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詩/한도 십영(漢都十詠)

한도 십영(漢都十詠)

아베베1 2012. 1. 2. 10:54

 

 

 

 

                                          이미지 사진은 도봉산 칼바위의 모습이다  

 

동문선의 기록이다

사가시집보유 제1권
 시류(詩類) 《동문선(東文選)》에 실려 있는 시
한도 십영(漢都十詠)



장의 심승(藏義尋僧)
세 봉우리는 우뚝우뚝 옥을 깎아 놓은 듯한데 / 三峯亭亭削寒玉
전조에 세운 사찰은 팔백 년 세월이 흘렀네 / 前朝古寺多八百
고목나무 굽은 절벽 가에 누각은 층층이요 / 古木回巖樓閣重
콸콸 흐른 샘물 소리는 산석이 찢긴 듯해라 / 鳴川激激山石裂
내가 옛날에 중을 찾아 한번 그곳에 가서 / 我昔尋僧一歸去
깊은 밤 밝은 달 아래 조용히 얘기 나누다 / 夜闌明月共軟語
새벽종 한 소리에 깊은 깨달음 얻었는데 / 曉鍾一聲發深省
흰 구름 땅에 가득해 어딘 줄을 몰랐었네 / 白雲滿地不知處

제천 완월(濟川翫月)
유리 빛 같은 만 이랑 가을빛은 고요한데 / 秋光萬頃琉璃靜
단청 마룻대 구슬발의 찬 그림자 잠기었네 / 畫棟珠簾蘸寒影
긴 하늘엔 구름 없어 비로 쓴 듯 깨끗한데 / 長空無雲淨如掃
앉아서 황금병 같은 달 뜨기만 기다리니 / 坐待月出黃金餠
이윽고 천지의 맑은 기운이 뼈에 사무치고 / 乾坤淸氣骨已徹
밝은 빛은 머리털을 일일이 셀 만도 하네 / 明光一一數毛髮
밤이 깊어 갈수록 경치가 더욱 기이하여 / 午夜深深更奇絶
열두 굽이의 난간에 두루 기대어 보노라 / 倚遍欄干十二曲

반송 송객(盤松送客)
친구가 나를 이별할 제 원유를 노래하니 / 故人別我歌遠遊
무엇으로 전송할꼬 두 은 사발 술이로다 / 何以送之雙銀甌
도문의 버들가지 차마 꺾지 못하려니와 / 都門楊柳不堪折
방초의 맺힌 한은 어느 때나 그칠런고 / 芳草有恨何時休
거년에도 금년에도 삼상처럼 떨어져라 / 去年今年長參商
빈부 간에 이별은 다 애간장 녹는 일일세 / 富別貧別皆銷腸
양관삼첩의 노래 이미 다 끝내고 나니 / 陽關三疊歌旣闋
동쪽 구름 북쪽 나무가 모두 아득하구려 / 東雲北樹俱茫茫

양화 답설(楊花踏雪)
북풍이 휘몰아쳐 온갖 구멍을 울리는데 / 北風捲地萬籟響
강 머리의 눈송이는 손바닥보다 크구나 / 江頭雪片大於掌
아득한 은빛 세계에 인적은 전혀 없고 / 茫茫銀界無人蹤
하늘 높이 솟은 옥산은 천만 길이로다 / 玉山倚空千萬丈
나는 때로 지붕만 한 모자 쓰고 나귀를 타면 / 我時騎驢帽如屋
눈꽃은 눈부시고 머리칼은 대처럼 빳빳한데 / 銀花眩眼髮豎竹
돌아와서는 청루에서 술을 사서 마시고 / 歸來沽酒靑樓飮
취하여 매화 곁에서 봄소식을 찾기도 했네 / 醉傍寒梅訪消息

