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詩/도연명집(陶淵明集)》에 실린 음주에

도연명집(陶淵明集)》에 실린 음주에 화운하다

아베베1 2011. 7. 3. 17:31

 

 

 

 

 

             이미지 사진은 수락산 제일의 폭포 금류폭포 매월당 김시습의 암각화인 금동유천 이있는 곳이기도 하고 .. (2011.6.28. 수락산에서)




        

 

          계당에서 우연히 흥이 일어 절구 열 수를 짓다


사방의 산기슭은 붉은빛 비단이요 / 四麓唯紅錦
양옆의 깊은 숲은 푸른빛 비단일세 / 雙林是碧羅
누군들 알았으랴 순박한 이곳이 / 豈知淳朴處
도리어 조화옹의 자랑거리 될 줄을 / 還被化工誇

시냇물 소리 타고 징검다리 건너면 / 彴跨溪聲度
골짝 지세 의지하여 서당이 열려 있네 / 堂依壑勢開
너무 깊고 궁벽하다 남들은 웃지마는 / 從他笑深僻
내 본분에 이만하면 배회하기 넉넉해라 / 素履足徘徊

열어 놓은 거울처럼 연못을 만들고 / 開鏡爲蓮沼
구름을 헤치고서 돌문을 세웠네 / 披雲作石門
실바람 불어 화창한 날인가 하면 / 和風吹澹蕩
때맞춰 오는 비는 봄기운 감도누나 / 時雨發絪縕

바위틈에 솟는 샘물 멀리서 끌어 오고 / 石竇疏泉遠
산기슭 깊은 곳에 집 지으니 그윽해라 / 山根卜宅幽
손님이 오실 제에 험난한 것 걱정하나 / 客來愁絶險
오고 가는 그 길이 진실로 유유해라 / 還往儘悠悠

하루가 다 가도록 구름은 비 머금고 / 盡日雲含雨
새들은 봄을 불러 쉬지를 않는구나 / 移時鳥喚春
깊숙한 산골이라 범을 저어 아니하니 / 山村頗狎虎
시냇길에 오가는 이 만나는 일 드물구나 / 溪路少逢人

베개 베고 꿈속에서 신선되어 놀고 나선 / 已著游仙枕
주역을 읽으려고 창문 열어 두었노라 / 還開讀易窓
천종은 손으로 잡을 것이 못 되어라 / 千鍾非手搏
여섯 벗이 서로들 마음에 맞거니 소나무ㆍ대나무ㆍ매화ㆍ국화ㆍ연꽃과 나를 여섯 벗으로 삼는다.

/ 六友是心降

뻐꾹새는 뻐꾹뻐꾹 농사일을 재촉하고 / 布穀催田務
사다새는 객에게 시름을 자아내네 / 提壺勸客愁
더더욱 어여쁜 건 구름 밖의 학이어라 / 更憐雲外鶴
소나무 꼭대기에 말도 없이 서 있구나 / 無語立松頭

붉은빛 자줏빛은 난만히 쌓여 있고 / 爛熳堆紅紫
푸른빛 초록빛은 청신하게 둘렀는데 / 淸新遶綠靑
우연히 혼자서 석 잔 술 먹고 나니 / 三杯偶獨酌
만사는 본래부터 경영할 것 없구나 / 萬事本無營

병든 몸을 구실 삼아 한가한 몸이 되어 / 因病投閒客
깊숙한 곳 찾아와서 세속 인연 끊고 사네 / 緣深絶俗居
참으로 즐거운 일 무엇인지 알고파서 / 欲知眞樂處
백수가 되도록 경서를 끼고 사네 / 白首抱經書

샘물을 움켜다가 벼루에 따르고서 / 掬泉注硯池
한가로이 앉아서 새로 지은 시를 쓰네 / 閒坐寫新詩
그윽이 사는 취미 스스로 만족하니 / 自適幽居趣
남이 알고 모르고는 탓할 것이 없어라 / 何論知不知

     

    퇴계선생문집 제2권

 

 

 

 

 

 

퇴계선생문집 제1권

 시(詩)
《도연명집(陶淵明集)》에 실린 음주에 화운하다


술 없으면 딱하게도 기쁨일랑 없나니 / 無酒苦無悰
술 있으면 이내 바로 그것을 마신다네 / 有酒斯飮之
한가해야 비로소 즐거움을 얻나니 / 得閒方得樂
즐거운 일 있거들랑 그때 바로 즐겨야지 / 爲樂當及時
훈훈한 저 바람이 만물을 고무시켜 / 薰風鼓萬物
무성한 아름다움 이제 이와 같구나 / 亨嘉今若玆
만물과 내가 함께 즐거움을 누리거늘 / 物與我同樂
가난하고 병든 것을 걱정할 것 있으리 / 貧病復何疑
저 세상 영화로움 내 어찌 모르랴만 / 豈不知彼榮
헛되고 헛된 이름 오래가기 어려워라 / 虛名難久持

