었고 / 興雨潤物承乾元
예로부터 숨어 사는 군자가 있었으니 / 古來避地有君子
소인이 어떻게 영웅의 큰 뜻을 알리요 / 燕雀安知鴻鵠志
어느 날 벼슬하여 천하에 은택을 내리면 / 一朝出仕澤天下
그 공이 조화와 조금도 다를 것 없다오 / 功與造化無少異
지금 이 그림 속에는 누가 숨어 사는고 / 今之畫圖誰隱居
깊은 계곡 큰 소나무가 초려를 에워쌌네 / 絶磵長松圍草廬
산동은 둘둘씩 짝하여 짧은 피리 불면서 / 山童兩兩吹短笛
어둑한 깊은 골짜기로 약을 캐러 가누나 / 採藥溟濛向深谷
산 빛은 새를 기쁘게 하고 해는 숲에 비추며 / 山光悅鳥日照林
구름은 용 따르고 바람은 나무를 흔드네 / 雲氣隨龍風亞木
어둡고 밝은 변화는 절로 조모에 있는데 / 晦明變化自朝暮
고상한 사람이 우뚝하게 홀로 서 있건만 / 高人超然立於獨
낭떠러지 바라만 볼 뿐 갈 길이 없어라 / 相望斷崖無路緣
깨끗한 흰 망아지에 생꼴 한 다발이로다 / 皎皎白駒芻一束

[주D-001]지세곤(地勢坤) : 《주역(周易)》 곤괘(坤卦) 상사(象辭)에, “땅의 형세가 곤이니, 군자가 이것을 인하여 후한 덕으로 만물을 싣는다.[地勢坤 君子以 厚德載物]”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2]깨끗한 …… 다발이로다 : 어진 은자(隱者)를 사모한 말로, 《시경》 소아 백구(白駒)에, “깨끗한 흰 망아지가, 저 빈 골짜기에 섰네. 꼴 한 줌 베어 먹이어라, 그 사람이 옥 같도다.[皎皎白駒 在彼空谷 生芻一束 其人如玉]” 한 데서 온 말인데, 이 시는 어진 이를 자기 집에 오래도록 만류할 수 없어 그 아쉬움을 노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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