목멱 상화(木覓賞花)
성 남쪽엔 하늘 닿은 산이 참 우뚝한데 / 尺五城南山正高
열두 청운의 다리를 디디고 올라가 보니 / 攀緣十二靑雲橋
북악산은 연꽃 봉오리를 꽂아 놓은 듯하고 / 華山揷立玉芙蓉
한강 물은 포돗빛으로 물들여 낸 것 같네 / 漢江染出金葡萄
장안의 일만 가호는 온갖 꽃의 동산이라 / 長安萬家百花塢
누대에 은은히 비쳐 붉은 비가 온 듯하네 / 樓臺隱映紅似雨
청춘으로 꽃 완상할 날이 그 얼마나 되랴 / 靑春來賞能幾何
해가 정히 길거니 갈고나 재촉해 보자꾸나 / 白日正長催羯鼓

전교 심방(箭郊尋芳)
손바닥처럼 판판한 들에 풀은 돗자리 같은데 / 平郊如掌草如茵
맑게 갠 날 다스운 바람이 사람을 훈훈케 하네 / 晴日暖風濃殺人
아침에 푸른 적삼 잡히어 술을 사 가지고 / 朝來沽酒典靑衫
삼삼오오 벗을 지어 봄놀이를 나가서는 / 三三五五尋芳春
곡수유상의 술잔을 속속히 돌리다 보니 / 飛觴轉急流水曲
고래처럼 마셔 대라 술병은 쉬 말라 버리네 / 淸尊易枯長鯨吸
밝은 달밤에 준마 타고 집으로 돌아갈 때는 / 歸來駿馬踏銀蟾
옥피리 소리 잦아들 제 살구꽃은 떨어지네 / 玉笛聲殘杏花落

마포 범주(麻浦泛舟)
서호의 짙은 화장은 서시의 화장 같은데 / 西湖濃抹如西施
도화우 실실 내려 파란 잔물결 일으키네 / 桃花細雨生綠漪
노 저어 돌아갈 제 물은 반 삿대쯤 불었는데 / 蕩槳歸來水半篙
해 저물어 죽지가 부르는 사람은 없구려 / 日暮無人歌竹枝
삼산은 금오의 머리 위에 보일락 말락 하고 / 三山隱隱金鼇頭
한강에도 역력히 앵무주가 펼쳐 있건만 / 漢江歷歷鸚鵡洲
서성거려 봐도 한 마리 황학은 못 보겠더니 / 夷猶不見一黃鶴
갑자기 흰 갈매기 한 쌍만 날아오는구나 / 飛來忽有雙白鷗

흥덕 상화(興德賞花)
절집의 화려한 단청은 물 밑에 비치고 / 招提金碧照水底
연꽃은 막 피어서 씻은 듯이 깨끗한데 / 荷花初開淨如洗
붉은 안개는 보슬보슬 난간을 스쳐 가고 / 霏霏紅霧拂瓊欄
향기론 바람은 모시옷 소매를 펄럭이네 / 香風欲動飜袖紵
때로는 벽통주를 무한정 마시기도 하고 / 有時碧筒飮無數
한낮엔 고담 나누며 옥주를 휘둘렀는데 / 白日高談揮玉麈
중과 서로 손 잡고 달 뜨기를 기다리노라니 / 居僧挽手待明月
작은 누각 하룻밤이 비 오듯 서늘하였네 / 小樓一夜涼似雨

종가 관등(鍾街觀燈)
장안성 안에 백천만의 가호들이 / 長安城中百萬家
밤새도록 켜 놓은 연등이 놀처럼 환하여라 / 一夜燃燈明似霞
삼천세계가 온통 산호수 빛이요 / 三千世界珊瑚樹
이십사 교는 전부가 연꽃이로다 / 二十四橋芙蓉花
동쪽 거리 서쪽 저자는 모두 대낮 같은데 / 東街西市白如晝
좋아서 내닫는 애들은 원숭이보다 빠르네 / 兒童驚走疾於狖
연등은 거두지 않은 채 북두성은 기울어 / 星斗闌干爛不收
화려한 누각 앞에 새벽 시각을 알리누나 / 黃金樓前催曉考

