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詩/강릉경포대를 노래한시

강릉 경포대(鏡浦臺)를 노래한시 (펌),

아베베1 2010. 8. 25. 08:57

임하필기 제37권
 봉래비서(蓬萊秘書)
경포대(鏡浦臺), 대관령(大關嶺)


경포대는 강릉부(江陵府)에서 15리 떨어진 지점에 있는데 일명 경호(鏡湖)라고도 한다. 너비는 30리가량 되는데 물빛이 환하게 맑아서 거울 면과 같다. 그러므로 그렇게 이름한 것이다. 호수는 비록 넓고 장원(長遠)하나, 깊어도 어깨가 잠기지 않고 얕아도 정강이 아래를 밑돌지 않는다. 그러니 정말 쟁반 속의 물과 같았다.
옛날에는 정자가 없었는데, 고려 충숙왕 병인년(1326)에 이르러서 존무사(存撫使) 박공(朴公)이 그 위에 정자를 짓고 안축(安軸)이 찬기(撰記)를 지었다. 물 서쪽 언덕에 대(臺)가 있고 대 곁에는 석구(石臼)가 있는데 영랑이 연약(煉藥)한 곳이라고 세상에서 전한다. 동쪽에는 강문교(江門橋)가 있고 강문교 밖에는 죽도(竹島)가 있으며, 죽도 북쪽에는 모래 언덕이 띠처럼 연해져서 호수와 바다의 한계를 이루고 있다. 언덕 안에는 낙락장송이 숲을 이루고 인가(人家)가 어리비쳤다. 또 매학정(梅鶴亭)과 호해정(湖海亭)이 있는데, 모두 뛰어난 승경이다.
경성(京城)으로부터 대관령을 넘자면 그 재에는 9곡(曲)이 있고 위에는 성황당(城隍堂)이 있는데 거기에 이르면 바다가 바라보인다.


율곡(栗谷)의 경포대부(鏡浦臺賦)는 다음과 같다.

한 기운의 유통하는 조화가 / 一氣流化
응결되기도 하고 융화되기도 해라 / 爰結爰融
그 신비함을 바다 밖의 우리나라에 벌여 놓아 / 開慳祕於海外
청숙함을 관동(關東)에 모았도다 / 鍾淸淑於山東
맑은 물결은 천지에서 나뉘어 / 分淸派於天池
한 개의 차가운 거울처럼 맑도다 / 湛一面之寒鏡
왼편 다리를 봉래산(蓬萊山)에서 잃어버려 / 失左股於蓬島
두어 점의 푸른 봉우리가 나열했네 / 列數點之靑峯
여기에 한 누각이 호수에 임하여 / 有閣臨湖
마치 발돋움 자세로 날 듯하다 / 如跂斯翼
비단 창문엔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고 / 引微涼於綺疏
누대의 단청(丹靑)엔 아침 햇빛이 비춰 주네 / 耀朝日於金碧
아래로는 땅이 아득해 / 下臨無地
성곽을 보고서야 겨우 분별하게 되고 / 見城郭而纔分
위로는 하늘에 솟아 있어 / 上出重霄
별을 잡아 딸 수 있네 / 拊星辰而可摘
위치는 속세의 바깥이고 / 境是方外
땅은 선경(仙境)에 들어 있어라 / 地入壺中
물결은 학 위에 떠 있는 달을 머금고 / 波含鶴背之月
난간은 뱃머리의 바람을 받아들이네 / 軒納鷁頭之風
길 가는 사람은 다리를 건널 제 / 行人渡橋
긴 무지개가 물속에 박힌 것을 보게 되고 / 見長虹之臥水
신선 궁궐은 구름결에 솟아서 / 仙闕橫雲
흡사 신기루가 허공에 뜬 것과 같구나 / 比海蜃之浮空
경포대의 봄철에는 춘신(春神)이 와서 머물매 / 其春也東君弭節
화창한 기운이 유행하니 / 灝氣流行
동쪽과 서쪽에서는 꽃과 풀이 빼어남을 경쟁하고 / 東西兮花卉競秀
위와 아래에는 물과 하늘이 함께 맑도다 / 上下兮水天同淸
유안의 실버들에는 / 柳岸金絲
연기가 노래하는 꾀꼬리의 장막을 봉쇄하고 / 煙鎖流鶯之幕
도원의 꽃에는 / 桃源花色
이슬이 나는 나비의 날개를 적시네 / 露濕蝴蝶之翔
아른거리는 아지랑이는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 浮嵐藹藹
먼 봉우리는 아득하여라 / 遠峀茫茫
향기로운 비는 어부 집에 뿌리고 / 灑香雨於漁店
비단 물결은 모래톱에 일렁이누나 / 飜錦浪於沙汀
이에 거문고를 뜯고 옷을 벗으면 / 於是鼓瑟解衣
기수에서 목욕하겠다던 증점의 즐거움을 본받고 싶고 / 抱曾點浴沂之樂
바람에 임해 술잔을 들면 / 臨風把酒
온 세상의 근심을 남 먼저 근심한 범희문(范希文)의 심정을 일으키게 되네 / 藹希文憂世之情
여름철에는 염신(炎神)이 권세를 맡아 / 其夏也祝融司權
만물을 길러 낸다 / 長養萬物
갖가지 초목들은 제대로 발육되고 / 分草木之敷榮
혹심한 무더위는 극도로 치열해라 / 極流爍之煩熱
찌는 듯한 불볕 더위는 / 炎炎火氣
춘추(春秋) 때 진(晉)나라 조맹의 위엄에 견줄 만하고 / 日比趙孟之嚴
첩첩이 솟은 기이한 봉우리의 구름은 / 疊疊奇峯
도연명(陶淵明)의 시구(詩句)에 들어갈 만하다 / 雲入淵明之句
장맛비가 막 개고 / 積雨初霽
뭇 냇물이 앞을 다투어 흐르도다 / 衆川爭赴山
산에는 모락모락 안개가 일고 / 烝烝而霧生
물은 도도히 흘러 파도가 넓어졌네 / 水溶溶而波闊
이에 난대에서 시를 읊으니 / 於是蘭臺詠賦
초 양왕의 바람이 상쾌하고
/ 快哉楚襄之風
전각에 서늘함이 생기니 / 殿角生涼
당 문종의 긴 여름날이 사랑스럽네 / 愛此唐文之日

