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詩/귀거래사에 화답한시

귀거래사에 화답하여 지은 시[和歸去來辭

아베베1 2011. 5. 1. 21:33

 동문선 제1권
 사(辭)
귀거래사에 화답하여 지은 시[和歸去來辭]


이인로(李仁老)

돌아가자 / 歸去來兮
도잠이 옛날에 돌아갔거니 나도 또한 돌아가리 / 陶潛昔歸吾亦歸
해자[隍]의 사슴을 얻은들 무엇이 기쁘며 / 得隍鹿而何喜
새옹이 말을 잃은들 무엇이 슬프리 / 失塞馬而奚悲
불나방이 불에 덤벼들어 제 죽을 줄 모르고 / 蛾赴燭而不悟
망아지 틈을 지남을 따를 수 없네 / 駒過隙而莫追
손잡고 친하자고 맹세하더니 / 纔握手而相誓
머리도 채 돌리기 전에다 틀려지누나 / 未轉頭而皆非
시들은 국화를 따서 먹고 / 摘殘菊以爲飡
찢어진 연잎을 모아 옷 만들자
/ 緝破荷而爲衣
이미 무하유향에 돌아왔거니 / 旣得反於何有
현미함을 뉘 다시 움직이리 / 誰復動於玄微
달팽이 집이 비록 좁을망정 / 蝸舍雖窄
개미 떼는 다투어 달려 오네 / 蟻陣爭奔
거미줄이 문짝을 얽으며 / 蛛絲網扇
참새 그물을 문에 칠 만하구나 / 雀羅設門
장(藏)과 곡(穀)이 다 잃었으니 / 臧穀俱亡
형 나라 범 나라 어느 것이 존재하는가 / 荆凡孰存
정신으로 말을 삼고 / 以神爲馬
큰 박을 쪼개어 뒤웅박을 삼으려네 / 破瓠爲樽
몸이 도구에 늙는다면 / 身將老於莬裘
즐거움은 상안 못지 않으리 / 樂不減於商顔
사물을 초월하여 거슬림이 없으니 / 遊於物而無忤
몸 붙이는 곳마다 편안키만 하구나 / 在所寓以皆安
물고기는 못물에 잠겨야만 하는데 / 鱗固潛於尺澤
새가 멋모르고 높이 뜬들 하늘문[天關]에 날개 꺾여질손가 / 翅豈折於天關
왜 정욕을 쫓아 밖에서 얻으려 하리 / 肯逐情而外獲
바야흐로 눈 감고 안을 보고 있네 / 方收視以内觀
길은 다 닥치는 데마다 걸림이 없고 / 途皆觸而無礙
흥이 다하면 곧 돌아오리 / 興苟盡則方還
붕새는 만리(萬里)를 무얼 하러 가나 / 鵬萬里而奚適
메추리는 한 가지로도 넉넉한 걸
/ 鷦一枝而尙寬
소를 잡는 백정이 문혜군(文惠君)을 깨우쳤고 / 信解牛之悟惠
바퀴 깎는 대목이 제환공(齊桓公)에게 대답했네
/ 知斵輪之對桓
돌아가련다 / 歸去來兮
노자(老子)가 노닌 데를 물어보자 / 問老聃之所遊
쓰임은 꼭 무용을 기하고 / 用必期於無用
구함은 구함 없음에 지나지 않는 것 / 求不過於無求
나비 날개가 됨사 기쁘거니와 / 化蝶翅而猶悅
오리다리를 연결시키는 것은 걱정거리 / 續鳬足則可憂
그윽한 방에서 흰빛 보고 / 閱虛白於幽室
좋은 밭에 신령한 단을 심자 / 種靈丹於良疇
그림자를 잡음이 곡두와 같음을 알겠으며 / 幻知捕影
뱃전에 표시함은 어리석은 일 / 癡謝刻舟
늑사의 못난 재목 목숨을 보전하고 / 保不材於櫟社
신구의 깊은 구멍에 몸을 편히 할 것이네 / 安深穴於神丘
공명(功名)은 천명(天命)을 기다릴 것이고 / 功名須待命
늘그막엔 돌아가 쉬어야 하리 / 遲暯宜歸休
뜬 구름 자취없이 가는대로 / 任浮雲之無迹
마른 등걸이 물에 둥실 떠 흐르듯이 / 若枯槎之泛流
어허, 그만두자 / 已矣乎
천지간이 차고 빔이 스스로 때가 있네 / 天地盈虛自有時
처신을 고호처럼 하랴 / 行身甘作賈胡留
밥 지으려던 쌀을 건져서 부산히 어디로 가려뇨 / 遑遑接淅欲安之
바람내는 도끼는 영땅의 바탕을 생각하고 / 風斤思郢質
흐르는 물 곡조의 거문고는 종자기를 그리워하네 / 流水憶鍾期
식은 재에 오줌 눈들 더워질 건가 / 尿死灰兮奚暖
그을린 곡식을 뿌린들 싹 돋으랴 / 播焦穀兮何耔
술 마시며 회포를 풀고 / 第寬心於飮酒
시를 지으며 흥을 붙이리 / 聊遣興於作詩
홍진 바라보면 고개가 움츠려들고 / 望紅塵而縮頭
사람의 마음이란 대면해도 정작 구의산인걸 / 人心對面眞九疑


