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호인(兪好仁) 낭만히 노는 어떤 손이 청구에 비껴 서니 / 客有漫浪遊兮竚靑丘 천고에 아득히 짝이 없네 / 曠千古兮杳寡儔 절운관을 높이 쓰고 / 冠切雲之嵯峨 명월주 차고 임구를 울리며 / 佩明月兮鳴琳球 몸에는 산뜻하고 화려한 비단 도포 / 披錦袿之鮮麗兮 자줏빛 연기를 입었으며, 봄 구름으로 수놓았네 / 衣紫煙兮繡春雲 나의 차림도 으리으리하니 / 顧余飾之陸離 픙기는 향내도 그윽해라 / 譪菲菲兮淸芬 요염하고 곱고 매혹적인 그 맵시 / 妖姸姣好有餘濃兮精神 황홀한 정신이 높이 놀아 닭의 무리에 뛰어난 봉이로세 / 焱迅邈超謝乎鷄群 광한전에 올라 계수를 만지고 / 攬桂樹於廣寒 부상의 아침 햇살을 손으로 떨치며 / 拂朝暾兮扶桑 허공에 솟아 올라 항해를 움켜 마시니 / 凌大漠而飮沆瀣兮 인간이 어디메뇨, 티끌만 아득해라 / 眛人寰兮塵杳茫 취수 서쪽 끝 만 리에 / 翠水之西極萬里兮 반린을 타고 백봉을 몰아 / 駕斑麟而驂白鳳 곧바로 곤륜산으로 노닐러 가니 / 逕遨遊乎崐岡 서왕모가 생긋 웃으며 부드러운 낯으로 / 金母啓齒色敷腴兮 청조를 시켜 경장을 따라 주네 / 令靑鳥導余以瓊漿 바람 연에 노을 수레로 훨훨 몰아가니 / 颷輦霞輧馭汗漫兮 휘휘, 덜커덩, 달리는 소리 온 우주를 뒤흔드는데 / 驞駍駖磕乎鴻濛之宅 비렴이 길을 맑혀 줌이여 / 飛廉屛翳吸嚊繡卒兮 붉은 구름 저쪽에 아득히 보이누나 / 隔紅雲兮空羃羃 부구선인이 방장산의 선관을 관할하다 / 浮丘管轄乎方丈之館兮 아양떨며 눈짓하며 드디어 나를 황홀히 부르는구나 / 睮睮貇貇遂招予乎髣髴 주궁ㆍ패궐이 허공에 둥실 늘어서 있고 / 朱宮貝闕繚以跨虛兮 우의가 너울너울 서늘한 바람에 춤추는데 / 羽衣翩躚泠然騰颯 위에는 고요하고 툭 틔어서 막힘이 없고 / 上寥廓沆漭而無閡兮 밑에는 또 끝간 데를 몰라라 / 下積蘇兮又焉極 대지가 축을 붙들고 빙빙 돌아가고 / 大地互回而控軸兮 별들이 두루 깔려 수없이 반짝이네 / 星辰環布而錯落 너울너울 세 번 향수에 목욕하고 천궐에 나아가 / 翼翼三熏仰覲天表兮 단신으로 자신 앞에 머리를 숙이니 / 瀝血寸丹首稽乎紫宸 자신전은 빛나고도 그지없이 깊은데 / 紫宸煜霅而沕穆兮 기기괴괴, 얼기설기, 드높이 주순을 걸쳐 지었네 / 攦佹閜砢嵬架乎朱鶉 옥황께서 우위를 거느리고 엄연히 척강하사 / 玉皇羽衛儼陟降兮 중기중기한 창합들을 굽어보시니 / 俯閶闔之嶙峋 번개가 신동에 번쩍, 뇌성이 천소를 도와 / 電霍神瞳雷助天笑兮 태허의 온 봄을 만드시네 / 陶大虛之一春 늘어선 선관들이 구름 달리듯, 안개 일 듯 / 森官府之雲奔霧滃兮 오채의 조복을 번쩍이고 / 烱五彩之襠祫 옥녀와 시동들이 / 仍玉女而與侍裔兮 예쁜 맵씨로 분분히 나타나 / 紛群妙之綽約 머리엔 태화ㆍ신영의 상투를 짜고 / 戴太華晨嬰之䯻兮 발에는 현경ㆍ봉문의 신을 신었구나 / 履玄瓊鳳文之舃 비경을 시켜 팔랑을 타고 / 令飛瓊兮禪八琅 능화를 명하여 경을 치니 / 敎凌華兮拊石轟 뭇 음악이 쾅쾅 번갈아 나오는데 / 衆音之迭進兮 이따금 