가을철에는 금신이 위세를 부려 / 其秋也金神按節
대지가 서늘해진다 / 大地凄涼
기러기는 엉성한 전자(篆字)처럼 줄지어 날고 / 列疏篆以征鴈
서리는 나뭇잎을 붉게 물들이노라 / 染紅葉以淸霜
붉은 여뀌꽃 핀 언덕 가에는 / 紅蓼岸邊
백로가 출몰하는 물고기를 노리고 / 鷺窺遊魚之出沒
흰 마름 뜬 물가에는 / 白蘋洲畔
백구가 오가는 낚싯배에 놀란다 / 鷗驚釣舟之往來
창문에는 어적 소리 들려오고 / 窓來漁笛
바람은 뿌연 먼지를 쓸어 없애노라 / 風埽黃埃
드높은 하늘은 더욱 아득하고 / 天悠悠而益遠
흰 달은 더욱 휘영청 밝네 / 月皎皎而增輝
이에 장한의 오주를 답습하여 / 於是踵張翰吳州
옥회와 은순의 맛에 배부르고
/ 飽玉鱠銀蓴之味
소동파(蘇東坡)의 적벽부를 상상하며 / 追蘇仙赤壁
명월가와 요조시를 외운다 / 歌明月窈窕之詩

겨울철에는 음기가 세차서 / 其冬也氣閉窮陰
물결이 얼어붙는다 / 凍鎖煙浪
시들어진 풀들은 이미 떨어져 버리고 / 凋百草其已零
외로운 소나무는 여러 길 우뚝 빼어나도다 / 秀孤松兮幾丈
서릿바람은 땅에 부딪쳐 / 霜風振地
만 필의 말에서 나는 쇳소리를 내고 / 鳴萬馬之刀鎗
눈발은 허공에 나부껴 / 雪花飜空
천 겹의 옥가루를 흩뿌린다 / 散千重之玉屑
우주는 아득하고 / 宇宙微茫
산천은 삭막하다 / 山川索漠
먼 포구에는 오가는 배 끊어지고 / 征帆絶於遠浦
겹친 산봉우리에는 앙상한 돌이 드러난다 / 瘦骨生於疊嶂
이에 달빛 띠고 벗을 찾아가니 / 於是帶月尋友
왕자유의 흥이 산음에서 다하지 않았고
/ 王子猷興不盡於山陰
쇠잔한 매화나무에 다시 꽃이 피니 / 殘梅返魂
임 처사의 뼈가 호상에서 마르지 않았다 / 林處士骨未枯於湖上

