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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 ||||
수락산 절[水落山寺] |
나는 저 해와 달을 쳐다볼 적에 / 我見日與月
광경이 늘 새로움을 깨닫는다오 / 光景覺常新
만 가지 상이 각각 다 그대로라 / 萬象各自在
헤일 수조차 없는 이 나라 이 땅 / 刹刹及塵塵
뉘라 알리 가물가물 텅빈 저곳에 / 誰知玄廓處
이 눈이 이 사람과 함께 한 것을 / 此雪同此人
빈 소리는 착각하면 비가 되는데 / 虛籟錯爲雨
환화란 끝내 봄을 못 이루누나 / 幻華不成春
손 가운데 백이라 억의 보물은 / 手中百億寶
이웃에서 빌리는 게 아니랍니다 / 曾非乞之隣
[주D-001]헤일 수 …… 이 땅[刹刹塵塵] : 불가의 용어로 무수한 국토(國土)의 뜻임.
낭간이라 지초라 평소의 생각 / 珢玕芝艸想
세월은 문득문득 가고 또 가네 / 歲月忽侵尋
낡은 눈엔 기럭발톱 남아 있고 / 殘雪留鴻爪
노는 구름 학의 마음 끌어가누나 / 閒雲引鶴心
쌍남이 부끄러라 몸에 견주긴 / 雙南慙自比
일적은 그대에게 허락했거든 / 一笛許君任
다리 위에 나타난 작은 술 깃대 / 小帘橋頭出
모점(茅店)에 말을 내려 마시자꾸나 / 茅柴下馬斟
온종일 험한 길 걸어 개울 하나 건너니 / 竟日崎嶇渡一溪
저녁 바람이 기이한 새 울음 불어 보내네 / 晩風吹進怪禽啼
산길 다한 바위 모퉁이의 복숭아꽃 나무 / 山窮石角桃花樹
가을 열매 주렁주렁 나그네 향해 드리웠네 / 秋實離離向客低
둘
맹수들 막 지나가 발자국 마르지 않았는데 / 虎豹新過跡未乾
구름 깊은 어느 곳이 도인 사는 집이런가 / 雲深何處道人壇
수목들 하늘에 닿아 길이 없는가 했더니 / 參天樹木疑無路
고요히 보건대 날다람쥐 바위 사이 숨네 / 靜看蒼鼯竄石間
늘그막에 맑고 그윽함만 좋아하니 / 衰年一味愛淸幽
중의 시축이 속인의 시처럼 보이네 / 僧軸猶嫌近俗流
초옹이 애써 날 찾도록 하였으니 / 爲被樵翁勤指送
몽당붓 끼적이는 일 그만둘 수 없네 / 試拈枯筆不能休
수락산 서쪽에 있는 석림암에서 / 石林庵在水山西
몇 해 전 반달 정도 지낸 적 있지 / 頃歲曾爲半月棲
희미한 늙은이 심회로도 못 잊어 / 黯黯老懷忘不得
이따금 꿈결에 운계를 돌아보네 / 有時魂夢繞雲谿
서계의 풀 묵은 지 몇 년이나 지났던가 / 西溪宿草幾回春
공이 또 바람처럼 저승으로 떠났구려 / 公又飄然去返眞
동갑내기 늙은 몸은 아직도 죽지 않고 / 雌甲殘生猶未死
부러워서 물끄러미 하늘 바라본다오 / 不堪長羨望蒼旻
비 갠 강 하늘에 달은 사람 눈썹만 하고 / 雨霽江天月似眉
양성의 돌아가는 길은 실낱보다 가늘지만 / 楊城歸路細於絲
깜깜하고 인가가 먼 걸 걱정하지 않음은 / 不愁昏黑人家遠
눈처럼 환한 해당화가 눈을 비춘 때문일세 / 照眼棠花白雪奇
송산의 산 아래 비가 처음 개고 나니 / 松山山下雨新晴
벼논엔 물 가득코 보리 고랑은 푸르구나 / 稻田水白麥溝靑
작은 둑의 버들은 아무도 관섭할 이 없어 / 小堤楊柳無人管
저물녘 실바람에 개지만 절로 떨어지누나 / 日暯微風絮自零
잔 모래 흰 돌 깔린 조그마한 강 굽이엔 / 細沙白石小回灣
연한 풀 그윽한 꽃에 저문 빛이 차가워라 / 嫩草幽花暮色寒
그 몇 번이나 수락산 앞을 지나다니면서 / 幾番水落山前過
높다랗게 우뚝 선 모습을 쳐다보았던고 / 玉立崔嵬仰面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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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 ||||
운석 지원과 동반하여 수락산 절에 함께 놀고 석현에 당도하여 운을 뽑다[同雲石芝園 偕遊水落山寺 到石峴拈韻] |
낭간이라 지초라 평소의 생각 / 珢玕芝艸想
세월은 문득문득 가고 또 가네 / 歲月忽侵尋
낡은 눈엔 기럭발톱 남아 있고 / 殘雪留鴻爪
노는 구름 학의 마음 끌어가누나 / 閒雲引鶴心
쌍남이 부끄러라 몸에 견주긴 / 雙南慙自比
일적은 그대에게 허락했거든 / 一笛許君任
다리 위에 나타난 작은 술 깃대 / 小帘橋頭出
모점(茅店)에 말을 내려 마시자꾸나 / 茅柴下馬斟
[주C-001]운석 지원 : 운석은 조인영(趙寅永)의 호이고 지원은 조수삼(趙秀三)의 호임.
