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가시집보유 제3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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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락사시(水落寺詩)〉 서(敍) |
내가 젊었을 때 여러 산사(山寺)에서 글을 읽을 적에 수락산(水落山)도 두 번이나 왕래하면서 우연히 이 시를 벽상(壁上)에 남겨 두었었는데, 지금 이미 30여 년이 지났다. 그런데 일전에 일암(一庵) 전상인(專上人)이 이 시를 베껴 와서 나에게 보이며 말하기를 “장단(長湍) 백 태수(白太守)가 외우는 것을 적어 왔다.” 하면서, 나에게 잘못된 글자를 바로잡아 주기를 요청하였다. 나는 시를 지어도 짓는 족족 버리기 때문에 편언척자(片言隻字)도 상자 속에 남겨 둔 것이 없다. 더구나 방탕했던 소년 시절에는 남겨 전할 생각이 없었으니, 어찌 기록해 두려고 했겠는가. 32년 전의 일이라 아득하기가 마치 꿈속 같아서 그때 지은 시들은 기억하지도 못하는데, 또 어찌 잘못된 글자를 알 수 있겠는가. 그러나 한번 읽어 보매, 운자(韻字)를 단 것이나 글자를 놓은 것이 미진한 데가 있으니, 이는 아마도 내 유치함의 소치이거나 아니면 외워 전한 이가 잘못 전한 게 아닐까도 싶으나, 우선 그대로 두노라. 예전 일을 생각하니 느낌이 없을 수 있겠는가. 마침내 근체시(近體詩) 여섯 수를 지어서 일암 법좌하(法座下)에 기록하여 바치는 바이다. 일암이 지금 불암사(佛巖寺)에 있는데, 수락사와는 겨우 10여 리밖에 되지 않으니, 후일 서로 만나서 한번 놀게 되거든 이에 관한 말을 다하리라.
내 옛날 산중의 고사에 유학하던 시절이 / 山中古寺昔曾遊
손꼽아 헤어 보니 지금 삼십 년이 되었구나 / 屈指如今三十秋
나막신 신고 많은 시간 손과 함께 걸었고 / 步屐多時携客去
한가함 좋아해 스님과도 오래 머물렀었네 / 愛閑長日爲僧留
고운 꽃 빽빽한 대숲은 그윽한 경계 이루고 / 花濃竹細連幽境
고목나무 굽은 절벽은 누각을 옹위했었지 / 木古巖回擁小樓
다시 스님과 손잡고 한번 가 보고 싶어라 / 更欲携師一歸去
소년 시절의 옛일이 꿈같이 아득하구려 / 少年往事夢悠悠
지난 일 아득하여라 일찍이 소년 시절 / 悠悠往事少年曾
취중의 호탕한 기개에 필력이 날뛰었네 / 醉裡豪狂筆勢騰
나는 본디 벽 위에 시 쓸 마음 없었는데 / 我本無心題板壁
스님은 유독 다사하여 종이에 베껴 왔구려 / 僧偏多事寫花藤
벽사니 홍수니 함은 분에 넘쳐 부끄럽고 / 碧紗紅袖慙非分
세속에 찌든 백발은 늙음이 가증스러워라 / 白髮黃塵老可憎
다시 스님과 손잡고 한번 그곳에 가서 / 更欲携師一歸去
높은 봉우리를 유쾌히 거듭 올라 봤으면 / 有峯高處快重登
가장 높은 봉우리에 거듭 올라가고파라 / 重登準擬最高峯
정성 지나 삼성 만지면 가슴을 씻을 만하리 / 歷井捫參可盪胸
태양은 머리 위에 한 마리 새가 지나간 듯 / 白日頭邊過一鳥
푸른 산은 눈 아래 여러 용이 노는 듯하겠지 / 靑山眼底戲群龍
금은으로 장식한 불찰은 삼천대천세계요 / 金銀佛刹三千界
금수 같은 산하는 백이의 겹겹 요해거니 / 錦繡山河百二重
다시 스님과 손잡고 한번 그곳에 가서 / 更欲携師一歸去
차를 달이면서 석양까지 앉아 있어 봤으면 / 煮茶聲裡坐高舂
석양까지 차 끓는 소리 듣고 앉았노라면 / 高舂落日煮茶聲
