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담유고/총제전서의 시

정조임금의 홍제전서의 시 매화가 피었을 때에 여러 가지를 읊다 4수(四首 등

아베베1 2013. 2. 7. 19:36


 













 

 
 
홍재전서 제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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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저록(春邸錄) 2 ○ 시(詩)
매화가 피었을 때에 여러 가지를 읊다 4수(四首)

달빛이 휘장에 가득하고 밤빛은 깊어 가는데 / 月光低幔夜光闌
해 저문 겨울 꽃이 한 자리에 사랑스러워라 / 歲晏寒花一榻寬
외로운 뿌리가 홀로 봄을 앞지른 빛 띠었으니 / 孤根獨帶先春色
대륙의 미세한 양을 애호하여 보아야겠네 / 大陸微陽愛護看

우뚝한 한 나무가 섣달의 봄을 가져와서 / 亭亭一樹臘中春
맑은 밤에 마주하니 기분 더욱 신기하여라 / 相對淸宵氣愈神
꽃을 따라 두터운 정분을 의탁할 뿐만이랴 / 可但從花襟契托
고요한 숲 속엔 옥 같은 사람이 응당 많으리 / 應多林下玉如人

중천에 뜬 별들은 빛이 서로 반짝이는데 / 半天星斗光相爛
무성한 한 그루 나무엔 백옥이 찬란하구나 / 扶疎一樹玉瓓珊
고상한 사람이 이런 때에 슬픔이 많거니와 / 幽人此際多怊悵
구슬 누각은 원래 절로 추위를 감당 못한다오 / 瓊樓元自不勝寒

찬 꽃송이 성긴 꽃받침에 달빛이 비치니 / 寒英疎蘂月光侵
맑은 향기가 내 옷에 닿음을 문득 깨닫겠네 / 斗覺淸香近我襟
요즘에는 동룡루에 한가한 밤이 많으니 / 銅龍近日多閒夜
머물러 매형과 함께 취하여 읊어 볼거나 / 留與梅兄共醉唫

[주D-001]매형(梅兄) : 매화(梅花)의 아칭(雅稱)이다. 송(宋) 나라 황정견(黃庭堅)의 시에 “향기 머금고 흰옷 입어 경성의 빛 띠었으니, 산반은 아우이고 매화는 바로 형이로세.[含香體素欲傾城 山礬是弟梅是兄]” 한 데서 온 말이다.
 
홍재전서 제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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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저록(春邸錄) 2 ○ 시(詩)
춘(春) 자를 뽑아 읊다

금원에 비가 처음으로 내리어 / 禁苑雨初過
부슬부슬 가벼운 먼지를 적시니 / 霏微浥輕塵
그윽한 꽃은 갬을 중히 여기고 / 幽花晴欲重
가벼운 버들은 다스워도 새롭구나 / 輕柳暖猶新
사연은 아침 날에 찾아오고 / 社燕來朝日
꾀꼬리는 저문 봄에 울어 대네 / 林鶯囀暮春
글 읽기는 기나긴 해가 마땅하고 / 讀書宜永晝
문안은 매양 맑은 새벽에 드리도다 / 問寢每淸晨
칼과 패옥 소리는 대궐 문을 울리고 / 劒佩鳴靑瑣
누수 소리는 대궐 안에 메아리치네 / 銅壺響紫宸
화창한 봄이 한창 만물을 기르는데 / 東皇方育物
성스러운 임금은 또 인을 베풀어서 / 聖主又施仁
지극한 덕화는 삼고에 부합되고 / 至化符三古
은혜의 조서는 사민을 걱정하면서 / 恩綸恤四民
아침까지 온갖 사물을 친근히 하고 / 達朝親庶物
저녁 때까지 뭇 신하를 접견하도다 / 昃日接羣臣
세상 운수는 태평성대를 만났고 / 世運逢昭代
천기는 좋은 시절을 만났기에 / 天機屬好辰
한가한 틈에 조그만 시편 이루어 / 閒來成小什
하례하는 뜻 다시 되풀이하노라 / 賀意更申申

[주D-001]사연(社燕) : 제비의 아칭(雅稱)이다. 제비가 춘사(春社)의 무렵에 오고 추사(秋社)의 무렵에 가므로 이른 말이다.
[주D-002]삼고(三古) : 고대(古代)를 상고(上古)ㆍ중고(中古)ㆍ하고(下古) 셋으로 나눈 것을 합칭한 말이다.

