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곡 이이/율곡 이이 어록

《도연명집(陶淵明集)》에 실린 음주에 화운하다

아베베1 2013. 1. 31. 16:43

 

 
퇴계선생문집 제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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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詩)
도연명집(陶淵明集)》에 실린 음주에 화운하다

술 없으면 딱하게도 기쁨일랑 없나니 / 無酒苦無悰
술 있으면 이내 바로 그것을 마신다네 / 有酒斯飮之
한가해야 비로소 즐거움을 얻나니 / 得閒方得樂
즐거운 일 있거들랑 그때 바로 즐겨야지 / 爲樂當及時
훈훈한 저 바람이 만물을 고무시켜 / 薰風鼓萬物
무성한 아름다움 이제 이와 같구나 / 亨嘉今若玆
만물과 내가 함께 즐거움을 누리거늘 / 物與我同樂
가난하고 병든 것을 걱정할 것 있으리 / 貧病復何疑
저 세상 영화로움 내 어찌 모르랴만 / 豈不知彼榮
헛되고 헛된 이름 오래가기 어려워라 / 虛名難久持

나의 생각 닿는 곳 그 자리가 어드메뇨 / 所思在何許
하늘의 끝자락과 대지의 한 모퉁이 / 天涯與地隅
높고도 또 높아라 세상 소리 멀어지고 / 迢迢隔塵響
넓고도 또 넓어라 길은 마냥 이어지네 / 浩浩綿川塗
사람의 인생살이 아침 이슬 같은데 / 人生如朝露
희어는 한순간도 쉬지 않고 몰아대네 / 羲馭不停驅
손에 있는 녹기금은 / 手中綠綺琴
줄 끊어져 슬픔만 남아 / 絃絶悲有餘
오직 하나 잔 속에 채워진 이 술만이 / 獨有杯中物
외로운 이내 삶을 때때로 위로하네 / 時時慰索居

순 임금도 주 문왕도 오래 전에 세상 떠나 / 舜文久徂世
조양에는 봉새가 이르지 않는구나 / 朝陽鳳不至
상서로운 기린마저 이미 멀리 떠났으니 / 祥麟又已遠
말세는 어두워라 정신없이 취한 듯이 / 叔季如昏醉
낙양과 민중 땅을 멀리서 우러르니 / 仰止洛與閩
현인들이 비늘처럼 뒤이어 일어났네 / 群賢起鱗次
내 어이 때 늦고 외진 곳서 태어났나 / 吾生晩且僻
혼자선 귀한 본성 닦을 길을 모르겠네 / 獨昧修良貴
아침에 도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는 말 / 朝聞夕死可
이 말씀 진실로 깊은 뜻이 있구나 / 此言誠有味

우리나라 예로부터 추로라 부르나니 / 吾東號鄒魯
선비들이 모두들 육경을 읽는다네 / 儒者誦六經
그것이 좋은 줄 모르는 이 없건마는 / 豈無知好之
어느 누가 이를 과연 성취해 내었는가 / 何人是有成
높이 뛰어났어라, 정오천이여 / 矯矯鄭烏川
목숨 바쳐 지키며 끝내 변치 않았네 / 守死終不更
뒤를 이은 점필재는 쇠한 사문(斯文) 일으켜 / 佔畢文起衰
도 구하는 선비들 그 문정에 가득했네 / 求道盈其庭
쪽빛에서 나온 청색 쪽빛보다 더 푸르니 / 有能靑出藍
김한훤과 정일두가 서로 이어 울렸네 / 金鄭相繼鳴
그들의 문하에서 섬겨 보지 못했으니 / 莫逮門下役
이내 몸 돌아보며 마음 상해 하노라 / 撫躬傷幽情

술 가운데 묘한 이치 있다고들 하지만 / 酒中有妙理
사람마다 반드시 다 얻지는 못한다네 / 未必人人得
취하여 고함치며 즐거움을 구하는 건 / 取樂酣叫中
그대들의 생각이 잘못된 것 아닌가 / 無乃汝曹惑
잠시 잠깐 거나하게 취기가 올라오면 / 當其乍醺醺
하늘과 땅 사이에 호연지기 가득차서 / 浩氣兩間塞
온갖 번뇌 풀어 주고 인색한 맘 녹이나니 / 釋惱而破吝
괴안국의 영화보다 훨씬 더 나으리라 / 大勝榮槐國
필경 이런 경지를 기다려야 할 것이니 / 畢竟是有待
바람 앞에 도리어 부끄러워 침묵하네 / 臨風還愧默