청산은 거만하여 세정을 아랑곳 않을 텐데 / 偃蹇靑山不世情
굽어보면 조각구름은 평지에서 일어나고 / 俯視片雲平地起
쳐다보면 폭포가 반공중에 환히 쏟아지리 / 仰看飛瀑半空明
누각 가득 내린 꽃비는 옷을 다 적실 게고 / 滿樓花雨沾衣濕
베개맡의 솔바람은 뼛속까지 서늘하겠지 / 欹枕松濤徹骨淸
다시 스님과 손잡고 한번 그곳에 가서 / 更欲携師一歸去
청련사 결성하여 노년을 보내고 싶구려 / 靑蓮結社送殘生
노년의 청련사 결성은 처음 먹은 마음인데 / 殘生結社是初心
서글퍼라 연래에 비녀 가득해진 백발이 / 惆悵年來雪滿簪
소원 맺음이 미미하지 않음을 누가 알리오 / 結願誰知非淺淺
산에 듦은 마냥 깊지 못할까 염려했는걸 / 入山長恐不深深
고관대작은 연연하지 않은 지 오래거니와 / 蟬貂久矣無心戀
원숭이 학은 여전히 꿈마다 서로 찾는다오 / 猿鶴依然有夢尋
다시 스님과 손잡고 한번 가고 싶어라 / 更欲携師一歸去
불암산 밑 시골집이 총림에 가깝거니 / 佛巖村墅近叢林
총림이 가까이 불암산에 자리했는데 / 叢林近在佛巖山
불암산 밑에는 두어 칸 내 집이 있으니 / 山下吾廬屋數間
도잠의 삼경은 비록 적막할 뿐이지만 / 三徑陶潛雖寂寞
양로의 일구 집은 배회할 만하고말고 / 一區揚老可盤桓
순채 찾고 죽순 삶는 건 평범한 일이요 / 討蓴燒筍尋常事
국화 보내고 매화 맞음은 절로 한가롭지 / 送菊迎梅自在閑
다시 스님과 손잡고 한번 그곳에 가서 / 更欲携師一歸去
만년 신세를 스님과 함께 지내고 싶구려 / 暮年身世共追攀
[주D-001]고목나무 …… 옹위했었지 : 두목(杜牧)의 〈염석유(念昔遊)〉 시에 “이백이 일찍이 시를 제한 수서사에는, 고목나무 굽은 절벽에 누각 바람이로다.[李白題詩水西寺 古木回巖樓閣風]”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2]벽사(碧紗)니 …… 부끄럽고 : 벽사와 홍수(紅袖)는 다음의 고사에서 온 말이다. 당(唐)나라 왕파(王播)가 일찍이 미천했을 적에 집이 몹시 가난하여 양주(揚州) 혜소사(惠昭寺)의 목란원(木蘭院)에 한동안 우거(寓居)하면서 중의 재식(齋食)을 얻어먹고 지냈는데, 나중에는 중들이 그를 싫어하여 그가 오기 전에 밥을 먹어 버리곤 했다. 그로부터 20여 년 뒤에 그가 고관(高官)이 되어 그 지방을 진무(鎭撫)하러 내려가서 옛날에 놀았던 그 절을 거듭 찾아가 보니, 자기가 옛날에 제(題)해 놓은 시들을 모두 깁으로 덮어서 보호하고 있으므로, 그가 다시 절구 2수를 지어 “당에 오르면 밥 다 먹고 동서로 각기 흩어졌기에, 스님네들 식사 후에 종 치는 게 부끄럽더니, 이십 년 동안 얼굴에 먼지 그득 분주하다가, 이제 비로소 푸른 깁에 싸인 시를 보게 되었네.[上堂已了各東西 慙愧闍黎飯後鐘 二十年來塵撲面 如今始得碧紗籠]”라고 하였다. 또 송대(宋代)의 시인 위야(魏野)가 명상(名相) 구준(寇準)을 수행하여 섬부(陝府)의 승사(僧舍)에 가 노닐면서 각각 시를 유제(留題)한 적이 있었는데, 뒤에 다시 함께 그 승사에 놀러 가서 보니, 구준의 시는 이미 푸른 깁으로 잘 싸서 보호하였으나, 위야의 시는 그대로 방치하여 벽에 가득 먼지가 끼어 있었으므로, 이때 마침 그 일행을 수행했던 총명한 한 관기(官妓)가 즉시 자기의 붉은 옷소매로 그 먼지를 닦아 내자, 위야가 천천히 말하기를 “항상 붉은 소매로 먼지를 닦을 수만 있다면, 응당 푸른 깁으로 싸 놓은 것보다 나으리.[若得常將紅袖拂 也應勝似碧紗籠]”라고 하였다.