입석 조어(立石釣魚)
시냇가의 괴석은 마치 사람처럼 서 있고 / 溪邊怪石如人立
깨끗한 가을 물엔 차가운 하늘이 비치는데 / 秋水玲瓏照寒碧
낚싯대 갖고 와서 풀 깔고 앉아 드리우니 / 把釣歸來籍綠蕪
백 척의 은실 끝에 금잉어가 파드닥거려라 / 百尺銀絲金鯉躍
잘게 저며 회를 치고 국도 끓여 내놓으니 / 細斫爲膾燖爲羹
백사장 머리 두 옥병이 금방 비어 버렸네 / 沙頭屢臥雙玉甁
취해서는 다리를 치며 〈창랑가〉를 노래하니 / 醉來鼓脚歌滄浪
만고에 기린각 공신의 명성을 무엇 할쏜가 / 不用萬古麒麟名

 

 

[주D-001]장의 심승(藏義尋僧) : 장의사(藏義寺)의 중을 방문한다는 뜻이다. 장의사는 신라 무열왕(武烈王)이 백제와 싸우다 전사한 장춘랑(長春郞)과 파랑(罷郞)을 위하여 창건한 사찰로, 지금의 세검정(洗劍亭) 부근에 있었던바, 조선 중기에 폐해졌다고 한다.
[주D-002]고목나무 …… 층층이요 : 두목(杜牧)의 〈염석유(念昔遊)〉 시에 “이백이 일찍이 시를 제한 수서사에는, 고목나무 굽은 절벽에 누각 바람이로다.[李白題詩水西寺 古木回巖樓閣風]”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3]새벽종 …… 얻었는데 : 두보(杜甫)의 〈유용문봉선사(游龍門奉先寺)〉 시에 “깨려던 차에 새벽 종소리 들으니, 사람으로 하여금 깊은 깨달음 얻게 하네.[欲覺聞晨鐘 令人發深省]”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杜少陵詩集 卷1》
[주D-004]제천 완월(濟川翫月) : 제천정(濟川亭)에서 달구경을 한다는 뜻이다. 제천정은 한강(漢江) 북쪽 언덕에 있었다고 한다.
[주D-005]황금병(黃金餠) : 황금 송편이란 뜻으로, 달의 모양을 형용한 말인데, 전하여 달의 별칭으로도 쓰인다.
[주D-006]반송 송객(盤松送客) : 반송정(盤松亭)에서 손을 전송한다는 뜻이다. 반송정은 모화관(慕華館) 북쪽에 있는데, 전하는 말에 의하면, 이곳에 큰 소나무가 구불구불 서려서 그늘이 수십 보 거리를 덮었는데, 고려 왕이 남경(南京)에 행행하다가 이곳에서 비를 피하고 이렇게 명명했다고 한다.
[주D-007]친구가 …… 노래하니 : 굴원(屈原)의 《초사(楚辭)》 〈원유(遠遊)〉에 선인(仙人)들과 함께 유희하면서 천지 사방을 이르지 않는 데 없이 두루 유람하고자 하는 뜻을 피력한 데서 온 말로, 전하여 사방을 유람하거나 멀리 여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주D-008]도문(都門)의 …… 못하려니와 : 옛날 한인(漢人)들이 손님을 송별할 때 장안(長安) 동쪽의 파교(㶚橋)에 이르러 버들가지를 꺾어 주었던 데서 온 말로, 버들가지를 꺾는다는 것은 곧 송별을 의미한다.
[주D-009]방초(芳草)의 …… 그칠런고 : 굴원의 《초사》 〈초은사(招隱士)〉에 “왕손은 집 떠나서 돌아오지 않는데, 봄풀은 나서 무성하도다.[王孫遊兮不歸 春草生兮萋萋]”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여기서는 이별한 친구를 그리워하는 뜻으로 쓰였다.