 
홍재전서 제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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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저록(春邸錄) 2 ○ 시(詩)
북한산(北漢山) 도중에서 회(回) 자를 뽑아 읊다 임진년

어가 호종한 산성 길에 내 말 타고 돌아갈 제 / 扈駕山城我馬回
구불구불 좁은 비탈길 가파르기도 하여라 / 逶迤細磴正崔嵬
하늘 높이 솟은 기세는 세 봉우리 바위요 / 浮天氣勢三峯石
땅에서 빼어난 경치는 바로 두 장대로다 / 拔地形勝二將臺
깃발은 용사 같은 구름 그림자를 끌어 돌리고 / 旗掣龍蛇雲影轉
바람은 고각 같은 시냇물 소리를 전하여 오네 / 風傳鼓角㵎聲來
오늘의 느슨한 행차엔 한가한 일도 많아서 / 徐行此日多閒事
어느덧 앞 수풀에 석양볕이 쌓이었구려 / 不覺前林夕照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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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저록(春邸錄) 2 ○ 시(詩)
시단봉(柴丹峯)에서 붓을 달려 쓰다

견여 타고 멀리 시단봉으로부터 돌아와 / 肩輿遙自丹峯歸
중흥사에 당도하니 벌써 석양이로세 / 行到重興已夕暉
참알하는 중이 오니 속된 사람임을 알겠고 / 參謁僧來知俗樣
깃발 펄럭이며 가니 티끌이 나부낌을 보겠네 / 旖旎旗去見塵飛
숲 속엔 괴이한 새들의 울음이 그치지 않고 / 林間恠鳥啼難盡
시내 밖엔 좋은 꽃들이 흔히도 피었구려 / 溪外名花開不稀
선조 때에 이곳 임어한 것을 멀리 생각하니 / 緬憶先朝臨此地
아무 산과 아무 물이 정히 방불하여라 / 某山某水正依俙
 
홍재전서 제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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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저록(春邸錄) 2 ○ 시(詩)
중흥사(重興寺)에 들러서 농암(農巖)의 시운에 차(次)하다

절 가까이서 풍경 소리 가늘게 들려오는데 / 細聞淸磬近禪丘
깊고 깊은 하 많은 숲은 하늘 밖에 떠 있네 / 萬木深深天外浮
절벽으로 돌아가는 구름은 우기를 더하였고 / 苔壁歸雲增雨氣
치성에 비친 석양은 흐르는 샘으로 드는구나 / 雉城斜照入泉流
고요한 산창에선 몇 사람이나 경권을 읽는고 / 幾人經卷山窓靜
늙은 중의 한가한 지팡이는 돌길을 짚어가네 / 老釋閒筇石逕投
농암의 산수 혹애하는 벽을 문득 생각하니 / 忽憶農巖山水癖
절방에 가부좌하여 그 얼마나 머물렀던고 / 佛龕趺坐幾曾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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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저록(春邸錄) 2 ○ 시(詩)
밤에 앉아서 무료하여 이 시를 읊어서 혹인에게 보이다

동룡루에 침소를 정하고 나니 / 定寢龍樓訖
동궁으로부터 막 돌아온 때로다 / 歸自靑宮畔
가을 하늘은 어찌 그리 높은고 / 秋天一何高
은하수의 모양이 선명도 하여라 / 的歷明河漢
옷자락 걷고 중당으로 걸어가노니 / 褰衣步中堂
흰 이슬이 구슬처럼 반짝이누나 / 白露如珠爛
도도한 이 온 세상 사람들은 / 滔滔世之人
이때에 꿈을 반도 못 이루어라 / 此時夢未半
아침이면 일하고 저물면 쉬어서 / 朝營暮則歇
기뻐하며 장주 호접처럼 어지러우니 / 栩栩莊蝶亂
기린훤이 바로 귀감이 되리로다 / 麟楦卽龜鑑
그 긴긴 밤 아득함을 어찌하리오 / 其奈長夜漫

