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 관련 기록/탐진 풍속 노래[耽津村謠 도봉

다산문집 탐진 풍속 노래[耽津村謠 속의 도봉

아베베1 2010. 1. 31. 18:01

다산시문집 제4권
 시(詩)
탐진 풍속 노래[耽津村謠] 15수


누리령 잿마루에 바위가 우뚝한데  / 樓犁嶺上石漸漸
길손이 눈물 뿌려 사시사철 젖어 있다 / 長得行人淚灑沾
월남을 향하여 월출산을 보지 마소 / 莫向月南瞻月出
봉마다 모두가 도봉산 모양이라네 / 峯峯都似道峯尖
월출산은 강진(康津)에 있고, 도봉산은 양주(楊州)에 있음.
동백나무 잎들은 얼어도 무성하고 / 山茶接葉泠童童
눈 속에 꽃이 피면 붉기가 학 이마 같아 / 雪裏花開鶴頂紅
갑인년 어느 날에 소금비가 내린 후로 / 一自甲寅鹽雨後
유하나무 감귤나무도 모두 말라 없어졌다네 / 朱欒黃柚盡枯叢
바닷가 왕대나무 키가 커서 백 자러니 / 海岸篔簹百尺高
지금은 낚싯배 상앗대로도 못 쓴다네 / 如今不中釣船篙
정원지기가 날마다 새 대를 가꾸어서 / 園丁日日培新笋
죽력 내내 권문세가에 바치기 때문이야 / 留作朱門竹瀝膏
성벽은 다 무너져 언덕바지 설렁한데 / 崩城敗壁枕寒丘
해가 지면 징소리만 주춧돌을 울린다네 / 鐃吹黃昏古礎頭
여러 섬에 나무들을 해마다 베어만 내지 / 諸島年年空斫木
청조루를 중건하는 사람은 통 없다네 / 無人重建聽潮樓
무논에 바람 불면 보리물결 장관이고 / 水田風起麥波長
보리타작 할 무렵에 모를 게다 꽂는다 / 麥上場時稻揷秧
배추는 눈 속에서 새로 잎이 파랗고 / 菘菜雪天新葉綠
병아리는 섣달에 솜털이 노랗다네 / 鷄雛蜡月嫩毛黃
석제원 북쪽에는 갈림길이 하 많아서 / 石梯院北路多歧
예부터 낭자들이 이별하는 곳이라네 / 終古娘娘此別離
한도 많은 문 앞의 수양버들 나무들은 / 恨殺門前楊柳樹
그통에 다 꺾이고 남은 가지 몇 개 없어 / 炎霜摧折少餘枝
눈처럼 새하얀 새로 짜낸 무명베를 / 棉布新治雪樣鮮
이방에 낼 돈이라고 졸개가 와 뺏는구나 / 黃頭來博吏房錢
누전의 조세를 성화같이 독촉하여 / 漏田督稅如星火
삼월하고 중순이면 세 실은 배를 띄운다네 / 三月中旬道發船
왕적(王籍)에 누락된 민전(民田)이 6백 여 결(結)에 이르는데 그것을 재
결(災結)로 거짓 보고하고 있으니 국가 조세가 얼마나 많이 축이 나겠는가.

