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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으로읽는 한시 옥담시집의 내용에

아베베1 2012. 12. 31. 14:59


 



 이미지사진은 수락산 석림사 아래 소재하는 반남인 박태보 선생의 사당인 노강서원의 모습이다.

 
옥담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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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달 그믐에 우연히 두보의 율시에 차운하다[除夕偶次杜律]

틀림없이 내일 아침이면 새해임을 아노니 / 定知明曉入新年
옷깃에 드리운 흰 머리털이 더욱 쓸쓸해라 / 垂領霜毛更颯然
동복들은 줄을 지어서 세배를 올리고 / 僮僕隨行供歲事
아손들은 나이에 따라 자리에 앉았구나 / 兒孫逐齒列長筵
선옹은 벽에 기대 배고픔을 견디는데 / 仙翁負壁飢能免
하늘이 천도(天桃)를 주어 수명이 길어지리 / 天又拚桃壽必綿
잔 가득 도소주 부어 한바탕 취하니 / 滿酌屠蘇成一醉
얼큰히 취한 오늘밤 즐거움이 끝없어라 / 醺醺今夕樂無邊

 
옥담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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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달 그믐날에 감회가 있어[臘月晦日有感]

황량한 촌락 나무 한 그루 선 유인의 집 / 荒村獨樹幽人宅
계절은 봄으로 바뀌어 추운 기운 물러갔네 / 節換靑陽陰氣窮
쉰 살이라 중년 몸이니 늙은 게 아니지만 / 五十中身非謂老
삼년 동안 병치레가 많아 벌써 늙은이 됐네 / 三年多病已成翁
지신밟기 소리 저물녘 들리니 아이들 어지럽고 / 鄕儺晩振兒童亂
한 해가 다해 아침에 씩씩한 호표가 늘어섰네 / 歲盡朝排虎豹雄
내일이면 깜짝 놀라게도 또 한 살 더 먹으니 / 明日又驚添一齒
도소주를 미리 마셔 얼굴을 붉게 해야겠다 / 屠蘇先把借顔紅

[주D-001]도소주(屠蘇酒)를 …… 해야겠다 : 이룬 것 없이 나이만 더 먹는 것이 부끄러우니, 설날 아침에 마시는 술인 도소주를 미리 마셔 부끄러운 얼굴빛을 지어야겠다는 뜻이다. 도소주는 약술로 한약재인 육계(肉桂), 산초(山椒), 백출(白朮), 길경(桔梗), 방풍(防風) 등을 넣어 빚는 술이다. 설날에 이 술을 마시면 사기(邪氣)를 물리쳐 장수한다고 한다.
 
옥담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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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담[玉潭]

옥담이 나의 호가 되었으니 / 玉潭爲我號
그윽한 그 운치 끝이 없어라 / 幽趣渾無潯
투명한 물에 마음이 같이 맑고 / 淸澈心同泂
깊은 웅덩이에서 큰 도량 배우네 / 淵泓量取深
갓끈을 씻어서 묵은 때 없애고 / 濯纓除舊染
귀를 씻어서 속세 번뇌 끊는다 / 洗耳絶塵襟
노는 물고기 역력히 셀 수 있고 / 歷歷魚可數
자라도 환히 보여 찾을 수 있어라 / 昭昭鼈可尋
꽃잎은 거울 같은 수면에 날고 / 花飄明鏡裏
연꽃은 수정 같은 수심에서 솟는다 / 荷出水晶心
백로가 내려오니 형상은 옥을 나눈 듯 / 鷺下形分玉
꾀꼬리 나니 그림자 금이 비치는 듯
 / 鸎飛影透金
옥 같은 봉우리는 푸른 빛 죄다 비쳐들고 / 瓊峯靑入盡
옥 같은 나무들은 녹색이 모두 잠기누나 / 琪樹綠專沈
무엇보다 즐겨 보는 건 / 最是耽看處
하늘빛이 밤낮으로 비치는 것일세 / 天光日夕臨

[주D-001]백로가 …… 듯 : 백로가 옥담에 내려오니 공중에 흰 백로와 못물에 비친 백로가 옥 같은 형상을 둘로 나누는 듯하다는 것이며, 노란 꾀꼬리가 수면 위에 날아가니 금빛 형체가 물속에 비친다고 한 것이다.
 
옥담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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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물체로 산중의 경치들을 읊다 20운 [用比物體詠山中雜景 二十韻]

호로병 속에 눈길 두루 놀리니 / 壺中遊我目
만물들 제각각 형상이 다르구나 / 群物各殊形
산 위의 달은 멀리서 은갈고리 같고 / 山月銀鉤逈
숲의 바람은 옥비파 맑게 타는 듯 / 林風玉瑟淸
실비는 가볍게 끊어졌다 이어지고 / 雨絲輕斷續
솜구름은 하늘 위로 이리저리 다니네 / 雲絮冪縱橫
비단 같은 은하수는 희게 하늘 가로지르고 / 河練經天白
구슬 같은 별은 밝은 빛으로 방문에 비춘다 / 星珠照戶明
바위가 휘감으니 푸른 병풍 모인 듯 / 巖回靑幛合
안개 다가오니 푸른 휘장 일렁이는 듯 / 嵐近翠帷輕
시냇물 소리는 옥팔찌 울리는 듯 / 泉響搖環玦
깊은 물웅덩이 빛은 수정이 움직이는 듯 / 淵光動水晶
대나무는 아주 굳센 절개요 / 竹君多勁節
소나무는 늦게 시드는 마음 / 松友後凋情
보드라운 잎 동각이 좋고 / 嫩葉憐桐角
뻗은 줄기 갈영이 사랑스럽다 / 飛莖愛葛纓
산이 붉으니 지는 석양 머금었고 / 山紅含落照
시내가 푸르니 갠 하늘 비쳤어라 / 澗碧耀新晴
띠 같은 버들가지는 안개 속에 푸르고 / 柳帶烟中綠
동전 같은 연잎은 수면에서 파랗구나 / 荷錢水面靑
옥 같은 꽃잎은 석각에서 환하고 / 瓊葩明石閣
수놓은 듯 꽃망울 이끼 낀 뜰 둘렀다 / 繡蕚繞苔庭
햇살이 따스하니 여왕벌이 조회하고 / 日暖蜂王會
바람이 가벼우니 나비가 날아다니네 / 風輕蝶使行
꾀꼬리 노래는 빗속의 나무에서 들리고 / 鸎歌聞雨樹
제비의 춤은 바람 부는 창에서 보여라 / 燕舞見風欞
포곡 소리는 봄을 재촉하는 뜻이요 / 布穀催春意
제호 소리는 술 권하는 정성일세 / 提壺勸酒誠
아쟁 같은 매미 소리는 저물녘에 들리고 / 蟬筝聞日夕
북 같은 개구리 소리 깊은 밤에 울려퍼져라 / 蛙鼓動深更
촉백은 돌아가고파 하는 한이요 / 蜀魄思歸恨
고금은 짝을 부르는 소리일세 / 皐禽叫侶聲
금빛 비늘 물고기는 푸른 물에서 노닐고 / 金鱗游綠沼
옥빛 깃털 새는 내 낀 물가에 내려앉는다 / 玉羽下烟汀
수학은 외로운 소나무에 우뚝 섰고 / 水鶴孤松立
산계는 유달리 큰 소리로 우는구나 / 山鷄特地鳴
기러기 행렬은 천 점으로 늘어섰고 / 雁行千點列
오리 신발은 한 쌍이 날아간다 / 鳧舃一雙征
일만 경치 아름답게 펼쳐져 있으니 / 萬景森羅美
어찌 눈길 돌려 다 볼 수 있으리오 / 何能盡睇聆

