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詩/다산 정약용 시경에 대하여

다산 정약용 선생의 시경에 대하여[詩]

아베베1 2011. 5. 19. 16:02

 

 

 

 

다산시문집 제7권

 시(詩) - 경의 뜻을 읊은 시[經義詩]
시경에 대하여[詩] 5수


고인은 온갖 방도로 임금 마음을 바로잡아   / 古人百計格君心
장님이 외고 악관이 외어 소금에 올렸는데  / 矇誦工歌被素琴
국풍과 소아 대아까지 모조리 가져다가     / 全把國風兼二雅
곧장 임금 간하는 글로 간주하였네          / 直須看作諫書林

풍과 부와 비와 흥이 모두가 풍인데        / 風賦比興都是風
바른 말 하는 체재가 서로 같지 않아라   / 正言體裁不相同
육시를 평등하게 열거하여 조리가 없고   / 六詩平列無經緯
오언을 바칠 때는 공을 칭송하지 않도다  / 納五言時未頌功

기물(器物)에 새겨진 죄악의 사실들도 밉기만 한데 / 鼎彝紀惡尙堪憎
읊어주고 노래로 탄다면 왜 응징(膺懲)이 않되겠나 / 于誦于絃豈不懲
악기는 그대로 있으나 시도가 없어졌기에   / 樂器未遷詩道喪
춘추의 포폄이 이에 서로 이어졌다오        / 春秋袞鉞乃相承

화류가의 음란한 풍은 본디 노래도 없지만 / 猝邪淫冶本無歌
설령 노래가 있다 해도 채집하면 무엇하랴 / 設有謳唫采奈何
순 임금이 지방 순수할 땐 이 법이 없었으니 / 虞帝巡方無此法
누가 태산 모퉁이까지 시를 갖다 바치리오 / 獻詩誰到太山阿

소서가 대모 소모에게 전해 내려왔는데 / 小序傳流大小毛
위굉이 윤색한 건 다 더듬어 찾은 거로세 / 衛宏潤色總摸撈
자양이 벽파한 것은 참으로 호쾌하여라 / 紫陽劈破眞豪快
공자 이후 이천 년간에 견식이 가장 높았네 / 垂二千年隻眼高


 

[주D-001]장님이 …… 올렸는데 : 옛날에 장님은 임금 앞에서 규잠(規箴)이 되는 말을 외고, 악관(樂官)은 임금 앞에서 시(詩)를 외어 임금을 간(諫)했던 일을 이른 말이다. 소금(素琴)은 꾸미지 않은 거문고를 말한다.
[주D-002]육시(六詩) : 《시경(詩經)》의 육의(六義), 즉 풍(風)ㆍ부(賦)ㆍ비(比)ㆍ흥(興)ㆍ아(雅)ㆍ송(頌)을 이른 말이다.
[주D-003]오언(五言) : 인(仁)ㆍ의(義)ㆍ예(禮)ㆍ지(智)ㆍ신(信) 오덕(五德)에 맞는 말로, 즉 임금에게 간하는 말을 뜻한다.
[주D-004]소서(小序)가 …… 내려왔는데 : 소서는 자하(子夏)가 지었다는 《시경》의 각 편(各篇) 첫머리에《서경(書經)》과 같이 쓰여 있는 서문을 대서(大序)와 소서로 나눈 것을 이르는데, 대서와 소서의 구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說)이 있다. 대모(大毛)는 《시경》의 훈고전(訓詁傳)을 지은 전국 시대의 모형(毛亨)을 말하고, 소모(小毛)는 모형의 훈고전을 전수한 한(漢) 나라 때의 모장(毛萇)을 말한다.
[주D-005]위굉(衛宏) : 후한(後漢) 때 사람으로《모시(毛詩)》를 전수받고 시서(詩序)를 더 윤색하였다 한다.
[주D-006]자양(紫陽)이 벽파한 것 : 자양은 주희(朱熹)의 호인데, 벽파했다는 것은 곧 주희가《시경》의 옛 훈고전들을 모두 합하여 취사선택을 가해서 집전(集傳)을 만들어 놓은 것을 가리킨 말이다.

 

 

 

 

다산시문집 제7권
 시(詩) - 경의 뜻을 읊은 시[經義詩]
서경에 대하여[書] 5수

두림의 칠자상서를 굉순에게 전수하여 / 杜林漆序授宏巡
참다운 공벽 유서의 노맥이었는데 / 孔壁遺書路脈眞
이십팔 편을 고밀이 주해하였건마는 / 二十八篇高密注
정관 이후로 행해지지 않은 게 애석하구려
/ 貞觀以後惜沈淪

어떤 물건인지 간사한 무리 매중진이 / 何物姦徒梅仲眞
위순전 가우모로 사람을 퍽이나 속여서 / 僞舜假禹厚欺人
이십오 편을 모두 제멋대로 얽어냈는데
/ 二十五篇都撰了
고경의 글귀도 간혹 여기저기 섞이었었지 / 古經殘句或璘霦

