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신묘년 산행 /2011.7.25. 동네산책

백일홍(百日紅) 에 대한 고시

아베베1 2011. 7. 26. 20:51

 

  요즘 길가 들녁에 피어 있는 백일홍이 만발하고 있다 백일홍은 백일동안 발갛게 핀다는 백일홍은 시내에서도 쉽게 볼수 있는 꽃이기도 하다

  동네주변에 피어있는 한송이의 백일홍의 모습  고전에 의하면  자미화란 기록이 전해온다

   자미화(紫薇花)는 백일홍(百日紅)을 달리 이른 말인데, 당(唐) 나라 때 이 나무를 중서성에 많이 심었던 관계로 중서성을 자미성(紫薇省)이라 이름했고,

   백거이(白居易)가 일찍이 중서 사인(中書舍人)으로 있을 때 지은 자미화 시에 “황혼에 홀로 앉았으니 누가 내 벗이 될꼬, 자미화만이 자미랑과 서로 마주하였네.

  〔獨坐黃昏誰是伴 紫薇花對紫薇郞〕”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자미랑은 곧 중서 사인의 별칭이다.
    사가정  서거정 선생의 사가집의 내용에 

 

 

 

 

 

 목은시고 제34권
 시(詩)
백일홍(百日紅)을 노래하다. 1수(一首)


사시 내내 푸르고 푸른 소나무 잎이라면 / 靑靑松葉四時同
백일 내내 빨갛게 피는 선경의 꽃이로다 / 又見仙葩
百日紅
새것과 옛것이 서로 이어 한 색깔을 이루다니 / 新故相承成一色
조물의 묘한 그 생각은 끝까지 알기 어렵고녀 / 天公巧思儘難窮
서리와 눈 겪으면서 내 마음 더욱 고달픈데 / 經霜與雪心逾苦
여름부터 가을까지 꽃 모습 여전히 농염해라 / 自夏徂秋態自濃
만물은 원래 다른 법 같게 될 수가 있겠는가 / 物自不齊齊者少
흰머리 늙은이 너를 대하며 거듭 탄식하노라 / 對花三歎白頭翁


 

[주D-001]만물은 …… 있겠는가 : 《맹자》 등문공 상(滕文公上)에 “각 존재는 똑같을 수가 없다. 이것이 바로 존재 일반의 속성이다.[夫物之不齊 物之情也]”라는 명제가 나온다.

 

 

사가시집 제4권
 시류(詩類)
영물(詠物) 43수



매화(梅花)
맑고 고운 빛 볼수록 기이하기만 하여라 / 淸艶看看抵死奇
곧은 마음은 달만이 알아주길 허락하네 / 貞心只許月相知
창을 임해선 비낀 그림자를 묘사해내고 / 臨窓描出橫斜影
눈을 띠고는 청수한 자태를 맞이하나니 / 帶雪招邀淡瘦姿
은은한 향기는 콧구멍에 맡기도 좋거니와 / 好借暗香通鼻觀
맑은 기운은 시 생각에 넣기도 넉넉하여라 / 剩分淸氣入詩脾
무단히 나부산의 꿈이나 이루지만 말고 / 等閑莫作羅浮夢
옥젓대 가져다 때로 실컷 불어나 보잔다 / 玉笛時拈滿意吹

행화(杏花)
살구꽃 소식이 다시 한 번 새로워졌어라 / 杏花消息一番新
가지에 붙은 꽃망울 날 다습자 활짝 피누나 / 蓓蕾黏枝暖始繁
널리 펼쳐진 붉은 송이는 햇빛에 연달으고 / 漠漠紅雲連白日
곱고 향기론 흰 꽃잎은 봄기운을 일으키네 / 鮮鮮香雪起靑春
남은 추위는 뼈에 사무쳐 소름이 이는데 / 餘寒砭骨膚生粟
이슬비는 뺨에 젖어 눈물 자국을 띠었네 / 細雨霑腮淚帶痕
다시 달 밝고 성긴 그림자 가득할 때 기다려 / 更待月明疎影滿
좋은 자리에서 실컷 취해 부축하게 하련다 / 勝筵扶醉倩傍人

장미(薔薇)
한 해의 봄놀이가 장미꽃 계절에 이르니 / 一年春事到薔薇
시렁 가득 활짝 피어 스스로 지탱을 못하네 / 滿架離披不自持
몇 번이나 맑은 향기는 나비를 번거롭혔나 / 幾陣淸香煩蝶使
너무나 요염한 빛은 거위 새끼를 능가하는군 / 十分濃艶妬鵝兒
물가에 비친 그림자에 맘이 먼저 설레지만 / 水邊照影心先惱
빗속에 활짝 핀 자태는 완상키 점점 좋아라 / 雨裏繁開賞漸宜
무르녹은 동녘 바람이 끝없이 불어올 제 / 爛熳東風吹不盡
한쪽 뜰에 말없이 서서 시를 재촉하는구나 / 半庭無語要催詩

작약(芍藥)
양주의 진기한 품으로 광릉의 여린 싹을 / 揚州奇品廣陵芽
뜰 가에 두루 심어 화려함을 다투게 하네 / 遍種庭除鬪麗華
아주 좋은 맛은 정녕스레 나비와 통하고 / 至味丁寧通蝶使
강렬한 향기는 진중히 벌을 끌어오누나 / 狂香珍重接蜂衙
바람 앞과 비 온 뒤엔 둘도 없이 요염해라 / 風前雨後無雙艶
천상과 인간 통틀어 제일가는 꽃이고말고 / 天上人間第一花
고금 사신들의 끼친 풍류가 남아 있으니 / 今古詞臣餘韻在
머물러 취하여 읊조리는 것도 무방하겠네 / 不妨留醉費吟哦

모란(牧丹)
동풍의 꽃 소식은 차츰 시들어가는데 / 東風花信欲闌珊
차례로 완상하여 모란꽃에 이르렀네 / 次第尋探到牧丹
깊이 자다가 차례로 깨나는 경국지색은 / 熟睡第酲傾國色
풍류 높은 저택에서 선반을 주관하는데 / 風流甲觀領仙班
좋은 명성은 요위의 집에 대대로 전하지만 / 芳名姚魏傳家有
명화인 황서도 핍진하게 묘사하긴 어렵지 / 妙筆黃徐換骨難
우물이 사람에게 애석한 맘 들게 하여라 / 尤物坐令人愛惜
난교로 곧장 가는 봄을 더 잇고만 싶구나 / 鸞膠直欲續春殘

이화(梨花)
배꽃은 하도 담담하여 요화에 가까워서 / 梨花淡淡襯瑤華
쌓인 눈과 빛 겨루매 등차가 거의 없어라 / 晴雪爭暉强等差
달빛과 섞여서는 온통 은세계를 만들고 / 渾月摠成銀色界
구름을 타고는 곧장 옥황 집에 이르렀네 / 乘雲直到玉皇家
청춘은 한이 많아 미인 넋이 수척해지고 / 靑春有恨瓊魂瘦
깊은 집엔 사람 없이 흰 소매만 비꼈도다 / 深院無人縞袂斜
다시 침수향 찧어서 한 심지 사르노라니 / 更搗水沈薰一炷
뛰어난 향기가 멀리 소아거를 엄습하누나 / 天香遠襲素娥車

해당(海棠)
하룻밤 갠 바람에 해당나무 간들거리더니 / 一夜光風嫋海棠
꽃 활짝 피어 묵묵히 궁장을 기대 서 있네 / 花開脈脈倚宮墻
햇볕 날 땐 기력 시들어 봄잠에 빠졌다가 / 日烘氣力饒春睡
비 오자 정신 차려 일어나 늦단장을 하누나 / 雨借精神起晩粧
화려함에 관심 둠은 도시 흥미일 뿐이요 / 濃艶關心都是味
풍류만을 즐기거니 향기는 바랄 것 없네 / 風流適意不須香
두릉은 참으로 해당에 대한 정회가 없어 / 杜陵可是無情思
소선에게 남겨주어 발양하게 했던 것일까 / 留與蘇仙爲發揚


산다화(山茶花)
추운 겨울에 화기 넘쳐 홀로 꽃망울 맺어 / 歲寒和氣獨胚胎
뭇 꽃보다 뒤늦게야 꼭 절반을 피웠는데 / 却殿群芳恰半開
격조는 절로 높아 서리 온 뒤에 나타나고 / 調格自高霜始見
풍류는 짝할 자 없어 눈과 함께 어울리네 / 風流無伴雪同來
꽃 자태에 몹시 끌려 천 바퀴나 순행하고 / 苦牽花惱巡千匝
향기 시들까 두려워 꿈은 얼마나 깼던고 / 生怕香殘夢幾廻
화당의 병풍에서 본 것이 몹시 생각난다 / 苦憶畫堂屛上看
두어 가지 비낀 그림자 홍매와 나란했었지 / 數枝斜影竝紅梅

자미(紫薇)
사신의 읊조림은 시호에게 의지하련만 / 詞臣吟賞倚詩豪
귀공자 풍류라 가치가 갑절이나 높다오 / 公子風流價倍高
종자는 성원에서 나와 의젓함을 더하고 / 種出星垣增偃蹇
꽃은 궁양처럼 피어 요염함을 자랑하네 / 花開宮樣詫嬌嬈
꽃술은 터지기도 전에 향기 먼저 풍기고 / 檀心未吐香先聞
화려한 꽃 막 피자 그림자 점차 겹치누나 / 錦萼初繁影漸交
별도로 한 그루 있어 서액의 저물녘이면 / 別有一枝西掖暮
해마다 적막하게 우리들을 마주하는구나 / 年年寂寞對吾曹

도미(荼䕷) 국속(國俗)에 이것을 옥매(玉梅)라고 한다.
매화가 한번 가고 미처 초혼도 하기 전에 / 梅花一去未招魂
문득 도미를 보니 매화 골격이 남아 있네 / 忽見荼䕷骨格存
은은한 향기 보내온 뜻은 알 만하거니와 / 遞送暗香知有意
만나 보니 담담한 자태는 수줍기만 해라 / 相逢淡質欲無言
긴 가지는 달 진 뒤의 황혼 그림자 이루고 / 長條月落黃昏影
높은 시렁엔 늦은 봄 흰 눈 흔적이 보이네 / 高架春殘白雪痕
한하지 마소 동성에 비바람 얄궂게 몰아쳐 / 莫恨東城風雨惡
술잔에 꽃잎 팔랑팔랑 날아들어 오는 걸 / 飛來片片入芳樽

동백(冬白)
화신이 다사하여 조물주 권한을 훔쳐다가 / 花神多事竊洪鈞
특별히 세밑에 꽃을 새로이 피우는구려 / 別遣花開歲暮新
꽃망울은 오로지 찬 기운 좋아라 의지하고 / 妙萼全憑寒氣好
고상한 자태는 뭇 꽃들의 추종을 불허하네 / 高標不許衆芳鄰
푸른 새는 가지 위의 눈을 다 털어버리고 / 翠禽拂盡枝邊雪
갈고는 세밑의 봄을 마지막 재촉하여라 / 羯鼓催殘臘底春
천지의 중간에 풍류 운치가 워낙 하찮아 / 天地中間少風韻
그림에 옮겨 놓으니 생기가 절로 감도누나 / 移來畫上欲精神

규화(葵花)
맑고 화창한 좋은 시절 작은 담장 동쪽에 / 淸和佳節小墻東
흰 꽃 붉은 꽃에 자주색 홍색도 섞였는데 / 白白朱朱間紫紅
남은 봄을 내기하여라 사람 술잔이 있고 / 孤注餘春人盞在
나비가 오래 머물러라 꽃 방은 텅 비었네 / 留連戲蝶錦房空
외론 충성은 절로 해를 향하는 뜻 있거니 / 孤忠自有傾陽意
어찌 발 보호하는 공 한 기능만 논할쏜가 / 一技寧論衛足功
불변의 성정은 사물 따라 변하지 않나니 / 恒性不曾隨物變
구구한 도리 따위는 겉만 꾸밀 뿐이고말고 / 區區桃李謾嬌容

