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언고시(七言古詩/헌 고산 반자(獻高山半刺)

헌 고산 반자(獻高山半刺)

아베베1 2011. 5. 1. 21:50

동문선 제7권
 칠언고시(七言古詩)
헌 고산 반자(獻高山半刺)


주빈(周贇)

흰 구름이 남으로 날아 매일 천 리 / 白雲飛南日千里
길손은 구름을 바라며 끝없이 가네 / 客子望雲行未已
말머리에 부딪는 곳곳의 납매 향기 / 馬頭處處臘梅香
산마다 눈 흘러내리는 물, 모조리 지날 때 / 經盡山山雪溪水
오관이 비록 다 어진 군수이긴 하나 / 五管雖是皆賢侯
두 눈은 항상 가는 기러기만 따랐네 / 雙目祗向征鴻視
고산으로 와 주인을 물으니 / 朅來高山問主人
다들 그는 풍류 귀공자라 하더라 / 共道風流貴公子
한 번 공의 안면을 뵙자 공의 뜻을 알았으니 / 一謁公顔識公意
대우 관곡하여서 내 마음 더욱 기뻤노라 / 待我眷眷心愈喜
오직 흰 밥 푸른 꼴뿐만 아니라 / 不唯白飯與靑蒭
겸하여 미인 시켜 술을 권하니 / 兼使蛾眉勸浮蟻
이때 천기는 가벼이 따스하여 / 是時天氣回微暄
낙수의 봄 물결이 넘실거린다 / 洛水蕩漾春波翻
취기 띠고 죽취사를 물으며 / 倚醉時過竹翠寺
경치 찾아 상마촌에 들렸노라 / 尋幽暗入桑麻村
고산의 놀이 즐거울사 즐거울사 / 高山之遊樂復樂
이 즐거움은 모두 공의 은덕이라 / 此樂盡是吾公恩
어찌하면 공에게 백만 일 머물러서 / 安得留公百萬日
나날이 공 모시고 금 술병 기울일꼬 / 陪公日日傾金尊
금 술병 기울이며 붓을 희롱하며 / 傾金尊弄綵筆
시종 그대와 형제간이 되리라 / 與君終始爲弟昆
그대 보았으리, 문거가 곧은 말하는 미형을 사귄 것을 / 君不見文擧曾收禰衡直
지금까지 천 년 동안 좋은 얘기로 전해오니 / 至今千載流嘉言


 

[주D-001]두 눈은 …… 따랐네 : 공자(孔子)가 위령공(衛靈公)과 이야기하는데, 위령공이 말을 귀담아 듣지 아니하고, 날아가는 기러기를 쳐다보므로 공자는 곧 위(衛)나라를 떠나서 다른 나라로 갔다.
[주D-002]흰 밥 푸른 꼴[白飯淸蒭] : 두보의 시에, “종에게는 흰 밥을 주고 말에게는 푸른 꼴을 주네[與奴飯馬淸蒭].”라는 구절이 있다.
[주D-003]문거(文擧)가 …… 미형(禰衡)을 사귄 것 : 한(漢)나라 공융(공융 자(字)는 文擧)이 미형(禰衡)의 재주를 칭찬하고 깊이 사귀었는데, 미형은 곧은 말로 남을 비평하기로 유명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