[주D-001]기뻐하며 …… 어지러우니 : 장주(莊周)가 꿈에 나비가 되어 훨훨 나는 것이 분명 나비였으므로, 스스로 즐거워하며 자신이 장주인 줄을 몰랐다가, 이윽고 깨어보니 분명히 장주였으므로, 장주가 꿈에 나비가 된 것인지, 나비가 꿈에 장주가 된 것인지를 알 수 없었다는 데서 온 말로, 피차(彼此)의 구별이 혼동됨을 비유한 말이다. 《莊子 齊物論》
[주D-002]기린훤(麒麟楦) : 훤(楦)은 사물의 모형(模型)을 말한 것으로, 당(唐) 나라 때 양형(楊炯)이 매양 겉치레만 하는 무능한 조관(朝官)들을 조롱하여 부른 말인데, 그가 일찍이 말하기를 “지금 거짓 기린을 희롱하는 자들은 그 형체를 수식(修飾)하며 나귀[驢]의 위에 덮어씌워서 완연한 이물(異物)로 만들기 때문에 그 껍데기를 벗겨 내면 다시 나귀일 뿐이다.” 한 데서 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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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저록(春邸錄) 1 ○ 시(詩)
영사(詠史) 9수(九首)

큰 도량이 널리 포용해 활달하고 관대했는데 / 大度包容達且寬
어째서 업신여기고 유관에 오줌을 누었던고 / 如何慢罵溲儒冠

패궁의 한 가곡으로 풍운의 생각 펼치어라 / 沛宮一曲風雲想
이로부터 태평 이루어 사해가 편안하였네 / 從此昇平四海安
이상은 한 고조(漢高祖)를 두고 읊은 것이다.

은택이 원래부터 억조창생에 두루 미쳤는데 / 膏澤元來浹兆民
방춘에 때에 맞춰 진대하였네 / 及時賑貸輒方春
단상하라는 말언은 끝내 부끄러운 일이지만 / 末音短喪終雖媿
사궁을 구휼한 데서 충분히 인을 보겠도다 / 恤四窮時足見仁
이상은 한 문제(漢文帝)를 두고 읊은 것이다.

옥중의 상서 기운이 구름처럼 찬란했는데 / 獄中佳氣爛如雲
천명이 끝내 대보 지존으로 돌아갔네 / 天命終歸大寶尊
몸소 편 정사는 비록 기록할 만한 공이 많으나 / 躬政縱多功可紀
신하들에게 유독 전은이 적었음을 어찌하랴 / 諸臣獨奈少全恩
이상은 한 선제(漢宣帝)를 두고 읊은 것이다.

마을에서 고기 썰어 고르게 나눈다 서로 칭찬했는데 / 里社爭稱宰肉均
끝내는 비늘 날개 의지해 원훈이 되었도다 / 終憑鱗翼作元勳
유학하지 않았으면 응당 쓰이기 어려웠으리니 / 若無游學應難用
아형의 지혜가 뛰어났음을 비로소 믿겠네 / 始信阿兄智過人

이상은 진평(陳平)을 두고 읊은 것이다.

다리 밑의 신기한 병법 유악 안의 계책으로 / 橋下神韜幄裏籌
청제 삼만 호 마다하고 유 땅에 봉해졌는데 / 靑齊三萬却封留
풍진의 남은 계책으로 신선을 따라갔으니 / 風塵餘策從仙去
같은 품격에 범려의 배와 고상함을 다투었네 / 一格爭高范蠡舟
이상은 장량(張良)을 두고 읊은 것이다.

신중하고 성실하게 마음을 가진 박륙후는 / 謹恪持心博陸侯
명당의 조회도 주 나라의 제도를 본받았도다 / 明堂朝會倣姬周
한 나라의 중흥에 계책이 없었던 건 아니나 / 中恢漢業非無策
척리의 권력 독점이 여기에서 말미암았네 / 戚里專權自此由

이상은 곽광(霍光)을 두고 읊은 것이다.