여기에 강산을 좋아하는 성벽을 지니고 / 有客江山性癖
조정과 저자를 싫어하는 마음을 가진 한 나그네가 있도다 / 朝市心違
빈 누각에서 오만한 웃음을 웃고 / 寄笑傲於虛閣
이끼 낀 물가에서 맑은 여울을 구경한다 / 翫淸漪於苔磯
황학루 앞에는 / 黃鶴樓前
꽃다운 풀이 맑은 냇물과 함께 아른거리고 / 芳草兼晴川共遠
등왕각 위에는 / 滕王閣上
조각 노을이 외따오기와 나란히 날도다 / 落霞與孤鶩齊飛
이에 안목은 천하에 높고 / 玆以眼高九州
정신은 우주에 노닐도다 / 神遊六合
속된 마음은 물가의 난간에서 고요해지고 / 塵心靜於水軒
속세의 정은 바람 통하는 의자에서 흩어지도다 / 世情散於風榻
금계가 울어 새벽을 알리면 / 金鷄唱曉
부상 만경의 붉은 물결이 일고 / 挹扶桑萬頃之紅波
옥토끼가 어둠 속에 솟아오르면 / 玉兔昇昏
용궁 천 층의 흰 탑이 나타나도다 / 頫龍宮千層之白塔
상쾌하구나 사방을 바라보니 / 快哉騁眺
마치 신선이 된 것 같이 황홀하도다 / 怳若登仙
모래를 밟으며 산보를 하고 / 踏煙沙而散步
백조를 벗삼아 함께 졸도다 / 馴白鳥而共眠
큰 파도가 일어나자 / 鯨濤起望中
붕새는 구만 리를 날고 / 大鵬擧兮九萬
자라가 이고 있다는 선산(仙山)은 어디에 있느뇨 / 鰲岑在何處
아득한 약수 삼천 리나 되도다 / 弱水杳兮三千
이미 한 바퀴 유람을 마치고 나서 / 遊覽旣周
한숨을 내쉬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 喟然歎曰
옛 현인들 떠나 버리니 / 前賢已矣
지난 일들 까마득하구나 / 往事亡羊
안침(安琛)의 웅장한 글씨를 관람하고 / 覽竹溪之雄筆
조운흘(趙云仡)의 청아한 글을 읊노라 / 吟石澗之淸章
화재 당한 뒤에 중건한 것이라 / 火後經營
애석하게도 전일의 화려한 모습을 잃었으니 / 悵失前日之華構
물 가운데 있는 아름다운 배에는 / 水中蘭桂
누가 옛날처럼 고운 미인을 실을 것인가 / 誰載昔時之紅粧
아 명예의 굴레가 사람을 얽어매고 / 噫名繮絆人
이욕의 그물이 세상을 덮어씌우도다 / 利網籠世
그 누가 속세를 초월하여 한가로움을 즐길 건가 / 孰囂囂而得閒
모두들 이리 뛰고 저리 뛰다가 스스로 지치도다 / 咸役役而自弊
벼슬 맛은 계륵과 같은 것이라 / 宦味同於鷄肋
세간의 영화를 믿기 어렵고 / 難恃寰中之榮
명승 지역은 은퇴하여 살 곳과 유사한 것이라 / 名區類於菟喪
은거할 계획을 이룩할 만하노라 / 宜成林下之計
곁에 있던 사람이 다음과 같이 참견했다 / 傍有一人曰
이미 이런 땅이 있으므로 / 旣有此地
곧 이 대를 쌓았다오 / 便築斯臺
영웅들의 남긴 감상이 상상되고 / 想英雄之遺賞
은자들의 배회하던 모습이 그리워집니다 / 懷隱逸之徘徊
경포대에 올라 마음껏 노닌 것이 / 登臨放情
비록 한때의 즐거운 일이지만 / 縱一時之樂事
아득히 자취가 없어 / 杳茫無迹
천고를 지나면 재가 되어 버릴 것이오 / 歷千古而成灰
만약 몸에 덕을 쌓아 / 若夫德積于身
남들이 그 혜택을 입게 하고 / 物被其澤
임금과 백성에게는 충성과 은혜를 베풀며 / 效忠惠於君民
덕업을 역사에 드리운다면 / 垂德業於竹帛
영걸스러운 군주를 따라 공을 세우고 / 攀龍附鳳
사후(死後)의 명예를 이룩할 것이오 / 可成身後之名
그러니 뜻을 게을리 하고 자신을 잊어 가며 / 惰志忘形
눈앞의 즐거움일랑 따르지 마시오 / 莫循眼前之樂
나그네는 웃으면서 다음과 같이 답했다 / 客笑而答曰
나아가 도를 행하고 물러나 숨는 것은 운수에 달려 있고 / 行藏由運
화복은 시기가 있는 법 / 禍福有期
구해도 얻을 수 없고 / 求之而不可得
버려도 버릴 수 없는 것이라오 / 捨之而不能遺
그만둘지로다 끝내 인력으로 취할 수 없는 것이며 / 已乎終非人力之可取
명이라 마땅히 조화의 하는 대로 따를 뿐이오 / 命也當聽造化之所爲
하물며 형상의 나뉨은 만 가지이나 / 而况形分雖萬
이치의 합함은 하나임에랴 / 理合則一
오히려 죽고 사는 것도 분변하지 못하거늘 / 尙不辨於死生
하물며 수명이 긴 것과 짧은 것을 구별하겠는가 / 矧有分於久促
장주(莊周)는 내가 아니요 나비는 외물(外物)이 아니니 / 周非我蝶非物
참으로 꿈도 없고 진실도 없는 것이오 / 諒無夢而無眞