[주D-003]정성(井星) …… 만하리 : 이백(李白)의 〈촉도난(蜀道難)〉에 “삼성 만지고 정성 지나 우러러 숨 헐떡거리고, 손으로 가슴 쓸며 앉아서 길이 탄식하네.[捫參歷井仰脅息 以手拊膺坐長歎]”라고 하였다. 《李太白集 卷2》 여기서는 단지 높은 데 오른 뜻만 취하였다.
[주D-004]금은(金銀)으로 …… 삼천대천세계(三千大千世界)요 : 불교의 천문학(天文學)에서 수미산(須彌山)을 중심으로 하여 사방에 사대주(四大洲)가 있고, 그 밖의 주위는 철위산(鐵圍山)으로 둘러쌌다고 하는바, 이것을 하나의 세계 또는 하나의 사천하(四天下)라 하는데, 이 사천하를 천 개 합한 것이 하나의 소천세계(小千世界)요, 소천세계를 천 개 합한 것이 하나의 중천세계(中千世界)요, 중천세계를 천 개 합한 것이 하나의 대천세계(大千世界)라 한 데서 온 말로, 전하여 삼천대천세계는 천지 사방(天地四方), 즉 온 세상을 의미한다.
[주D-005]금수(錦繡) …… 요해(要害)거니 : 《사기(史記)》 권8 〈고조본기(高祖本紀)〉에 “진(秦)나라는 지세(地勢)가 뛰어난 나라로, 산하의 험고(險固)함을 띠고 천리 멀리 떨어져 있어, 제후의 창 가진 군사 백만을 대적함에 있어 진나라는 백분의 이로 당할 수 있다.[秦形勝之國 帶河山之險 縣隔千里 持戟百萬 秦得百二焉]”라는 말이 있다. 백이(百二)는 곧 100분의 2를 나타내는 말로, 전국 시대에 진나라의 지세가 매우 험고하여 진나라 군사 2만 명으로 제후의 군사 100만 명을 당해 내기에 충분하다고 한 데서 온 말이다. 또 일설에 의하면 “제후의 창 가진 군사 백만에 대하여, 진나라 지세의 험고함이 천하의 갑절이 되므로, 백만의 두 배를 얻었다는 것이다.[諸侯持戟百萬 秦地險固 一倍於天下 故云得百二焉]”라고도 한다.
[주D-006]꽃비[花雨] : 흔히 꽃 피는 계절에 내리는 비를 말한다. 또는 부처의 설법의 공덕을 찬미하여 ‘꽃을 비처럼 쏟아 내린다.[散花如雨]’라고 하는 데서, 전하여 고승(高僧)의 설법에 비유하기도 한다.
[주D-007]청련사(靑蓮社) …… 싶구려 : 동진(東晉) 때 여산(廬山) 동림사(東林寺)의 고승 혜원 법사(慧遠法師)가 일찍이 당대의 명유(名儒)인 도잠(陶潛), 육수정(陸修靜) 등을 초청하여 승속(僧俗)이 함께 염불 수행할 목적으로 백련사(白蓮社)를 결성하고 서로 왕래하며 친밀하게 지냈던 고사에 빗대서 한 말이다.
[주D-008]원숭이 …… 찾는다오 : 남제(南齊) 때 공치규(孔稚圭)가 일찍이 북산(北山)에 은거하다가 변절하여 벼슬길에 나간 주옹(周顒)을 매우 못마땅하게 여긴 나머지, 북산 신령(神靈)의 이름을 가탁하여 관청의 이문(移文)을 본떠서 〈북산이문(北山移文)〉을 지어 그로 하여금 다시는 북산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도록 하는 뜻을 서술했다. 그 대략에 “종산의 영령과 초당의 신령이 연기로 하여금 역로를 달려가서 산정에 이문을 새기게 하였다.……혜초 장막은 텅 비어 밤 학이 원망하고, 산중 사람이 떠나가니 새벽 원숭이가 놀란다.[鍾山之英 草堂之靈 馳煙驛路 勒移山庭……蕙帳空兮夜鶴怨 山人去兮曉猿驚]”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전하여 원숭이와 학은 곧 깊은 산중의 은자의 처소를 의미한다. 《古文眞寶 後集 卷2》
[주D-009]총림(叢林) : 승려들이 함께 모여서 거처하는 곳을 말한 것으로, 승사(僧舍)를 가리킨다.