봄잠의 흐릿한 꿈을 누가 진가를 구별할꼬 / 春睡矇矇孰辨眞
베개 가에는 때로 와룡건이 떨어졌도다 / 枕邊時墮臥龍巾

끝내 한 번 나옴에 대한 춘추의 의리는 / 終然一出陽秋義
성패는 하늘에 달렸고 사람에 달리지 않음일세 / 成敗唯天不在人
이상은 제갈공명(諸葛孔明)을 두고 읊은 것이다.

다섯 버들에 가을 깊은 율리의 마을에 / 五柳秋深栗里邨
갈건으로 돌아가니 술이 동이에 가득하네 / 葛巾歸去酒盈樽
동쪽 울타리 늙은 국화는 맑은 이슬도 많아라 / 東籬老菊多淸露
사마씨의 춘추 일부가 여기에 남았었도다 / 司馬春秋一部存
이상은 도연명(陶淵明)을 두고 읊은 것이다.

장수가 되려면 의당 곽자의 같아야 하리 / 爲將當如郭子儀
일찍이 필부 하나도 함부로 죽인 적이 없었네 / 未曾輕殺匹夫微
만년까지 온전히 편하게 누렸음을 볼지어다 / 須看晩境全安享
군자는 원래부터 복록에 편안한 법이라오 / 君子元來福履綏
이상은 곽 분양(郭汾陽)을 두고 읊은 것이다.