국화(菊花)
백로 내리고 국화 핀 또 한 해의 가을이라 / 白露黃花又一秋
동쪽 울타리 고상한 흥취를 걷잡기 어렵네 / 東籬雅興浩難收
아침 내내 따 보았자 한 움큼도 안 차지만 / 終朝採得不盈掬
구일에 꽂고 돌아올 땐 머리에 가득하겠지 / 九日揷歸須滿頭
삼경의 맑은 바람은 이제는 아득하지만 / 三徑淸風今渺渺
남산의 좋은 기운은 석양에 유유하여라 / 南山佳氣晩悠悠
꽃 먹고 이슬 마심은 다 부질없는 일이니 / 飧英飯水渾閑事
국화꽃 딸 땐 큰 술잔 가득함도 겸해야지 / 掇取時兼太白浮

사계화(四季花)
천박하고 화려한 꽃 별안간 피고지고 하여라 / 浪蘂浮英瞥眼催
네가 사계절을 차지하여 피는 게 가련하구나 / 怜渠占得四時開
모란꽃은 봄 한 철의 약속만 있을 뿐이요 / 牧丹謾有三春約
무궁화는 단 하루만 화려할 뿐이로다 / 木槿空爲一日媒
절서는 유유한데 꽃이 그 몇 번이나 피던고 / 節序悠悠花幾度
풍류는 끊임없어 백번 천번을 완상하나니 / 風流袞袞賞千回
문장 반마의 향기를 훈자하는 솜씨로써 / 文章班馬薰香手
서로 마주해 시 읊어 탈태를 하고 싶어라 / 相對吟詩欲奪胎

백일홍(百日紅)
후원에다 진중히 백일홍을 심어 가꾸어 / 後園珍重爲栽培
무수한 꽃들이 자유자재로 활짝 피었네 / 無數繁英自在開
나비는 수시로 향기를 마시고 떠나는데 / 粉蝶有時香啑去
난새는 어느 날 밤에 씨를 물고 왔던고 / 靑鸞何夕子銜來
빨간 빛깔은 백 일을 내내 지탱하거니와 / 猩紅百日垂垂盡
갈고는 두세 가지를 자꾸만 재촉하누나 / 羯鼓三枝故故催
거센 바람에 당부하노니 열심히 보호하여 / 說與狂風勤護惜
이끼 사이에 거꾸러져 떨어지게 말지어다 / 休敎顚倒落莓苔

삼색도(三色桃)
사물 이치란 끝내 가지런히 할 수 없거니와 / 物理參差竟莫齊
한 가지에 세 빛깔은 누가 단서를 만들었나 / 一枝三色孰端倪
앞뒤에서 서로 피어 깊고 얕음이 있는데 / 開因前後有深淺
꽃은 절로 희고 붉어 높낮이를 겨루누나 / 花自白紅爭仰低
화려한 꽃잎 떨어져라 용 비늘이 부서진 듯 / 錦萼擺殘龍碎甲
뛰어난 향기 불어대라 사향 배꼽을 태운 듯 / 天香吹盡麝然臍
해마다 춘풍의 면목을 여전히 갖추는지라 / 年年依舊春風面
은자의 옛길 찾고픈 맘을 불러일으키네 / 喚起幽人訪故蹊

금전화(金錢花)
천지의 용광로가 새로운 걸 주조해 내니 / 天地洪爐鑄出新
미인에게 던져주어 기이함을 팔게도 하네 / 擲來花步衒奇珍
손의 웃음 얻으려거니 어찌 값을 논하랴 / 賭將客笑何論直
봄 경치를 사자면 꿰미도 안 따지고말고 / 買取春光不計緡
궁항에서 필 땐 빈민 구제를 생각게 하지만 / 窮巷開時思濟乏
금문에서 흩는 곳엔 바로 신명과 통한다오 / 金門排處是通神
사물이 유용한 게 되레 무용하게 된다면 / 物如有用還無用
세상에 온통 거짓과 진실이 혼동되리라 / 世上滔滔混贗眞

옥잠화(玉簪花)
고야 선인의 부드러운 골격 빙설 같아라 / 姑射仙人雪骨柔
우뚝한 쪽머리에 옥소두를 비껴 꽂았네 / 雲鬟斜揷玉搔頭
서풍이 살살 불어와 가을 풍광은 하 좋고 / 金風剪剪秋光好
휘영청 밝은 달 아래 밤 기운은 경쾌한데 / 璧月輝輝夜氣浮
백화향 반혼향은 꿈속에 은은히 들어오고 / 百和返魂香入夢
자리 가득 석 줄 행렬은 모두가 우물일세 / 三行滿坐物皆尤
꿈속에 나비를 따라 꽃 사이를 헤쳐가면 / 夢隨蝴蝶穿花去
한량없는 풍류를 끝없이 즐겨도 보련만 / 無限風流未罷休

연화(蓮花)
맑고 얕은 작은 못엔 찬 물이 담겼는데 / 盆池淸淺貯寒塘
연꽃 송이송이마다 유달리도 향기로워라 / 柄柄荷花到死香
맑게 선 푸른 줄기는 석양풍에 흔들리고 / 濃綠晩風搖淨植
붉은 꽃은 갠 날에 맑은 광채 물에 잠겼네 / 膩紅晴日蘸澄光
넋은 낙포로 돌아가라 물결 타는 버선인 듯 / 魂歸洛浦凌波襪
목욕 끝낸 양 귀비 화장 모습 물에 비친 듯 / 浴罷楊妃照水粧
후일에 열 길이나 크게 피기를 기다려서 / 待得他年開十丈
차고 단 맛을 손과 함께 나누어 맛보련다 / 冷甛分與客同嘗

척촉화(躑躅花)
철쭉꽃은 하 빨갛게 피눈물 흔적 있어라 / 躑躅紅酣血淚痕
학림사에 응당 예전의 넋이 돌아왔으리 / 鶴林應復舊時魂

산 남쪽 산 북쪽은 서로 마주해 비치고 / 山南山北映相似
봄비 봄바람 속엔 꽃들이 한창 피는데 / 春雨春風開正繁
꽃 소식 지기 전에 푸른 절벽이 연달아라 / 香信未銷連翠壁
무수한 봄의 풍광은 붉은 꽃과 막히었네 / 韶光無數隔紅雲
해마다 두견화 피면 서글프기 그지없어라 / 年年花發堪惆悵
촉제의 일천 소리가 원통함을 호소함일세 / 蜀魄千聲政訴寃

거상화(拒霜花)
서풍이 기러기를 불어 새벽에 날아갈 제 / 西風吹鴈曉來過
붉은 먹으로 한 점 찍은 듯 빨갛게 피었네 / 滴露硏朱點一窠
서자가 가슴 우두고 요염한 취태 부린 듯 / 西子捧心矜醉艶
미녀가 서리 능가한 꽃으로 탈바꿈한 듯 / 靑娥換骨傲霜華
맑고 찬 그림자는 가을 계수나무와 나누고 / 影分淸冷三秋桂
향기는 요염한 국화의 계절까지 이르나니 / 香到嬌嬈九日花
부용꽃을 가지고 애써 구별하지 말지어다 / 莫把芙蓉强分別
참신한 붉은 꽃이 절로 일가를 이뤘고말고 / 斬新紅蘂自成家

치자화(梔子花)
담복이 어느 해에 옛 가지를 떠나왔던고 / 薝蔔何年辭故枝
딴 집에 옮겨 놓으니 그대로 무성하구나 / 移來別院故依依
육판으로 형성된 꽃 종류는 흔치 않거니와 / 花開六出無多種
천층으로 겹친 잎은 또 하나의 기이함일세 / 葉鬪千層又一奇
향내는 선승의 참선 석상에 실컷 풍기고 / 香鼻飽參禪老味
좋은 명성은 두릉의 시에 몽땅 들어갔네 / 芳名都入杜陵詩
완상하는 마음이 동풍과 서로 막히어서 / 賞心正與東風隔
꽃 피고 열매 맺은 때에야 보게 되었구나 / 看到初開結子時

죽(竹)
한 집에 푸른 옥 일만 장대가 길기도 해라 / 一軒蒼玉萬竿脩
갑옷과 칼날 창창하게 형세 서로 빽빽하네 / 甲刃摐摐勢自稠
붉은 죽순은 반쯤 자라 안개비에 묻히고 / 紫籜半均霏細霧
높은 대 끝은 간들간들 가을을 움직이네 / 粉梢危拂動高秋
봉률이 궁상에 조화됨을 한가로이 듣고 / 閑聞鳳律宮商合
깊은 골짝의 용 울음도 시험 삼아 듣노라 / 試聽龍吟洞壑幽
굳은 절개 곧은 맘은 덕에 짝해야거니와 / 勁節貞心宜配德
종유한 이는 더구나 양구가 있었음에랴 / 同遊況復有羊裘

난(蘭)
연중 내내 유정한 자태 지킴을 존경하노니 / 崇宗終歲守幽貞
눈길에 수레 돌려라 덕의 향기를 알겠네 / 雪徑回輿認德香
훈도됨이 방에 듦과 같음을 알아야 하련만 / 要識薰陶同入室
좋은 경사 전하여 일찍이 뜰에도 자랐었지 / 爲傳嘉慶早生庭
거문고 잡은 당일엔 공자가 상심했거니와 / 操琴當日傷尼聖
꿰어 찬 건 그 어느 때 초경에 들어갔던고 / 紉佩何年入楚經
빛과 향이 되레 궁벽함을 몹시 사랑하노니 / 酷愛色香還是僻
외물로 그 심령을 거리끼게 하지 말지어다 / 休敎外物累心靈

파초(芭蕉)
신령한 싹 길러 내니 부채 그림자 길어라 / 養得靈苗扇影長
푸른 잎에 바람 부니 향기가 살살 풍기네 / 風吹微綠細生香
잎은 능히 말고 펴라 어찌 막힌 적 있던가 / 葉能舒卷何曾礙
더구나 속은 절로 텅 비어 상도가 있음에랴 / 心自通靈況有常
뚝뚝 밤비 소리 들림은 이미 기뻐했지만 / 已喜丁東留夜雨
가을 서리에 떨어지는 건 견디기 어려워라 / 不堪零落顫秋霜
십 년 동안 맘속의 무한한 강남의 흥취를 / 十年無限江南興
서창의 한 가지 서늘한 자미에 부치노라 / 寄與西窓一味涼

훤(萱)
당 북쪽에서 생장한 지 그 몇 해이던고 / 生從堂北幾春秋
비와 이슬에 젖어 자유자재로 자라누나 / 雨露霑濡得自由
약보에선 예전에 성정 기른다고 들었는데 / 藥譜舊聞能養性
풀이름은 지금 망우초라 한 게 기쁘구려 / 草名今喜是忘憂
영맥에 물 후북이 주면 꽃이 일찍 피고요 / 水澆靈脈花開早
떨기를 잘 보호하면 잎도 촘촘히 나오네 / 欄護幽叢葉出稠
합환초 얻자마자 공효 이미 신묘하여라 / 纔得合歡功已妙
나군 서대 따위는 다 부끄러워할 뿐이리 / 羅裙書帶摠含羞

회(檜)
자욱한 연무 속에 옥처럼 영롱한 것이 / 細煙蒼霧玉玲瓏
지절도 당당하여라 기가 절로 웅장한데 / 志節堂堂氣自雄
뿌리는 용사처럼 땅속 깊이 서려 있고 / 根作龍蛇盤厚地
넋은 천둥을 따라 창공에 높이 솟았네 / 魂隨霹靂上靑空
둥근 일산은 뜨락의 달빛 아래 드리우고 / 圓幢自偃空庭月
맑은 소리는 때로 한밤중 바람에 들리네 / 虛籟時聞半夜風
높은 재목이 세상에 많이 쓰임을 믿겠어라 / 自信高材多世用
추운 겨울에 고고하게 홀로 우뚝 서 있누나 / 高孤獨立歲寒中

만년송(萬年松)
한 난간 푸르름을 우뚝한 솔에 의지하여라 / 一軒蒼翠倚崚嶒
몸과 맘이 눈서리 견딘 게 그 몇 해이던고 / 霜雪心顔閱幾齡
용의 몸통 같은 줄기는 육척을 부지하였고 / 斡露龍身扶六尺
봉의 꼬리 같은 가지는 천층을 우뚝 솟았네 / 枝掀鳳尾矗千層
은하를 능가할 장한 뜻 스스로 과시하거니 / 自多壯志凌高漢
뜨락에 섰는 기이한 자태를 누가 굽힐쏜가 / 誰屈奇姿在半庭
깊은 땅에 뿌리박고 우로를 흠뻑 입어서 / 得地深根承雨露
변함없이 고고하게 사시사철을 푸르구나 / 高孤不改四時靑