[주D-001]호로병 속 : 한 구역 경치가 좋은 곳을 뜻한다. 후한(後漢) 때 호공(壺公)이라는 선인(仙人)이 시장에서 매일 약을 팔다가 석양이 되면 점포 머리[肆頭]에 달아놓은 병 속으로 뛰어들어가곤 하였다. 그것을 본 비장방(費長房)이 한번은 그를 따라 병 속으로 들어가 보니, 하나의 별천지(別天地)가 있더라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後漢書 卷72下 費長房列傳》
[주D-002]늦게 시드는 : 소나무가 겨울에도 푸른 것을 변치 않는 지조에 비긴 것이다. 소나무와 잣나무는 한 해가 저물어도 잎이 시들지 않는데, 공자(孔子)가 “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송백이 시들지 않음을 알 수 있다.[歲寒然後 知松柏之後凋也]” 고 하였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論語 子罕》
[주D-003]동각(桐角) : 오동각(梧桐角)의 준말. 오동나무 잎을 말아서 뿔 모양으로 만든 것인데, 뿔피리처럼 불면 소리가 난다고 한다. 원(元)나라 왕정(王禎)의 《농서(農書)》 13권에 “오동각은 제동(淛東) 지방 농가의 아이들이 봄에 오동나무 잎을 말아서 뿔처럼 만들어 부는 것으로 그 소리가 들판에 두루 울려 퍼진다. 예전 사람의 시에 ‘마을 남쪽 마을 북쪽엔 오동각 소리요, 산 앞 산 뒤에는 백채화가 피었네.[村南村北梧桐角 山前山後白菜花]’란 구절이 있으니, 이러한 광경을 묘사한 것이다.” 하였다.
[주D-004]갈영(葛纓) : 미상. 칡덩쿨로 만든 갓끈인 듯하다.
[주D-005]포곡(布穀) : 뻐꾸기의 이칭이다. 포곡은 뻐꾸기 울음을 형용한 의성어로, 풀이하면 곡식을 파종하라는 뜻이 된다.
[주D-006]제호(提壺) : 제호로(提壺蘆)라고도 하는 새이다. 옛 사람들은 이 새의 울음소리를 한자로 '제호로(提壺蘆)'라고 적었다. 한자의 뜻을 풀이하면 술병을 들라는 뜻이 된다. 구양수(歐陽修)의 시 〈제조(啼鳥)〉에 “꽃 위에 홀로 제호로가 있어서, 술 사서 꽃그늘 앞에서 취하라고 권하누나.[獨有花上提壺蘆 勸我沽酒花前醉]” 하였다.
[주D-007]촉백(蜀魄) : 두견새의 이칭이다. 촉백(蜀魄)은 촉제의 넋이란 말로 망제혼(望帝魂) 또는 불여귀(不如歸)라고도 한다. 촉나라 망제(望帝)가 재상 별령(鱉令)에게 대규모 운하 공사를 맡기고 그의 아내와 간음하였다가, 뒤에 이 때문에 왕위를 뺏기고 달아나 두견새가 되었다. 이에 촉나라 사람들이 망제를 측은히 여겨 촉백 또는 망제혼이라 하였고, 그 울음소리가 불여귀거(不如歸去)라고 하는 것 같다고 하여 불여귀라고도 하였다. 《太平御覽》
[주D-008]고금(皐禽) : 학의 별칭이다. 《시경》 〈소아(小雅) 학명(鶴鳴)〉에 “학이 구고의 늪에서 우니, 그 소리가 하늘에 들린다.[鶴鳴于九皐 聲聞于天]”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9]수학(水鶴) : 학의 별칭이다. 학은 물에서 먹이를 찾으므로 이렇게 부르는 것이다. 당(唐)나라 두보(杜甫)의 〈영회고적(詠懷古跡)〉 5수 중 넷째 수에 “옛 사당 소나무에 수학이 둥지를 틀었다.[古廟杉松巢水鶴]” 하였다.
[주D-010]산계(山鷄) : 꿩의 별칭이다.
[주D-011]오리 신발 : 부석(鳧舃)은 오리로 변한 신발을 말한다. 후한 명제(後漢明帝) 때 선인(仙人) 왕교(王喬)가 신술(神術)이 있었다. 그가 일찍이 섭현령(葉縣令)으로 있으면서 매월 삭망(朔望) 때마다 수레도 타지 않고 머나먼 길을 와서 조정의 조회에 참석하였다. 임금이 그것을 괴이하게 여겨 그 내막을 알아보게 하니, 그가 올 때마다 오리 두 마리가 동남쪽에서 날아왔다. 이에 그물을 쳐서 그 오리를 잡아놓고 보니 바로 왕교의 신이더라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後漢書 方術列傳 王喬傳》 여기서는 단순히 오리를 말한다.