[주D-010]삼상(參商) : 두 별 이름인데, 삼성은 서방에, 상성은 동방에 각각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 두 별을 동시에 볼 수 없다고 한다.
[주D-011]양관삼첩(陽關三疊)의 노래 : 〈양관삼첩가〉는 옛날의 이별곡으로, 삼첩이란 바로 왕유(王維)의 〈송원이사안서(送元二使安西)〉 시의 “위성의 아침 비가 가벼운 먼지를 적시니, 객사는 푸르고 푸르러 버들 빛이 새롭구나. 한 잔 술 더 기울이라 그대에게 권한 까닭은, 서쪽으로 양관 나가면 친구가 없기 때문일세.[渭城朝雨浥輕塵 客舍靑靑柳色新 勸君更進一杯酒 西出陽關無故人]”라고 한 시에서, 첫째 구(句)만 재창(再唱)을 하지 않고 나머지 세 구는 모두 재창을 하는 것을 이른 말이다. 〈양관곡(陽關曲)〉이라고도 한다.
[주D-012]동쪽 …… 아득하구려 : 두보(杜甫)의 〈춘일억이백(春日憶李白)〉 시에 “위수 북쪽엔 봄 하늘의 나무요, 강 동쪽엔 해 저문 구름이로다. 어느 때나 한 동이 술을 두고서, 우리 함께 글을 조용히 논해 볼꼬.[渭北春天樹 江東日暮雲 何時一樽酒 重與細論文]”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전하여 동쪽 구름, 북쪽 나무는 친구 간에 서로 헤어져서 그리워함을 의미한다. 《杜少陵詩集 卷1》
[주D-013]양화 답설(楊花踏雪) : 양화도(楊花渡)에서 눈을 밟는다는 뜻이다. 양화도는 서강(西江) 하류에 있는 나루터이다.
[주D-014]북풍(北風)이 …… 울리는데 : 남제(南齊)의 시인 사조(謝朓)의 〈답왕세자(答王世子)〉 시에 “푸른 구름은 대궐 위에 어둑하고, 북풍은 온갖 구멍에서 불어 대네.[蒼雲暗九重 北風吹萬籟]”라고 하였다.
[주D-015]목멱 상화(木覓賞花) : 목멱산(木覓山)의 꽃을 완상한다는 뜻이다. 목멱산은 남산의 별칭이다.
[주D-016]갈고(羯鼓)나 재촉해 보자꾸나 : 갈고는 말가죽으로 메운 장구를 말한다. 갈고를 재촉한다는 것은, 당 현종(唐玄宗)이 본디 음률(音律)을 잘 아는 데다 갈고를 특히 좋아했던바, 한번은 2월 초 어느 날 밤비가 막 갠 아침에 내정(內庭)의 버들개지와 살구꽃 등이 막 터져 나오려는 것을 보고는, 고역사(高力士)를 시켜 갈고를 가져오게 하여, 친히 춘호광(春好光) 한 곡조를 지어서 갈고를 연주하고 나니, 버들개지와 살구꽃 등이 이미 다 터져 나왔더라는 고사에서 온 말인데, 여기서는 단지 봄 경치를 즐기는 의미로 쓴 것이다.
[주D-017]전교 심방(箭郊尋芳) : 살곶이 들에서 봄놀이를 한다는 뜻이다. 살곶이는 국도(國都)의 동쪽 들판인데, 물과 풀이 넉넉하여 ‘나라의 말[國馬]’을 길렀다고 한다.
[주D-018]아침에 …… 가지고 : 청삼(靑衫)은 푸른 도포를 말하는데, 당나라 때 8, 9품(品)의 관복(官服)으로, 전하여 미관말직을 의미하기도 한다. 백거이(白居易)의 〈취송이십이상시부진절동(醉送李十二常侍赴鎭浙東)〉 시에 “정안의 객사 꽃가지 아래서, 함께 청삼 벗어 잡히고 막걸리 사서 마셨네.[靖安客舍花枝下 共脫靑衫典濁醪]”라고 하였다. 《白樂天詩後集 卷12》