[주D-010]도잠(陶潛)의 …… 뿐이지만 : 삼경(三徑)은 세 오솔길이란 뜻으로, 본디 한(漢)나라 때 은사(隱士) 장후(蔣詡)가 자기 집 대나무 밑에 세 오솔길을 내고 구중(求仲)과 양중(羊仲) 두 사람하고만 종유했던 데서, 전하여 은자의 처소를 가리킨다. 《三輔決錄》 동진(東晉)의 처사(處士) 도잠 또한 일찍이 팽택 영(彭澤令)을 그만두고 지은 〈귀거래사(歸去來辭)〉에서 “세 오솔길은 묵었으나, 소나무와 국화는 아직 남아 있도다.[三徑就荒 松菊猶存]”라고 했던 데서 온 말이다. 《陶淵明集 卷5》
[주D-011]양로(揚老)의 일구(一區) : 양로는 한(漢)나라 양웅(揚雄)의 자이고, 일구는 주택 한 채를 지을 만한 땅을 말한다. 《한서(漢書)》 권87 〈양웅전(揚雄傳)〉에, 그가 민산(崏山)의 남쪽에 살았는데 “토지 일전이 있고, 집 일구가 있었다.[有田一廛 有宅一區]”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12]순채 …… 일이요 : 순채를 찾고 죽순을 삶는다는 것은 곧 아주 평범한 야인(野人)의 생활을 뜻한다. 두보(杜甫)의 〈여이십이백동심범십은거(與李十二白同尋范十隱居)〉 시에 “종래에 귤송만 읊조려 왔거니, 누구와 함께 순챗국은 찾을거나.[向來吟橘頌 誰與討蓴羹]”라고 하였고, 소식(蘇軾)의 〈화채준낭중견요유서호(和蔡準郎中見邀遊西湖)〉 시에 “서로 이끌고 죽순 삶아 먹으러 고죽사에 가고, 다시 연꽃 물가에 내려와 연뿌리를 밟노라.[相携燒筍苦竹寺 却下踏藕荷花洲]”라고 하였다. 《杜少陵詩集 卷1》 《蘇東坡詩集 卷7》
[주D-002]벽사(碧紗)니 …… 부끄럽고 : 벽사와 홍수(紅袖)는 다음의 고사에서 온 말이다. 당(唐)나라 왕파(王播)가 일찍이 미천했을 적에 집이 몹시 가난하여 양주(揚州) 혜소사(惠昭寺)의 목란원(木蘭院)에 한동안 우거(寓居)하면서 중의 재식(齋食)을 얻어먹고 지냈는데, 나중에는 중들이 그를 싫어하여 그가 오기 전에 밥을 먹어 버리곤 했다. 그로부터 20여 년 뒤에 그가 고관(高官)이 되어 그 지방을 진무(鎭撫)하러 내려가서 옛날에 놀았던 그 절을 거듭 찾아가 보니, 자기가 옛날에 제(題)해 놓은 시들을 모두 깁으로 덮어서 보호하고 있으므로, 그가 다시 절구 2수를 지어 “당에 오르면 밥 다 먹고 동서로 각기 흩어졌기에, 스님네들 식사 후에 종 치는 게 부끄럽더니, 이십 년 동안 얼굴에 먼지 그득 분주하다가, 이제 비로소 푸른 깁에 싸인 시를 보게 되었네.[上堂已了各東西 慙愧闍黎飯後鐘 二十年來塵撲面 如今始得碧紗籠]”라고 하였다. 또 송대(宋代)의 시인 위야(魏野)가 명상(名相) 구준(寇準)을 수행하여 섬부(陝府)의 승사(僧舍)에 가 노닐면서 각각 시를 유제(留題)한 적이 있었는데, 뒤에 다시 함께 그 승사에 놀러 가서 보니, 구준의 시는 이미 푸른 깁으로 잘 싸서 보호하였으나, 위야의 시는 그대로 방치하여 벽에 가득 먼지가 끼어 있었으므로, 이때 마침 그 일행을 수행했던 총명한 한 관기(官妓)가 즉시 자기의 붉은 옷소매로 그 먼지를 닦아 내자, 위야가 천천히 말하기를 “항상 붉은 소매로 먼지를 닦을 수만 있다면, 응당 푸른 깁으로 싸 놓은 것보다 나으리.[若得常將紅袖拂 也應勝似碧紗籠]”라고 하였다.