 
옥담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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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편(萬物篇)○음양류(陰陽類)


음양(陰陽)

음양이 태극에서 나누어지니 / 陰陽分太極
물과 불 끝없이 쓸 수 있어라 / 水火用無疆
비는 뭇 생물을 자라게 하고 / 雨澤群生遂
햇살은 만물을 비춰 기르지 / 暘輝萬物昌
봄에 자라면 여름에 무성하고 / 春敷知夏茂
가을에 익으면 겨울에 갈무리하지 / 秋熟感冬藏
조정의 재상에 이르노니 / 寄語巖廊宰
세상 다스림에 방도를 다하길 / 調元必盡方

쇠[金]

서문의 기운을 받고 태어나 / 稟得西門氣
강하기로는 짝할 것이 없어라 / 剛强無等倫
창은 적을 제압할 수 있고 / 戈矛能制敵
칼은 몸을 방비할 수 있어라 / 刀劍賴防身
도끼와 자귀는 목수의 기물 / 斤斧工師器
낫과 호미는 농부의 보물이지 / 鎌鋤穡父珍
휘두를 제 자칫 실수하지 말라 / 揮措莫失手
칼날이 도리어 사람 다치게 할라 / 鋩刃反傷人

나무[木]

예장은 양곡에서 자라니 / 豫章暘谷産
깊은 데서 나와 쓸모가 많아라 / 深出用無疆
바다 건너는 배가 되기도 하고 / 渡海爲船艦
집 짓는 데 들보가 되기도 하지 / 營宮作棟樑
수레를 만들면 길 가기에 좋고 / 輪輿蒙利往
다리를 만들면 물 건너기 좋네 / 橋閣免褰裳
도끼를 제때 산에 들고 들어가면 / 斤斧能時入
좋은 재목은 헤아릴 수 없으리 / 良材不可量

물[水]

소금의 정기로 아래로 흐르고 / 鹹精能潤下
음의 성질이라 사방에 펼쳐진다 / 陰性布多方
밭을 적시면 채소가 살지고 / 沃圃蔬莖碩
논을 적시면 벼가 잘 자라지 / 澆田稻苗長
맑은 물 길어다 쌀밥을 짓고 / 擔淸炊玉粒
맑은 물 떠서 시원한 음료 만든다 / 挹潔沸瓊漿
목욕을 하여 묵은 때를 벗기며 / 浴身除舊染
천추에 길이 성탕을 공경하노라
 / 千載仰成湯

불[火]

양의 정기가 찬수에서 나오니 / 陽精出鑽燧
오행 중에 하나로 쓰이누나 / 爲用五行中
풀무질할 땐 큰 불길이 되고 / 陶冶成洪烈
음식을 지을 때도 큰 공로 있지 / 饔飧大有功
등잔 기름 태워서 길쌈을 돕고 / 焚膏勤織組
촛불을 밝혀서 글공부를 돕네 / 張燭事硏窮
불조심하란 경계 소홀히 말라 / 莫忽炎炎戒
마침내 옥석을 함께 태우나니 / 終燒玉石同

흙[土]

고명에 두터운 덕이 짝하니 / 高明配厚德
땅의 도는 본래 크고도 높아라 / 坤道自豐隆
삼재의 반열에 들어갔으며 / 得處三才列
사위의 중앙에 위치하였네 / 安居四位中
은택이 깊어 오곡을 길러주고 / 澤深滋五穀
은혜가 무거워 만백성 살게 하네 / 恩重濟群工
유구하여 만물을 이루는 노고 크니 / 悠久勞勤極
이를 미루어 어머니 공로를 알겠네 / 推知母氏功

동(東)

희화가 직책을 나눈 뒤로 / 羲和分職後
양곡이 끝없이 교화됐어라
 / 暘谷化無疆
옥토는 새로운 광채로 빛나고 / 玉兎騰新彩
금오는 큰 양기 찬란했지 / 金烏耀太陽
인민들은 밖에 나와 흩어져 살고 / 人民敷析地
짐승들은 바야흐로 번식하누나 / 禽獸息孶方
푸른 바다는 깊어서 밑이 없는데 / 滄海深無底
미려에서 새는 물은 더욱 오래일세
 / 尾閭洩更長

서(西)

백문에 화중이 머무니 / 白門和仲宅
금덕의 교화가 고루 펼쳐졌어라 / 金德化能均
평소에 서성의 공적이 있고 / 素有西成績
게다가 숙살의 신이 되었네 / 兼爲肅殺神
우연에서 옥축을 감추고 / 虞淵藏玉軸
약목은 금륜을 이고 있어라 / 若木戴金輪
매곡은 천고에 이름이 알려졌고 / 昧谷名千古
유도가 가까운 이웃이 되었어라 / 幽都作近鄰

남(南)

푸른 바다 저편에 남국 있으니 / 南國滄溟外
이 지역 풍요를 알 수가 없어라 / 風謠莫聞知
관복 하찮게 여겨 문신을 새기며 / 文身輕縉笏
위의를 버리고 머리털을 끊지 / 斷髮棄威儀
만 리에 무더운 바람 불어오니 / 萬里炎風動
중원에는 만물이 자랄 때일세 / 中原長物時
파도가 일지 않은 지가 오래니 / 不見揚波久
주공이 좋은 정치 펴기 때문
 / 周公有聖治

북(北)

삭방은 천하의 북쪽에 있어 / 朔方天下北
찬 기후가 사람 피부 갈라놓지 / 寒氣裂人肌
옥해에는 두터운 얼음 쌓이고 / 玉海層氷積
금사에는 바윗돌이 구를 정도 / 金沙轉石吹
털가죽 옷을 입고서 늘 사냥하고 / 氊裘恒射獵
머리털 풀어헤치고 야만인 말투 / 被髮語侏㒧
따스한 봄바람이 불어오지 않으니 / 罔有東君化
생물들은 살아남은 게 없어라 / 群生死不遺

봄(春)

지난 해 추운 겨울이 가고 / 玄律窮前歲
따스한 봄 기후가 펼쳐진다 / 陽春布厥榮
가득한 기운이 만물을 살리고 / 氤氲生百物
훈훈한 날씨가 생물들을 깨운다 / 燻灼化群生
초록색 풀은 가벼운 비단 펼친 듯 / 綠草羅紈色
붉은 복숭아는 수놓은 비단 같아라 / 緗桃錦繡明
봄빛이 비록 참으로 좋지만 / 韶光雖信美
계절은 절로 옮기고 바뀌는 법 / 時月自遷更

여름[夏]

축융이 수레 몰고 나서서 / 祝融勒整轡
남쪽에서 와서 산문에 이르니 / 南自到山門
큰비가 내려 은택 베풀고 / 大雨施鴻澤
훈풍이 불어 만물이 자란다 / 熏風長物群
논에는 푸른 벼 물결 일렁이고 / 西疇飜翠浪
밭에는 누른 보리구름 움직이네 / 南陌動黃雲
무엇보다 좋은 건 뜰 앞의 나무에 / 最愛庭前樹
꾀꼬리가 석양에 재잘대는 것일세 / 嬌鸎囀夕曛

가을[秋]