홍문관의 학사요 오경의 스승으로서 / 弘文學士五經材
정의를 모두 칙지에 따라 찬술했는데
/ 正義皆經勅旨裁
청컨대 그대는 치의의 소를 취해 보게나 / 請君看取緇衣疏
한 조각 참다운 심정이 노출되었네
/ 一片眞情露出來

문체의 어렵고 순평함이 경위처럼 판연하여 / 文體艱平判渭涇
자양 부자의 혜안으로 분명하게 살폈는데 / 紫陽慧眼燭分明
전한 후한의 유림전을 엄격히 조사해 보면 / 嚴査兩漢儒林傳
말을 들어 보거나 기색을 살필 것도 없다오 / 不待辭聽又色聽

백 편에 대한 서문복생이 전수한 것을 / 百篇之序伏生傳
공벽보다 앞의 것이라고 반고가 말했어라 / 班固言之孔壁前
애석해라, 간악한 무리 파괴의 손을 만나 / 惜被姦徒離毁手
공자의 진본은 이미 사라져 버렸네그려 / 宣尼眞本已隨煙

[주D-001]두림(杜林)의 …… 전수하여 : 두림은 후한 때의 경학자이고, 굉순(宏巡)은 두림의 제자인 위굉(衛宏)과 서순(徐巡)을 합칭한 말인데, 두림이 일찍이 칠서(漆書)로 된《고문상서(古文尙書)》를 얻어 매우 소중히 간직해 오다가, 마침내 위굉ㆍ서순을 만나 그들에게 전수함으로써《고문상서》가 세상에 전해지게 되었다고 한다.《後漢書 卷27》
[주D-002]공벽 유서(孔壁遺書) : 한(漢) 나라 때 노 공왕(魯恭王)이 궁(宮)을 넓히기 위하여 공자(孔子)의 구택(舊宅)을 헐다가 그 벽(壁) 속에서 얻은 《고문상서(古文尙書)》ㆍ《예기(禮記)》ㆍ《논어(論語)》ㆍ《효경(孝經)》등을 가리킨다.
[주D-003]이십팔 …… 애석하구려 : 고밀(高密)은 후한(後漢)의 정현(鄭玄)이 고밀 사람이므로 그를 이르는데,《금문상서(今文尙書)》이십팔 편(二十八篇)에 대해서 정현이 일찍이 주해(註解)를 해 놓았으나, 당 태종(唐太宗) 정관(貞觀) 연간에 공영달(孔穎達)이 《상서정의(尙書正義)》를 지으면서 동진 원제(東晉元帝) 때 매색(梅賾)이 만든 《위공전(僞孔傳)》만을 오로지 채택하고, 정현의 주해에 대해서는 위작(僞作)이라고 단정하여 이를 배척해 버린 데서 온 말이다.
[주D-004]어떤 …… 얽어냈는데 : 매중진(梅仲眞)은 곧 매색(梅賾)을 가리킴. 중진은 그의 자. 그가 동진 원제에 바친《위공전》은 요전(堯典)ㆍ순전(舜典) 등에 서로 출입(出入)된 구절이 있었고, 위작(僞作)한 것이 모두 25편이었다고 한다.
[주D-005]홍문관(弘文館)의 …… 찬술했는데 : 당(唐) 나라 초기에 공영달(孔穎達)이 칙지(勅旨)를 받들어 여러 학사(學士)들과 함께 오경(五經)의 정의(正義)를 찬술한 것을 이른 말이다.
[주D-006]치의(緇衣)의 …… 노출되었네 : 치의는《예기》의 편명. 치의는 본디 정(鄭) 나라 시(詩)로서 어진 이 좋아하는 것을 노래한 것인데, 치의편의 소(疏)에서 공영달(孔穎達)은 “치의는 어진 이 좋아하기를 후히 함을 훌륭하게 여긴 것이다.” 하였다.
[주D-007]경위(涇渭) : 경수(涇水)는 흐리고 위수(渭水)는 맑으므로, 전하여 사물의 청탁시비를 비유한 말이다.
[주D-008]백 편(百篇)에 대한 서문(序文) : 한(漢) 나라 때 공안국(公安國)의 《고문상서(古文尙書)》 서(序)에 “상고의 글을 상서라 하는데, 백 편의 뜻을 세상에서 들을 수가 없다.[以其上古之書 謂之上書 百篇之義 世莫得聞]”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9]복생(伏生)이 전수한 것 : 복생은 곧 복승(伏勝)을 이름. 복승은 진 시황(秦始皇)이 분서(焚書)할 때 백 편의 상서를 벽 속에 감춰 두었다가 한 나라가 일어난 뒤에 이 글을 찾아보니, 다 없어지고 29편만 남았으므로 이를 가지고 후진을 가르친 결과, 구양생(歐陽生)ㆍ공안국 등에게 전수되었다 한다《漢書 卷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