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詩/불우헌 정극인

불우헌곡(不憂軒曲) 정극인의 불우헌집 (펌)

아베베1 2011. 5. 15. 17:23

 

 

 

 

불우헌집 제2권

 가곡(歌曲)

불우헌곡(不憂軒曲) ‘하질다(何叱多)’는 우리말로 옮기면 ‘어떠하리잇고[何如]’라는 말이다. ‘위(偉)’와 ‘하여(何如)’를 말한 것은 고려 〈한림별곡(翰林別曲〉의 음절을 사용한 것이다.


산이 사면에 두르고 / 山四回
물이 거듭 감싼 곳 / 水重抱
넓지 않은 선비의 집이 / 一畝儒宮
양지를 향하여 / 向陽明
남창을 열었으니 / 開南牕
불우헌이라 이름하네 / 名不憂軒
왼쪽엔 거문고와 책 / 左琴書
오른쪽엔 바둑과 장기로 / 右博奕
뜻에 따라 소요하네 / 隨意逍遙
아, 즐거워하여 근심을 잊은 광경이 어떠한가 / 偉樂以忘憂景何叱多
평소에 뜻을 세움이 / 平生立志
성현을 사우로 하니 / 師友聖賢
아, 도를 따라 행하는 광경이 어떠한가 -재창- / 偉遵道而行景何叱多 -再唱-

늦게 생원이 되고 / 晩生員
늘그막에 급제하니 / 老及第
천도를 즐기고 천명을 앎이요 / 樂天知命
두 번 훈도가 되고 / 再訓導
세 번 교수가 되니 / 三敎授
사람을 가르치기에 게으르지 않네 / 誨人不倦
집의 글방 세 칸에 / 家塾三間
어린 사람들 모아서 / 鳩聚童蒙
구두를 상세히 말하네 / 詳說句讀
아, 정성들여 잘 가르치는 광경이 어떠한가 / 偉諄諄善誘景何叱多
또한 즐겁지 않은가 / 不亦樂乎
책궤를 짊어진 서생들 있네 / 負笈書生
아, 먼 곳으로부터 이르니 광경이 어떠한가 -재창- / 偉自遠方來景何叱多 -再唱-

거듭 상소하여 / 再上疏
이단을 물리치니 / 闢異端
중용에 의지함일세 / 依乎中庸
예로써 나아가고 / 進以禮
의로써 물러나니 / 退以義
몸을 지킴이 큰 일일세 / 守身爲大
상대의 자리에 들어가고 / 備員霜臺
미원의 직책을 맡았다가 / 具臣薇垣
나이가 많아 벼슬에서 물러났네 / 引年致仕
아, 무거운 짐을 벗은 듯한 광경이 어떠한가 / 偉如釋重負景何叱多
하나의 외로운 신하가 / 一介孤臣
분에 넘치게 임금의 은총을 받았네 / 濫承天寵
아, 거듭 원종공신에 참여한 광경이 어떠한가 -재창- / 偉再參原從景何叱多 -再唱-

밭을 갈아서 먹고 / 耕田食
우물을 파서 마시니 / 鑿井飮
제왕의 힘을 알지 못하네 / 不知帝力
좋은 날을 완상하고 / 賞良辰
빈객을 맞는 자리를 여니 / 設賓筵
형제와 붕우로세 / 兄弟朋友
담소하는 사이에 / 談笑之間
다른 것에 미칠 겨를 없고 / 不遑他及
효제 충신뿐일세 / 孝悌忠信
아, 화락하고 또 위의가 있는 광경이 어떠한가 / 偉樂且有儀景何叱多
춤추고 뛰면서 / 舞之蹈之
성군의 덕을 가영하네 / 歌詠聖德
아, 하늘에 명이 길기를 기원하는 광경이 어떠한가 -재창- / 偉祈天永命景何叱多 -再唱-

이윤(伊尹)의 자임함과 / 尹之任
유하혜(柳下惠)의 화순함에 / 惠之和
내가 능함이 없으나 / 我無能焉
공자의 시의(時宜)와 / 聖之時
안연(顔淵)의 낙도(樂道)가 / 顔之樂
곧 원하는 바일세 / 乃所願也
위로는 하늘을 원망하지 않으며 / 上不怨天
아래로는 사람을 허물하지 않으니 / 下不尤人
마음이 넓고 몸이 편안하네 / 心廣體胖
아, 두려워하지 않고 근심하지 않는 광경이 어떠한가 / 偉不懼不憂景何叱多
해치지도 구하지도 않으니 / 不忮不求
어찌 착하지 않으리 / 何用不臧
아, 옛 가르침을 본받는 광경이 어떠한가 -재창- / 偉古訓是式景何叱多 -再唱-

임진년 / 壬辰歲
사월 초에 / 四月初
기이한 일 있었네 / 抑有奇事
유서가 내려와 / 降諭書
형문에 이르니 / 到衡門
마을에 광채를 보겠네 / 閭里觀光
염결(廉潔)로써 스스로 지켜 / 廉介自守
알려지거나 영달하길 구하지 않고 / 不求聞達
어린 사람을 가르친다 하셨네 / 敎誨童蒙
아, 과분하게 포장을 받는 광경이 어떠한가 / 偉過蒙褒獎景何叱多
특별히 삼품을 더하시고 / 特加三品
때로 은혜로이 보살피라 하시니 / 時致惠養
아, 성은이 깊고 무거운 광경이 어떠한가 -재창- / 偉聖恩深重景何叱多 -再唱-

즐거울진저 / 樂乎伊隱底
불우헌이여 / 不憂軒伊亦
즐거울진저 / 樂乎伊隱底
근심하지 않는 사람이여 / 不憂人伊亦
아, 이 좋은 노래를 지어 세상 시름 잊은 광경이 어떠한가 / 偉作此好歌消遣世慮景何叱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