맑은 서리에 초목이 모두 시드니 / 淸霜凋萬壑
숙살의 기운이 산골 문을 에워싼다 / 肅殺擁山扃
들판 저편에는 누른 구름 펼쳐졌고 / 野外黃雲遍
숲 속에는 수놓은 비단이 환해라 / 林中錦繡明
푸른 바위에서 송옥의 슬픔에 잠기고 / 碧巖悲宋玉
거울을 보매 반생의 슬픔을 느낀다 / 臨鏡悼潘生
고맙게도 동이 속에 술이 있어 / 賴有樽中物
가득한 술잔에 꽃잎을 띄우노라 / 盈觴泛玉英

겨울[冬]

삭풍이 싸늘하게 불어오고 / 朔風吹凛烈
백설이 푸른 하늘에서 내린다 / 白雪下靑冥
옥을 쌓은 듯 천산은 솟았고 / 玉積千山聳
은을 채운 듯 만학은 평평해라 / 銀盈萬壑平
농가에는 창호를 단단히 바르고 / 田家墐戶牖
서재에는 창문을 꼭 닫는다 / 書室掩窓欞
나귀 탄 흥취를 멀리서 생각노니 / 遠想騎驢興
채찍이 얼어서 소리 나지 않으리 / 吟鞭凍不鳴

청(靑)

저 푸르고 푸른 것들 보니 / 睠彼靑靑物
푸른 봄이 푸름을 펼쳤구나 / 靑春布厥靑
남쪽 들판엔 풀빛이 어여쁘고 / 南園憐草色
서쪽 기슭엔 등라가 사랑스럽네 / 西岸愛蘿莖
시냇가 버들은 막 비에 젖었고 / 澗柳含新雨
못의 연꽃은 저녁 햇살에 고와라 / 池荷弄晩晴
하늘이 목덕을 열어주시니 / 天皇開木德
본래의 물정을 개창한 것임을 알겠노라 / 知是創元情

황(黃)

황색이 중앙에서 나오니 / 黃色中央出
기이한 빛이 사방을 총괄한다 / 奇輝摠四方
금의 빛은 여수에서 솟아오르고 / 金光騰麗水
꾀꼬리 날개는 수양버들에 비친다 / 鸎羽映垂楊
밭의 보리는 크게 잘 익었고 / 大熟田中麥
논의 벼는 이제 막 살찐다 / 初肥陌上粱
서리 온 뒤 국화를 기쁘게 보고 / 欣看霜後菊
숲에 향기로운 귤을 마주하네 / 相對橘林香

적(赤)

축융이 화룡을 채찍질하니 / 祝融鞭火龍
붉은 빛이 길게 펼쳐지누나 / 丹赤布光長
아침 해가 동쪽 산에 떠오르니 / 早旭昇東嶺
외로운 노을이 집에 비쳐든다 / 孤霞映一堂
석류꽃은 여름날에 환하고 / 榴花明夏日
단풍잎은 가을 서리에 물들었네 / 楓葉染秋霜
한나라 불은 삼백년 동안 밝아서 / 漢火明三百
뜨거운 빛이 한 시대에 빛났어라
 / 炎光一代揚

백(白)

백은 서문의 색이니 / 白是西門色
그 맑은 빛 사람들이 좋아하지 / 晶光衆所希
곤강에는 옥이 찬란히 빛나고 / 崑岡玉耀彩
서쪽 산에는 눈이 펄펄 날린다 / 西嶺雪揚輝
학은 멀리 외로운 솔에 서 있고 / 鶴立孤松逈
백구는 날아 먼 포구로 돌아간다 / 鷗飛遠浦歸
그 중에서 보기에 미운 곳은 / 箇中憎見處
낡은 옷 입은 백발의 내 모습 / 霜髮映鶉衣

흑(黑)

북쪽은 흑색을 맡았으니 / 朔方專一黑
곳곳마다 빈틈이라곤 없어라 / 隨處見無虛
옻칠로 씌어진 과두를 보고 / 點漆看蝌蚪
현단으로 노어를 분간한다 / 玄丹辨魯魚
지붕 위에는 까마귀가 앉아 있고 / 屋上烏爰止
들보 사이엔 제비가 사누나 / 樑間燕日居
함구의 덕을 능히 지녔으니 / 能存含垢德
다른 색은 이 흑색만 못하여라 / 他色此無如

아침[朝]

고운 해가 양곡에서 솟으니 / 麗日生暘谷
밝은 빛이 눈 앞에 가득해라 / 明輝滿眼前
마루에서 맞으니 사랑스럽고 / 苔軒迎可愛
초가집에서 쬐면 졸음이 오지 / 茅閣炙能眠
참새는 대숲 속에서 재잘거리고 / 鳥雀喧深竹
솔개는 하늘 높이 날아오른다 / 烏鳶戾上天
무엇보다 어여쁜 건 그윽한 거리에 / 最憐幽巷裏
뽕나무로 밥 짓는 연기 피어오르는 것 / 桑柘起炊烟

저녁[暮]

우연에 해 수레가 잠기니 / 虞淵藏日軸
땅거미가 산과 들을 건너온다 / 暝色度山坰
푸른 벼랑엔 갈까마귀 돌아가고 / 蒼壁歸鴉噪
푸른 하늘엔 기러기 행렬 가누나 / 靑天旅鴈征
소와 양은 풀밭 길을 돌아가고 / 牛羊廻草逕
아이종은 사립문으로 돌아가네 / 童僕返柴扃
곳곳마다 마을엔 등잔불 켜고 / 處處村燈照
집집마다 베틀에 베 짜는 소리 / 家家札札聲

낮[晝]

낮 시각이 하늘에서 기니 / 晝刻天中永
인간 세상에는 해가 길어라 / 人寰白日長
도깨비 두억시니는 숲 속에 숨고 / 魍魎林間伏
여우와 살쾡이는 골짜기 아래 숨네 / 狐狸澗底藏
시내와 들에는 동물들이 나오고 / 川原群動出
모든 산골짜기엔 온갖 일들 바쁘다 / 萬壑百爲忙
바람 불고 꽃 피는 때를 좋아하여 / 自愛風花節
날마다 좋은 손님 집에 가득해라 / 佳賓日滿堂

밤[夜]

해가 푸른 바다 속에 잠기면 / 白日沈滄海
인간 세상에는 밤이 돌아오지 / 人間夜已歸
왕자는 반딧불을 주머니에 넣고 / 王子囊螢火
창려는 낮을 이어 책 읽었지 / 昌黎繼日暉
담장 이은 집들엔 촉 땅 금령 느슨하고 / 連墻弛蜀禁
벽을 뚫어서 이웃집 불빛을 빌리누나 / 穿壁借隣煇
비단 자리에 잔치를 크게 벌이니 / 綺席張高宴
밤이 새도록 촛불 그림자 희미해라 / 通宵燭影微