오동(梧桐)
어느 해에 역산 남쪽에서 옮겨왔던고 / 何年移自嶧山陽
새로운 가지가 나서 백척이나 자랐네 / 生長孫枝百尺長
낙엽은 바람에 날려 옥 섬돌을 두드리고 / 落葉隨風敲玉砌
그림자는 달 아래 우물 난간을 지나누나 / 濃陰得月度銀牀
정원에 첫 서리 내려 가을은 저물어가고 / 新霜院落秋光老
기나긴 밤 창 앞엔 비 올 기미가 서늘하네 / 永夜軒窓雨氣涼
긴 장대로 흔들어 다 떨어뜨리지 말라 / 莫遣琅玕搖落盡
남겨두어 난봉이 모이기를 기다리련다 / 會須留與集鸞鳳

양류(楊柳)
궁중의 흰 매화 지고 눈이 점점 녹을 제 / 玉謝宮梅雪漸澌
동풍이 버들에 불어 금실 꼬아 드리우네 / 東風吹柳撚金垂
푸른 그늘은 꾀꼬리 소리를 막지 않지만 / 綠陰不礙流鸎語
푸른 실은 늘 준마의 울음을 재촉하누나 / 碧縷頻催駿馬嘶
못가에 해 길어라 버들개지는 날아 다하고 / 池館日長飛絮盡
동산에 비 개자 가지는 졸다 더디 일어나네 / 園林雨歇起眠遲
해마다 고상한 풍류를 챙기는 마당에 / 年年管領風流地
사람이 꺾어 증별했단 건 못 믿겠도다 / 未信人間贈別離

단풍(丹楓)
하룻밤 새에 서원의 찬 이슬 맞고 시들어 / 一夜西園玉露彫
가을 경치 가져와 숲 끝이 빨갛게 물들어라 / 紅扶秋色上林梢
맑게 아침 햇살 받으면 비단보다 더 붉고 / 淨兼朝日紅於錦
시름겨이 저녁놀 대하면 빨갛게 타오르네 / 愁對殘霞爛欲燒
돌길에 수레 멈추면 시가 정히 이뤄지건만 / 石逕停車詩正就
옥산이 지팡이 짚은 건 그려내기 어려워라 / 玉山扶杖畫難消
생각난다 일찍이 강 머리서 손 보낼 적에 / 憶曾送客江頭路
무단한 서릿바람에 기러기 높이 날던 것이 / 剗地霜風雁正高

포도(葡萄)
무성한 넝쿨에 무너진 시렁 다시 붙들어주니 / 枝蔓離披倒復扶
검은 구름 땅에 내려라 용 수염이 어둑하네 / 黑雲垂地暗龍鬚

청풍은 시렁에 가득해 가을은 저물어가는데 / 淸風滿架秋將晩
처마의 나직한 햇볕엔 그늘이 이미 펼쳐졌네 / 白日低簷蔭已敷
잎새 밑에는 마유가 주렁주렁 드리워졌고 / 葉底纍纍垂馬乳
쟁반 안에는 여주가 하나하나 굴러다니네 / 盤中一一走驪珠
언제나 강호의 포도를 두루 얻어 모아서 / 何時乞遍江湖種
술 빚어 일천 잔으로 낙노를 압도해볼꼬 / 釀酒千鍾倒酪奴


석류(石榴)
분재한 석류 오월에 핀 꽃 보기도 좋아라 / 喜見磁盆五月花
가을이면 좋은 열매가 번화를 독차지하네 / 秋來佳實擅繁華
쭈글쭈글한 꽃잎은 불이 훨훨 타듯 환하고 / 金房皺盡明如燒
촘촘히 박힌 씨알은 불에 달군 모래 같아라 / 玉粒排殘火點砂
쪼개노라니 손톱엔 서리 가득함이 놀랍고 / 劈破忽驚霜滿爪
씹어 먹으니 치아엔 눈이 번득임을 알겠네 / 嚼來猶認雪翻牙
그대에 의해 문원의 소갈병도 풀겠거니와 / 憑君頓解文園渴
당년에 한의 떼 타고 온 것도 기억나누나 / 記憶當年逐漢査

정자(棖子)
정원의 정자 나무는 손으로 붙잡을 만하고 / 刺樹中庭手可攀
청색 황색 반반의 열매는 막 동실동실한데 / 靑黃一半子初圓
열매의 향기 압도할 제 향 연기 자욱하고 / 金丸香壓煙初重
껍질엔 찬 기운 생겨라 이슬이 덜 말랐네 / 玉殼寒生露未乾
괜히 물성을 말하면서 형회를 구별하지만 / 謾言物性荊淮別
응당 좋은 명성은 귤과 유자의 중간이라오 / 應有芳名橘柚間
인간엔 예로부터 맛을 겸한 게 없거니와 / 人間自古無兼味
너는 끝내 신맛 하나만 가진 게 우습구나 / 笑汝生來只一酸

시자(柿子)
가을이라 서리 맞은 감 반쯤 불그레한데 / 秋來霜柿半傳紅
일만 덩이가 똑같이 둥근 게 의아스럽네 / 却訝勻圓萬顆同
주조가 쫀 나머지에 붉은 알은 익어가고 / 朱鳥啄餘赬卵熟
촉룡이 촛불 비추어 화주는 타는 듯하네 / 燭龍銜照火珠烘
새벽 별 반짝일 때 밝은 빛은 막 동하고 / 曙星垂耀明初動
벌꿀과 단맛 나뉘어 맛은 정히 조화롭네 / 崖蜜分甛味正融
소반 가운데 온갖 과실들이 무안할레라 / 百果盤中少顔色
칠절을 겸하여 신의 공력 독차지했으니 / 能兼七絶擅神功

화합(華鴿)
수놓은 비단 휘장은 구슬 창에 비치는데 / 綉圍羅幕映珠櫳
촘촘한 우리에서 비노를 풀어 내놓았네 / 閑放飛奴出細籠
화려한 등은 꽃처럼 밝아 햇빛에 번득이고 / 錦背花明翻晝景
방울 소리는 거센 바람에 창공을 울리누나 / 金鈴風緊響雲空
친구에게 서신 전함은 은정이 참 좋은데 / 傳書故舊恩情好
뜰에서 먹이 주워 먹는 본성은 똑같구나 / 得食庭除意趣同
집닭과 같은 부류로 간주하지 말지어다 / 莫把家鷄一樣看
특이한 색채가 분명히 무리에 뛰어나거니 / 分明異彩出群中

금계(錦鷄)
연못에 봄이 와서 푸른 물결이 출렁거리면 / 春入芳塘漾綠漪
수많은 금계들이 화창한 햇볕을 즐기어라 / 錦鷄無數弄晴暉
맑은 물결 위에선 둘둘이 서로 날아 비치고 / 波明兩兩飛相照
다스운 모래톱에선 쌍쌍이 물가를 따르네 / 沙暖雙雙水政依
연꽃을 건드릴 땐 하얀 부리가 향긋해지고 / 戲動小荷香玉觜
떨어진 꽃잎은 화려한 날개를 시샘도 하지 / 吹來落蘂妬花衣
날개의 화려한 문채를 스스로 과시하건만 / 自多羽翼文章異
거위 오리 틈새에선 봐주는 이가 드물구나 / 鵝鴨池邊省見稀

여학(唳鶴)
부구공의 흰 학은 눈이 번쩍 뜨이는데 / 浮丘霜鶴眼增明
정원의 솔에 평온히 부쳐 있길 허락하였네 / 許寄庭松穩不驚
달 밝은 솔 가지에선 찬 그림자 번득이고 / 月在高枝翻冷影
이슬 맺힌 솔잎에선 울음소리 급하여라 / 露團疎葉警寒聲
화표주에 돌아와선 천년의 말을 남겼고 / 歸來華表千年語
구지산에 올라서는 한밤중에 울어댔었지 / 去上緱山半夜鳴
높이 날고픈 마음은 끝내 다하지 않는지라 / 霄漢高心終不盡
뜰 가득한 닭 오리는 시샘만 부릴 뿐이로다 / 滿庭鷄鶩浪猜情

면사(眠麝)
미친 듯 닫는 성질 쉬 길들길 어찌 뜻했으랴 / 何意奔狂性易馴
푸른 초원 몽땅 차지해 잠자리로 삼았구나 / 碧蕪占斷睡成茵
꿈이면 문소의 편안하고 한가한 곳을 찾고 / 夢尋文沼安閑地
먹는 건 화창한 봄 주 나라 쑥에 의탁하네 / 食托周苹自在春
포수가 산에 가득해도 화 당할 염려 없어라 / 强弩遍山非買禍
훈향이 배에 가득해 짐짓 사람 의지하누나 / 薰香滿肚故依人
옛날 나귀에서 떨어져 신선 된 이 있었으니 / 他時騎倒尋仙去
이게 바로 오백 년 이후 그의 화신이로구나 / 五百年來一化身


가산(假山)
혼돈 상태가 어느 해에 또 개벽을 했던고 / 混沌何年又闢開
뜰 가득 높은 산이 문득 무더기를 이뤘는데 / 滿庭喬岳忽成堆
총각 머리 모양 만 점은 층층으로 보이고 / 鴉鬟萬點層層見
거북 등의 뭇 산들은 은은히 눈에 들오네 / 鰲背群山隱隱來
남기는 윤택한 푸른 절벽에 연하려 하고 / 嵐氣欲連靑壁潤
햇빛은 둘러친 옥병풍을 나직이 비추누나 / 日光低傍玉屛回
이 사이에 응당 버려진 전지가 있으리니 / 此間應有閑田地
여기에 띳집 지어 낚시터를 굽어보고파라 / 擬結茅廬俯釣臺

괴석(怪石)
바위 덩이 가팔라서 형세 절로 완고하여라 / 雲骨巉巖勢自頑
천년에 생장한 건 얼룩얼룩한 이끼뿐일세 / 千年生長蘚痕班
용 비늘은 밤에 무젖어 비를 이룰 듯하고 / 龍鱗夜濕將成雨
거북 등엔 가을 깊어 문득 산이 보이누나 / 鰲背秋高忽見山
향 이슬은 움직이는 선장에 생기려 하고 / 香霧欲生仙掌動
푸른 연기는 멀금한 칼끝에 끊이질 않네 / 靑煙不斷劍鋩寒
기괴한 돌이 청주의 공물 중에 들었으니 / 怪奇曾入靑州貢
쪼개낼 적엔 귀신의 아낀 마음 놀래켰으리 / 劈取應驚鬼物慳

유리석(瑠璃石)
천연의 고아한 바탕은 조물주의 작품이라 / 古質天然造化工
인공으로 연마 없이도 견고하고 윤택하네 / 堅溫曾不費磨礱
깨끗한 빛은 윤택한 대에 비유되거니와 / 淸光自比琅玕潤
기묘한 품질은 두툼한 호박과 똑같으리 / 妙品應同琥珀濃
달빛 아랜 선장의 이슬이 차갑게 어리고 / 夜月寒凝金沆瀣
봄볕엔 투명한 그림자 옥처럼 영롱해라 / 春光影透玉玲瓏
본바탕이 한 점 하자 없음을 자신하는데 / 生來自信無瑕玷
때로는 집안 가득 무지개를 뱉기도 하네 / 滿院時時氣吐虹

차거분(琚盆)
자개로 수놓은 향 그릇 새긴 채색 산뜻해라 / 繡甲香盆鈿綵新
강비가 끝내 진기한 걸 아끼지 않았구려 / 江妃終不惜奇珍
좋은 구슬 울어 다하여 뱃속은 텅 비었고 / 美珠泣盡曾虛腹
몰래 던진 명월주는 사람에게 가까워졌네 / 明月潛投已近人
한 물은 용백국에서 근원이 나누어졌고 / 一水分源龍伯國
온갖 꽃들은 학림의 봄에 매몰되었도다 / 百花埋沒鶴林春

옥난간에 두고 잠시 완상이나 할 뿐이요 / 玉欄暫爾供淸翫
선생이 참으로 보배를 아껴서가 아니라네 / 不是先生愛寶眞


 