[주D-003]정성(井星) …… 만하리 : 이백(李白)의 〈촉도난(蜀道難)〉에 “삼성 만지고 정성 지나 우러러 숨 헐떡거리고, 손으로 가슴 쓸며 앉아서 길이 탄식하네.[捫參歷井仰脅息 以手拊膺坐長歎]”라고 하였다. 《李太白集 卷2》 여기서는 단지 높은 데 오른 뜻만 취하였다.
[주D-004]금은(金銀)으로 …… 삼천대천세계(三千大千世界)요 : 불교의 천문학(天文學)에서 수미산(須彌山)을 중심으로 하여 사방에 사대주(四大洲)가 있고, 그 밖의 주위는 철위산(鐵圍山)으로 둘러쌌다고 하는바, 이것을 하나의 세계 또는 하나의 사천하(四天下)라 하는데, 이 사천하를 천 개 합한 것이 하나의 소천세계(小千世界)요, 소천세계를 천 개 합한 것이 하나의 중천세계(中千世界)요, 중천세계를 천 개 합한 것이 하나의 대천세계(大千世界)라 한 데서 온 말로, 전하여 삼천대천세계는 천지 사방(天地四方), 즉 온 세상을 의미한다.
[주D-005]금수(錦繡) …… 요해(要害)거니 : 《사기(史記)》 권8 〈고조본기(高祖本紀)〉에 “진(秦)나라는 지세(地勢)가 뛰어난 나라로, 산하의 험고(險固)함을 띠고 천리 멀리 떨어져 있어, 제후의 창 가진 군사 백만을 대적함에 있어 진나라는 백분의 이로 당할 수 있다.[秦形勝之國 帶河山之險 縣隔千里 持戟百萬 秦得百二焉]”라는 말이 있다. 백이(百二)는 곧 100분의 2를 나타내는 말로, 전국 시대에 진나라의 지세가 매우 험고하여 진나라 군사 2만 명으로 제후의 군사 100만 명을 당해 내기에 충분하다고 한 데서 온 말이다. 또 일설에 의하면 “제후의 창 가진 군사 백만에 대하여, 진나라 지세의 험고함이 천하의 갑절이 되므로, 백만의 두 배를 얻었다는 것이다.[諸侯持戟百萬 秦地險固 一倍於天下 故云得百二焉]”라고도 한다.
[주D-006]꽃비[花雨] : 흔히 꽃 피는 계절에 내리는 비를 말한다. 또는 부처의 설법의 공덕을 찬미하여 ‘꽃을 비처럼 쏟아 내린다.[散花如雨]’라고 하는 데서, 전하여 고승(高僧)의 설법에 비유하기도 한다.
[주D-007]청련사(靑蓮社) …… 싶구려 : 동진(東晉) 때 여산(廬山) 동림사(東林寺)의 고승 혜원 법사(慧遠法師)가 일찍이 당대의 명유(名儒)인 도잠(陶潛), 육수정(陸修靜) 등을 초청하여 승속(僧俗)이 함께 염불 수행할 목적으로 백련사(白蓮社)를 결성하고 서로 왕래하며 친밀하게 지냈던 고사에 빗대서 한 말이다.
[주D-008]원숭이 …… 찾는다오 : 남제(南齊) 때 공치규(孔稚圭)가 일찍이 북산(北山)에 은거하다가 변절하여 벼슬길에 나간 주옹(周顒)을 매우 못마땅하게 여긴 나머지, 북산 신령(神靈)의 이름을 가탁하여 관청의 이문(移文)을 본떠서 〈북산이문(北山移文)〉을 지어 그로 하여금 다시는 북산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도록 하는 뜻을 서술했다. 그 대략에 “종산의 영령과 초당의 신령이 연기로 하여금 역로를 달려가서 산정에 이문을 새기게 하였다.……혜초 장막은 텅 비어 밤 학이 원망하고, 산중 사람이 떠나가니 새벽 원숭이가 놀란다.[鍾山之英 草堂之靈 馳煙驛路 勒移山庭……蕙帳空兮夜鶴怨 山人去兮曉猿驚]”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전하여 원숭이와 학은 곧 깊은 산중의 은자의 처소를 의미한다. 《古文眞寶 後集 卷2》
[주D-009]총림(叢林) : 승려들이 함께 모여서 거처하는 곳을 말한 것으로, 승사(僧舍)를 가리킨다.
