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언고시(七言古詩/묵죽(墨竹)

묵죽(墨竹)

아베베1 2011. 5. 1. 21:44

동문선 제7권
 칠언고시(七言古詩)
묵죽(墨竹)


우천계(禹天啓)

옛날 어느 해 강해에 쪽배 띄워 /                 昔年江海具扁舟
경치 따라 맑고 그윽한 곳을 두루 찾았네 /     便逐淸景窮淸幽
창랑처럼 비 내리는 밤 외딴 섬에 잤더니 /     滄浪雨夜宿孤洲
사공이 소상강(중국 대의 명승지)의 가을이었다고 일러주더라 / 篙工報道瀟湘秋
성성이 울고 잔나비도 울고 /                      猩猩苦叫猿啾啾
초목은 떨어지고 바람은 쌀쌀한데 /             草木搖落風颼颼
해묵은 대나무가 강 언덕에 비꼈으니 /         爰有古竹臨江流
기욱ㆍ위천(대나무로 이름난 곳)의 것도 겨루기 어렵더라 / 淇隩渭材難等逑
몇 날을 보고 보며 홀로 기뻐하여 /              貪看數日獨夷猶
가슴 속 진토의 시름을 모두 씻어 버렸노라 / 洗盡胸中塵土愁
그 길 요사이는 다시 찾지 못해 /                 邇來飄泊阻重尋
꿈마저 소상강과 동떨어졌더니 /                 歸夢自隔瀟湘濱
어찌 뜻했으리, 오늘 아침 먼지 어린 벽 위에 / 何意今朝塵壁上
한 번 훑어보는 동안 그만 소상강 몸이 될 줄을 / 一覽作我瀟湘身
꿋꿋한 높은 줄기는 더위를 모르겠고 /                 硬直高竿暑不知
삼엄한 몇몇 꼭지는 바람 곧 부는 듯하구나 /         森嚴數朶風欲吹
그대 보았으리, 오후지관에 꽃나무 무성하여 /      君不見五侯池館花木繁
홍색 자색 난간에 부딪히지마는 /                        浮紅浪紫當階軒
그것은 몇 번이고 관개와 배옹의 힘을 받아서임을 / 幾蒙灌漑培養恩
또 보았으리, 금궁옥전의 그림을 /                         又不見金宮玉殿圖畫屯
귀신들이 우글우글 야단법석을 부리는 듯하지만 / 揮攉紛紜神鬼奔
그는 세월이 쌓일수록 소멸되기 쉬운 단청의 흔적이라 / 歲久易滅丹靑㾗
모두 어찌 본디 진토물이 아닌 묵군 같으랴 /               豈如墨君自非塵土物
밤낮, 나와 대가 서로 대하여 양편 다 말이 없어라 /      朝昏相對兩無言


 

[주D-001]오후지관(五侯池舘) : 한(漢)나라 성제(成帝)가 그의 외숙 왕담(王譚) 등 다섯 사람을 동일(同日)에 후(侯)로 봉하여 오후(五侯)라 칭하는데, 여기서는 부귀한 집안이라는 말이다.

동문선 제7권
 칠언고시(七言古詩)
비파행(琵琶行)


우천계(禹天啓)

좁은 복판에 아롱다롱 쌍봉 무늬라 / 小槽斑斑雙鳳紋
옥의 색은 선명하고 금실[金綏]은 붉구나 / 玉色鮮明金縷紅
살금 짚고 힘주어 짚으며 향나무 꼬치 움직이면 / 輕攏重撚動香撥
큰 줄 작은 줄 소리가 같지 않아 / 大絃小絃聲不同
맑은 상조 아담한 운율 극히 분명하고 섬세하여라 / 淸商雅韻極廉細
가냘픈 음운 담담한 곡조 또다시 아기자기하나니 / 微音澹弄還玲瓏
봄 새는 햇빛 받아 도리꽃에 노래하고 / 春禽得暖韻桃李
가을벌레는 비를 안아 오동잎에 우는구나 / 秋蟲抱雨鳴梧桐
그대 보았으리, 호한부인이 한궁을 생각할 때 / 君不見呼韓婦人思漢宮
만 리의 가을바람이 사막 속에 / 萬里秋風沙漠中
깃발은 아물아물, 땅과 하늘이 맞붙고 / 旆旌迢忽地接天
북 피리 처량할 사 서리는 공중에 가득한데 / 簫鼓淒迷霜滿空
머리 긁적거리며 타고 또 타나 듣는 이 기러기뿐인 것을 / 搔首重彈空塞鴻
또 보았으리, 분포의 고운 계집 장사치에게 시집갔는데 / 又不見盆浦妖娘嫁商客
이별 연 년 연파가 가로막아 / 離別年年煙水隔
거미줄 친 문틈에 달빛이 산란하고 / 蠨蛸板屋月紛紛
갈대꽃 강 정자에 바람은 우수수 / 蘆葦江亭風索索
소매 걷고 비파줄 한 번 뜯는 소리 비단 찢는 듯 / 擁袂一抹如裂帛


 

[주C-001]비파행(琵琶行) : 당나라 백낙천(白樂天)이 심양(潯陽: 湓浦)에 귀양가 있을 때에 밤에 강 위에서 비파소리를 들었는데, 비파 타는 그 여인은 장안(長安)의 기생으로 상인(商人)에게 시집와서, 남편이 장사하러 간 사이에 비파로 시름을 하소연하는 것이었다. 백낙천이 시를 지어 주었는데, 그것이 유명한 비파행(琵琶行)이다.
[주D-001]호한부인(呼韓婦人) : 한(漢)나라 궁녀 왕소군(王昭君)이 흉노(匈奴)의 호한야선우(呼韓邪單于)에게 시집가면서 말 위에서 비파를 타서 애절한 심정을 하소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