범나라도 멸망치 못하고 초나라도 존재치 못하거늘 / 凡未亡楚未存
마침내 누가 득이고 누가 실이겠는가 / 竟誰得而誰失
그러므로 마음을 텅 비워 사물에 응하고 / 是故虛心應物
일에 부딪치는 대로 합당하게 할 것이오 / 觸事得宜
정신이 이지러지지 않아 내심이 지켜지면 / 神不虧而內守
뜻이 어찌 흔들려 밖으로 달리겠는가 / 志豈動而外馳
영달해도 기뻐하지 않고 곤궁해도 슬퍼하지 않아야 / 達莫喜窮莫悲
출세와 은거의 도리를 완전하게 할 수 있으며 / 庶全出處之道
우러러보아도 부끄럽지 않고 굽어보아도 부끄럽지 않아야 / 仰不愧俯不怍
하늘과 사람의 꾸지람을 면할 수 있다오 / 可免天人之譏
또한 억제하기 어려운 것은 정이고 / 且夫難制者情
넘치기 쉬운 것은 기이니 / 易盪者氣
만일 함양하는 기틀을 잃는다면 / 苟操養之失機
반드시 제멋대로 놀아나서 뜻을 잃을 것이오 / 必流佚而喪志
명예를 구하고 이익을 구하는 것은 / 求名求利
정말 성정을 해치는 일이지만 / 定有害於性情
산을 좋아하고 물을 좋아하는 것은 / 樂水樂山
대부분 인과 지를 사모한 것이라오 / 竊多慕於仁智
그러나 선비가 세상에 태어나서 / 雖然士生於世
그 자신을 사사로이 하지 않고 / 不私其身
혹시 풍운제회(風雲際會)를 만난다면 / 倘遇風雲之會
마땅히 사직을 위하는 신하가 되어야 할 것이오 / 當成社稷之臣
융중의 제갈량(諸葛亮)이 / 隆中臥龍
비록 문달(聞達)을 구한 선비가 아니었지만 / 縱非求聞之士
위천의 여상(呂尙)이 / 渭川漁父
어찌 세상을 잊어버린 사람이었겠는가 / 豈是忘世之人
아, 바람 앞의 등불 같은 백년 인생 / 嗚呼風燈百年
넓은 바다의 좁쌀처럼 초라하기 그지없다오 / 滄海一粟
얼음을 의심하는 여름 벌레를 가소롭게 여기고 / 哂夏虫之疑氷
절대적인 경지를 보는 달관한 사람을 사모하오 / 思達人之見獨
그러니 풍경을 찾아서 천지를 집으로 삼을 것이지 / 訪風景而天地爲家兮
어찌 부질없이 고국을 그리워하던 중선을 본받을 필요 있겠는가 / 何必效仲宣之空懷故國也哉


지봉(芝峯) 이수광(李睟光)의 경포대 시는 다음과 같다.