 

[주B-001]사(辭) : 시(詩)도 아니요, 산문(散文)도 아니면서 운문(韻文)이다. 말하자면 시와 병려문(騈儷文)의 중간에 속한다 할 수 있다. 부(賦)와 비슷하나, 사가 음절(音節)과 정서(情緖)를 위주로 한데 대하여, 부는 서술(敍述)을 위주로 한 점이 다르다.
[주C-001]귀거래사 : 진(晉) 나라 도잠[淵明은 字]이 팽택령(彭澤令)으로 있을 때, 순시하러 온 상관인 독우(督郵)에게 머리 숙이기 싫어 즉일로 벼슬을 버리고 전원으로 돌아가면서 지은 것인데, 여기서는 그 귀거래사의 운(韻)과 글자 수에 맞추어 화답한 것이다.
[주D-001]해자[隍]의 사슴 : 정(鄭) 나라 때 어떤 사람이 나무를 하다가 사슴을 잡아 해자[隍]에 감춰두고 기뻐하며 돌아왔는데, 얼마 후에 감춰둔 곳을 깜박 잊어 그 일이 꿈 속에서 일어난 일이거니 생각하고 중얼거리며 돌아오는 것을 다른 사람이 듣고, 그곳을 찾아가 보니 사슴이 있었다. 집으로 가져 와서 그의 아내에게 그 내력을 얘기하고는 “내가 사슴을 얻었으니 그 사람은 참 꿈을 꾼 것이다.”하니, 그 아내가, “당신이 실제로 그 사람을 만난 것이 아니라 꿈 속에서 만난 것이며, 이제 사슴을 얻었으니 당신이 참 꿈을 꾸었소.” 하였다. 그날 밤에 사슴을 잃은 나무꾼이 정말 꿈을 꾸었는데, 그 꿈에 따라 사슴을 가져 간 사람을 찾아내어 송사를 일으켰더니, 재판관이 그 사슴을 각각 반분하도록 하였으며, 뒷날 정군(鄭君)이 이 얘기를 듣고, “그 재판관도 꿈 속에서 그 사슴을 반분하라 한 것이 아니냐.” 하였다는 고사(故事). 《열자(列子)》
[주D-002]망아지 …… 없네 : 세월의 빠름을 말하는 것으로, 이 천지간의 사람의 한 평생이란, 흰 망아지[白駒]가 작은 틈[隙]을 지나가는 것과 같이 잠깐이라는 뜻. 《장자(莊子)》
[주D-003]시들은 …… 만들자 : 굴원(屈原)의 이소(離騷)에서 나온 말로 그의 고결(高潔)함을 나타낸 말.
[주D-004]무하유향(無何有鄕) : 아무 것도 없는 곳. 무위(無爲)의 빈 경지로 장자(莊子)가 그리워하던 이상향(理想鄕)을 말한다.
[주D-005]참새 그물 : 한(漢) 나라 적공(翟公)이 정위(廷尉)가 되자 손님이 문에 가득하더니, 파직되자 문 밖에 참새 그물을 칠 수 있을 만큼 손이 끊어져 한산했다 한다.
[주D-006]장(藏)과 곡(穀) : 장(藏)과 곡(穀) 두 사람이 함께 양(羊)을 치다가 모두 양을 잃었는데, 장은 책을 끼고 글을 읽었고, 곡은 쌍륙(雙六)을 치며 놀았으니, 두 사람의 소업(所業)은 같지 않았으나 양을 잃은 것은 마찬가지다.