나의 생각 닿는 곳 그 자리가 어드메뇨 / 所思在何許
하늘의 끝자락과 대지의 한 모퉁이 / 天涯與地隅
높고도 또 높아라 세상 소리 멀어지고 / 迢迢隔塵響
넓고도 또 넓어라 길은 마냥 이어지네 / 浩浩綿川塗
사람의 인생살이 아침 이슬 같은데 / 人生如朝露
희어는 한순간도 쉬지 않고 몰아대네 / 羲馭不停驅
손에 있는 녹기금은 / 手中綠綺琴
줄 끊어져 슬픔만 남아 / 絃絶悲有餘
오직 하나 잔 속에 채워진 이 술만이 / 獨有杯中物
외로운 이내 삶을 때때로 위로하네 / 時時慰索居

순 임금도 주 문왕도 오래 전에 세상 떠나 / 舜文久徂世
조양에는 봉새가 이르지 않는구나 / 朝陽鳳不至
상서로운 기린마저 이미 멀리 떠났으니 / 祥麟又已遠
말세는 어두워라 정신없이 취한 듯이 / 叔季如昏醉
낙양과 민중 땅을 멀리서 우러르니 / 仰止洛與閩
현인들이 비늘처럼 뒤이어 일어났네 / 群賢起鱗次
내 어이 때 늦고 외진 곳서 태어났나 / 吾生晩且僻
혼자선 귀한 본성 닦을 길을 모르겠네 / 獨昧修良貴
아침에 도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는 말 / 朝聞夕死可
이 말씀 진실로 깊은 뜻이 있구나 / 此言誠有味

우리나라 예로부터 추로라 부르나니 / 吾東號鄒魯
선비들이 모두들 육경을 읽는다네 / 儒者誦六經
그것이 좋은 줄 모르는 이 없건마는 / 豈無知好之
어느 누가 이를 과연 성취해 내었는가 / 何人是有成
높이 뛰어났어라, 정오천이여 / 矯矯鄭烏川
목숨 바쳐 지키며 끝내 변치 않았네 / 守死終不更
뒤를 이은 점필재는 쇠한 사문(斯文) 일으켜 / 佔畢文起衰
도 구하는 선비들 그 문정에 가득했네 / 求道盈其庭
쪽빛에서 나온 청색 쪽빛보다 더 푸르니 / 有能靑出藍
김한훤과 정일두가 서로 이어 울렸네 / 金鄭相繼鳴
그들의 문하에서 섬겨 보지 못했으니 / 莫逮門下役
이내 몸 돌아보며 마음 상해 하노라 / 撫躬傷幽情

술 가운데 묘한 이치 있다고들 하지만 / 酒中有妙理
사람마다 반드시 다 얻지는 못한다네 / 未必人人得
취하여 고함치며 즐거움을 구하는 건 / 取樂酣叫中
그대들의 생각이 잘못된 것 아닌가 / 無乃汝曹惑
잠시 잠깐 거나하게 취기가 올라오면 / 當其乍醺醺
하늘과 땅 사이에 호연지기 가득차서 / 浩氣兩間塞
온갖 번뇌 풀어 주고 인색한 맘 녹이나니 / 釋惱而破吝
괴안국의 영화보다 훨씬 더 나으리라 / 大勝榮槐國
필경 이런 경지를 기다려야 할 것이니 / 畢竟是有待
바람 앞에 도리어 부끄러워 침묵하네 / 臨風還愧默


 

[주D-001]희어(羲馭) : 요(堯) 임금 때에 희(羲)와 화(和)는 해[日]를 맡은 관직이므로, 여기서는 해를 희어(羲馭)라 하였다.
[주D-002]녹기금(綠綺琴) : 한나라 사마상여(司馬相如)가 양왕(梁王)으로부터 하사받은 거문고이다.
[주D-003]낙양(洛陽)과 민중(閩中) : 낙양은 정자(程子), 민중은 주자(朱子)가 살던 곳이다.
[주D-004]추로(鄒魯) : 공자와 맹자가 살던 곳이다.
[주D-005]정오천(鄭烏川) : 정몽주(鄭夢周)가 오천군(烏川君)이다.
[주D-006]김한훤(金寒暄)과 정일두(鄭一蠹) : 김굉필(金宏弼)과 정여창(鄭汝昌)을 말한다.
[주D-007]괴안국(槐安國)의 영화 : 당나라 순우분(淳于棼)이 꿈에 대안국에 가서 남가 태수(南柯太守)가 되어 부귀를 누리다가 깨어 보니 괴목(槐木) 밑에 큰 개미굴이 있었다는 고사가 있다. 《異聞集》
[주D-008]이런 …… 것이니 : 《장자(莊子)》에 이르기를, “열자(列子)가 바람을 타고 공중에 다니다가 보름 만에 돌아왔다. 그러나 이것은 바람을 기다려서야 되는 것이다. 천지(天地)의 정기(正氣)를 타고 무궁(無窮)에 노는 성인(聖人)은 무엇을 기다림이 없이 소요(逍遙)하고 논다.” 하였다. 여기서는 성현(聖賢)은 술이 없이도 도의(道義)의 호기(浩氣)가 가득하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