경포가 거울처럼 평평한데 / 鏡浦平如鏡
자루를 꽂아 놓은 듯한 대가 있네 / 有臺如插柄
물빛과 하늘빛 / 水色與天光
청동빛 위아래 동일하다 / 靑銅上下並
조물주가 참으로 연극을 벌여 / 造物眞作劇
곱고 정밀함 갓 쇳돌에서 뽑아낸 듯 / 麗精初發礦
대지는 바로 큰 화로와 같은 것 / 大地卽洪爐
어른거리는 금빛은 곧 밝은 달그림자로다 / 躍金明月影
신선의 세계를 잘 다듬어서 만들었는데 / 鑄成一方諸
하늘이 비친 수면이 삼백 경이네 / 涵虛三百頃
번쩍거리기는 새로 갈아 낸 칼빛 같고 / 瑩若新磨出
털고 훔쳐 낸 것처럼 더욱 정결하도다 / 拂拭愈潔淨
한유하는 사람 날마다 와서 구경하는데 / 遊人日來窺
비단 같은 호수는 새벽 단장을 곱게도 하였네 / 羅綺晨粧靚
물결 위에는 마름꽃이 피었는데 / 波面生菱花
화려한 그 빛깔 봄을 만끽하누나 / 藻彩春相映
만상이 어떻게 그 형체 피할 수 있으랴 / 萬象詎逃形
미세한 티끌도 보기만 하면 스스로 피해 가노라 / 微塵看自屛
군자는 여기에서 거울을 삼아 / 君子鑑於斯
사려를 잘 정리하도록 해야 하느니 / 能令思慮整
호수 너를 옮겨다가 흉중에 두어 / 移爾置胸中
나의 마음을 허령하게 하리 / 復我虛靈境
둥글기만 하고 가려진 데 없으니 / 團圓了無翳
본체는 맑고 고요한 것이네 / 本體曰淸靜
아름다움과 더러움만 구분할 뿐 아니라 / 不唯辨妍媸
그것을 가져 사와 정을 비추리 / 持以照邪正
사해는 스스로 태평한 것이라 / 四海自太平
맑고 밝은 것 이 경치와 같나니 / 澄明同此景


간이(簡易)의 경포대 시는 다음과 같다.

이 지역의 뛰어난 경치는 / 風流玆地絶
전에 들은 그 소문 이상이네 / 不翅昔聞然
희고 흰 모래 그리고 갈매기 / 白白沙還鳥
푸르고 푸른 나무와 연기 / 蒼蒼樹亦煙
하늘은 경포대 밖에 드리웠고 / 天從臺外偃
달은 호수 가운데 달려 있네 / 月正鏡中懸
아름다운 글귀 왕손이 있어야 / 秀句王孫有
바야흐로 골격의 신선을 안다 / 方知骨法仙

또 경호사(鏡湖詞)는 다음과 같다. 그중 한 수는
맑은 물 출렁출렁 언덕에 가득하니 / 煙水盈盈乍有無
봉지에서 어주(御酒)에 취한 것으로 착각되네 / 鳳池疑此醉宮壺
서울 나와 자주 천리 밖을 가기 일쑨데 / 春明一出頻千里
오히려 임금의 은혜로 감호를 보게 됐네 / 猶得君恩借鑑湖
하였고, 또 한 수는
맑은 물엔 노는 고기 얕은 곳엔 모래 / 淸見游魚淺見沙
미풍이 불어오면 저절로 물결 이네 / 微風時至自生波
난주로 종일 다녀도 구경할 게 없으니 / 蘭舟盡日行無觀
가인이 부르는 뱃노래 장난삼아 듣노라 / 戱見佳人奏棹謌
하였다.