[주D-001]창을 …… 묘사해내고 : 비낀 그림자란, 송(宋) 나라 처사(處士) 임포(林逋)의 산원소매(山園小梅) 시에 “성긴 그림자는 맑고 얕은 물 위에 비껴 있고, 은은한 향기는 황혼 달빛 아래 부동하누나.〔疎影橫斜水淸淺 暗香浮動月黃昏〕”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2]무단히 …… 말고 : 나부산(羅浮山)의 꿈이란, 수(隋) 나라 개황(開皇) 연간에 조사웅(趙師雄)이란 사람이 일찍이 나부산 송림(松林) 사이의 술집에 들렀다가, 말쑥하게 단장한 소복(素服) 차림의 한 여인에게 영접(迎接)을 받았는데, 때는 이미 황혼(黃昏)인 데다 아직 남은 눈이 달빛을 마주하여 약간 밝은 빛을 띠는지라, 조사웅이 매우 기뻐하여 그녀와 더불어 얘기를 나누어 보니, 꽃다운 향기가 사람을 엄습하고 말씨 또한 매우 맑고 고우므로, 마침내 그녀와 함께 취하도록 술을 마시고는 그대로 쓰러져 자고 새벽에 일어나 보니, 그곳이 바로 큰 매화나무 밑이었더라는 전설에서 온 말이다.
[주D-003]옥젓대 …… 보잔다 : 고적곡(古笛曲) 중에 낙매화(落梅花), 매화락(梅花落) 등의 곡조가 있기 때문에 한 말이다.
[주D-004]양주(揚州)의 …… 싹을 : 양주의 진기한 품이란, 작약(芍藥)은 모두 삼십삼 품(三十三品)이 있는데 그중 양주의 작약이 천하(天下)에 으뜸이라는 데서 온 말이고, 광릉(廣陵)은 양주부(揚州府)의 강도현(江都縣)을 말한 것으로 여기가 바로 작약의 고장이기 때문에 이른 말이다.
[주D-005]경국지색(傾國之色) : 본디 뛰어난 미인(美人)을 일컫는 말인데, 전하여 여기서는 색(色)과 향(香)이 모두 다른 꽃에 비할 바 아니라 하여 모란(牡丹)을 천향국색(天香國色)이라 일컫는 데서 온 말이다.
[주D-006]선반(仙班) : 본디 조정(朝廷) 백관(百官)의 반열(班列)을 가리키는데, 전하여 여기서는 화려한 주연(酒宴)의 자리를 의미한다.
[주D-007]좋은 …… 전하지만 : 요위(姚魏)는 본디 낙양(洛陽)의 민가(民家)인 요씨(姚氏) 집과 재상(宰相) 위인보(魏仁溥)의 집을 가리키는데, 요씨 집에서는 천엽 황화(千葉黃花)의 모란꽃이 나고, 위인보의 집에서는 천엽 홍화(千葉紅花)의 모란꽃이 났는바, 이 두 가지가 바로 모란꽃 가운데 명품종(名品種)으로 요황(姚黃) 위자(魏紫)라 일컬어진 데서 온 말이다.
[주D-008]명화(名畫)인 …… 어렵지 : 황서(黃徐)는 원(元) 나라 때의 명화가인 황공망(黃公望)과 당(唐) 나라 때의 명화가인 서희(徐熙)를 합칭한 말인 듯하나, 자세하지 않다.
[주D-009]우물(尤物) : 일반적으로 진기(珍奇)한 물건, 또는 미인(美人)을 가리키는데, 여기서는 특히 모란꽃을 가리킨 말이다.
[주D-010]난교(鸞膠) : 선가(仙家)에서 봉황새의 부리와 기린의 뿔〔鳳喙麟角〕을 고아서 제조한 기름을 말하는데, 한 무제(漢武帝)가 일찍이 이것으로 끊어진 거문고 줄을 튼튼하게 접착시켰다고 한다.
[주D-011]요화(瑤華) : 백옥색(白玉色)의 꽃을 말한 것으로, 즉 선화(仙花)를 가리킨다.
[주D-012]구름을 …… 이르렀네 : 한유(韓愈)의 이화(李花) 시에 “봄을 당해 천지가 화사함을 겨루는데, 낙양의 동산들은 더욱더 엉클어졌네. …… 밤에 장철을 데리고 노동의 집을 찾아가, 구름을 타고 함께 옥황의 집에 이르니, 날씬한 미인들 향기 풍기며 네 줄로 늘어섰는데, 흰 치마에 흰 수건을 차등 없이 다 둘렀네.〔當春天地爭奢華 洛陽園苑尤紛拏 …… 夜領張徹投盧仝 乘雲共至玉皇家 長姬香御四羅列 縞裙練帨無等差〕”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13]침수향(沈水香) : 침향(沈香)을 가리키는데, 이것은 특히 인도(印度) 등 열대 지방에서 난다.
[주D-014]소아거(素娥車) : 소아는 월궁(月宮)에 있다는 백의 선녀(白衣仙女)를 말한 것으로, 전하여 달을 가리킨다.
[주D-015]두릉(杜陵)은 …… 것일까 : 두릉은 두보(杜甫)를 가리키고, 소선(蘇仙)은 바로 소식(蘇軾)을 가리키는데, 두보에게는 해당(海棠)에 대한 시가 한 수도 없었으므로, 소식이 일찍이 황주(黃州)의 관기(官妓)에게 준 시에 “동파가 다섯 해 동안 황주에 머무르면서 아무런 일도 이의에게 언급한 적 없으니, 이것이 흡사 서촉의 두 공부가, 해당이 좋긴 하나 시로 읊지 않은 것과 같구나.〔東坡五載黃州住 何事無言及李宜 却似西川杜工部 海棠雖好不吟詩〕”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16]산다화(山茶花) : 동백(冬柏)의 별칭인데, 동백꽃은 겨울부터 이른 봄까지 계속하여 핀다.
[주D-017]자미(紫薇) : 이 꽃은 4, 5월부터 피기 시작하여 8, 9월까지 계속해서 피고지곤 하므로, 일명 백일홍(百日紅)이라고도 한다.
[주D-018]성원(星垣) : 천제(天帝)가 거처한다는 성좌(星座), 즉 태미원(太微垣), 자미원(紫微垣), 천시원(天市垣)을 합칭한 말인데, 여기서는 꽃 이름이 자미(紫薇)이기 때문에 성원에 비유한 것이다.
[주D-019]궁양(宮樣) : 궁중(宮中)에 유행하는 복장(服裝)의 양식(樣式)이란 뜻으로, 전하여 화려함을 의미한다.
[주D-020]서액(西掖) : 중서성(中書省)의 별칭이다.
[주D-021]갈고(羯鼓)는 …… 재촉하여라 : 갈고는 말가죽으로 메운 장구를 가리킨다. 당 현종(唐玄宗)은 본디 음률(音律)을 잘 아는 데다 갈고를 특히 좋아했는데, 한번은 2월 초 어느 날 밤비가 막 갠 아침에 내정(內庭)의 버들개지, 살구꽃 등이 막 터져 나오려는 것을 보고는, 고역사(高力士)를 시켜 갈고를 가져오게 하여, 친히 춘호광(春好光) 한 곡조를 지어서 갈고를 연주하고 나니, 버들개지, 살구꽃 등이 이미 다 터져 나왔더라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주D-022]외론 …… 있거니 : 해바라기는 오로지 태양만 향하기 때문에 이것을 일편단심(一片丹心)의 충성에 비유하는 데서 온 말이다.
[주D-023]어찌 …… 논할쏜가 : 공자(孔子)가 이르기를 “포 장자의 지혜는 해바라기만도 못하다. 해바라기도 오히려 제 발을 능히 보호하느니라.〔鮑莊子之知不如葵 葵猶能衛其足〕”라고 한 데서 온 말인데, 이는 해바라기가 태양을 향하여 잎을 기울여서 제 뿌리를 가려 보호한다 해서 이른 말이다. 《春秋左氏傳 成公17年》
[주D-024]동쪽 …… 어렵네 : 동쪽 울타리의 고상한 흥취란, 도잠(陶潛)의 음주(飮酒) 시에 “동쪽 울 밑에서 국화를 따고, 유연히 남산을 바라보네.〔採菊東籬下 悠然見南山〕”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25]구일(九日)에 …… 가득하겠지 : 두목(杜牧)의 구일제산등고(九日齊山登高) 시에 “속세에 입 벌리고 웃을 일은 만나기 어려우니, 국화나 응당 머리에 가득 꽂고 돌아가련다.〔塵世難逢開口笑 菊花須揷滿頭歸〕”라고 하였다.
[주D-026]삼경(三徑)의 …… 아득하지만 : 삼경은 도잠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 “세 오솔길은 묵었으나, 소나무와 국화는 아직 남아 있도다.〔三徑就荒 松菊猶存〕”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27]남산(南山)의 …… 유유하여라 : 도잠(陶潛)의 음주(飮酒) 시에 “동쪽 울 밑에서 국화를 따고, 유연히 남산을 바라보네.〔採菊東籬下 悠然見南山〕”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28]꽃 …… 마심 : 《초사(楚辭)》 이소(離騷)에 “아침엔 목란의 떨어진 이슬을 마심이여, 저녁엔 가을 국화의 떨어진 꽃잎을 먹는도다.〔朝飮木蘭之墜露兮 夕餐秋菊之落英〕”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29]문장(文章) …… 솜씨로써 : 반마(班馬)는 《사기(史記)》의 저자인 사마천(司馬遷)과 《한서(漢書)》의 저자인 반고(班固)를 합칭한 말인데, 두목(杜牧)의 동지일기소질아의(冬至日寄小姪阿宜) 시에 “높게는 굴송의 화려함을 따오고, 짙게는 반마의 향기를 훈자하네.〔高摘屈宋艶 濃薰班馬香〕”라고 한 데서 온 말로, 매우 화려한 문장을 짓는 것을 의미한다.
[주D-030]탈태(奪胎) : 환골탈태(換骨奪胎)의 약칭으로, 문장(文章)을 짓는 데 있어 전인(前人)의 법칙을 본받으면서도 흔적을 드러내지 않고 아울러 새로운 것을 창작해내는 것을 말한다. 황정견(黃庭堅)이 말하기를 “그 뜻은 바꾸지 않으면서 그 말만 새로 만드는 것을 환골법이라 하고, 그 뜻에 깊이 파고들어서 그대로 형용하는 것을 탈태법이라 한다.〔不易其意而造其語 謂之換骨法 窺入其意而形容之 謂之奪胎法〕”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31]갈고(羯鼓)는 …… 재촉하누나 : 갈고는 말가죽으로 메운 장구를 가리킨다. 당 현종(唐玄宗)은 본디 음률(音律)을 잘 아는 데다 갈고를 특히 좋아했는데, 한번은 2월 초 어느 날 밤비가 막 갠 아침에 내정(內庭)의 버들개지, 살구꽃 등이 막 터져 나오려는 것을 보고는, 고역사(高力士)를 시켜 갈고를 가져오게 하여, 친히 춘호광(春好光) 한 곡조를 지어서 갈고를 연주하고 나니, 버들개지, 살구꽃 등이 이미 다 터져 나왔더라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주D-032]금문(金門)에서 …… 통한다오 : 금문은 황금(黃金)으로 장식한 문을 가리킨 것으로, 부귀한 집안을 말하고, 신명과 통한다는 것은 금전(金錢)의 마력(魔力)이 매우 위대함을 말한 것이다. 당(唐) 나라 때 재상(宰相) 장연상(張延賞)이 일찍이 한 대옥(大獄)을 속히 판결하기 위해 미리 옥리(獄吏)를 엄히 경계시켜 놓고 다음날 등청(登廳)하여 보니, 책상 위에 조그마한 첩자(帖子)가 놓여 있는데, 거기에 “돈 3만 관으로 이 옥사를 불문에 부쳐주기를 빈다.〔錢三萬貫 乞不問此獄〕”라고 쓰여 있으므로 장연상이 크게 노하여 옥사를 재촉했더니, 그 다음날에는 5만 관을 말하므로 장연상이 또 크게 노하여 옥사를 더 재촉했는데, 또 그 다음날에는 10만 관을 말하므로 이때에 이르러서는 장연상이 그 옥사를 불문에 부치고 그만두자, 자제(子弟)들이 그 까닭을 물으니, 장연상이 말하기를 “돈이 10만 관이면 신명과 통할 수 있어, 돌이키지 못할 일이 없는 것이라, 내가 재앙이 미칠까 두려워서 그만두지 않을 수가 없었다.〔錢十萬貫 可通神矣 無不可回之事 吾懼禍及 不得不止〕”라고 했다는 데서 온 말이다.
[주D-033]옥잠화(玉簪花) : 늦가을에 피는 꽃으로, 빛깔이 옥(玉)처럼 희고 매우 아름다운 향기가 나는데, 피기 전의 꽃망울이 마치 비녀의 머리처럼 생겼다 하여 이렇게 이름한 것이다.
