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담유고/산중가[山中歌]

2011.10.19. 산을좋아하는 하는 사람으로서 산중가 한구절을 옮겨보았다 .

아베베1 2011. 10. 19. 09:06

 

          삼각산의 인수봉(仁壽峰) 의 악어능선이다  건너편 숨은벽 정상부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옥담유고

산중가[山中歌]

 

 
깊은 산 속에 사는 삶이 좋아서 / 幽居愛山深
산 속에다 집을 지어 놓았도다 / 築室留山間
산에 들어가 산을 나오지 않으니 / 入山不出山
산에 깃들어서 늘 산에 사노라 / 棲山長在山
북산이 이문 보낸 일이 우스워라 / 移文笑北山
벼슬하는 첩경은 남산이 아니라네 / 捷徑非南山
옥산이 무너지는 듯하니 / 長爲玉山頹
빙산이 높음을 어찌 부러워하랴 / 詎羨氷山高
여산은 저잣거리와 멀었고 / 廬山遠市朝
화산에는 우거진 숲이 많아라 / 華山多林皐
산이 밝으니 산의 멋이 넉넉하고 / 山明足山趣
산이 수려하니 산의 흥이 많아라 / 山秀饒山興
산 늙은이는 산문을 닫고 / 山翁掩山門
산 나그네는 산길을 오누나 / 山客來山逕
산 바람은 산골짜기에 불고 / 山風山谷響
산 달은 산창에 환히 비치며 / 山月山窓明
산 종은 산사의 새벽에 울고 / 山鍾山寺曉
산 범패는 산사의 저녁에 들린다 / 山梵山禪夕
산 두견새 울음에 산죽이 갈라지고 / 山鵑山竹裂
산새 울음에 산 꽃이 떨어지며 / 山鳥山花落
산이 푸르니 산 비가 걷히고 / 山靑山雨捲
산이 희니 산 구름이 덮였다 / 山白山雲羃
산 정기는 산 아래서 캐고 / 山精山下採
산 고사리는 산 위에서 꺾는다 / 山蕨山頭折
산 노래에 산 물이 푸르고 / 山歌山水綠
산 광주리에 산 단풍이 붉어라 / 山籧山楓赤
산 서리는 산 다리에 있고 / 山霜在山橋
산 눈은 산 허리에 밝아라 / 山雪明山腹
산 사내는 산 너머에서 밭 갈고 / 山夫山外耕
산 아낙은 산 앞에서 들밥 내온다 / 山婦山前饁
산성에는 세상 풍진이 적고 / 山城少風塵
산야에는 좋은 풍경 많아라 / 山郊多風致
모름지기 산 북쪽 사람이 / 須令山北人
산 남쪽 일을 모르게 해야 하리
/ 勿識山南事

 


 

[주D-001]북산(北山)이 …… 일 : 이문(移文)은 관공서의 공문이다. 육조(六朝) 시대 송(宋)나라 주옹(周顒)이 종산(鍾山)에 은거하다가 북제(北齊)의 소명(召命)을 받고 해염 현령(海鹽縣令)이 되었다. 임기를 마치고 도성으로 가는 길에 종산에 들르려 하자, 함께 종산에 은거하던 공치규(孔稚珪)가 못마땅하게 생각하여 관청의 통문 형식을 빈 북산이문(北山移文)이란 글을 써서 주옹을 물리쳤다. 《古文眞寶 後集》 자신은 산을 나간 일이 없으므로 이런 일들이 우습다는 뜻이다.
[주D-002]벼슬하는 첩경은 남산 : 남산은 중국 장안(長安)의 앞산인 종남산을 가리킨다. 당(唐)나라의 노장용(盧藏用)이 진사(進士)에 급제한 뒤 등용되지 않자, 도성에서 가까운 종남산에 은둔하였다. 이는 군주가 그의 명성을 듣고 불러주기를 바라서였다. 그 후 그가 과연 은사(隱士)라는 명성으로 등용되었다. 사마승정(司馬承禎)이 천태산(天台山)으로 들어가니, 노장용이 종남산을 가리키면서 “여기에도 아름다운 운치가 있는데 굳이 천태산을 찾을 것이 있는가?” 하였다. 사마승정이 웃으며 “내가 보기에 종남산은 벼슬의 첩경일 뿐일세.” 하니, 노장용이 부끄러워하였다. 《新唐書 卷196 司馬承禎傳》
[주D-003]옥산(玉山)이 무너지는 : 술 취해 쓰러짐을 뜻한다. 진(晉)나라 혜강(嵇康)의 자태가 마치 외로운 소나무가 홀로 선 것처럼 빼어나 그가 술이 취해서 넘어지면 옥으로 된 산이 무너지는 것과 같았다. 《世說新語 容止》 이 고사를 빌려 이백(李白)의 〈양양가(襄陽歌)〉에서 “옥산이 절로 거꾸러지는 것이지 남이 민 게 아니라네.[玉山自倒非人推]” 하였다. 《古文眞寶 前集》
[주D-004]빙산(氷山) : 믿을 수 없는 권세를 비유한 말이다. 당(唐)나라 때 양국충(楊國忠)이 우상(右相)이 되어 권세가 천하를 흔드니 모든 사람들이 그에게로 모여들었다. 어떤 사람이 장단(張彖)에게 “양국충을 만나보면 부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자, “그대들은 양 우상을 태산처럼 의지하나 나는 얼음산으로 볼 뿐이다. 밝은 해가 뜨면 너희들이 믿을 곳을 잃지 않겠느냐?” 하고 숭산(崇山)에 숨었다. 《通鑑總類》
[주D-005]여산(廬山) : 중국 강서성 구강현에 있는 산이다. 진(晉)나라 때 혜원법사(慧遠法師)가 이 산의 동림사(東林寺)에 은거하면서 도연명(陶淵明)ㆍ육수정(陸修靜)과 함께 교유하였다.
[주D-006]화산(華山) : 중국의 오악(五嶽) 중 하나이다. 송(宋)나라 희이선생(希夷先生) 진단(陳摶)이 이곳에 은거하였다.
[주D-007]산 …… 갈라지고 : 두견새가 울면 그 소리가 너무도 처절하여 산죽(山竹)이 갈라진다고 한다. 두보의 〈현도단가칠언육운기원일인(玄都壇歌七言六韻寄元逸人)〉에 “두견새가 밤에 우니 산죽이 갈라진다.[子規夜啼山竹裂]” 하였다.
[주D-008]산 정기 : 백출(白朮) 또는 오래된 하수오(何首烏)를 산정(山精)이라 한다.
[주D-009]산 …… 푸르고 : 당(唐)나라 유종원(柳宗元)의 시 〈어옹(漁翁)〉에 “물안개 걷히고 해가 솟으니 사람은 보이지 않고, 애내 한 소리에 산수는 푸르구나.[烟消日出不見人 欸乃一聲山水綠]” 하였다. 애내는 노를 젓는 소리, 또는 뱃노래이다.
[주D-010]모름지기 …… 하리 : 산 속에 은거하여 다른 곳에는 조금도 가지 말고 살아야 함을 뜻한다.

 

이응희(李應禧)

 

조선 후기의 종친. 본관은 전주(全州). 이륜(李倫)의 아들로 파계수(坡溪守)에 봉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