[주D-019]곡수유상(曲水流觴) : 굽이쳐 흐르는 물에 술잔을 띄우고 시를 짓고 노는 것을 말한다. 진 목제(晉穆帝) 영화(永和) 9년 3월 3일, 즉 상사일(上巳日)에 왕희지(王羲之), 사안(謝安), 손작(孫綽) 등 당대의 명사 40여 인이 회계(會稽)의 난정(蘭亭)에 모여서 계사(禊事)를 행하고, 이어 굽이쳐 흐르는 물에 술잔을 띄우고 시를 읊으면서 성대한 풍류놀이를 했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20]마포 범주(麻浦泛舟) : 마포에 배를 띄운다는 뜻이다.
[주D-021]서호(西湖)의 …… 같은데 : 소식의 〈음호상초청후우(飮湖上初晴後雨)〉 시에 “물빛은 넘실넘실 갠 날에 한창 좋더니, 산 빛은 어둑어둑 비 오는 것도 기관일세. 서호를 가져다가 서시에 비교할진댄, 엷은 화장 짙은 색칠이 둘 다 서로 어울리리.[水光瀲灩晴方好 山色空濛雨亦奇 欲把西湖比西子 淡粧濃抹總相宜]”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전하여 여기서는 곧 서강(西江)의 경치가 마치 짙게 화장한 서시(西施)의 용모처럼 아름다움을 뜻한다. 《蘇東坡詩集 卷9》
[주D-022]도화우(桃花雨) : 복사꽃이 필 무렵에 내리는 봄비를 말한다.
[주D-023]죽지가(竹枝歌) : 악부(樂府)의 적곡(笛曲) 이름으로, 본디 각 지방의 풍토를 읊은 시가였던 데서, 전하여 지방 민요를 의미한다.
[주D-024]삼산(三山)은 …… 하고 : 삼산은 봉래(蓬萊), 방호(方壺), 영주(瀛洲)의 세 신산(神山)을 가리키고, 금오(金鼇)는 금색의 자라를 말한 것으로, 《열자(列子)》 〈탕문(湯問)〉에, 발해의 동쪽에 대여(岱輿), 원교(員嶠), 방호, 영주, 봉래의 다섯 신산이 있었는바, 이 산들이 조수에 밀려 표류하여 정착하지 못하므로, 천제(天帝)가 서극(西極)으로 표류할까 염려하여 처음에 금색의 자라 15마리로 하여금 이 산들을 머리에 이고 있게 함으로써 비로소 정착하게 되었는데, 뒤에 용백국(龍伯國)의 거인(巨人)이 단번에 이 자라 6마리를 낚아 감으로 인하여 대여, 원교 두 산은 서극으로 표류해 버리고, 방호, 영주, 봉래 세 산만 남았다고 하는 전설에서 온 말이다.
[주D-025]한강(漢江)에도 …… 있건만 : 앵무주(鸚鵡洲)는 장강(長江) 가운데 있는 모래섬으로, 당대(唐代)의 문인 최호(崔顥)의 〈황학루(黃鶴樓)〉 시에 “옛사람이 이미 황학을 타고 떠났는지라, 이 땅에는 공연히 황학루만 남았네그려. 황학이 한번 가서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 흰 구름만 천재에 부질없이 왕래하누나. 날 갠 냇물엔 한양의 숲이 역력히 비치고, 향기로운 풀은 앵무주 물가에 무성하도다. 날은 저문데 향관이 그 어드메뇨, 연기 자욱한 강가에서 사람을 시름하게 하네.[昔人已乘黃鶴去 此地空餘黃鶴樓 黃鶴一去不復返 白雲千載空悠悠 晴川歷歷漢陽樹 芳草萋萋鸚鵡洲 日暮鄕關何處是 煙波江上使人愁]”라고 한 데서 온 말인데, 여기서는 한강의 경치를 장강의 앵무주에 비유한 것이다.
[주D-026]흥덕 상화(興德賞花) : 흥덕사(興德寺)에서 연꽃을 완상한다는 뜻이다. 흥덕사는 한성(漢城) 동부(東部)의 연희방(燕喜坊)에 있었다고 한다.