삼가(三可) 박수량(朴遂良)의 경포대 시는 다음과 같다. 그중 한 수는
위수 북쪽엔 땅의 축이 기울어 / 渭北傾坤軸
형주 남쪽엔 동정호를 잃었구나 / 荊南失洞庭
악양루 한쪽 귀퉁이가 / 岳陽樓一角
표박하여 동해 바다에 떨어졌네 / 漂泊落東溟
하였고, 또 한 수는
수면은 거울처럼 평평하고 수심은 깊은데 / 鏡面磨平水府深
형체만 비춰 보고 마음은 비춰 볼 수 없구나 / 只鑑形影未鑑心
간담을 모두 비춰 볼 수 있게 한다면 / 若敎肝膽俱明照
경포대 위에 나그네 드물게 임하리라 / 臺上應知客罕臨
하였다.


봉래(蓬萊) 양사언(楊士彦)의 경포대 시는 다음과 같다.

봉호에 한 번 들어가니 삼천 년 / 蓬壺一入三千年
은빛 바다 아득한데 물은 맑고 얕구나 / 銀海茫茫水淸淺
피리 불며 오늘 홀로 날아왔건만 / 鸞笙今日忽飛來
벽도화 아래에는 보이는 사람 없구나 / 碧桃花下無人見


명재(明齋)의 경포대 시는 다음과 같다.

단구와 적성을 보지 못하였는데 / 不見丹丘與赤城
묻노라 그 어떤 것이 이것과 같은고 / 問他誰似此間情
하늘빛 구름 그림자 펼쳐져 있고 / 天光雲影平鋪着
작은 섬 긴 섬 점점이 이어졌네 / 小島長洲點綴成
맑은 바람 수면에 불어온다는 말 읊조릴 줄 아는데 / 解道風來水面語
황홀하게도 사람이 거울 속을 다니는 것 같구나 / 怳如人在鏡中行
홍교 끊어져 신선의 자취 이미 멀어졌고 / 虹橋已斷仙蹤遠
오직 갈매기만이 있어 눈빛처럼 하얗구나 / 惟有沙鷗似雪明

또 ‘남의 시에 차운하다’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한마디에 그대의 깊은 뜻 알겠는데 / 一語知君着意深
중류에서 높이 읊어 내 마음 흥기시키네 / 中流高詠起余心
호수 빛 맑기가 정말 거울과 같으니 / 湖光正爾淸如鏡
동시에 함께 노닐지 못한 것 한이로세 / 恨不同時得與臨

또 ‘일출(日出)을 보다’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아득히 바라보니 물결 먼 산과 같은데 / 極目滄波似遠山
금까마귀 오색구름 새로 날아 나오네 / 金烏飛出五雲間
모르겠다 저 밑에 뉘 재촉하고 있는지 / 不知有底相催促
날마다 동쪽 서쪽을 왔다갔다하누나 / 日日東西去又還


삼연(三淵)의 ‘경포대를 지나며’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한가한 마음으로 경호 가에 이르렀더니 / 安仁以至鏡湖涯
초원과 모랫벌 감감하고 언덕엔 꽃 피었네 / 草遠沙長岸有花
온 바다가 어찌 고래 떼 휘저은 흐린 물만 수용하랴 / 全海豈容鯨攪濁
조각구름에서 오히려 학이 침범하는 걸 보겠노라 / 片雲猶見鶴侵拏
신선은 단조를 설치하여 신단을 만들고 / 仙留丹竈收眞訣
승려는 한송에 의지하여 법화경을 외우네 / 僧倚寒松誦法華
연기를 하고 참선을 하는 것은 다 같은 일 / 鍊氣參禪俱屬事
이 마음은 오직 빈 배를 동반하려 하노라 / 此心惟欲伴虛槎


기재(企齋)의 대관령(大關嶺) 시는 다음과 같다.