추위[寒]

곤륜산이 얼어서 부러지려 하니 / 崑崙凍欲折
매서운 혹한에 천관이 갈라졌네 / 嚴沍坼天關
화정에는 뜨거운 불빛 잦아들고 / 火井炎光歇
온천에는 물 기온이 차가워졌으며 / 溫泉水氣寒
나양에서 비단옷을 처음 걸치고
 / 裸壤繒初下
화청궁에는 아직 눈이 녹지 않았어라 / 華淸雪未乾
불쌍해라 멀리 변방의 군졸들은 / 遙憐沙塞卒
수레 아래서 온갖 고난 참는구나 / 車下忍千艱

더위[暑]

뜨거운 해가 중천에서 작열하고 / 畏日中天爆
뜨거운 빛이 사방에 펼쳐지누나 / 炎光布四埏
오나라 소는 헐떡이다 죽을 지경 / 吳牛將喘死
남쪽 오랑캐들은 나무 위에서 잠자네 / 蠻俗上巢眠
돌을 녹일 듯해 몸이 문드러지겠고 / 鑠石身如爛
금을 녹일 듯해 땀이 샘솟듯하여라 / 流金汗似泉
차가운 물의 옥이 되고 싶다고 한 / 乞爲寒水玉
공부의 시구가 일찍이 전해지지
 / 工部句曾傳