[주D-034]고야(姑射) …… 같아라 :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에 “막고야산에는 신인이 사는데, 살결은 빙설처럼 하얗고, 얌전하기는 처녀와 같다.〔藐姑射之山 有神人居焉 肌膚若氷雪 淖約若處子〕”라고 한 데서 온 말인데, 여기서는 옥잠화를 신인의 아름다운 자태에 비유한 것이다.
[주D-035]옥소두(玉搔頭) : 옥비녀〔玉簪〕의 별칭이다.
[주D-036]백화향(百和香) 반혼향(返魂香) : 백화향은 각종의 향료(香料)를 섞어서 제조한 향을 말하고, 반혼향은 한 무제(漢武帝)가 이미 죽은 이 부인(李夫人)을 몹시 그리워한 나머지, 방사(方士)로 하여금 반혼향을 만들게 하여 이 부인의 넋을 다시 만나보았다는 고사에서 온 말로, 모두 뛰어난 향기를 의미한다.
[주D-037]우물(尤物) : 일반적으로 진기(珍奇)한 물건, 또는 미인(美人)을 가리키는데, 여기서는 특히 옥잠화를 비유한 것이다.
[주D-038]맑게 …… 줄기 : 연(蓮)을 가리킨 것으로, 송(宋) 나라 주돈이(周敦頤)의 애련설(愛蓮說)에 “향기가 멀수록 더욱 맑아서 우뚝이 깨끗하게 서 있다.〔香遠益淸 亭亭淨植〕”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39]넋은 …… 듯 : 삼국 시대 위(魏) 나라의 조식(曹植)이 낙수(洛水)의 신녀(神女) 복비(宓妃)를 두고 지은 낙신부(洛神賦)에 “물결을 타고 사뿐사뿐 걸으니, 비단 버선에 물방울 튀어 오르네.〔凌波微步 羅襪生塵〕”라고 한 데서 온 말인데, 당(唐) 나라 시인 온정균(溫庭筠)의 연화(蓮花) 시에 “응당 낙수의 신녀 물결 위의 버선이라, 지금까지도 연꽃에 향진이 묻어 있네.〔應爲洛神波上襪 至今蓮蘂有香塵〕”라고 하였다.
[주D-040]목욕 …… 듯 : 당 현종(唐玄宗)이 일찍이 양 귀비(楊貴妃)를 화청궁(華淸宮)의 온천(溫泉)에 데리고 가서 목욕을 시킨 일이 있으므로, 백거이(白居易)의 장한가(長恨歌)에 “쌀쌀한 봄날 화청궁 온천에 목욕하게 하니, 매끄러운 온천물에 기름 같은 살결 씻었네.〔春寒賜浴華淸池 溫泉水滑洗凝脂〕”라고 한 데서 온 말인데, 송(宋) 나라 두연(杜衍)의 하화(荷花) 시에 “새벽에 한 송이가 흐린 물결 위에 피니, 목욕하고 나온 양 귀비를 그려놓은 것 같네.〔曉開一朶煙波上 似畫眞妃出浴時〕”라고 하였다.
[주D-041]후일에 …… 기다려서 : 한유(韓愈)의 고의(古意) 시에 “태화산 꼭대기의 옥정에 있는 연은, 꽃이 피면 열 길이요 뿌리는 배와 같다네.〔太華峯頭玉井蓮 開花十丈藕如船〕”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42]척촉화(躑躅花) : 두견화(杜鵑花)의 별칭인 철쭉꽃을 말한다.
[주D-043]철쭉꽃은 …… 돌아왔으리 : 피눈물 흔적이란 옛날 촉제(蜀帝) 두우(杜宇)가 원통하게 죽어서 두견새로 변하여 봄철이면 밤새도록 슬피 울었다는 전설(傳說)에서 온 말이고, 학림사(鶴林寺)는 강소성(江蘇省) 윤주(潤州)에 있는 절인데, 당 태종(唐太宗) 연간에 외국(外國)의 승려(僧侶)가 천태산(天台山)에서 와서 여기에 처음 두견화를 심었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44]거상화(拒霜花) : 목부용(木芙蓉)의 별칭이다. 중추(仲秋)경에 꽃이 피는데, 추위를 잘 견디어 떨어지지 않으므로 이렇게 이름한 것이라 한다.
[주D-045]서자(西子)가 …… 듯 : 서자는 춘추 시대 월(越) 나라의 미인(美人) 서시(西施)를 가리킨다. 그는 심장병을 앓아 항상 가슴을 우두고 얼굴을 찌푸리곤 했는데, 그 모습도 매우 아름답게 보였다는 고사에서 온 말로, 여기서는 겹겹이 겹쳐친 꽃잎을 미인의 찌푸린 얼굴에 비유한 것이다. 《莊子 天運》
[주D-046]담복(薝蔔) : 본디 인도(印度)에 자생하는 화목(花木)으로, 우리나라의 치자(梔子)와 같은 종류인데, 이 꽃은 특히 육판(六瓣)으로 형성되었기 때문에 육화(六花) 또는 육출화(六出花)라고도 하며, 향기가 천하에 뛰어나 인도에서는 이 향기를 불(佛)의 수승(殊勝)한 도력(道力)에 비유하기도 한다.
[주D-047]향내는 …… 풍기고 : 《유마경(維摩經)》에 이르기를 “마치 담복의 숲 속에 들어갈 경우엔 담복의 향내만을 맡을 뿐 다른 향기는 맡을 수 없듯이, 이 방에 들어오는 이도 오직 여러 부처님의 공덕의 향내만을 맡을 뿐이다.〔如入薝蔔林中 唯嗅薝蔔 不嗅餘香 入此室者 唯聞諸佛功德之香〕”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소식(蘇軾)의 상주태평사법화원담복정취제(常州太平寺法華院薝蔔亭醉題) 시에 “육화의 담복 숲 사이엔 부처가 앉았고, 구절 창포가 자란 돌 위엔 선인이 앉았도다.〔六花薝蔔林間佛 九節菖蒲石上仙〕”라고 하였다.
[주D-048]좋은 …… 들어갔네 : 두릉(杜陵)은 두보(杜甫)를 가리킨 것으로, 두보의 치자(梔子) 시에 “치자는 여러 꽃나무에 비교하면, 인간에 참으로 흔치 않은 것이로다. 몸에 있는 빛은 물감으로 쓰이고, 오장을 다스림엔 기가 조화를 이루네. 가을이면 붉은 열매를 취하고, 봄이면 푸른 가지도 구경하지. 내 무정하게 너를 옮겨온 까닭은, 강 물결에 비친 네 모습을 귀히 여겨서란다.〔梔子比衆木 人間誠未多 於身色有用 與道氣相和 紅取風霜實 靑看雨露柯 無情移得汝 貴在映江波〕”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49]갑옷과 …… 빽빽하네 : 창창(摐摐)은 어지러이 뒤섞이는 것을 형용한 말로, 두목(杜牧)의 만청부(晩晴賦)에 “대숲은 밖에서 둘러싸 십만 장부와 같아라, 갑옷과 칼날 어지러이 뒤섞여 빽빽이 포진해 빙 둘러 시위하네.〔竹林外裹兮十萬丈夫 甲刃摐摐密陳而環侍〕”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50]봉률(鳳律)이 궁상(宮商)에 조화됨 : 봉률은 황제(黃帝)의 신하 영륜(伶倫)이 일찍이 12개의 죽통(竹筒)을 만든 다음, 봉황(鳳凰)의 울음소리를 듣고 이것을 12율(律)로 구별하였다는 고사에서 온 말로, 전하여 대로 만든 관악기(管樂器)를 가리키고, 궁상(宮商)은 5음(音) 가운데 두 가지로서 즉 5음을 가리키는데, 본디 12율을 가지고 5음을 바로잡는 것이기 때문에 이른 말이다.
[주D-051]깊은 …… 울음 : 용의 울음소리란 퉁소, 젓대 등 여러 가지 관악기의 청량한 소리를 형용한 말이다.
[주D-052]굳은 …… 짝해야거니와 : 백거이(白居易)의 양죽기(養竹記)에 “대는 현자와 비슷하니, 어째서인가? 대의 뿌리는 단단하니 단단함으로써 덕을 세우는 것이요, …… 대의 성질은 바르니 바름으로써 몸을 세우는 것이요, …… 대의 속은 텅 비었으니 텅 빈 마음으로써 도를 체득하는 것이요, …… 대의 절개는 곧으니 곧음으로써 뜻을 세우는 것이다.〔竹似賢 何哉 竹本固 固以樹德 …… 竹性直 直以立身 …… 竹心空 空以體道 …… 竹節貞 貞以立志〕”라고 하였다.
[주D-053]종유(從遊)한 …… 있었음에랴 : 양구(羊裘)는 양피(羊皮)로 지은 갖옷을 말하는데, 후한 광무제(後漢光武帝)의 어릴 적 학우(學友)이기도 했던 엄광(嚴光)이 일생을 부춘산(富春山)에 은거(隱居)하면서 양구를 입고 대로 만든 낚싯대로 낚시질을 했으므로 이른 말이다.
[주D-054]눈길에 수레 돌려라 : 아마 난(蘭)에 대한 고사인 듯하나, 자세하지 않다.
[주D-055]훈도(薰陶)됨이 …… 하련만 : 《공자가어(孔子家語)》에 이르기를 “착한 사람과 함께 있으면 마치 지초나 난초의 향기 그윽한 방에 들어간 것 같아서 오래되면 그 향내를 맡지는 못할지라도 곧 그를 좇아 변화하게 되고, 불선한 사람과 함께 있으면 마치 절인 생선 가게에 들어간 것 같아서 오래되면 그 악취를 맡지는 못할지라도 또한 그를 좇아 변화하게 되는 것이다.〔與善人居 如入芝蘭之室 久而不聞其香 卽與之化矣 與不善人居 如入鮑魚之肆 久而不聞其臭 亦與之化矣〕”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56]좋은 …… 자랐었지 : 진(晉) 나라 때 사안(謝安)이 일찍이 여러 자질(子姪)들에게 어떤 자제(子弟)가 되고 싶으냐고 묻자, 그의 조카인 사현(謝玄)이 대답하기를 “비유하건대, 지란 옥수(芝蘭玉樹)가 뜰에 나게 하고 싶을 뿐입니다.”라고 했던 데서 온 말로, 전하여 훌륭한 자제에 비유한다.
[주D-057]거문고 …… 상심했거니와 : 공자가 일찍이 위(衛) 나라에 갔다가 노(魯) 나라로 돌아와서는 때를 만나지 못해 도(道)를 행할 수 없음을 상심(傷心)한 나머지, 뛰어난 향기를 지닌 난초(蘭草)가 평범한 풀들과 함께 섞여 있는 데에 가탁(假託)하여, 금조(琴操)인 의란조(猗蘭操)를 지어 스스로 거문고를 타며 노래했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58]꿰어 …… 들어갔던고 : 초경(楚經)은 《초사(楚辭)》에 실린 굴원(屈原)의 이소경(離騷經)을 말한 것으로, 이소경에 “강리와 벽지를 몸에 걸쳐 입고, 가을 난초를 꿰어서 허리에 찬다.〔扈江離與辟芷 紉秋蘭以爲佩〕”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59]훤(萱) : 원추리이다. 《시경(詩經)》 위풍(衛風) 백혜(伯兮)에 “어찌하면 원추리를 얻어서, 저 당의 북쪽에 심을꼬.〔焉得萱草 言樹之背〕”라고 하였는데, 이것을 먹으면 근심을 잊게 된다 하여 일명 망우초(忘憂草)라고도 한다.
[주D-060]약보(藥譜)에선 …… 들었는데 : 《신농본초(神農本草)》에 “중약은 성정을 기르는 것이므로, 합환초는 분노를 덜어주고, 훤초는 근심을 잊게 한다.〔中藥養性 故合歡蠲忿 萱草忘憂〕”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61]합환초 …… 신묘하여라 : 신농본초(神農本草)》에 “중약은 성정을 기르는 것이므로, 합환초는 분노를 덜어주고, 훤초는 근심을 잊게 한다.〔中藥養性 故合歡蠲忿 萱草忘憂〕”라고 하였다.
[주D-062]나군(羅裙) 서대(書帶) : 서대는 풀이름인데, 나군 역시 풀이름일 듯하나, 자세하지 않다.
[주D-063]만년송(萬年松) : 풀이름인 옥백(玉柏)의 별칭이다. 사람들이 흔히 이것을 분재(盆栽)로 기르는데, 여러 해 동안 죽지 않고 잘 견디므로 이를 천년백(千年柏)이라 부르기도 한다.
[주D-064]어느 …… 옮겨왔던고 : 《서경(書經)》 우공(禹貢)에 “역산 남쪽에 우뚝 자란 오동나무라.〔嶧陽孤桐〕”라고 하였는데, 오동나무는 역산 지방의 특산물로서 거문고와 비파〔琴瑟〕를 만들기에 좋은 재목이었다고 한다.