[주D-001]큰 도량이 …… 누었던고 : 한 고조(漢高祖)는 본디 성품이 활달하고 도량이 크기로 알려졌으나, 때로는 신하들을 업신여겨 욕설을 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유자(儒者)를 좋아하지 않아서 유관(儒冠)을 쓰고 찾아온 빈객이 있으면 매양 그 관(冠)을 벗겨 그 안에 오줌을 누어 버리곤 했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02]패궁(沛宮)의 …… 펼치어라 : 패궁은 한 고조(漢高祖)의 고향에 있는 별궁(別宮)의 이름인데, 한 고조가 천하를 통일한 뒤에 고향인 패군(沛郡)에 돌아가서 고인(故人), 부로(父老), 자제(子弟) 들을 모두 불러 주연(酒宴)을 베풀고, 술이 거나해지자 축(筑)을 치면서 노래하기를 “큰 바람 일어나매 구름이 날아오르도다. 위엄이 해내에 가해져서 고향에 돌아왔노라. 어떻게 하면 용맹한 사람을 얻어 사방을 지킬거나.[大風起兮雲飛揚 威加海內兮歸故鄕 安得猛士兮守四方]”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漢書 卷1上 高帝紀》
[주D-003]단상(短喪)하라는 말언(末言) : 말언은 바로 임종시에 남긴 유언(遺言)을 이르는데, 한 문제(漢文帝)가 임종시 유조(遺詔)에서 삼년상(三年喪)의 월수(月數)를 일수(日數)로 바꾸는 제도를 최초로 말하여 복상(服喪) 기간을 짧게 하도록 했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04]사궁(四窮) : 천하의 네 가지 궁한 백성으로 환(鰥), 과(寡), 고(孤), 독(獨)을 말한다.
[주D-005]옥중(獄中)의 …… 찬란했는데 : 한 선제(漢宣帝)는 태어난 지 겨우 몇 달 만에 무고옥사(巫蠱獄事)를 만나서 그의 할아버지 여 태자(戾太子), 할머니 사 양제(史良娣), 아버지 사 황손(史皇孫), 어머니 왕 부인(王夫人)이 모두 죽임을 당하였고, 갓난아이였던 선제 역시 군저옥(郡邸獄)에 수감되었는데, 이때 천기(天氣)를 관측하는 사람이 장안(長安)의 옥중(獄中)에 천자기(天子氣)가 있다고 말했던 데서 온 말이다. 이 천기를 관측하는 사람의 말로 인해 장안의 옥에 갇힌 죄수들이 모두 죽임을 당했으나, 어린 선제만은 정위감(廷尉監) 병길(邴吉)의 극진한 보호에 힘입어 해를 입지 않았고, 끝내 천자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漢書 卷8 宣帝紀》
[주D-006]마을에서 …… 칭찬했는데 : 한(漢) 나라 진평(陳平)이 미천했을 적에 일찍이 마을에서 요리사가 되어 고기를 매우 고르게 썰어 나누자, 부로(父老)들이 모두 고르게 잘한다고 칭찬하니, 진평이 말하기를 “저에게 천하(天下)를 요리하게 한다면 또한 이 고기처럼 잘 요리할 수 있다.”고 했던 고사에서 온 말이다. 《史記 卷56 陳丞相世家》
[주D-007]끝내는 …… 되었도다 : 비늘과 날개를 의지한다는 것은 용(龍)의 비늘을 끌어 잡고, 봉황(鳳凰)의 날개에 붙는다는 뜻으로, 즉 영주(英主)를 섬겨 공명(功名)을 이룸을 비유한 말인데, 여기서는 진평이 한 고조(漢高祖)를 섬겨 창업(創業)의 일등공신(一等功臣)이 되었음을 이른 말이다.
[주D-008]유학(游學)하지 …… 믿겠네 : 진평이 소싯적에 집은 가난했으나 글 읽기를 좋아하자 형 진백(陳伯)이 함께 살면서 30묘(畝)의 전지(田地)를 항상 혼자 경작하고 진평에게는 유학하게 했던 데서 온 말이다. 아형(阿兄)은 남의 형을 높여 이르는 말이다.
[주D-009]다리 …… 계책 : 한 고조(漢高祖)의 명신(名臣) 장량(張良)이 미천했을 적에 하비(下邳)의 다리 위에서 노닐다가, 황석공(黃石公)으로부터 《태공병법(太公兵法)》 한 책을 받아서 읽고, 뒤에 한 고조를 섬기면서 기이(奇異)한 모책(謀策)을 써서 천하 통일을 이루게 했던 데서 온 말이다. 한 고조가 일찍이 말하기를, “유악(帷幄) 안에서 계책을 운용하여 천 리 밖의 승리를 결정하는 것은 자방(子房)의 공이다.” 하였다. 자방은 장량의 자(字)이다.
[주D-010]청제(靑齊) …… 봉해졌는데 : 청제는 제(齊) 나라의 두 주(州)의 이름이다. 한 고조가 천하를 통일하고 나서 장량의 공을 높이 여겨 제 나라 땅 3만 호(戶)를 봉해 주려고 하자, 장량이 사양하여 말하기를, “처음에 하비(下邳)에서 일어나 상(上)과 유(留) 땅에서 만났으니, 이는 하늘이 신을 폐하께 준 것입니다. 원컨대 신은 유 땅에 봉해진 것으로 만족하겠습니다.” 하여, 마침내 장량이 유후(留侯)에 봉해진 것을 말한다.