[주D-027]벽통주(碧筒酒) : 삼국 시대 위(魏)나라 정각(鄭慤)이 삼복(三伏) 때마다 사군림(使君林)에 가서 피서를 했는데, 항상 큰 연잎에 술 석 되를 담고 연의 잎과 줄기의 사이를 비녀로 뚫어서 술이 줄기를 타고 내려오게 하여, 줄기를 마치 ‘코끼리의 코[象鼻]’처럼 구부려서 줄기 끝에 입을 대고 술을 빨아 마시면서 이를 벽통주라고 하였다.
[주D-028]고담(高談) …… 휘둘렀는데 : 옥주(玉麈)는 주미(麈尾)라고도 하며 고라니의 꼬리털로 만든 먼지떨이를 가리키는데, 옛날에는 청담(淸談)을 논하는 사람들이 이것을 많이 지녔고, 후세에는 불도(佛徒)들도 이것을 많이 지녀서 설법(說法)할 때에 흔히 사용했던 데서, 전하여 옥주를 휘두른다는 것은 곧 청담을 나누거나 불법(佛法)을 담론하는 것을 의미한다.
[주D-029]종가 관등(鐘街觀燈) : 종로 거리에서 관등을 한다는 뜻이다. 관등은 음력 4월 초파일에 연등(蓮燈)을 달고 석가모니의 탄생을 기념하던 행사이다.
[주D-030]삼천세계(三千世界) : 불교의 천문학(天文學)에서, 수미산(須彌山)을 중심으로 하여 사방에 사대주(四大洲)가 있고, 그 밖의 주위는 철위산(鐵圍山)으로 둘러쌌다고 하는데, 이것을 하나의 세계 또는 하나의 사천하(四天下)라 하며, 이 사천하를 천 개 합한 것이 하나의 소천세계(小千世界)요, 소천세계를 천 개 합한 것이 하나의 중천세계(中千世界)요, 중천세계를 천 개 합한 것이 하나의 대천세계(大千世界)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전하여 삼천세계란 곧 천지 사방 즉 온 세상을 의미한다.
[주D-031]이십사 교(橋) : 강소성(江蘇省) 양주(揚州) 강도현(江都縣)에 있던 24개의 교량을 이른다. 이곳이 당대(唐代)에 번화한 명승지로 유명했던 데서, 전하여 여기서는 도성 거리의 번화함을 양주에 비유한 것이다. 일설에는 옛날 24인의 미인이 이곳에서 퉁소를 불었던 연유로 이십사 교라는 명칭이 있게 되었다고도 한다. 두목(杜牧)의 〈기양주한작판관(寄揚州韓綽判官)〉 시에 “이십사 교의 밝은 달밤에, 어드메서 미인에게 퉁소를 불게 하는고.[二十四橋明月夜 玉人何處敎吹簫]”라고 하였다.
[주D-032]입석 조어(立石釣魚) : 입석포(立石浦)에서 고기를 낚는다는 뜻이다. 입석포는 도성의 동남쪽에 있었다고 한다.
[주D-033]백사장 …… 버렸네 : 옥병(玉甁)은 옥호(玉壺)와 같은 뜻이다. 두보(杜甫)의 〈취가행(醉歌行)〉 시에 “백사장 머리 두 옥병의 술이 이미 다하여, 뭇 손들은 다 취했는데 나만 홀로 깨었네.[酒盡沙頭雙玉甁 衆賓皆醉我獨醒]”라고 하였다. 《杜少陵詩集 卷3》
[주D-034]창랑가(滄浪歌) : 춘추 시대에 한 어린애가 노래하기를 “창랑의 물이 맑거든 나의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거든 나의 발을 씻으리라.[滄浪之水淸兮 可以濯我纓 滄浪之水濁兮 可以濯我足]”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전하여 세속을 초월해서 고결한 지조를 지키는 데에 비유한다. 《孟子 離婁上》 또한 굴원(屈原)의 〈어부사(漁父辭)〉에서도 이 〈창랑가〉를 인용하였는바, 위의 시제(詩題)가 조어(釣魚)이고 보면 여기서는 굴원의 〈어부사〉 내용을 취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