[주D-065]남겨두어 …… 기다리련다 : 난새〔鸞〕나 봉황(鳳凰)은 본디 오동나무에만 깃든다는 데서 온 말이다.
[주D-066]푸른 실은 …… 재촉하누나 : 한(漢) 나라 사람들은 손님을 전송할 적에 흔히 패교(覇橋)에 이르러 손님에게 버들가지를 꺾어 주어 송별했던 데서 온 말인 듯하다.
[주D-067]돌길에 …… 이뤄지건만 : 당(唐) 나라 때 시인 두목(杜牧)의 산행(山行) 시에 “멀리 차가운 산 비스듬한 돌길을 오르니, 흰 구름 깊은 곳에 사람의 집이 있네. 수레 멈추고 앉아 늦가을 단풍 완상하노라니, 가을 단풍잎이 이월 꽃보다 더 붉구나.〔遠上寒山石逕斜 白雲深處有人家 停車坐愛楓林晩 霜葉紅於二月花〕”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68]옥산(玉山) : 흔히 풍채(風采)가 아주 수려(秀麗)하게 생긴 사람을 가리킨다. 《세설신어(世說新語)》에 의하면, 혜강(嵇康)의 사람됨은 마치 우뚝하게 빼어난 낙락장송(落落長松) 같아서, 그가 취했을 때는 마치 옥산이 곧 무너지려는 것과 같았다고 하였다.
[주D-069]무성한 …… 어둑하네 : 한유(韓愈)의 포도(葡萄) 시에 “새 줄기가 다 안 피어 절반은 마른 듯한데, 높은 시렁은 무너지는 족족 다시 붙드네. 만일 쟁반 가득 마유가 쌓이게 하려거든, 대나무 갖다가 용 수염 끌어주길 사양치 마소.〔新莖未徧半猶枯 高架支離倒復扶 若欲滿盤堆馬乳 莫辭添竹引龍鬚〕”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마유(馬乳)는 포도의 일종으로, 당 태종(唐太宗) 때에 섭호국(葉護國)에서 바친 것이라고 하며, 용 수염이란 포도의 넝쿨을 가리킨다.
[주D-070]언제나 …… 압도해볼꼬 : 낙노(酪奴)는 차(茶)의 별칭으로, 황정견(黃庭堅)의 경진태박견시구창화포도시인이차운(景珍太博見示舊唱和葡萄詩因而次韻) 시에 “해에 비친 둥근 광채 일만 덩이도 넘을레라, 하수염 너머로 무진장 보물을 보는 것 같네. …… 일백 곡을 거두어다 봄 술 빚는 데 사용하여, 명성을 널리 내서 낙노를 압도하고 싶구나.〔映日圓光萬顆餘 如觀寶藏隔蝦鬚 …… 欲收百斛供春釀 放出聲名壓酪奴〕”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71]그대에 …… 풀겠거니와 : 문원(文園)은 한(漢) 나라 때 효문원 영(孝文園令)을 지낸 사마상여(司馬相如)를 가리키는데, 그가 만년에 소갈병(消渴病)을 앓았으므로 이른 말이다.
[주D-072]당년에 …… 기억나누나 : 한(漢) 나라 때 장건(張騫)이 서역(西域)에 사신(使臣)으로 갔다가 안석국(安石國)의 석류(石榴) 종자를 얻어서 돌아왔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그래서 일명 안석류(安石榴)라고도 한다.
[주D-073]정자(棖子) : 등자(橙子)의 별칭인데, 감귤(甘橘)과 비슷하다고 한다.
[주D-074]열매의 …… 제 : 두보(杜甫)의 자경부봉선현영회(自京赴奉先縣詠懷) 시에 “손에게 낙타 발굽의 국을 권하는데, 서리 맞은 등자는 향귤을 압도하네.〔勸客駝蹄羹 霜橙壓香橘〕”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75]괜히 …… 구별하지만 : 형회(荊淮)는 장강(長江) 이남 지방과 회하(淮河) 이북 지방을 합칭한 말로, 《주례(周禮)》 고공기 서(考工記序)에 “감귤이 회수를 건너 북으로 가면 탱자가 된다.〔橘踰淮而北爲枳〕”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76]주조(朱鳥)가 …… 익어가고 : 주조는 본디 성수(星宿)의 이름인데, 감을 새알〔鳥卵〕에 비유하기 위하여 끌어댄 것이다.
[주D-077]촉룡(燭龍)이 …… 듯하네 : 촉룡은 촛불을 머금어서 천하를 환하게 비춘다는 전설상의 신명(神名)이고, 화주(火珠)는 본디 서역(西域)에서 나는 수정(水晶) 같은 구슬인데, 정오(正午)의 태양 아래서 이 구슬로 쑥을 비추면 쑥이 즉시 탄다고 한다. 전하여 여기서는 붉은 감을 화주에 비유한 것이다.
[주D-078]칠절(七絶)을 …… 독차지했으니 : 칠절은 세속(世俗)에서 감나무의 일곱 가지 좋은 점을 말한 것으로, 첫째 수명이 긺〔多壽〕, 둘째 그늘이 많음〔多陰〕, 셋째 새의 둥지가 없음〔無鳥巢〕, 넷째 벌레가 없음〔無蟲〕, 다섯째 단풍 든 잎이 완상할 만함〔霜葉可玩〕, 여섯째 아름다운 열매〔佳實〕, 일곱째 낙엽의 크고 두꺼움〔落葉肥大〕 등이다.
[주D-079]비노(飛奴) : 비둘기의 별칭이다. 당(唐) 나라 때 장구령(張九齡)이 소년 시절 집에서 많은 비둘기를 기르면서 친지들에게 서신(書信)을 보낼 적에 매양 비둘기의 발목에 묶어서 날려 보내면 틀림없이 전하곤 하였으므로 그 비둘기를 비노라 불렀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80]금계(錦鷄) : 형상(形狀)과 관모(冠毛)가 마치 꿩처럼 화려하게 생긴 일종의 새인데, 인가(人家)에서 흔히 완상용(玩賞用)으로 기른다.
[주D-081]부구공(浮丘公)의 …… 뜨이는데 : 부구공은 고대(古代) 신선(神仙)의 이름인데, 주 영왕(周靈王)의 태자(太子) 진(晉)이 일찍이 생(笙)을 잘 불어 봉황(鳳凰)의 울음소리를 내면서 이락(伊洛)의 사이에서 노닐다가 신선 부구공을 따라 숭고산(崇高山)에 올라가 30여 년 동안 선술(仙術)을 닦은 후에 구지산(緱氏山)에서 학을 타고 승천했다는 전설에서 온 말이다.
[주D-082]화표주(華表柱)에 …… 남겼고 : 한(漢) 나라 때 요동(遼東) 사람 정령위(丁令威)가 일찍이 영허산(靈虛山)에 들어가 선술(仙術)을 배우고 뒤에 학으로 변화하여 자기 고향에 돌아가서 성문(城門)의 화표주에 앉았는데, 한 소년이 활로 자신을 쏘려 하자 날아올라 공중을 배회하면서 말하기를, “새여 새여 정령위가, 집 떠난 지 천 년 만에 이제야 돌아왔네. 성곽은 예전 같은데 사람은 간 곳 없어라, 어이해 신선 안 배우고 무덤만 즐비한고.〔有鳥有鳥丁令威 去家千年今始歸 城郭如故人民非 何不學仙冢纍纍〕”라고 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주D-083]꿈이면 …… 찾고 : 문소(文沼)는 주 문왕(周文王)의 영소(靈沼)를 가리킨 것으로, 문왕의 덕화에 의해 미물(微物)인 홍안 미록(鴻雁麋鹿)들도 영소에서 편안하게 깃들었다는 데서 온 말이다. 《孟子 梁惠王上》
[주D-084]먹는 …… 의탁하네 : 《시경(詩經)》 소아(小雅) 녹명(鹿鳴)에 “평화로이 우는 사슴이여, 들판의 쑥을 뜯는도다.〔呦呦鹿鳴 食野之苹〕”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85]훈향(薰香)이 배에 가득해 : 사향노루의 배꼽 밑에 향낭(香囊)이 달려 있는 것을 말하는데, 이것은 중요한 약재(藥材)나 향료(香料)로 쓰인다.
[주D-086]옛날 …… 화신(化身)이로구나 : 나귀에서 떨어졌다는 것은, 후주(後周) 말기에 화산(華山)의 은사(隱士) 진단(陳摶)이 일찍이 흰 나귀를 타고 변주(汴州)에 들어가다가, 중도(中途)에서 송 태조(宋太祖)가 등극(登極)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너무 기쁜 나머지 크게 웃다가 나귀 등에서 떨어져서 말하기를 “천하가 이에 정해졌다.〔天下於是定矣〕” 하고, 마침내 그 길로 화산에 들어가 도사(道士)가 되었다는 데서 온 말로, 태평 시대를 형용한 것이고, 화신은 후신(後身)과 같은 뜻으로, 초원에서 평화로이 잠자는 사향노루의 모습을 진단의 후신으로 비유한 것이다.
[주D-087]가산(假山) : 기괴하게 생긴 돌이나 나무에 인공(人工)을 가하여 만든 작은 산을 말하는데, 고인(古人)들은 이것을 만들어 정원 같은 데에 두고 관상용으로 삼았다. 나무로 만든 것을 목가산(木假山), 돌로 만든 것을 석가산(石假山)이라 한다.
[주D-088]거북 등의 뭇 산 : 동해(東海)의 신산(神山)들을 큰 거북들이 떠받치고 있다는 전설에서 온 말이다.
[주D-089]용 비늘〔龍鱗〕 : 여기서는 괴석(怪石)의 피질(皮質)을 용의 비늘에 비유한 것이다.
[주D-090]거북 등〔鰲背〕 : 동해(東海)의 신산(神山)들을 큰 거북들이 떠받치고 있다는 전설에서 온 말이다.
[주D-091]향 이슬은 …… 하고 : 한 무제(漢武帝)가 일찍이 건장궁(建章宮)에 동(銅)으로 선인장(仙人掌)을 만들어 세워서 승로반(承露盤)을 받쳐 들고 이슬을 받게 했던 데서 온 말인데, 그 이슬을 옥가루〔玉屑〕에 타서 마시면 장생불사(長生不死)한다고 하였다.
[주D-092]멀금한 칼끝 : 여기서는 역시 괴석(怪石)의 날카롭고 뾰족한 부분을 비유한 말이다.
[주D-093]기괴한 …… 들었으니 : 《서경》 우공(禹貢)에, 청주(靑州)의 공물 가운데 하나로 괴석(怪石)을 언급하였으므로 한 말이다.
[주D-094]호박(琥珀) : 수지(樹脂)가 땅속에 파묻혀서 돌처럼 굳어진 일종의 광물(鑛物)로, 빛은 대체로 노랗고 광택이 난다.
[주D-095]강비(江妃)가 …… 않았구려 : 옛날 정교보(鄭交甫)라는 사람이 강한(江漢) 가에 놀러 나갔다가 신녀(神女)인 강비 두 여인(女人)을 만나서 몹시 좋아한 나머지, 그녀들이 신녀인 줄도 모르고 허리에 차고 있는 패옥(佩玉)을 달라고 청하자, 두 여인이 마침내 자기들이 찬 패옥을 풀어서 정교보에게 주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列仙傳 江妃二女》
[주D-096]좋은 …… 비었고 : 남해(南海)에는 교인(鮫人)이 있어 고기처럼 물속에 살면서 끊임없이 길쌈을 하고, 울기만 하면 구슬 눈물을 쏟아내는데, 그가 일찍이 물 밖으로 나와 인가(人家)에 우거하다가 떠날 무렵에 주인이 구슬을 요청하자, 울어서 구슬을 쟁반 가득히 받아 주인에게 주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주D-097]몰래 …… 가까워졌네 : 한(漢) 나라 때 추양(鄒陽)이 양왕(梁王)에게 올린 글에 “명월주나 야광벽을 갑자기 길 가는 사람에게 던질 경우, 누구나 칼을 어루만지며 노려보게 되는 것은 왜냐하면 까닭 없이 보배가 앞에 이르기 때문인 것이다.〔明月之珠 夜光之璧 以闇投人於道路 人無不按劍相眄者 何則 無因而至前也〕”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98]한 물은 …… 매몰되었도다 : 용백국(龍伯國)이나 학림춘(鶴林春)이 여기에서 무슨 뜻으로 쓰였는지 자세하지 않다.
[주D-099]선생이 …… 아니라네 : 소식(蘇軾)의 식욕이석역화진경난지운운(軾欲以石易畫晉卿難之云云) 시에 “보배를 불태움은 참으로 보배를 아낌이요, 옥을 부수는 건 옥을 잊지 못한 때문일세.〔焚寶眞愛寶 碎玉未忘玉〕”라고 하였다.