[주D-001]서문(西門)의 …… 태어나 : 오행에서 금(金)이 방위로는 서쪽에 속하므로 이렇게 말한 것이다.
[주D-002]예장(豫章) : 예(豫)는 침(枕)나무이고 장(樟)은 장나무로, 모두 좋은 재목이다.
[주D-003]양곡(暘谷) : 해가 나오는 곳으로, 봄철의 일을 맡은 관원이 머무는 곳을 양곡(暘谷)이라 한다. 여기서는 양지바른 따스한 골짜기를 뜻한다.
[주D-004]도끼를 …… 들어가면 : 맹자가 “도끼를 제때 산에 들고 들어가면 재목을 이루 다 쓸 수 없을 것입니다.[斧斤以時入山林 材木不可勝用也]” 하였다. 《孟子 梁惠王上》 나무를 함부로 베지 않고 잘 자라기를 기다린 뒤에 겨울철에만 베면 좋은 재목이 많이 생산될 것이라는 뜻이다.
[주D-005]소금의 …… 흐르고 : 《서경(書經)》 〈홍범(洪範)〉에 오행을 말하면서 “물은 적시고 아래로 흘러 짠맛이 된다.[潤下作鹹]” 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주D-006]목욕을 …… 공경하노라 : 성탕(成湯)은 은(殷)나라 탕왕(湯王)의 이칭이다. 그가 세숫대야에 새겨 놓은 〈반명(盤銘)〉에 “진실로 어느 하루에 새로워졌거든 나날이 새로워지고 또 나날이 새로워져야 한다.[苟日新 日日新 又日新]” 하여, 몸을 씻어 때를 없애듯이 마음의 때를 씻어 덕을 새롭게 향상시키리라 다짐하였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大學章句 傳2章》
[주D-007]양(陽)의 …… 나오니 : 불을 양의 정기라 한 것이다. 옛날에 철이 바뀔 때마다 그 계절에 해당하는 나무를 비벼대어 새로이 불을 얻었는데 이를 찬수개화(鑽燧改火)라 한다. 즉 나무를 비비는 데서 불이 나왔다고 한 것이다.
[주D-008]고명에 …… 짝하니 : 《중용(中庸)》 “넓고 두터움은 땅의 덕에 배합하고, 높고 밝음은 하늘의 덕에 배합한다.[博厚配地 高明配天]” 하였다. 여기서는 곧 고명한 하늘에 넓고 두터운 땅이 짝한다는 뜻이다.
[주D-009]삼재(三才) : 우주를 구성하는 세 가지 바탕, 곧 하늘[天], 땅[地], 사람[人]을 말한다.
[주D-010]사위(四位)의 중앙에 위치하였네 : 오행(五行)을 방위에 배속(配屬)하면 수(水)는 북(北), 화(火)는 남(南), 금(金)은 서(西), 목(木)은 동(東)에 각각 해당하고, 토(土)는 중앙에 해당하므로 이렇게 말한 것이다. 사위는 수ㆍ화ㆍ금ㆍ목을 가리킨다.
[주D-011]유구하여 …… 크니 : 땅이 유구하여 만물을 이루어주는 노고가 크다는 뜻이다. 《중용(中庸)》에 “천지(天地)의 도(道)는 광박(廣博)함과 심후(深厚)함과 고대(高大)함과 광명(光明)함과 유원(悠遠)함과 오램이다.[天地之道 博也厚也高也明也悠也久也]” 하고, “박후는 만물을 실어주는 것이고 고명은 만물을 덮어주는 것이고 유구는 만물을 이루어주는 것이다.[博厚所以載物也 高明所以覆物也 悠久所以成物也]” 하였다.
[주D-012]희화(羲和)가 …… 교화됐어라 : 희화는 희씨(羲氏)와 화씨(和氏)로 고대 요(堯)임금 때 역상(曆象)을 담당했던 관리이다. 요임금이 그 아들들인 희중(羲仲)ㆍ희숙(羲叔)ㆍ화중(和仲)ㆍ화숙(和叔)을 사방에 보내 거주하면서 천상(天象)을 관찰하고 역법을 제정하게 하였다. 희중(羲仲)은 농사철을 알려 주는 일을 담당하였다. 《서경(書經)》 〈요전(堯典)〉에 “희중에게 나누어 명하여 우이에 머물게 하시니, 이곳을 양곡이라고 일컫는바, 나오는 해를 공경히 맞이하여 봄에 시작하는 일을 차례대로 하니, 해는 중간이고 별은 조수(鳥宿)이다. 알맞은 중춘(仲春)이 되면 백성들은 흩어져 살고 조수(鳥獸)는 새끼를 낳고 교미한다.[分命羲仲 宅嵎夷 曰暘谷. 寅賓出日 平秩東作 日中 星鳥 以殷仲春 厥民析 鳥獸孶尾]” 하였다. 우이(嵎夷)는 해가 뜨는 곳으로, 고대 중국의 동쪽 끝인 산동(山東)의 해변에 있었다.
[주D-013]옥토(玉兎) : 달의 이칭이다. 한유(韓愈)의 〈모영전(毛穎傳)〉에서 고대 전설을 인용하여 “세상에 전하는 말에 의하면, 중산(中山)의 토끼가 신선술(神仙術)을 얻어서 항아(姮娥)를 훔쳐 가지고 두꺼비[蟾蜍]를 타고 달 속으로 들어갔다.” 하였고, 이백(李白)의 시 〈파주문월(把酒問月)〉에 “옥토끼는 봄이고 가을이고 불사약만 찧는다니, 항아는 외로이 지내며 누구와 이웃을 할꼬.[玉兎擣藥秋復春 姮娥孤棲與誰鄰]” 하였다.
[주D-014]금오(金烏) : 해의 이칭이다. 해는 양(陽)에 속하고 해 속에는 삼족오(三足烏)라는 까마귀가 산다고 하여 이렇게 말한 것이다.
[주D-015]인민들은 …… 살고 : 따뜻한 봄이 되었으므로 밖에 나와 활동한다는 뜻이다.
[주D-016]푸른 …… 오래일세 : 중국에서 바다는 동쪽에 있으므로 이 말을 한 것이다. 미려(尾閭)는 전설에 나오는 바닷물이 빠져 나가는 구멍이다. 《장자(莊子)》 〈추수(秋水)〉에 이르기를 “천하의 물은 바다보다 큰 것이 없는데 가득 찰 때가 없다. 그리고 미려에서 잠시도 쉬지 않고 바닷물을 빼내는데도 바닷물은 줄어들지 않는다.[天下之水 莫大於海 萬川歸之 不知何時止而不盈 尾閭泄之 不知何時已而不虛]” 하였다.
[주D-017]백문(白門)에 화중(和仲)이 머무니 : 백문은 서쪽을 가리킨다. 서쪽이 오행으로는 금(金)에 해당하고 색으로 흰색에 해당하므로 이렇게 말한 것이다. 《송서(宋書)》에 “선양문(宣陽門)을 민간에서 백문이라 부른다.” 하였고, 《자치통감(資治通鑑)》 주(註)에는 “건강성(建康城)의 서문을 말하는데 서방의 색이 흰색이라 백문이라 한다.” 하였다. 《서경(書經)》 〈요전(堯典)〉에 “화중(和仲)에게 나누어 명하여 서쪽에 머물게 하시니, 매곡(昧谷)이라 하는 곳이다. 들어가는 해를 공경히 전송하여 가을 수확을 고르게 하니, 밤은 중간이고 별은 허수(虛宿)이다. 알맞은 중추(仲秋)가 되면 백성들은 평화롭고 조수(鳥獸)는 털갈이를 하여 윤택해진다.[分命和仲宅西 曰昧谷 寅餞納日 平秩西成 宵中 星虛 以殷仲秋 厥民夷 鳥獸 毛毨]” 하였다.
[주D-018]금덕(金德) : 서쪽이 오행으로는 금(金)에 해당한다. 즉 가을에 오곡이 익는 것을 가리킨다.
[주D-019]서성(西成) : 가을의 추수를 말한다. 《서경(書經)》 〈요전(堯典)〉에 “서성을 고루 다스린다.[平秩西成]” 하였다.
[주D-020]숙살(肅殺)의 신(神) : 가을 기운을 말한다. 가을 기운은 만물을 시들게 하므로 숙살의 기운이라 하는 것이다.