웅장하게 서려 있는 대관령 / 雄蟠大關嶺
험난하기 천태산과 같구나 / 艱險冒天台
위험한 길 말할 게 못 되니 / 畏途不足說
온 집안이 높은 곳 올랐노라 / 盡室陟崔嵬
깊은 골짝 무서워 굽어보기 어렵고 / 嵌谷難視
지중에선 놀랄 만큼 우렛소리 들리네 / 地中聞驚雷
허리를 구부리고 중턱에 올라서니 / 傴僂上半程
진세(塵世)를 벗어남 벌써 깨닫겠노라 / 已覺出塵埃
한송정 가엔 모래가 희디희고 / 沙白寒松亭
경포대 앞엔 물이 맑디맑도다 / 水淸鏡浦臺
동쪽으론 발해 연해 툭 틔었으니 / 東連渤海闊
넓고 아득한 물 봉래를 못 찾겠네 / 浩淼迷蓬萊
정다운 벗들 나를 뒤따라왔으니 / 情朋追我至
좌중에 곽동지와 최동지가 있네 / 座有郭與崔
함께 말 타고 세상 밖을 노닐며 / 同乘汗漫遊
대낮에 흔쾌히 술잔을 기울이노라 / 白日接行杯
거나하게 취해서 계수나무 가질 꺾고 / 醉折叢桂枝
일어나서 무너진 언덕에서 춤을 춘다 / 起舞崩崖隗
멀리 미인에게 선물을 보내려 하는데 / 遙將貽美人
미인은 어찌 그리도 아득하기만 한고 / 美人何杳哉
고생을 한번 시험 삼아 맛보려고 / 艱辛試一嘗
아흔아홉 굽이를 빙빙 돌아보리 / 九十九盤回
오직 정직한 마음을 가졌더니 / 唯持正直心
다행히 짙게 낀 안개 걷히누나 / 幸得衡雲開


시남(市南)의 대관령 시는 다음과 같다.

오르고 오르고 이틀이 되어 가는데 / 登登垂兩日
길은 백 번이나 꺾이어 위험하구나 / 百折路盤危
시야가 트이니 마음이 쾌활하고 / 眼大心方豁
몸이 높은 데 선 건 발이 이른 것 / 身高足到知
푸른 바다 자그마하게 보이고 / 滄溟看更小
천령 낮다는 것을 깨닫겠노라 / 天嶺覺曾卑
평생에 처음 보는 장관인데 / 壯觀平生是
길이 다했다고 어찌 슬퍼하랴 / 途窮肯作悲


구당(久堂)의 대관령 시는 다음과 같다.

지형은 동쪽에서 끝나 가장 높고 차가워 / 地形東盡最高寒
횡계의 작은 고을 쇠잔한 것 측은하네 / 感惻橫溪十室殘
대관령 향해 개미처럼 올라가니 / 轉向大關如蟻上
푸른 바다 마치 술잔으로 보이네 / 直將滄海作杯看
살아오면서 무산의 그림을 보아 왔다만 / 生來漫見巫山畫
이 걸음에 비로소 촉도의 험난함 알겠네 / 此去方知蜀道難
험한 봉우리 만든 땅의 신령 죄책하고 / 欲罪坤靈鏟千嶂
겸해서 하루라도 파도가 일지 않게 하고 싶다오 / 兼令一日萬波安


서주(西洲) 조하망(曺夏望)의 경포대 시는 다음과 같다.

열두 붉은 난간에 벽옥소 소리 드높고 / 十二朱闌碧玉簫
맑은 가을에 아름다운 나무 향기 풍기네 / 秋晴琪樹暗香飄
세월은 흘러 바다엔 진동의 자취 멀어졌고 / 千年海闊秦童遠
한 굽이 맑은 호수는 서시(西施)처럼 아름답구나 / 一曲湖明越女嬌
꽃다운 풀 좋은 시절 지는 해를 당했으니 / 芳草佳期當落日
미인의 고향 생각은 높은 하늘에 막혔으리 / 美人歸夢隔層霄
어부는 오히려 영주곡을 부르면서 / 漁翁猶唱瀛洲曲
배로 강문의 옛 널다리를 지나네 / 船過江門舊板橋