四佳詩集卷之四○第四
 詩類
詠物 四十三首 a_010_282c



梅花
淸艶看看抵死奇。貞心只許月相知。臨䆫편001出橫편002影。帶雪招邀淡瘦姿。好借暗香通鼻觀。剩分淸010_282d氣入詩脾。等閑莫作羅浮夢。玉笛時拈滿意吹。

杏花
杏花消息一番新。蓓蕾편003枝暖始繁。漠漠紅雲連白日。鮮鮮香雪起靑春。餘寒砭骨膚生粟。細雨霑腮淚帶痕。更待月明踈影滿。勝筵扶醉倩傍人。

薔薇
一年春事到薔薇。滿架離披不自持。幾陣淸香煩蝶使。十分濃艶妬鵝兒。水邊照影心先惱。雨裏繁開賞漸宜。爛熳東風吹不盡。半庭無語要催詩。

芍藥
편004州奇品廣陵芽。遍種庭除鬪麗華。至味丁寧通蝶使。狂香珍重接蜂衙。風前雨後無雙艶。天上人010_283a間第一花。今古詞臣餘韻在。不妨留醉費吟哦。

牧丹
東風花信欲闌珊。次第尋探到牧丹。熟睡第酲傾國色。風流甲觀領仙班。芳名姚魏傳家有。妙筆黃徐換骨難。尤物坐令人愛惜。鸞膠直欲續春殘。

梨花
梨花淡淡襯瑤華。晴雪爭暉强等差。渾月捴成銀色界。乘雲直到玉皇家。靑春有恨瓊魂瘦。深院無人편005袂斜。更搗水沈薰一炷。天香遠襲素娥車。

海棠
一夜光風嫋海棠。花開脉脉倚宮墻。日烘氣力饒春睡。雨借精神起晩粧。濃艶關心都是味。風流適010_283b意不須香。杜陵可是無情思。留與蘇仙爲發揚。

山茶花
歲寒和氣獨胚胎。却殿羣芳恰半開。調格自高霜始見。風流無伴雪同來。苦牽花惱廵千匝。生怕香殘夢幾廻。苦憶畫堂屛上看。數枝斜影竝紅梅。

紫薇
詞臣吟賞倚詩豪。公子風流價倍高。種出星垣增偃편006。花開宮樣詫嬌嬈。檀心未吐香先聞。錦萼初繁影漸交。別有一枝西掖暮。年年寂寞對吾曹。

편007 國俗名曰玉梅
梅花一去未招魂。忽見荼편008骨格存。遞送暗香知有意。相逢淡質欲無言。長條月落黃昏影。高架春010_283c殘白雪痕。莫恨東城風雨惡。飛來片片入芳樽。

冬白
花神多事竊洪鈞。別遣花開歲暮新。妙萼全憑寒氣好。高標不許衆芳隣。翠禽拂盡枝邊雪。羯鼓催殘臘底春。天地中間少風韻。移來畫上欲精神。

葵花
淸和佳節小墻東。白白朱朱間紫紅。孤注餘春人盞在。留連戲蝶錦房空。孤忠自有傾陽意。一技寧論衛足功。恒性不曾隨物變。區區桃李謾嬌容。

菊花
白露黃花又一秋。東籬雅興浩難收。終朝採得不盈掬。九日揷歸須滿頭。三徑淸風今渺渺。南山佳010_283d氣晩悠悠。飧英飯水渾閑事。掇取時兼太白浮。

四季花
浪蘂浮英瞥眼催。怜渠占得四時開。牧丹謾有三春約。木槿空爲一日媒。節序悠悠花幾度。風流衮衮賞千回。文章班馬薰香手。相對吟詩欲奪胎。

百日紅
後園珍重爲栽培。無數繁英自在開。粉蝶有時香啑去。靑鸞何夕予銜來。猩紅百日垂垂盡。羯鼓三枝故故催。說與狂風勤護惜。休敎顚倒落莓苔。

三色桃
物理參差竟莫齊。一枝三色孰端倪。開因前後有深淺。花自白紅爭仰低。錦萼擺殘龍碎甲。天香吹010_284a盡麝然臍。年年依舊春風面。喚起幽人訪故蹊。

金錢花
天地洪爐鑄出新。擲來花步衒奇珍。賭將客笑何論直。買取春光不計緡。窮巷開時思濟乏。金門排處是通神。物如有用還無用。世上滔滔混贗眞。

玉簪花
姑射仙人雪骨柔。雲鬟斜揷玉搔頭。金風剪剪秋光好。璧月輝輝夜氣浮。百和返魂香入夢。三行滿坐物皆尤。夢隨蝴蝶穿花去。無限風流未罷休。

蓮花
盆池淸淺貯寒塘。柄柄荷花到死香。濃綠晩風搖淨植。膩紅晴日편009澄光。魂歸洛浦凌波襪。浴罷楊010_284b妃照水粧。待得他年開十丈。冷甜分與客同嘗。

躑躅花
躑躅紅酣血淚痕。鶴林應復舊時魂。山南山北暎相似。春雨春風開正繁。香信未銷連翠壁。韶光無數隔紅雲。年年花發堪惆悵。蜀魄千聲政訢冤。

拒霜花
西風吹鴈曉來過。滴露硏朱點一窠。西子捧心편010醉艶。靑娥換骨傲霜華。影分淸冷三秋桂。香到嬌嬈九日花。莫把芙蓉强分別。斬新紅蘂自成家。

梔子花
簷蔔何年辭故枝。移來別院故依依。花開六出無多種。편011鬪千層又一奇。香鼻飽參禪老味。芳名都010_284c入杜陵詩。賞心正與東風隔。看到初開結子時。


一軒蒼편012萬竿脩。甲刃摐摐勢自稠。紫籜半均霏細霧。粉편013危拂動高秋。閑聞鳳律宮商合。試聽龍吟洞壑幽。勁節貞心宜配德。同遊况復有羊裘。


崇宗終歲守幽貞。雪徑回輿認德香。要識薰陶同入室。爲傳嘉慶早生庭。操琴當日傷尼聖。편014佩何年入楚經。酷愛色香還是僻。休敎外物累心靈。

芭蕉
養得靈苗扇影長。風吹微綠細生香。葉能舒卷何曾礙。心自通靈况有常。已喜丁東留夜雨。不堪零010_284d落顫秋霜。十年無限江南興。寄與西䆫一味涼。


生從堂北幾春秋。雨露霑濡得自由。藥譜舊聞能養性。草名今喜是忘憂。水澆靈脉花開早。欄護幽叢葉出稠。纔得合歡功已妙。羅裙書帶捴含羞。


細煙蒼霧玉玲瓏。志節堂堂氣自雄。根作龍蛇盤厚地。魂隨霹靂上靑空。圓幢自偃空庭月。虛籟時聞半夜風。自信高편015多世用。高孤獨立歲寒中。

萬年松
一軒蒼翠倚崚嶒。霜雪心顏閱幾齡。斡露龍身扶六尺。枝掀鳳尾矗千層。自多壯志凌高漢。誰屈奇010_285a姿在半庭。得地深根承雨露。高孤不改四時靑。

梧桐
何年移自嶧山陽。生長孫枝百尺長。落葉隨風敲玉砌。濃陰得月度銀床。新霜院落秋光老。永夜軒䆫雨氣涼。莫遣琅玕搖落盡。會須留與集鸞凰。

楊柳
玉謝宮梅雪漸澌。東風吹柳撚金垂。綠陰不礙流鸎語。碧縷頻催駿馬嘶。池館日長飛絮盡。園林雨歇起眠遲。年年管領風流地。未信人間贈別離。

丹楓
一夜西園玉露彫。紅扶秋色上林梢。淨兼朝日紅於錦。愁對殘霞爛欲燒。石逕停車詩正就。편016山扶010_285b杖畫難消。憶曾送客江頭路。剗地霜風鴈正高。

葡萄
枝蔓離披倒復扶。黑雲垂地暗龍鬚。淸風滿架秋將晩。白日低簷蔭已敷。葉底纍纍垂馬乳。盤中一一走驪珠。何時乞遍江湖種。釀酒千鍾倒酪奴。

石榴
喜見磁盆五月花。秋來佳實擅繁華。金房皺盡明如燒。玉粒排殘火點砂。劈破忽驚霜滿편017。嚼來猶認雪翻牙。憑君頓解文園渴。記憶當年逐漢査。

棖子
刺樹中庭手可攀。靑黃一半子初圓。金丸香壓烟初重。玉殼寒生露未乾。謾言物性荊淮別。應有芳010_285c名橘柚間。人間自古無兼味。笑汝生來只一酸。

杮子
秋來霜杮半傳紅。却訝句圓萬顆同。朱鳥啄餘赬편018熟。燭龍㘅照火珠烘。曙星垂耀明初動。崖蜜分甜味正融。百果盤中少顏色。能兼七絶擅神功。

華鴿
綉圍羅幙暎珠櫳。閑放飛奴出細籠。錦背花明翻晝景。金鈴風緊響雲空。傳書故舊恩情好。得食庭除意趣同。莫把家鷄一樣看。分明異彩出羣中。

錦鷄
春入芳塘漾綠漪。錦鷄無數弄晴暉。波明兩兩飛相照。沙暖雙雙水政依。戲動小荷香玉觜。吹來落010_285d蘂妬花衣。自多羽翼文章異。鵝鴨池邊省見稀。

唳鶴
浮丘편019鶴眼增明。許寄庭松穩不驚。月在高枝翻冷影。露團踈葉警寒聲。歸來華表千年語。去上緱山半夜鳴。霄漢高心終不盡。滿庭鷄鶩浪猜情。

眠麝
何意奔狂性易馴。碧蕪占斷睡成茵。夢尋文沼安閑地。食托周苹自在春。强弩遍山非買禍。薰香滿肚故依人。他時騎倒尋仙去。五百年來一化身。

假山
混沌何年又闢開。滿庭喬岳忽成堆。鴉鬟萬點層層見。鰲背羣山隱隱來。嵐氣欲連靑壁潤。日光低010_286a傍玉屛回。此間應有閑田地。擬結茅廬俯釣臺。

怪石
雲骨巉岩勢自頑。千年生長蘚痕班。龍鱗夜濕將成雨。鼇背秋高忽見山。香霧欲生仙掌動。靑烟不斷劍鋩寒。怪奇曾入靑州貢。劈取應驚鬼物慳。

璃石
古質天然造化工。堅溫曾不費磨礱。淸光自比琅玕潤。妙品應同琥珀濃。夜月寒凝金沆瀣。春光影透玉玲瓏。生來自信無瑕玷。滿院時時氣吐虹。

琚盆
繡甲香盆鈿綵新。江妃終不惜奇珍。美珠泣盡曾虛腹。明月潛投已近人。一水分源龍伯國。百花埋010_286b沒鶴林春。玉欄暫尒供淸翫。不是先生愛寶眞。


[편-001]猫 :
[편-002]鈄 :
[편-003]䴴 :
[편-004]楊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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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007]蘼 :
[편-008]蘼 :
[편-009] :
[편-010]秢 :
[편-011]業 :
[편-012]王 :
[편-013]稍 :
[편-014]綛 :
[편-015]林 :
[편-016]王 :
[편-017]瓜 :
[편-018]卯 :
[편-019]相 :