[주D-007]형(荊) 나라 …… 존(存)한가 : 초왕(楚王)이 범군(凡君)과 같이 앉았는데, 초왕의 좌우(左右)에서 범(凡)이 망하였다고 세 번 외쳤더니, 범군이 “범(凡)이 망했다는 것이 나의 존(存)한 바를 상실(喪失)시키지 못하며, 초(楚)의 존(存)한 것도 왕의 존한 바를 존하게 하지 못한 것이니, 이로써 본다면 범이 망한 것도 아니고 초가 존한 것도 아니다.” 하였다. 《장자》
[주D-008]정신[神]으로 …… 삼고 : 나를 변화시켜 엉덩이를 수레바퀴로 삼고, 신(神)을 말[馬]로 삼아서 내가 탈 것이다. 《장자》
[주D-009]큰 박[瓠]을 …… 삼으려네 : 혜자(惠子)가 장자(莊子)에게 말하기를, “내가 큰 박[瓠]의 씨앗을 심었더니 열매가 열렸는데, 닷 섬[五石]을 담을 만큼 크고, 물을 담자니 바가지가 찌그러질까봐 들 수도 없으며, 쓸모가 없네.” 하였더니, 장자가 답하기를, “그런 큰 바가지가 있다면 왜 띄움박[樽]을 만들어 강호(江湖)에 띄우지 않는가.” 하였다. 《장자》
[주D-010]도구(菟裘) : 노(魯) 나라 고을 이름[지금의 산동성사수현(泗水縣) 북쪽]인데, 노은공(魯隱公)이 말하기를, “도구에 별장(別莊)을 경영하라. 내 장차 거기에 가서 늙으리.” 하였으므로 은퇴해 살 곳을 말한다. 《좌전(左傳)》
[주D-011]상안(商顔) : 상산(商山)의 꼭대기 진(秦) 나라 말기에 은사(隱士)인 사호(四皓)가 있던 곳으로, 지금 섬서성(陝西省) 상현(商縣) 동남쪽에 있다.
[주D-012]흥(興)이 …… 돌아오리 : 진(晉) 나라 왕자유(王子猶)가 눈 오는 밤에 배를 타고 섬계(剡溪)로 대안도(戴安道)를 찾아 갔으나, 문 앞까지 갔다가 돌아왔는데, 사람이 그 까닭을 물으니, “흥이 나 왔다가 흥이 다해 돌아가니 하필 안도를 보아선 무엇하리오[乘興而來 興盡而去 何必見].” 하였다.
[주D-013]붕(鵬)새는 …… 넉넉한 걸 : 붕새가 9만 리를 낢을 보고 메추리가 웃기를, “저 붕새는 뭘하러 만 리나 남으로 가는고.” 하였고, “메추리는 깊은 수풀에 집을 지어도 한 가지[枝]로 짓는다.” 하였다. 《장자》
[주D-014]소를 잡는 …… 대답했네 : 백정이 소를 잡아 뼈를 가르는 기술을 도(道)에 비유하여 문혜군(文惠君)에게 양생(養生)의 도를 깨닫게 했고, 나무를 깎아 바퀴를 만드는 목수가 제환공(齊桓公)에게, “바퀴를 깎을새 천천히도 말고 빠르게도 않고 손어림으로 알아 마음에 응하나니, 신(臣)이 아들에게 이를 수가 없고 신의 아들도 신에게 받을 수 없는 일입니다. 지금 임금께서 읽고 있는 옛 글도 역시 그 깊은 참뜻을 전하지 못하고, 옛 사람의 찌꺼기에 불과합니다.” 하였다. 《장자》
[주D-015]쓰임[用]은 …… 기(期)하고 : “무용(無用)은 참으로 유용(有用)이 된다.”는 장자(莊子)의 사상에서 나온 말이다.