[주D-001]낭간이라 지초 : 선인(仙人)의 낙원(樂園)을 말함. 소식의 시에 “芝艸琅玕培福地 瓊雲寶露潤仙林”이라 하였음.
[주D-002]낡은 …… 있고 : 주 74) 참조
[주D-003]쌍남 : 쌍남금(雙南金)을 말함. 두보의 시에 “袞職曾無一字補 許身愧比雙南金”의 글귀가 있음. 여기서는 추사가 김씨이기 때문에 ‘自比’라는 말을 쓴 것임.
[주D-004]일적 : 조가(趙嘏)의 시에 “殘星數點雁橫塞 長笛一聲人倚樓”라는 글귀가 있는데 여기서는 조인영ㆍ조수삼이 다 조씨이므로 비유한 것임.
[주D-005]작은 술 깃대[小帘] : ‘帘’은 주기(酒旗)로서 작은 술집을 말함.
[주D-001]낭간이라 지초 : 선인(仙人)의 낙원(樂園)을 말함. 소식의 시에 “芝艸琅玕培福地 瓊雲寶露潤仙林”이라 하였음.
[주D-002]낡은 …… 있고 : 주 74) 참조
[주D-003]쌍남 : 쌍남금(雙南金)을 말함. 두보의 시에 “袞職曾無一字補 許身愧比雙南金”의 글귀가 있음. 여기서는 추사가 김씨이기 때문에 ‘自比’라는 말을 쓴 것임.
[주D-004]일적 : 조가(趙嘏)의 시에 “殘星數點雁橫塞 長笛一聲人倚樓”라는 글귀가 있는데 여기서는 조인영ㆍ조수삼이 다 조씨이므로 비유한 것임.
[주D-005]작은 술 깃대[小帘] : ‘帘’은 주기(酒旗)로서 작은 술집을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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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칠언절구(七言絶句) | ||||
수락산(水落山)으로 청은(淸隱)을 찾아가다 길을 잃었다. 30리쯤 갔을 때에 계곡의 근원이 비로소 다하고 길에 드리워진 복숭아 열매가 있었다. 가지를 휘어잡아 열매를 따서 먹으니 주린 배가 불렀다. 2수 |
온종일 험한 길 걸어 개울 하나 건너니 / 竟日崎嶇渡一溪
저녁 바람이 기이한 새 울음 불어 보내네 / 晩風吹進怪禽啼
산길 다한 바위 모퉁이의 복숭아꽃 나무 / 山窮石角桃花樹
가을 열매 주렁주렁 나그네 향해 드리웠네 / 秋實離離向客低
둘
맹수들 막 지나가 발자국 마르지 않았는데 / 虎豹新過跡未乾
구름 깊은 어느 곳이 도인 사는 집이런가 / 雲深何處道人壇
수목들 하늘에 닿아 길이 없는가 했더니 / 參天樹木疑無路
고요히 보건대 날다람쥐 바위 사이 숨네 / 靜看蒼鼯竄石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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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 ||||
천준 상인(天俊上人)이 수락산(水落山)으로부터 나를 찾아왔기에 서계(西溪)의 소식을 반갑게 듣고 그 시축(詩軸) 안의 시에 차운하여 그에게 주다 2수 |
늘그막에 맑고 그윽함만 좋아하니 / 衰年一味愛淸幽
중의 시축이 속인의 시처럼 보이네 / 僧軸猶嫌近俗流
초옹이 애써 날 찾도록 하였으니 / 爲被樵翁勤指送
몽당붓 끼적이는 일 그만둘 수 없네 / 試拈枯筆不能休
서계(西溪)가 ‘초수(樵叟)’라고 자호(自號)하였다.