[주D-021]우연(虞淵)에서 옥축(玉軸)을 감추고 : 서쪽으로 해가 짐을 말한다. 천제(天帝) 제준(帝俊)의 아내인 희화(羲和)라는 여신이 동해 밖 희화국(羲和國)에서 새벽마다 여섯 마리의 용이 끄는 수레에 해를 싣고 용을 몰아 허공을 달려 서쪽의 우연(虞淵)에까지 이르러 멈춘다고 한다. 《淮南子 卷3 天文訓》 옥축은 수레의 미칭으로, 해를 실은 수레를 가리킨다.
[주D-022]약목(若木)은 …… 있어라 : 약목은 서해의 해가 지는 곳에 있다는 신목(神木)이고, 금륜(金輪)은 둥근 해를 말한다.
[주D-023]매곡(昧谷) : 해가 지는 서쪽 골짜기이다. 《서경(書經)》 〈요전(堯典)〉에 “화중(和仲)에게 나누어 명하여 서쪽에 머물게 하시니, 매곡(昧谷)이라 하는 곳이다. 들어가는 해를 공경히 전송하여 가을 수확을 고르게 하니, 밤은 중간이고 별은 허수(虛宿)이다. 알맞은 중추(仲秋)가 되면 백성들은 평화롭고 조수(鳥獸)는 털갈이를 하여 윤택해진다.[分命和仲宅西 曰昧谷 寅餞納日 平秩西成 宵中 星虛 以殷仲秋 厥民夷 鳥獸 毛毨]” 하였다.
[주D-024]유도(幽都)가 …… 되었어라 : 요(堯)임금 때 북방의 땅으로 유주(幽州)가 이에 해당한다. 《서경(書經)》 〈요전(堯典)〉에 “거듭 화숙(和叔)에게 명하여 삭방(朔方)에 머물게 하니 이곳을 유도라 한다.” 하였다. 동남(東南)ㆍ서북(西北)이란 말이 많이 쓰이므로 이렇게 말한 듯하다.
[주D-025]파도가 …… 때문 : 주공(周公)이 성왕(成王)을 섭정(攝政)하던 때에 천하가 태평해지자, 월상씨(越裳氏)가 와서 주공에게 꿩을 바치면서 말하기를 “저희 나라의 노인들이 말하기를 ‘하늘이 오래도록 거센 비바람을 내리지 않고 바다에도 파도가 일지 않은 지 지금 3년이 되었으니, 아마도 중국(中國)에 성인(聖人)이 있는 듯하다. 왜 가서 조회하지 않느냐.’고 하므로 왔습니다.” 했다는 데서 온 말이다. 《後漢書 卷86 南蠻列傳》
[주D-026]옥해(玉海) : 얼음과 눈이 덮인 세상을 표현한 말이다.
[주D-027]금사(金沙) : 모래로 덮인 몽고 쪽의 사막을 표현한 말이다.
[주D-028]축융(祝融) : 태고(太古) 때 제곡(帝嚳)의 신하로 불을 맡은 화관(火官)이다. 뒤에 화신(火神)으로 높여졌다. 남쪽과 여름을 관장하는 신이기도 하다.
[주D-029]푸른 …… 잠기고 : 푸른 바위 곁의 나무에서 낙엽이 지는 것을 보고 슬픔에 잠긴다는 뜻이다. 당(唐)나라 두보(杜甫)의 〈영회고적(詠懷古跡) 5수〉 중 둘째 수에 “낙엽이 떨어지니 송옥(宋玉)의 슬픔을 깊이 알겠다.[搖落深知宋玉悲]” 하였다.
[주D-030]거울을 …… 느낀다 : 흰 머리털이 생긴 것을 보고 슬퍼한다는 뜻이다. 진(晉)나라 때의 문인(文人)인 반악(潘岳)이 〈추흥부(秋興賦)〉를 지었는데, 그 서문에 “내 나이 서른두 살에 처음으로 흰 머리털을 보았다.[余年三十二 始見二毛]” 하였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주D-031]가득한 …… 띄우노라 : 음력 9월 9일 중양절(重陽節)에는 국화 꽃잎을 술에 띄워서 마시는 풍속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주D-032]나귀 탄 흥취 : 눈 속에서 나귀를 타고 가며 시상(詩想)에 잠김을 뜻한다. 소동파(蘇東坡)의 시 〈증사진하수재(贈寫眞何秀才)〉에 “또 보지 못했는가, 눈 속에 나귀를 탄 맹호연이 눈썹을 찌푸리고 시를 읊느라 쭝긋한 어깨가 산처럼 높은 것을.[又不見雪中騎驢孟浩然 皺眉吟詩肩聳山]” 하였으며, 정경(鄭綮)은 “눈이 내리는 날 나귀를 타고 파교를 건너면 시상이 절로 난다.” 하였다.
[주D-033]목덕(木德) : 청색이 오행(五行)에서 목(木)에 해당하므로 이렇게 말한 것이다.
[주D-034]황색이 중앙에서 나오니 : 황색은 오행에서 토(土)에 해당하고 방위로는 중앙에 해당한다.
[주D-035]기이한 …… 총괄한다 : 황색은 황제의 색이므로 이렇게 말한 것이다.
[주D-036]금(金)의 …… 솟아오르고 : 여수는 금의 생산지로 유명한 고대의 지명이다. 《한비자(韓非子)》 〈내저설 상(內儲說上)〉에 “형남(荊南)의 땅 여수(麗水) 중에 금이 생산되는데 몰래 훔치는 사람들이 많다.” 하였다.
[주D-037]축융(祝融)이 화룡(火龍)을 채찍질하니 : 더운 여름이 왔음을 뜻한다. 적(赤)이 오행에는 화(火)에 해당하고 계절로는 여름에 해당하므로 이렇게 말한 것이다. 축융은 여름을 맡은 신이고 화룡은 곧 온몸에 불을 띠고 있다는 전설상의 신룡(神龍)이다. 당(唐)나라 왕곡(王轂)의 〈고열행(苦熱行)〉에 “축융이 남쪽에서 와 화룡을 채찍질하니, 불 깃발이 뜨겁게 치솟아 하늘을 붉게 태운다.[祝融南來鞭火龍 火旗焰焰燒天紅]” 하였다.
[주D-038]한(漢)나라 …… 빛났어라 : 참위서(讖緯書)에 한(漢)나라를 세운 유방(劉邦)이 화덕(火德)으로 왕이 되었다고 하였기 때문에 한나라 역사를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주D-039]백은 서문(西門)의 색이니 : 백색은 오행에서 금(金)에 해당하고 방위로는 서쪽에 속하므로 이렇게 말한 것이다. 《송서(宋書)》에 “선양문(宣陽門)을 민간에서 백문이라 부른다.” 하였고, 《자치통감(資治通鑑)》 주(註)에는 “건강성(建康城)의 서문을 말하는데 서방의 색이 흰색이라 백문이라 한다.” 하였다.
[주D-040]곤강(崑岡) : 좋은 옥이 많이 난다는 중국 서쪽의 산이다.
[주D-041]북쪽은 흑색을 맡았으니 : 북쪽은 색깔로는 흑색에 해당하므로 이렇게 말한 것이다.
[주D-042]옻칠로 씌어진 과두(蝌蚪) : 과두는 올챙이인데, 글자가 올챙이 모습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한 무제(漢武帝) 때 노공왕(魯恭王)이 궁궐을 확장 수리하기 위해 공자의 옛집을 헐다가 벽장 속에서 과두문자(蝌蚪文字)로 쓰여진 문헌을 다수 발견하였는데 옻칠로 나무판에 쓴 칠간(漆簡)으로 되어 있었다 한다. 《漢書 卷53 景十三王傳 魯恭王》
[주D-043]현단(玄丹)으로 노어(魯魚)를 분간한다 : 현단은 주묵(朱墨)과 같은 말이다. 주묵은 붉은 먹과 검은 먹으로, 서책에 비점(批點)을 찍거나 혹은 글을 첨삭하는 데 사용한다. 노어는 어로(魚魯)와 같은 말로 글자의 형체가 서로 비슷해 오류를 범하기 쉬움을 뜻한다. 《포박자(抱朴子)》 〈하람(遐覽)〉에 “글씨를 세 번 베껴 쓰면 어(魚) 자가 노(魯) 자로 변하고, 제(帝) 자가 호(虎) 자로 변한다.” 한 데서 온 말이다. 즉 주묵을 사용해서 글자를 교정함을 뜻한다.
