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 관련 기록/道峯傾圮

도봉서원이 그만 무너졌습니다 / 道峯傾圮

아베베1 2010. 2. 2. 18:11

한수재선생문집(寒水齋先生文集) 부록(附錄)
 제문(祭文)
고문(告文) [문인(門人) 한원진(韓元震)]


을사년(1725, 영조1) 3월 기해삭(己亥朔) 6일 계묘에 문인 한원진은 수암 선생 묘소에 와서 절하며 삼가 글월로 고하나이다.

아 선생님이시여 / 嗚呼先生
태산 교악의 자질로 / 山嶽之資
도를 전하고 깨우친 공을 세우셨습니다 / 繼開之功
살아서는 당세의 모범이시고 / 生一世式
죽어서는 백세의 종사이십니다 / 歿百代宗
자신의 굴신에 따라 / 身之屈伸
도가 함께 흥폐하였나이다 / 道與廢興
이 어찌 인력으로 하오리까 / 夫豈人爲
실로 하늘에 달린 것입니다 / 實關彼蒼
선생님께서 돌아가신 지 / 奧自山頹
지금 5년 세월이 흘렀습니다 / 五遷木宿
중간에 일어난 사태의 변화 / 中間事變
한심하게도 없는 일 없었습니다 / 噫無不有
북문이 몰래 열려 / 北門潛開
충현이 모두 도륙되고
/ 忠賢僇死
여강물이 넘쳐 산야를 덮쳤으며 / 驪派懷襄
도봉서원이 그만 무너졌습니다 / 道峯傾圮
사후 삭탈을 당하는 화가 / 追奪之禍
또한 선생님께 미치고 / 亦及先生
오도가 땅에 떨어지며 / 吾道墜地
사림이 상처를 입었습니다 / 士林恫傷
천도는 반드시 돌아오는 법 / 天道必復
백년이 채 못 가 / 不待百年
태양이 밝게 조림하여 / 太陽赫臨
억울함을 모두 씻어주었습니다 / 幽枉畢伸
상쾌하게 씻어 준 은전이 / 昭雪之典
사문에 먼저 미쳤으니 / 首及斯文
숙종의 정책과 교훈을 / 肅廟謨訓
이에 와서 따른 것입니다 / 於是乃遵
문정공의 서원 합향도 / 文正合腏
이미 그 예모를 되찾았고
/ 禮旣如昨
선생님의 관작도 / 先生官爵
차례로 회복되었습니다 / 次第而復
앞뒤에서 감격하고 슬퍼하여 / 感前悼後
우리 임금이 감동되어 / 增我王思
이에 예관을 보내 / 爰遣禮官
술잔 드리며 지극하게 고했습니다 / 酹告至意
천재일우의 성대한 일로서 / 千載盛事
어찌 다시 볼 줄이나 생각했겠습니까 / 何意復見
많은 선비들 모여들어 / 多士來集
감격의 눈물을 흘립니다 / 感涕交隕
소자가 뒤에 이르고 보니 / 小子後至
추모의 슬픔이 더욱 간절합니다 / 悲慕倍切
홀로 묘역에 올라 / 獨上塋域
성묘하고 서성입니다 / 拜省躑躅
꿇어앉아 저의 심정을 펴니 / 跪陳中情
굽어 살펴 주시기 바랍니다 / 其庶照顧
삼가 보건대 세상의 운수 / 竊念世運
흐르는 물처럼 더욱 내려가기만 합니다 / 如水益下
이후의 세상 변화 / 此後滄桑
또 장차 얼마나 있을른지요 / 又將幾許
초야에 물러나 편히 사는 것 / 畝安居
또한 보장할 수 없습니다 / 且未可保
다시 묘소에 와 배알하는 일 / 更來拜墓
그 어느 때가 될른지 모르겠습니다 / 不知何年
일어나 하직의 배례를 올리려 하니 / 欲起拜辭
심혼이 빠져 아득해집니다 / 黯然銷魂
산새와 숲 속의 사슴에게 / 山鳥林鹿
잘 수호해달라고 부탁합니다 / 囑付善護
시냇가의 구름과 언덕에 비친 달 / 溪雲壠月
모두가 꿈속의 생각으로 돌아갑니다 / 歸結夢思
깊은 은혜에 보답하며 / 追報佛思
몸과 마음 의지하고 / 擬此心身
강론한 가르침 새기면서 / 誦服講指
사도의 법문을 준수하겠습니다 / 遵守法門
나가고 물러가고 험하고 평탄한 곳 / 出處夷險
선생님의 가르침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 毋負師敎
자신을 돌아보건대 노둔하니 / 自顧魯莽
실추할까 몹시도 두렵습니다 / 深懼失墜
엎드려 바라건대 영령께선 / 伏願明靈
이 우매하고 약한 자를 불쌍히 여기고 / 矜此愚弱
묵묵히 도와 주시어 / 默有以相
곤경에 이르지 않게 해 주소서 / 無至困極
삼가 고하나이다 / 謹告


 

[주D-001]북문이 …… 도륙되고 : 경종이 즉위하여 2년 사이에 일어난 소위 신임옥사(辛壬獄事)를 가리킴. 숙종의 후계 문제로 노론(老論)과 소론(少論) 사이에 일어난 당쟁으로, 소론 측의 조태구(趙泰耉)와 유봉휘(柳鳳輝) 등이 소위 노론 4대신(老論四大臣)을 4흉(兇)으로 몰아 극형에 처한 사건임.
[주D-002]여강물이 …… 덮쳤으며 : 여강물은 남인 윤휴(尹鑴)의 일파를 가리키는데, 정종의 즉위와 함께 남인들이 집권한 것을 말함.
[주D-003]도봉서원이 …… 무너졌습니다 : 경종 3년에 김범갑(金范甲)ㆍ최탁(崔鐸) 등의 상소로 송시열(宋時烈)이 도봉서원에서 출향(黜享)된 것을 말함.
[주D-004]문정공의 …… 되찾았고 : 문정은 송시열의 시호. 영조 1년에 송시열이 다시 도봉서원에 복향된 것을 말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