수락산 서쪽에 있는 석림암에서 / 石林庵在水山西
몇 해 전 반달 정도 지낸 적 있지 / 頃歲曾爲半月棲
희미한 늙은이 심회로도 못 잊어 / 黯黯老懷忘不得
이따금 꿈결에 운계를 돌아보네 / 有時魂夢繞雲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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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 ||||
약천(藥泉) 남 상국(南相國) 구만(九萬) 에 대한 만사 |
서계의 풀 묵은 지 몇 년이나 지났던가 / 西溪宿草幾回春
공이 또 바람처럼 저승으로 떠났구려 / 公又飄然去返眞
동갑내기 늙은 몸은 아직도 죽지 않고 / 雌甲殘生猶未死
부러워서 물끄러미 하늘 바라본다오 / 不堪長羨望蒼旻
[주C-001]남 상국(南相國) : 남구만(南九萬 : 1629 〜 1711)으로 본관은 의령(宜寧), 자는 운로(雲路), 호는 약천 또는 미재(美齋)이다. 송준길(宋浚吉)의 문하에서 수학하였으나 소론(少論)의 영수로 숙종 대에 환국(換局) 정국에서 정치적 파란을 겪기도 하였다. 영의정을 지냈으며 국정 전반에 걸쳐 경륜을 펼쳤고 문장에도 뛰어났다. 저서로 《약천집(藥泉集)》, 《주역참동계주(周易參同契註)》가 있다. 시호는 문충(文忠)이다.
[주D-001]서계(西溪)의 …… 지났던가 : 서계의 풀은 박세당(朴世堂) 무덤의 풀을 가리킨다. 박세당이 양주(楊州) 수락산(水落山) 서쪽 골짜기 석천동(石泉洞)으로 물러가 지내면서 자호를 서계초수(西溪醮叟)로 삼은 바 있다. 박세당은 1703년에 세상을 떠났다.
[주D-001]서계(西溪)의 …… 지났던가 : 서계의 풀은 박세당(朴世堂) 무덤의 풀을 가리킨다. 박세당이 양주(楊州) 수락산(水落山) 서쪽 골짜기 석천동(石泉洞)으로 물러가 지내면서 자호를 서계초수(西溪醮叟)로 삼은 바 있다. 박세당은 1703년에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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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류(詩類) | ||||
양주(楊州) 수락산(水落山) 도중에서 짓다. |
비 갠 강 하늘에 달은 사람 눈썹만 하고 / 雨霽江天月似眉
양성의 돌아가는 길은 실낱보다 가늘지만 / 楊城歸路細於絲
깜깜하고 인가가 먼 걸 걱정하지 않음은 / 不愁昏黑人家遠
눈처럼 환한 해당화가 눈을 비춘 때문일세 / 照眼棠花白雪奇
송산의 산 아래 비가 처음 개고 나니 / 松山山下雨新晴
벼논엔 물 가득코 보리 고랑은 푸르구나 / 稻田水白麥溝靑
작은 둑의 버들은 아무도 관섭할 이 없어 / 小堤楊柳無人管
저물녘 실바람에 개지만 절로 떨어지누나 / 日暯微風絮自零
잔 모래 흰 돌 깔린 조그마한 강 굽이엔 / 細沙白石小回灣
연한 풀 그윽한 꽃에 저문 빛이 차가워라 / 嫩草幽花暮色寒
그 몇 번이나 수락산 앞을 지나다니면서 / 幾番水落山前過
높다랗게 우뚝 선 모습을 쳐다보았던고 / 玉立崔嵬仰面看
김시습(金時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