西坡集卷之五
 詩○星山錄 壬申夏。出宰星州牧。甲戌春。還朝。
百日紅。同坡村賦。 a_152_096c


152_096d一種元超萬卉中。天然幽艶著芳叢。留經百日偏能久。開殿三春獨也紅。濃態夕和煙縷襲。淡粧宵共月痕籠。移根好占池塘趣。柳影荷香澹澹風。


開花時節過天中。深院新移第一叢。異種君休等閒視。幾旬渠得鎭長紅。朝陰受雨微微潤。夕艶拕煙細細籠。無數姚黃與魏紫。可憐容易落春風。


若把群芳較下中。渠應壓倒萬花叢。輕輕似染聯跗翠。爍爍如酣暈臉紅。偏爲小堂工點綴。每供新句入152_097a牢籠。晩來一陣荷塘雨。依約纖枝巧耐風。


孤絶尖峯在水中。名花一本託新叢。影侵槐柳扶疏翠。色奪芙蕖的爍紅。唐殿未經催羯鼓。楚園曾笑護紗籠。長時自占蓓蕾力。不借芳春廿四風。


一樹移來小島中。葩明葉密又繁叢。剛憐節値三春盡。枉道花無十日紅。濃艶解迎朝旭媚。薄陰和與暮霏籠。爭姸喜有君詩在。愧我停毫瞠下風。


 

 

 

사가시집 제10권
 시류(詩類)
차공(次公)의 시에 차운하다. 4수


그 옛날 중방에 성명 나란히 올리었고 / 昔年重榜聯名姓
간원의 풍류 또한 한때에 발휘했으니 / 諫院風流又一時
뜰엔 백일홍꽃 비쳐라 바람은 서서히 불고 / 階映紫薇風荏苒
섬돌엔 작약꽃 번득여라 가랑비 내렸었네 / 砌翻紅藥雨霏微
퇴청하면 소매 가득 향기가 물씬 풍기고 / 朝回滿袖香紛郁
석양이면 명가 그림자 얽히고설켰었지 / 晩退鳴珂影陸離
당일에 그 누가 두보 같은 시인이었던고 / 當日詞人誰杜甫
열 길 오동 대울타리로 괜히 시만 썼는걸 / 尋梧埤竹謾題詩

아 그대의 좋은 재주는 되레 빛을 못 보거니 / 嗟君妙藝今還屈
내 헛된 이름 한때에 잘못 날린 게 부끄럽네 / 愧我虛名誤一時
다만 문장이나 지어서 꾸밀 줄이나 알 뿐 / 只有詞章工篆刻
어찌 일찍이 성리학을 정미하게 통했으랴 / 何曾性學透精微
벼슬길은 본디 절로 영욕이 응당 많거니와 / 宦途本自多榮辱
인간 세상엔 이별이 많음도 꼭 알아야 하리 / 人世須知足別離
지난해엔 동운 북수의 생각 간절했는데 / 去歲東雲北樹思
이젠 술자리서 조용히 시 논함이 기쁘구려 / 一樽今喜細論詩


질탕한 고담은 응당 세속에 거슬릴 테지만 / 跌宕高談應忤俗
오활한 옛 태도는 이미 시대에 어긋났었지 / 迂疎古態已違時
한가로이 도박할 때 말 쓰는 건 익숙한데 / 閑中縱博籌行熟
병든 뒤에 글씨 쓰려니 필력은 미약해라 / 病後揮毫筆力微
이미 양웅처럼 적막을 달게 여기는 터에 / 已分揚雄甘寂寞
어찌 장수 따라서 지리를 배우려 할쏜가 / 肯從莊叟學支離
작은 창 앞에 자고 나서 아무 할 일 없어 / 小窓睡起無餘事
남산 마주해 앉았으니 시 얻기 꼭 알맞네 / 坐對終南恰得詩

조그만 못 물이 새로 벌창하여 출렁대니 / 小池新水漲漣漪
지팡이 짚고 홀로 섰는 때에 흥이 나누나 / 興在扶笻獨立時
바람 부니 연꽃 향기는 풍기다 말다 하고 / 風動荷香來斷續
구름 끼니 산 기운은 점차로 흐려만 가네 / 雲陰山氣轉熹微
중년엔 정절처럼 전원 가길 생각했다가 / 中歲歸田思靖節
만년엔 종리처럼 도를 배우려고 하는데 / 殘年學道擬鍾離
가난과 질병 속에 한가한 세월 보내자니 / 閑中歲月渾貧病
풍광을 수습하는 건 작은 시구뿐이로세 / 收拾風光只小詩


[주D-001]그 …… 올리었고 : 중방(重榜)은 곧 중시(重試)를 가리키는바, 저자는 세조(世祖) 2년(1456) 문과 중시(文科重試)에 급제했고, 자가 차공(次公)인 이숙감(李叔瑊)은 바로 그 다음해인 세조 3년 문과 중시에 급제했는데, 성명을 나란히 올렸다는 말에 대해서는 자세하지 않다.
[주D-002]뜰엔 …… 불고 : 당(唐) 나라 때는 중서성(中書省)에 백일홍을 심었던 까닭에 중서성의 별칭을 자미성(紫薇省)이라 했었으나, 조선(朝鮮) 시대에는 사간원(司諫院)의 별칭을 미원(薇垣)이라 했던 까닭에 여기서 백일홍을 말한 것은 곧 사간원을 가리킨다.
[주D-003]섬돌엔 …… 내렸었네 : 사조(謝脁)의 직중서성(直中書省) 시에, “붉은 작약꽃은 계단에서 번득이고, 푸른 이끼는 섬돌 의지해 올라오네.〔紅藥當階翻 蒼苔依砌上〕”라고 한 데서, 전하여 작약꽃을 말한 것은 곧 중서성(中書省)을 의미한다.
[주D-004]명가(鳴珂) : 귀인이 타는 말에 옥을 장식하여, 행차할 때면 쟁글쟁글 소리가 울렸던 것을 이르는 말로, 전하여 귀인의 행차를 뜻한다.
[주D-005]열 길 …… 썼는걸 : 두보(杜甫)의 제성중원벽(題省中院壁) 시에, “대궐 곁의 대울타리엔 오동나무가 열 길인데, 통문의 마주한 처마 밑은 항상 침침하도다.〔掖垣竹埤梧十尋 洞門對霤常陰陰〕”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전하여 중서성(中書省)에 출사한 것을 의미한다.
[주D-006]지난해엔 …… 기쁘구려 : 두보(杜甫)의 춘일억이백(春日憶李白) 시에, “위수 북쪽엔 봄 하늘의 나무요, 강 동쪽엔 해 저문 구름이로다. 어느 때나 한 동이 술을 두고서, 우리 함께 글을 조용히 논해볼꼬.〔渭北春天樹 江東日暮雲 何時一樽酒 重與細論文〕”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전하여 친구 간에 서로 그리워하는 것을 의미한다.
[주D-007]이미 …… 터에 : 적막(寂寞)은 곧 양웅(揚雄)의 해조(解嘲)에, “오직 적막함만이 덕을 지키는 집이다. …… 나는 묵묵히 나의 태현을 홀로 지킬 뿐이다.〔惟寂惟寞 守德之宅 …… 黙然獨守吾太玄〕”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8]어찌 …… 할쏜가 : 장수(莊叟)는 바로 장자(莊子)를 가리킨다. 지리(支離)는 바로 잔결(殘缺)되어 쓸모 없는 사물, 또는 사람의 신체가 완전하지 못한 불구자를 가리키기도 하는데, 《장자》 인간세(人間世)에 신체가 불구자인 소(疏)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불구자인 관계로 국가의 병역이나 부역 등을 모두 면제받고, 국가로부터 구호 양곡을 배급받아 생활을 영위하면서 아무 일 없이 몸을 잘 보전하여 장수를 누렸다고 하였다.
[주D-009]중년엔 …… 생각했다가 : 정절(靖節)은 진(晉) 나라의 처사 도잠(陶潛)의 사시(私諡)인데, 그가 일찍이 팽택 영(彭澤令)이 되었으나 겨우 80여 일 만에 그만두고,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짓고 전원으로 돌아가서 일생 동안 시주(詩酒)를 벗삼아 유유자적하게 지냈으므로 이른 말이다.
[주D-010]만년엔 …… 하는데 : 종리(鍾離)는 당(唐) 나라 때의 선인(仙人)인 종리권(鍾離權)의 약칭인데, 그는 일찍이 공동산(崆峒山)에 들어가 수도하여 선인이 되었다고 한다.

 

산림경제 제2권
 양화(養花)
자미화(紫薇花) 시체에서 백일홍(百日紅)이라 부른다. 간지러운 것을 참지 못해 나뭇가지 사이를 손가락으로 긁으면 가지와 잎이 다 움직인다.


나무 둥치는 반들반들하고 한 길 남짓 큰다. 꽃잎은 붉고[紫] 쪼글쪼글한데 자잘한 꽃들이 모여 주먹만한 송이를 이룬다. 꽃받침은 밀랍 빛깔이고 꽃은 뾰족뾰족하며 줄기는 붉은[赤] 빛깔인데 잎은 마주난다. 6월에 꽃이 피기 시작하여 대사(代謝)를 거듭하며 9월까지 계속 핀다. 《격물총화》
우리나라 영남(嶺南) 지방 해안 근처 여러 고을[郡]에서 이 꽃을 많이 심는데, 비단처럼 아름답고 이슬꽃처럼 곱게 온 마당을 비춰주어 그 어느 것보다도 유려(流麗)하다. 그러나 영북(嶺北) 지방에서는 기온이 너무 차가워 얼어 죽는 것이 십중팔구이고, 다행히 호사가(好事家)의 보살핌을 받아도 겨우 죽는 것만을 면하는 것이 열 나무 중에 한둘에 불과하다. 이슬비가 올 때 가지를 잘라 꽂아 그늘진 곳에 두어 두면 곧 산다. 새 가지는 해장죽[海竹] 등으로 붙잡아 매어 주고 백양류 꼴로 수형(樹形)을 가다듬으면 아름답다. 갈무리할 때는 너무 덥게 하지 말고 마르지 않게 물을 주어야 한다. 《양화소록》


 

아계유고 제2권
 기성록(箕城錄) ○ 시(詩)
칠석(七夕)


백일홍 꽃이 오죽 가에 피어 있고 / 百日花開烏竹邊
작은 못에 맑은 이슬 홍련에 떨어지네 / 小塘淸露落紅蓮
만량은 나무에 일고 매미 울음 멎었는데 / 晚凉生樹蟬初歇
초승달 발을 엿보고 길손은 잠 못 이루네 / 微月窺簷客未眠
천상의 아름다운 기약 이 날 저녁이거니와 / 天上佳期知此夕
인간 세상 좋은 만남은 다시 언제런고 / 人間好會更何年
다정한 한 조각 오동잎이 떨어지니 / 多情一片梧桐葉
시름겨운 귀밑털 오늘 밤 모두 쇠잔하리 / 愁鬂今宵共颯然

여헌선생속집 제1권
 시(詩)
백일홍(百日紅)오언 절구(五言絶句)


온갖 초목들 모두 아름다운 꽃이 있지만 / 衆卉莫不花
한 달 가는 꽃 없다는데 / 花無保全月
너 홀로 백 일 동안 붉어 / 爾獨紅百日
나를 위해 봄빛을 남겨주누나 / 爲我留春色


牧隱詩藁卷之三十四
 
百日紅 一首 a_004_491d


靑靑松葉四時同。又見仙葩百日紅。新故相承成一色。天公巧思儘難窮。經霜與雪心逾苦。自夏徂秋態自濃。物自不齊齊者少。對花三歎白頭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