[주D-016]나비 …… 됨사 : 장주(莊周)가 꿈에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다녔다. 마음에 흐뭇하여 주(周)인 줄을 몰랐더니, 문득 깨고나니, 에그, 장주였다. 《장자》
[주D-017]오리 …… 것은 : 장자(莊子)는, “오리 다리가 비록 짧으나 이으면 근심이요, 학의 다리는 비록 기나 끊으면 섧다.” 하였다. 이것은 자연(自然) 그대로 두자는 것이다.
[주D-018]그윽한 …… 흰빛 : 빈 방이 훤히 빛나는데 길상(吉祥)이 머무른다. 마음이 비는 것을 이른다. 《장자》
[주D-019]좋은 …… 심자 : 사람의 배꼽 밑에 단전(丹田)이라고 하는 곳이 있는데, 선가(仙家)의 양생법(養生法)에 단전에 결단(結丹)한다는 말이 있다.
[주D-020]뱃전에 표시함 : 배를 타고 강을 건너가다가 물에 칼을 떨어뜨리고, 그 떨어뜨린 뱃전에 금을 새겨 칼을 찾으려 하나 배는 떠서 자리를 옮겼으니 찾을 길이 없다. 우활(迂闊)ㆍ고집의 비유이다. 《여씨춘추(呂氏春秋)》
[주D-021]늑사의 …… 보전하고 : 늑사(櫟社)의 큰 나무는 재목이 못되는 까닭으로, 수명(壽命)을 오래 보전한다. 《장자》인간세(人間世)
[주D-022]신구(神丘)의 …… 것 : 들쥐[鼷鼠]가 신구(神丘) 밑에 깊이 구멍을 파고 있어서 사람의 해침을 피한다. 《장자》
[주D-023]처신(處身)을 …… 하랴 : 장사하는 되놈[賈胡]이 보배 구슬을 감추기 위하여 제 배를 가르고 그 속에 넣는다고 하는데, 이것은 재물을 탐하여 제 몸이 죽을 것을 모르는 사람들을 비유한 것이다.
[주D-024]밥 지으려던 …… 건져서 : 공자가 제(齊) 나라를 떠날 때에 바쁘게 떠나느라고 밥 지으려고 담근 쌀을 익히지 못한채 출발했다. 《맹자》
[주D-025]바람내는 …… 바탕 : 춘추시대 초(楚) 나라 서울인 영(郢) 땅의 사람이 백토를 그 코 끝에 매미 날개만큼 엷게 바르고 대목더러 깎으라 하니, 대목이 도끼를 휘둘러 바람을 내며 깎되, 백토만을 깎고 코는 상하지 않았으며, 영 사람은 선 채로 얼굴빛도 변치 않았다. 여기의 바탕은 도끼질을 받는 나무 바탕이란 뜻이다. 《장자》
[주D-026]흐르는 물 …… 그리워하네 : 춘추(春秋) 때 초(楚) 나라 사람 백아(伯牙)가 거문고를 타며 뜻을 높은 산 혹 흐르는 물에 두니, 자기(子期)가 거문고를 듣고 백아의 뜻을 다 알았다. 《여씨춘추》 종자기가 죽자 백아는 세상에 다시 지음(知音)이 없음을 설워하여 거문고 줄을 끊고 평생 다시 거문고를 치지 않았다 한다.
[주D-027]구의산(九疑山) : 일명 창오산(蒼梧山)으로, 순(舜) 임금을 장사한 곳인데, 그 아홉 봉위가 비슷비슷하여 바라보는 과객(過客)의 의심을 자아내므로 그리 일컬음이다. 여기서는 의심이 많다는 뜻으로 썼다. 《한서》