[주D-001]왼편 …… 잃어버려 : 소동파의 백수산불적암(白水山佛跡巖) 시에, “어떤 사람이 봉래산을 지키는고, 밤중에 왼편 다리를 잃어버렸네.[何人守蓬萊 夜半失左股]”란 말이 보인다.
[주D-002]난대에서 …… 상쾌하고 : 송옥(宋玉)의 풍부(風賦)에 의하면, 초나라 양왕이 난대의 궁전에서 노닐다가 불어오는 바람에 옷깃을 헤치면서 “아 상쾌하구나, 이 바람이여. 나는 이 바람을 서민과 함께 즐기고 싶구나.[快哉此風 寡人所與庶人共者邪]”라고 했다 한다.
[주D-003]전각에 …… 사랑스럽네 : 당나라 때 유공권(柳公權)이 문종(文宗)과 함께 지은 하일장(夏日長)이란 연구(聯句)에 “훈훈한 바람이 남쪽에서 불어오니, 전각에 서늘함이 생기누나.[薰風自南來 殿角生微涼]”라는 말이 보인다.
[주D-004]장한의 …… 배부르고 : 《진서(晉書)》 장한열전(張翰列傳)에 의하면, 장한(張翰)이 동조연(東曹掾)이란 벼슬을 하다가 가을바람이 이는 것을 보고 자기 고향 오주(吳州)의 진미인 순챗국과 농어회가 그리워서 끝내 벼슬을 그만두었다고 한다.
[주D-005]소동파(蘇東坡)의 …… 외운다 : 소동파의 적벽부(赤壁賦)에, “명월 시를 외우고 요조 장을 노래한다.[誦明月之詩 歌窈窕之章]”란 말이 보인다.
[주D-006]달빛 …… 않았고 : 왕자유는 진(晉)나라 왕휘지(王徽之)이니, 자가 자유(子猷)이다. 《진서(晉書)》 왕휘지열전(王徽之列傳)에 의하면, 그는 산음(山陰)에 있을 때 눈 내리는 밤에 흥을 이기지 못하여 친구인 대규(戴逵)를 섬계(剡溪)로 찾아갔다 한다.
[주D-007]쇠잔한 …… 않았다 : 임 처사는 송(宋)나라 임포(林逋)를 가리킨다. 《송사(宋史)》 임포열전(林逋列傳)에 의하면, 그는 서호(西湖)에 은거하면서 매화를 아내로, 학(鶴)을 자식으로 삼아 살았다 한다.
[주D-008]장주(莊周)는 …… 것이오 : 《장자》 제물론(齊物論)에, “언젠가 장주는 나비가 된 꿈을 꾸었는데, 훨훨 날아다니는 나비가 된 채 유쾌하게 즐기면서도 자기가 장주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그러나 문득 깨어나 보니 틀림없는 장주가 아닌가. 도대체 장주가 나비가 된 꿈을 꾼 것일까. 아니면 나비가 장주가 된 꿈을 꾼 것일까. 장주와 나비는 반드시 구별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물화(物化) 즉, 만물의 변화라고 한다.”라는 말이 보인다.
[주D-009]범나라도 …… 못하거늘 : 《장자》 전자방(田子方)에, “초(楚)나라의 왕이 범(凡)나라의 임금과 마주 앉아 있었다. 얼마 후에 초나라 왕의 시자(侍者)가 세 번이나 ‘범나라가 멸망했다’고 알렸다. 그러자 범나라의 임금은 말하기를, ‘범나라가 멸망했다 해도 나 자신의 존재가 없어지지는 않는다. 범나라가 멸망해도 나 자신의 존재가 없어지지 않는 이상, 마찬가지로 초나라가 멸망하지 않고 있다 해도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어서 참된 나라라는 입장에서 보면 그 존재를 참된 존재라 할 수 없다. 이렇게 생각할 때 곧 범나라는 아직 멸망한 일이 없고 초나라도 아직 존재했다고 할 수가 없는 것이다.’라고 했다.”는 말이 보인다.
[주D-010]얼음을 …… 여기고 : 작은 지혜로 대도(大道)를 엿보려 하는 것이 가소롭다는 말이다. 이 구절은 손작(孫綽)의 유천태산부(遊天台山賦)에서 그대로 인용한 것인데, 그 어원은 《장자》 추수(秋水)에, “여름 벌레에게 얼음에 대한 것을 말할 수 없는 것은 그 벌레가 살고 있는 철에 집착되어 있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주D-011]중선(仲宣) : 삼국 시대 위(魏)나라 왕찬(王粲)의 자(字)이다. 그는 형주(荊州)에 피난 가 있으면서 고국을 그리워하여 등루부(登樓賦)를 지었다.
[주D-012]진동(秦童) : 진시황(秦始皇) 때의 동남동녀(童男童女)를 말한다. 진시황이 서불(徐市)에게 동남동녀 3천 명을 데리고 바다로 가서 삼신산(三神山)을 찾아 선약(仙藥)을 구해 오도록 했던 고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