[주D-011]신선(神仙)을 따라갔으니 : 장량이 한 고조에게 권하여 소하(蕭何)를 상국(相國)으로 세우고 나서 말하기를, “나는 세 치 혀로 제자(帝者)의 스승이 되어 만호(萬戶)에 봉해지고 열후(列侯)가 되었으니, 이것으로 만족한다. 앞으로는 인간의 일을 그만두고 적송자(赤松子)를 따라서 노닐고 싶다.” 하고, 선도(仙道)를 배웠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12]범려(范蠡)의 배 : 범려는 춘추 시대 초(楚) 나라 사람인데, 월왕(越王) 구천(句踐)을 도와서 오(吳) 나라를 멸망시켜 월 나라의 치욕을 씻어 주고 나서는 벼슬을 버리고 일엽편주(一葉片舟)를 타고 강호(江湖)에 떠서 월 나라를 떠나 버렸던 고사에서 온 말이다.
[주D-013]신중하고 …… 말미암았네 : 박륙후(博陸侯)는 한(漢) 나라의 대장군(大將軍) 곽광(霍光)의 봉호이다. 곽광은 이복 이모인 위자부(衛子夫)가 무제(武帝)의 황후(皇后)가 됨으로 인하여 왕실의 외척이 되었고, 무제의 유조(遺詔)를 받들어서 대사마 대장군(大司馬大將軍)으로 소제(昭帝)를 도왔으며, 뒤에는 음란한 창읍왕(昌邑王)을 폐위시키고 선제(宣帝)를 세우기도 하였다. 또한 금중(禁中)을 20년 동안 출입하였고 기린각(麒麟閣)의 으뜸 공신이 되었으나, 그의 자손이 끝내 반란을 도모하여 멸족되었다.
[주D-014]봄잠의 …… 떨어졌도다 : 와룡(臥龍)은 촉한(蜀漢)의 재상인 제갈량(諸葛亮)의 별칭이다. 제갈량이 일찍이 융중(隆中)에 은거하고 있을 적에 읊은 시에 “초당에 봄잠이 넉넉하니, 창 밖의 해는 더디기만 하구나. 큰 꿈을 누가 먼저 깰꼬, 평생을 내 스스로 아노라.[草堂春睡足 窓外日遲遲 大夢誰先覺 平生我自知]”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15]성패(成敗)는 …… 않음일세 : 제갈량이 유비(劉備)를 도와 사마의(司馬懿)와 대전(對戰)했을 때, 승리가 여의치 못함을 한탄하여 말하기를, “일을 꾀하는 것은 사람에 달렸으나, 일을 성공시키는 것은 하늘에 달렸을 뿐이다.[謀事在人 成事在天]” 했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16]다섯 …… 마을에 : 율리(栗里)는 진(晉) 나라의 은사(隱士) 도잠(陶潛)이 은거하던 고장의 이름이고, 다섯 버들이란 곧 도잠의 집 주위에 다섯 그루의 버드나무가 있었던 것을 이르는데, 이로 인하여 도잠은 오류선생(五柳先生)이라 자호(自號)하였다.
[주D-017]갈건(葛巾)으로 …… 가득하네 : 갈건은 본디 은자(隱者)의 두건(頭巾)인데, 도잠은 항상 갈건을 쓰고 야복(野服)을 입은 채로 신선처럼 담박한 생활을 했고, 때로는 갈건으로 술을 걸러 마시기도 했다. 또 일찍이 팽택 령(彭澤令)이 된 지 겨우 80여 일 만에 마침 군(郡)의 독우(督郵)가 순시(巡視)하러 나온다는 말을 듣고는, 의관(衣冠)을 갖추고 독우를 뵈어야 한다는 아전의 말에 도잠이 탄식하며 말하기를, “오두미(五斗米)의 하찮은 녹봉 때문에 허리를 굽혀 향리(鄕里)의 소인을 섬길 수 없다.” 하고, 마침내 팽택 령의 인끈을 풀어 던지고 즉시 떠나면서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지어 자신의 뜻을 피력했다. 그 귀거래사에 “삼경은 묵었으나, 송국은 남아 있도다. 어린애를 이끌고 방으로 들어가니, 술이 동이에 가득하도다.[三徑就荒 松菊猶存 携幼入室 有酒盈樽]”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晉書 卷94 陶潛傳》
[주D-018]동쪽 …… 국화 : 도잠의 음주(飮酒) 시에 “동쪽 울타리 밑에서 국화를 따며, 유연히 남산을 보노라.[采菊東籬下 悠然見南山]”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19]사마씨(司馬氏)의 …… 남았었도다 : 사마씨는 바로 진(晉) 나라를 창건한 사마염(司馬炎)의 왕족을 가리킨다. 도잠은 특히 동진(東晉)이 망하기 전까지는 모든 문장(文章)을 저술할 때 반드시 진대(晉代)의 연호(年號)를 분명히 밝혔으나, 유유(劉裕)가 동진 나라를 찬탈하여 남조 송(南朝宋)을 창건한 이후에는 연호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갑자(甲子)로만 표기했던 것을 두고 이른 말이다.
[주D-020]곽자의(郭子儀) : 당(唐) 나라 때의 명장(名將)으로, 현종(玄宗) 때에 삭방절도우병마사(朔方節度右兵馬使)가 되었고, 안녹산(安祿山)과 사사명(史思明)의 난리를 평정하였으며, 그후로도 수많은 공을 세워 벼슬이 태위(太尉), 중서령(中書令)에 이르렀으며, 분양군왕(汾陽郡王)에 봉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