현운의 법곡도 들리는고야 / 間玄雲之法曲 만년 만에 한 번인 이 기회를 만났으니 / 幸萬期而邂逅兮 그 동안 동해가 뽕밭으로 변했으리 / 亦變東海兮桑田 외람되이 우러러 월계를 더럽힌 날 / 叨仰塵兮月階 이 좋은 저녁이 묻노라 어느 핸고 / 玩今夕兮何年 청은의 비록을 내게 수여하며 / 授我以靑隱之錄 동화의 높은 각을 내게 빌려 주며 / 假我以東華之閣 거승의 꽃을 내게 먹여 주며 / 偰我以巨勝之花 화지의 샘물을 내게 권하면서 / 侑我以華池之泉 초남의 명령나무를 어루만지며 / 撫楚南之冥靈 8천 년 뒷 기약을 나와 맺은 후에 / 要後期於八千 인하여 조용히 나를 달래며 / 仍誘余以縱臾 육신에게 자문하여 내주는 선결 / 咨六神而與訣 이 태현이 아득하고 황홀하니 / 曰玆大玄杳兮惚兮 무위의 처음을 혹 얻을지니 / 無爲之先倘可得兮 네 삼시를 치고 네 욕심을 가시면 / 攻而三尸淨而欲兮 도가 바로 네게 있는데 눈썹 보지 못하누나 / 道則在爾而不見睫兮 이와 서캐같은 하천한 몸이 / 顧蟣虱之下賤 진원의 우악하신 총은을 입사와 / 荷眞元之寵渥 백붕 같은 하사를 내리오시니 / 等百朋兮起壽 상제여, 만수무강, 아름다이 즐기옵소서 / 頌神休兮於樂 문득 하늘 닭이 날개쳐 꼬끼요 울고 / 忽天鷄之膞膞 새벽 종이 쾅쾅 울려오기에 / 晨鍾轟隱乎砰磕 내 혼이 황홀하여 인간으로 돌아오니 / 魂恍惚兮歸來 몸에 밴 하늘 향기 아직도 풍겨 있네 / 尙天香兮未歇 다만 보이는 건 목객이 시를 읊고 산 원숭이 달 아래 휘파람 부는데 / 但見木客吟詩山㺑嘯月 만규에 피리 소리, 천암이 검극인 듯 / 萬竅笙竽千巖劍戟 아득한 세계가 참인가 환이런가 / 眩眞幻於古漭國 안개만 부질없이 모이락 흩어지락 / 空漲霧之歘翕 아, 이것이 조물주가 나를 희롱함인가 / 噫嘻此乃造物者戲我邪 나도 또한 모르겠네, 하늘이 왜 까마득하고 땅이 왜 탁한지 / 吾亦未知天何爲而玄地何爲而濁 해와 달이 왜 오락가락하는지, 바람과 구름이 왜 변하고 없어지는지 / 日月何爲兮往來風雲何自兮變滅 분분한 시비가 만 가지로 다르거니 / 紛是非之吹萬 신세를 일락에 부침만 못하리라 / 曷若付身世於一貉 진실로 인생이 우주 안에 / 信乎寓形宇內 삶이 아득히 털끝처럼 가는 것인데 / 渺然毫髮 벌레의 팔이나 쥐의 간으로 / 蟲臂鼠䏏 내 멋대로 살리라 / 隨吾所適 올라가면 옥당에 금마 / 升則玉堂金馬 물러나면 운천에 계수나무 있는계곡 / 退則雲泉桂壑 고관대작을 영통의 지역에 비기고 / 擬簪笏於苓通之域 만상을 초월하고 우주를 나오면 / 超萬象而出宇宙 큰 바다가 고대 술병으로 보이고 / 坐見瀛海爲窪尊 태산이 조그만 송편이 되어 / 岱輿爲飣餖 삼광보다 더 오래 늙지도 않고 / 後三光而不老 희황이 모두 아래로 깔보이리니 / 下羲皇而高視 이런 뒤에 사람들이 다 이르기를 천하의 즐거움을 한몸에 모은 자는 / 然後人皆謂萃天下之樂者 오유자라 하리라 / 孰有浮於烏有子
|
[주C-001]청학동(靑鶴洞) : 지리산(智異山)의 가장 깊숙한 동학(洞壑)에는 청학(靑鶴)이 깃들여 있고 신선들이 산다 하며 역대 시인들의 제영(題詠)이 많다.