 

 

동문선 제1권
 사(辭)
애추석사(哀秋夕辭)


이숭인(李崇仁)

가을 저녁이 처참하여 / 哀秋夕之慘悽兮
풍우가 몰아쳐 캄캄하네 / 風雨颯其晦冥
깊은 시름을 품고 잠깐 조느라니 / 懷沈憂以假寐兮
내 혼이 둥둥 위로 올라갔네 / 魂聇聇其上征
허공을 가리키며 황홀하여 / 指虛無以恍忽兮
구불구불 길이 있는 듯 하였네/ 若有路乎紆縈
문득 저 하늘에 오르니 / 忽焉升彼蒼兮
옥황님 계신 대궐 엄연했네 / 儼玉皇之高居
네 문을 활짝 열고 오라는데 / 門四闢以招徠兮
그 누가 뒷걸음치며 주저하랴/ 孰云却步而趑趄
내가 들어가 꿇어앉아 말씀아뢰니 / 入余跪而陳辭兮
옥황님 낯빛이 부드럽네 / 皇爲之色敷腴
내가 여쭈오되, “하토의 미신이 / 曰下土之微臣兮
맺힌 마음 펼 길이 없사오이다 / 心菀結猶未得信
전에 제가 강보를 겨우 면해서부터 / 曩余僅免襁褓兮
반드시 옛 사람을 스승삼아 몸이 죽는 한이 있어도 인을 이루라는 / 動必師乎古之人殺身以成仁
중니의 수훈과 / 惟仲尼之垂訓兮
지사는 시궁창에 죽을 것을 잊지 말라는 / 志士不忘在溝壑兮
그(공자)의 말씀, 맹자가 되새겼기에 / 子輿味夫斯言
차라리 힘 부조하여 중도에서 죽을지언정 / 寧力不足而或斃兮
정성스레 마음으로 지켜왔소 / 羌佩服以拳拳
충군과 애국에 뜻으로 오로지 / 忠君與愛國兮
딴 생각이 없었사온데 / 志專專其靡佗
어쩌다 시속 인심이 저리도 험하여서 / 何時俗之險巇兮
곡학과 사심으로 / 學曲而心阿
저를 보기 도마 위의 고기같이 / 視余猶机上臠兮
침 삼키고 이를 가나이까 / 旣鼓吻又磨牙
저 아첨ㆍ중상배 들의 우쭐댐은 / 彼讒諛之得志兮
예로부터 남의 나라를 망치는 것 / 自昔匈人國也
만 번 죽은들 제 무슨 후회있으련마는 / 雖萬死余無悔兮
이 뜻이 안 나타남이 두렵사와 / 恐此志之不白也
가끔 높이 올라 멀리 바라보오니 / 時陟高以瞰遠兮
이 길 버리고 어디를 가오리이까 / 余舍此而安適
어질디 어지신 옥황님 덕으로 / 惟皇德之孔仁兮
저를 이 육침(陸沈 물없이 육지가 그대로 침몰된 것)에서 건져 주옵소서 / 拯余乎陸之沈
눈물이 비처럼 섞여 내리고 / 涕洟交以雨滂兮
가슴이 메어 조아리니 / 謇心噎而欽欽
옥황님이 나의 충곡을 어여삐 여기사 / 皇愍余之深衷兮
오너라, 너 내 말을 듣거라 / 徠爾聽我辭
학문의 도 귀한 것은 / 所貴學之道兮
변통하고 추이한 줄 아는 것 / 能變通而推移
해가 중천에 왔다간 기울게 마련 / 日中則昃兮
달도 차면 이지러지나니 / 月盈而虧
천도도 오래 일정하지 않거니 / 天道亦不可久常兮
인사 어찌 안 그러하리 / 在人事其何疑
세상이 모남을 미워하는데 / 世旣惡夫方兮
네 어찌 궁글게 하지 못하며 / 爾何惜乎爲圓
세상이 백을 숭상하는데 / 世旣尙夫白兮
네 어이 홀로 현을 지키는가 / 爾胡獨守此玄
너의 조난을 불쌍히 여긴다며는 / 我哀爾之遭罹兮
그것은 또한 너의 탓 / 亦惟爾之故也
위험을 떠나 편안하려면 / 欲去危以就安兮
네 길을 돌림이 어떠할꼬 / 盍反爾之道也
내가 묵묵히 물러나 곰곰 생각하니 / 余默退而靜思兮
옥황님의 은혜가 망극하되 / 皇恩之罔極也
나의 첫 마음은 고칠 수 없는 것 / 竊不敢改余之初服兮
일생을 곤궁에 마치리라 / 固長終乎窮阨
나보다 천 년 전 앞서 난 분과 / 前余生之千古兮
뒤에 올 사람들 무궁하네 / 其在後者無窮
내 뜻은 맹세코 못 돌리리니 / 矢余志之不廻兮
옛날 사람 우러르며 몸 닦으리 / 仰前脩而飭躬
온 세상 뭇 사람들 나를 모르니 / 世貿貿莫我知兮
이 글을 지어 스스로 위로하네 / 庶憑辭以自通


 

[주B-001]사(辭) : 시(詩)도 아니요, 산문(散文)도 아니면서 운문(韻文)이다. 말하자면 시와 병려문(騈儷文)의 중간에 속한다 할 수 있다. 부(賦)와 비슷하나, 사가 음절(音節)과 정서(情緖)를 위주로 한데 대하여, 부는 서술(敍述)을 위주로 한 점이 다르다.
[주D-001]봄이 …… 이루라 : 공자가 말하기를, “지사(志士)와 인인(仁人)은 생을 구하기 위하여 인(仁)을 해함이 없고, 몸을 죽여 인을 이룸이 있다[志士仁人 無求生而害仁 有殺身以成仁]” 하였다. 《논어》
[주D-002]지사(志士)는 …… 잊지 말라 : 지사는 구렁에 있음을 잊지 않음[志士不忘在溝壑]. 이것도 공자의 말인데, 맹자가 인용하였다. 언제나 몸이 곤궁하다가 죽어서 구렁에 던져질 것을 각오하고 지조를 지킨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