[주D-010]도잠(陶潛)의 …… 뿐이지만 : 삼경(三徑)은 세 오솔길이란 뜻으로, 본디 한(漢)나라 때 은사(隱士) 장후(蔣詡)가 자기 집 대나무 밑에 세 오솔길을 내고 구중(求仲)과 양중(羊仲) 두 사람하고만 종유했던 데서, 전하여 은자의 처소를 가리킨다. 《三輔決錄》 동진(東晉)의 처사(處士) 도잠 또한 일찍이 팽택 영(彭澤令)을 그만두고 지은 〈귀거래사(歸去來辭)〉에서 “세 오솔길은 묵었으나, 소나무와 국화는 아직 남아 있도다.[三徑就荒 松菊猶存]”라고 했던 데서 온 말이다. 《陶淵明集 卷5》
[주D-011]양로(揚老)의 일구(一區) : 양로는 한(漢)나라 양웅(揚雄)의 자이고, 일구는 주택 한 채를 지을 만한 땅을 말한다. 《한서(漢書)》 권87 〈양웅전(揚雄傳)〉에, 그가 민산(崏山)의 남쪽에 살았는데 “토지 일전이 있고, 집 일구가 있었다.[有田一廛 有宅一區]”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12]순채 …… 일이요 : 순채를 찾고 죽순을 삶는다는 것은 곧 아주 평범한 야인(野人)의 생활을 뜻한다. 두보(杜甫)의 〈여이십이백동심범십은거(與李十二白同尋范十隱居)〉 시에 “종래에 귤송만 읊조려 왔거니, 누구와 함께 순챗국은 찾을거나.[向來吟橘頌 誰與討蓴羹]”라고 하였고, 소식(蘇軾)의 〈화채준낭중견요유서호(和蔡準郎中見邀遊西湖)〉 시에 “서로 이끌고 죽순 삶아 먹으러 고죽사에 가고, 다시 연꽃 물가에 내려와 연뿌리를 밟노라.[相携燒筍苦竹寺 却下踏藕荷花洲]”라고 하였다. 《杜少陵詩集 卷1》 《蘇東坡詩集 卷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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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류(詩類) | ||||
양주(楊州) 수락산(水落山) 도중에서 짓다. |
비 갠 강 하늘에 달은 사람 눈썹만 하고 / 雨霽江天月似眉
양성의 돌아가는 길은 실낱보다 가늘지만 / 楊城歸路細於絲
깜깜하고 인가가 먼 걸 걱정하지 않음은 / 不愁昏黑人家遠
눈처럼 환한 해당화가 눈을 비춘 때문일세 / 照眼棠花白雪奇
송산의 산 아래 비가 처음 개고 나니 / 松山山下雨新晴
벼논엔 물 가득코 보리 고랑은 푸르구나 / 稻田水白麥溝靑
작은 둑의 버들은 아무도 관섭할 이 없어 / 小堤楊柳無人管
저물녘 실바람에 개지만 절로 떨어지누나 / 日暯微風絮自零
잔 모래 흰 돌 깔린 조그마한 강 굽이엔 / 細沙白石小回灣
연한 풀 그윽한 꽃에 저문 빛이 차가워라 / 嫩草幽花暮色寒
그 몇 번이나 수락산 앞을 지나다니면서 / 幾番水落山前過
높다랗게 우뚝 선 모습을 쳐다보았던고 / 玉立崔嵬仰面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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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類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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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 ||||
수락산 절[水落山寺] |
나는 저 해와 달을 쳐다볼 적에 / 我見日與月
광경이 늘 새로움을 깨닫는다오 / 光景覺常新
만 가지 상이 각각 다 그대로라 / 萬象各自在
헤일 수조차 없는 이 나라 이 땅 / 刹刹及塵塵
뉘라 알리 가물가물 텅빈 저곳에 / 誰知玄廓處
이 눈이 이 사람과 함께 한 것을 / 此雪同此人
빈 소리는 착각하면 비가 되는데 / 虛籟錯爲雨
환화란 끝내 봄을 못 이루누나 / 幻華不成春
손 가운데 백이라 억의 보물은 / 手中百億寶
이웃에서 빌리는 게 아니랍니다 / 曾非乞之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