[주D-001]절운관(切雲冠) : 굴원(屈原)의 초사(楚辭)에서 나왔는데, 당시의 높은 관(冠)이다.
[주D-002]항해(沆瀣) : 북방의 밤중 기운이 어리어 맺는 맑은 이슬이다.
[주D-003]천소(天笑) : 이백(李白)의 시에, “옥녀(玉女)가 투호(投壺)하니 천제(天帝)가 웃는다.”는 말이 있다.
[주D-004]동해가 …… 변했으리 : 선녀(仙女) 마고(麻姑)가 왕방평(王方平)에게 말하기를, “동해(東海)가 물이 말라서 뽕밭으로 변하는 것을 세 번이나 보았다.” 하였다.
[주D-005]초남(楚南)의 명령(冥靈)나무 : 《장자》에, “초(楚) 나라 남쪽에 명령(冥靈)이란 나무가 있는데, 8천 년은 봄이 되고 8천 년은 가을이 된다.” 하였다.
[주D-006]삼시(三尸) : 도가(道家)에서, “사람의 몸에 삼시충(三尸蟲)이 있는데, 그것이 없어져야 오래 산다.” 하였다.
[주D-007]목객(木客) : 산중에 있는 도깨비 종류인데, 형체가 사람과 비슷하다.
[주D-008]일락(一貉) : “예와 지금이 모두 한 언덕의 여우와 같다[古與今如一丘之貉].” 이라 옛글이 있다.
[주D-009]영통(苓通) : 말똥은 통(通)이라 하고, 돼지똥을 영(苓)이라 한다.
[주D-010]오유자(烏有子) : 오유(烏有)는 어찌 있겠느냐는 뜻인데, 오유자(烏有子)는 실제로 없는 공상적(空想的)인 인물로 쓰는 것이다.
[주D-001]절운관(切雲冠) : 굴원(屈原)의 초사(楚辭)에서 나왔는데, 당시의 높은 관(冠)이다.
[주D-002]항해(沆瀣) : 북방의 밤중 기운이 어리어 맺는 맑은 이슬이다.
[주D-003]천소(天笑) : 이백(李白)의 시에, “옥녀(玉女)가 투호(投壺)하니 천제(天帝)가 웃는다.”는 말이 있다.
[주D-004]동해가 …… 변했으리 : 선녀(仙女) 마고(麻姑)가 왕방평(王方平)에게 말하기를, “동해(東海)가 물이 말라서 뽕밭으로 변하는 것을 세 번이나 보았다.” 하였다.
[주D-005]초남(楚南)의 명령(冥靈)나무 : 《장자》에, “초(楚) 나라 남쪽에 명령(冥靈)이란 나무가 있는데, 8천 년은 봄이 되고 8천 년은 가을이 된다.” 하였다.
[주D-006]삼시(三尸) : 도가(道家)에서, “사람의 몸에 삼시충(三尸蟲)이 있는데, 그것이 없어져야 오래 산다.” 하였다.
[주D-007]목객(木客) : 산중에 있는 도깨비 종류인데, 형체가 사람과 비슷하다.
[주D-008]일락(一貉) : “예와 지금이 모두 한 언덕의 여우와 같다[古與今如一丘之貉].” 이라 옛글이 있다.
[주D-009]영통(苓通) : 말똥은 통(通)이라 하고, 돼지똥을 영(苓)이라 한다.
[주D-010]오유자(烏有子) : 오유(烏有)는 어찌 있겠느냐는 뜻인데, 오유자(烏有子)는 실제로 없는 공상적(空想的)인 인물로 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