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詩/ 김종직 산중인사

산중인사(山中人辭) 김종직

아베베1 2012. 1. 2. 09:59

 

 

 

 

 

 

 

산중인사(山中人辭)


김종직(金宗直)

극기(克己)가 도영창(都永昌)ㆍ한인효(韓仁孝) 및 생질 강백진(康伯珍) 등과 더불어 안국사(安國寺)에 가 목욕하였는데, 그 절은 고승(高僧) 행호(行乎)가 머무는 곳이었다.

산중에 사람들이 문득 서넛 / 山中人兮忽三四
손을 잡고 조용히 노니는구나 / 謇携手兮其虛徐
난초로 물끓이고 부들로 자리 삼으니 / 蘭爲湯兮蒻爲薦芳
향기롭고 화락할손 산중의 이 집 / 誾誾兮屋廬
날마다 목욕하고 앉고 누우니 / 日澡浴兮或坐臥
정기가 뭉치고 때 벗겨지네 / 精氣摶兮麤穢除
아침에 마시는 건 돌에 고인 물 / 朝而噏兮石溜
저녁에 씹는 건 깨끗한 나물 / 暮咀嚼兮氷蔬
신선이 비록 멀리 격하여서도 / 雖神仙兮遼以隔
어즈버 사귀어 동무 삼을 듯 / 羌彷彿兮爲曹
대사를 불러서 주미를 휘두르고 / 招乎師兮揮塵
서왕모를 맞아서 복숭아 나누네 / 邀王母兮分桃
우스울사 공문은 환이 하 많아 / 哂空門兮多幻
음란 투성이라 세상을 싫어하네 / 嫌下土兮淫遨
고요히 거처하며 드높이 보니 / 密靚處兮高觀
알겠도다, 의가 이기어 몸이 살찜을 / 知義勝兮身肥
구름 나무에 자고새 지저귄다 / 鉤輈聒兮雲木
대숲이 어둑어둑 이끼 낀 사립 / 澁勒暗兮苔扉
뿔없는 외발 소는 괴물이요 / 夔一足兮畜怪
여우랑 살쾡이 족속들 모였네 / 又狐狸兮聚族
구름이 캄캄하고 달이 검은데 / 雲冥冥兮月黑
다투어 날치며 강둥거리리 / 競恣睢兮蹢躅
생각하니 기인이라 나는 속세에 얽혀 / 念畸人兮縛塵纓
그대들 생각에 맘 괴롭네 / 隱思子兮勞心曲
복숭아꽃 눈부신 낮, 오얏꽃 하얀 밤 / 桃眩晝兮李縞夜
봄빛이 분분히 눈을 즐겨주나니 / 韶華繽紛兮悅目
이 동산 가운데도 즐길 만하데 / 湛中園兮可樂
그대들 어이 빈 골짝에 머무느뇨 / 君胡爲兮空谷


 

 

 

[주D-001]주미(麈尾) :
사슴의 꼬리로 만든 불자(拂子)인데, 담론(談論)할 때에 그것을 휘두르며 하기도 한다.
[주D-002]서왕모(西王母)를 …… 나누네 : 한 무제(漢武帝) 때에 선녀 서왕모(西王母)가 천도(天桃)를 가져다 바친 일이 있다 한다.
[주D-003]의(義)가 …… 살찜을 : 자하(子夏)가 공자에게 와서 배우는데, 처음에는 몸이 자꾸 파리하여지더니 얼마를 지난 뒤에는 살이 쪘다. 그 까닭을 물으니 그는 대답하기를, “처음에는 부자(夫子)의 앞에 오면 인의(仁義)가 즐겁다가, 나가 보면 부귀(富貴)가 부러워서 두 가지 생각이 마음속에서 싸우느라고 괴로워서 파리하였었는데, 이제는 의(義)가 이겨서 부귀보기를 흙덩이같이 보기 때문에 마음이 편안하여 살이 쪘습니다.” 하였다.
[주D-004]기인(畸人) : 《장자(莊子)》에, “기인(畸人)이란 것은 사람에게는 맞지 않고 천(天 자연(自然))과 짝이 되는 사람이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