[주D-044]함구(含垢)의 덕 : 함구는 더러움, 모욕을 포용하고 참는 것이다. 춘추시대 진(晉)나라 백종(伯宗)이 “시내와 연못은 더러운 물을 받아들이고 산과 숲은 해로운 짐승을 감추어 주고 옥은 흠을 숨겨 주는 법이니, 임금이 오욕을 참는 것이 하늘의 도입니다.[川澤納汙 山藪藏疾 瑾瑜匿瑕 國君含垢 天之道也]” 한 데서 온 말이다. 《春秋左氏傳 宣公 15년》 검은색은 어떠한 색이 묻어도 색이 변치 않으므로 이렇게 말한 것이다.
[주D-045]양곡(暘谷) : 해가 나오는 곳으로, 봄철의 일을 맡은 관원이 머무는 곳을 양곡(暘谷)이라 한다. 여기서는 양지바른 따스한 골짜기를 뜻한다.
[주D-046]쬐면 졸음이 오지 : 고대 송(宋)나라에서 농부가 겨울이 지나 봄이 오자 등에 햇볕을 쬐면서 자기 아내에게 “햇볕을 쬐면서도 그 따사로움을 아는 사람이 없소. 이것을 임금님께 알려드리면 후한 상을 내리실 것이오.” 하였다. 《列子 楊朱》
[주D-047]뽕나무로 …… 피어오르는 : 1년 중 사계절과 6월의 토왕일(土旺日)에 불을 취하는 나무를 바꾸는데, 봄에는 ‘느릅나무와 버드나무[楡柳]’, 여름에는 ‘대추나무와 살구나무[棗杏]’, 늦여름에는 ‘뽕나무와 산뽕나무[桑柘]’, 가을에는 ‘떡갈나무와 참나무[柞楢]’, 겨울에는 ‘느티나무와 박달나무[槐檀]’에서 불을 취한다. 여기서는 단순히 아침밥을 짓는 연기를 말한다.
[주D-048]우연(虞淵)에 …… 잠기니 : 서쪽으로 해가 짐을 말한다. 천제(天帝) 제준(帝俊)의 아내인 희화(羲和)라는 여신이 동해 밖 희화국(羲和國)에서 새벽마다 여섯 마리의 용이 끄는 수레에 해를 싣고 용을 몰아 허공을 달려 서쪽의 우연(虞淵)에까지 이르러 멈춘다고 한다. 《淮南子 卷3 天文訓》
[주D-049]왕자(王子)는 …… 넣고 : 왕(王) 자는 차(車)의 오자가 아닌가 생각한다. 진(晉)나라 차윤(車胤)이 학문에 힘썼는데 집이 가난하여 등잔 기름을 살 수 없는 형편이라 여름이면 반딧불을 주머니에 넣어서 그 빛으로 책을 보았다 한다. 《晉書 卷83 車胤傳》
[주D-050]창려(昌黎)는 …… 읽었지 : 한유(韓愈)의 〈부독서성남(符讀書城南)〉 시에 “시절은 가을이라 장맛비가 개고, 서늘한 기운이 교외에 들어오니, 등불을 점차 친할 만하고, 서책을 펴서 읽을 만하다.[時秋積雨霽 新涼入郊墟 燈火稍可親 簡編可卷舒]” 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주D-051]담장 …… 느슨하고 : 밤에 불을 밝히고 일하는 것을 금지하지 않아 백성들의 생활이 풍족해졌음을 뜻한다. 후한(後漢) 때 촉군(蜀郡)에서는 화재를 막기 위해 백성들이 밤에 작업하는 것을 금하였다. 염범(廉范)이 태수(太守)가 되어서 제도를 고쳐 밤에 작업을 하되 화재에 대비하여 물을 저장하도록 엄히 명령하였다. 그러자 백성들이 편리하게 여기면서 노래하기를 “염숙도(廉叔度)여, 어찌 그리 늦게 왔던가. 불을 금하지 않으니 백성들이 편안하게 일하네. 평소에 저고리가 없었더니, 지금 바지가 다섯일세.[廉叔度來何暮 不禁火民安作 平生無襦今五袴]” 한 고사를 인용한 것이다. 이 노래를 오고가(五袴歌)라 한다. 숙도(叔度)는 염범의 자이다. 《後漢書 卷31 廉范列傳》
[주D-052]벽을 …… 빌리누나 : 광형(匡衡)은 한(漢)나라 때 사람으로 자는 치규(稚圭)이다. 경의(經義)에 밝았으며 시(詩)를 매우 잘 지었다. 그에 대해 《서경잡기(西京雜記)》에 “촛불이 없어 글을 읽을 수 없자 벽을 뚫어 이웃집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을 이용하여 글을 읽었다.” 하였다.
[주D-053]천관(天關) : 겨울철에 규성(奎星)을 천관이라 한다.
[주D-054]화정(火井)에는 …… 걸치고 : 사혜련(謝惠連)의 〈설부(雪賦)〉에 겨울의 추위를 노래하기를 “화정에는 불길이 꺼지고 온천에는 얼음이 얼었으며, 불담에는 물이 끓어오르지 않고 뜨거운 염풍이 불지 않으니, 북쪽으로 난 방문 틈을 잘 바르고 나양에서는 처음으로 비단옷을 걸친다.[火井滅 溫泉冰 沸潭無涌 炎風不興 北必墐扉 裸壤垂繒]” 하였다. 화정은 촉(蜀) 땅 임공현(臨邛縣) 서남쪽에 있는 우물인데, 제갈량(諸葛亮)이 처음 발견했으며 불길이 올라왔다고 한다. 나양은 나라 이름으로 이 나라 사람들은 옷을 입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부른다고 한다.
[주D-055]화청궁(華淸宮)에는 …… 않았어라 : 화청궁은 당(唐)나라 때 궁전 이름으로, 여산(驪山)의 온천 지대에 있다. 처음에는 탕천궁(湯泉宮)이라 이름 지었다가 현종(玄宗) 때에 화청궁으로 이름을 고치고 해마다 그곳에 행행하여 잔치를 베풀고 즐겼다. 《舊唐書 卷8 玄宗紀》 당 현종(唐玄宗)이 일찍이 양 귀비(楊貴妃)를 화청궁의 온천(溫泉)에 데리고 가서 목욕을 시킨 일이 있다. 백거이(白居易)의 〈장한가(長恨歌)〉에 “쌀쌀한 봄날 화청궁 온천에 목욕하게 하니, 매끄러운 온천물에 기름 같은 살결 씻었네.[春寒賜浴華淸池 溫泉水滑洗凝脂]” 하였기 때문에 추위를 읊은 이 시에서 ‘화청궁에 아직 눈이 녹지 않았다.’고 한 것이다.
[주D-056]오(吳)나라 …… 지경 : 고대 오(吳)나라 땅에 해당하는 강회(江淮) 지방에서 생장한 물소는 더위를 무서워하기 때문에 달을 보고도 해로 착각하고는 미리 놀라 헐떡인다고 한다. 진(晉)나라의 만분(滿奮)이 바람을 두려워하여 유리병(琉璃甁)을 빈틈으로 착각하고는 난색을 짓자, 무제(武帝)가 이를 보고 웃으니, 만분이 “저는 오(吳)나라 소가 달을 보고도 헐떡이는 것과 같습니다.[臣猶吳牛 見月而喘]” 하였다. 《世說新語 言語》
[주D-057]차가운 …… 전해지지 : 공부(工部)는 공부원외랑(工部員外郞)을 역임한 당(唐)나라 두보(杜甫)를 가리킨다. 두보가 더위를 읊은 〈열(熱) 3수〉 중 첫째 수에 “차가운 물의 옥이 되고 싶고, 서늘한 가을 고포(菰蒲)가 되고 싶어라.[乞爲寒水玉 願作冷秋菰]” 하였다. 이는 너무나 더워서 자기 몸이 서늘한 것이 되고 싶다고 표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