완주의 황옻칠은 맑기가 유리 같아 / 莞洲黃漆瀅琉璃
그 나무가 진기한 것 천하가 다 알고 있지 / 天下皆聞此樹奇
작년에 성상께서 세액을 견감했더니 / 聖旨前年蠲貢額
봄바람에 밑둥에서 가지가 또 났다네 / 春風髡蘖又生枝
오만족 총각인지 머리털은 더부룩한데 / 烏蠻總角髮如雲
써내는 글씨 보니 중국 문자 아니로세 / 寫出三倉法外文
자바섬이 아니면 루손섬에서 왔으렷다 / 不是瓜哇應呂宋
장미빛 옥합에서 야릇한 향내 풍기네 / 薔薇玉盒發奇芬
이때 표류선이 제주도에 정박하고 있었는데 어느 나라 사람인지 알 수가 없었음.
백련사 누대 앞에 둥그렇게 비친 물결 / 蓮寺樓前水一規
봄이면 눈 같은 조수 문중방까지 오른다네 / 春潮如雪上門楣
유명한 절 다해봐야 두륜사가 으뜸이지 / 名藍總隷頭輪寺
서산대사 공적 기린 어제비가 있으니까 / 爲有西山御製碑
시골 애들 습자법이 어찌 그리 엉망인지 / 村童書法苦支離
점획과파 모두가 낱낱이 비뚤어져 / 點畫戈波箇箇欹
글씨방이 옛날에 신지도에 열려 있어 / 筆苑舊開新智島
아전들 모두가 이광사에게 배웠었는데 / 掾房皆祖李匡師
가시밭길 어느 때나 앞길이 트일는지 / 荊棘何年一路開
누른 띠밭 참대나무 주릿대 비슷하네 / 黃茅苦竹似珠雷
형방의 아전들이 소란 떠는 것이 / 形房小吏傳呼急
서울에서 누가 또 귀양을 왔군그래 / 知是京城謫客來
삼월이면 송지에 말시장이 열리는데 / 三月松池馬市開
오백 푼만 집어주면 천재마를 고르게 되지 방언에 좋은 말을 일러 천재마(天才馬)라고 함. /

 一駒五百揀天才
흰말총 체라던지 검은말총 갓이랑은 / 白騣籮子烏騣帽
그 모두가 한라산 목장에서 온 거라오 / 都自拏山牧裏來
전복이야 옛날부터 점대에서도 즐겼지만 / 自古漸臺嗜鰒魚
동백기름이 창자 훑어낸다는 것 헛말이 아니로세 / 山茶濯䐈語非虛
성 안의 아전들 들창문 안에는 / 城中小吏房櫳內
규장각 학사들의 서찰이 다 꽂혔네 / 徧挿奎瀛學士書
도독 영문 둔 지가 이백 년이 되었는데 / 都督開營二百年
부두에는 왜놈 배를 다시 매지 못했었지 / 皐夷不復繫倭船
진린의 사당 속엔 봄풀이 우북한데 / 陳璘廟裏生春草
아낙들이 돌을 던져 아들 점지 해달란다네 / 漁女時投乞子錢


[주D-001]청조루 : 강진현(康津縣) 객관(客館) 남쪽에 위치한 누대. 현감(縣監) 오순종(吳舜從)이 건립한 것이라고 함. 《東國輿地勝覽》
[주D-002]오만족 : 중국 사천성(四川省) 남부, 운남성(雲南省) 동북부 등지에 흩어져 사는 종족들. 《唐書 南蠻傳》
[주D-003]점획과파 : 습자(習字)하는 기본법. 즉 점찍고, 건너긋고, 삐치고, 파임하는 것이다.
[주D-004]글씨방이 …… 있어 : 영조(英祖) 연간의 서예가요 양명학(陽明學)에 밝았던 이광사(李匡師 1705~1777)가 나주(羅州) 벽서사건(壁書事件)에 연루되어 처음 회령(會寧)으로 유배되었는데, 그의 문필을 좋아하는 많은 선비들이 모여들자 그를 다시 진도(珍島)로 이배하였다. 이광사는 그 배소에서 생애를 마칠 때까지 후학 지도에 몰두하였음. 《東國文獻筆苑編》
[주D-005]주릿대 : 형구(刑具)의 일종. 원래 주뢰(周牢)인데 여기서는 글자를 바꾸고 음만 취하
탐진 풍속 노래[耽津村謠
여 주뢰(珠雷)로 표기한 듯함.

[주D-006]점대 : 대(臺) 이름. 한(漢) 나라 때 미앙궁(未央宮) 서쪽에 있었는데, 송(宋)의 소식(蘇軾)이 쓴 〈복어행(鰒魚行)〉에, “점대에 사람 없고 긴 활만 쏘던 시절, 처음에는 사람들이 복어 먹을 줄 몰랐다네.[漸臺人散長弓射 初噉鰒魚人未識] …… ” 하였음.
[주D-007]진린 : 정유 재란(丁酉再亂) 때 우리나라에 파견되었던 명(明)의 수군 제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