[주D-001]희어(羲馭) : 요(堯) 임금 때에 희(羲)와 화(和)는 해[日]를 맡은 관직이므로, 여기서는 해를 희어(羲馭)라 하였다.
[주D-002]녹기금(綠綺琴) : 한나라 사마상여(司馬相如)가 양왕(梁王)으로부터 하사받은 거문고이다.
[주D-003]낙양(洛陽)과 민중(閩中) : 낙양은 정자(程子), 민중은 주자(朱子)가 살던 곳이다.
[주D-004]추로(鄒魯) : 공자와 맹자가 살던 곳이다.
[주D-005]정오천(鄭烏川) : 정몽주(鄭夢周)가 오천군(烏川君)이다.
[주D-006]김한훤(金寒暄)과 정일두(鄭一蠹) : 김굉필(金宏弼)과 정여창(鄭汝昌)을 말한다.
[주D-007]괴안국(槐安國)의 영화 : 당나라 순우분(淳于棼)이 꿈에 대안국에 가서 남가 태수(南柯太守)가 되어 부귀를 누리다가 깨어 보니 괴목(槐木) 밑에 큰 개미굴이 있었다는 고사가 있다. 《異聞集》
[주D-008]이런 …… 것이니 : 《장자(莊子)》에 이르기를, “열자(列子)가 바람을 타고 공중에 다니다가 보름 만에 돌아왔다. 그러나 이것은 바람을 기다려서야 되는 것이다. 천지(天地)의 정기(正氣)를 타고 무궁(無窮)에 노는 성인(聖人)은 무엇을 기다림이 없이 소요(逍遙)하고 논다.” 하였다. 여기서는 성현(聖賢)은 술이 없이도 도의(道義)의 호기(浩氣)가 가득하다는 뜻이다.

 

퇴계선생문집 제4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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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詩)
산거(山居)에서 사계절을 각각 네 수씩 읊으니, 모두 16절이다



아침

안개 걷힌 봄 산이 비단처럼 밝은데 / 霧捲春山錦繡明
진기한 새 화답하며 갖가지로 울어대네 / 珍禽相和百般鳴
산집에는 요즈음에 찾는 손님 없으니 / 山居近日無來客
푸른 풀이 뜰 안 가득 제멋대로 나는구나 / 碧草中庭滿意生



뜨락에는 비 갠 뒤에 고운 볕이 더딘데 / 庭宇新晴麗景遲
꽃향기는 물씬물씬 옷자락에 스미누나 / 花香拍拍襲人衣
어찌하여 네 제자가 모두 제뜻 말하는데 / 如何四子俱言志
시 읊고 돌아옴을 성인이 감탄했나
/ 聖發咨嗟獨詠歸

저녁

동자가 산을 찾아 고사리를 캐었으니 / 童子尋山採蕨薇
반찬이 넉넉하여 시장기를 푸노라 / 盤飧自足療人飢
비로소 알겠구나, 당시 전원 돌아온 객 / 始知當日歸田客
저녁 이슬 옷 적셔도 소원에 어김없음을
/ 夕露衣沾願不違



꽃빛이 저녁 맞아 달이 동에 떠오르니 / 花光迎暮月昇東
꽃과 달 맑은 밤에 의미가 끝이 없네 / 花月淸宵意不窮
다만 달이 둥글고 꽃이 지지 않으면 / 但得月圓花未謝
꽃 밑에 술잔 비울 걱정이 없어라 / 莫憂花下酒杯空
이상은 봄을 읊은 네 절이다.

아침

새벽 빈 뜰 거닐자니 대 이슬이 맑았어라 / 晨起虛庭竹露淸
헌함 열고 멀리 보니 첩첩 산들 푸르러라 / 開軒遙對衆山靑
작은 아이 으레 빨리 물을 길어 가져오니 / 小童慣捷提甁水
세수하면 탕의 반에 나날의 계명있네 / 澡頮湯盤日戒銘



고즈넉한 한낮 산당 햇빛도 밝을시고 / 晝靜山堂白日明
우거진 고운 나무 처마 끝에 둘렀구나 / 蔥瓏嘉樹遶簷楹
북창 아래 높이 누워 희황씨 이전인 듯 / 北窓高臥羲皇上
시원한 산들바람 새소리를 보내오네 / 風送微涼一鳥聲

저녁

석양의 고운 빛깔 시내와 산 움직이니 / 夕陽佳色動溪山
바람 자고 구름 한가한데 새는 절로 돌아오네 / 風定雲閒鳥自還
홀로 앉은 깊은 회포 뉘와 얘기할꼬 / 獨坐幽懷誰與語
바위 언덕 고요하고 물은 졸졸 흐르누나 / 巖阿寂寂水潺潺



텅 빈 산 고요한 집 달은 절로 밝은데 / 院靜山空月自明
이부자리 말쑥해라 꿈도 역시 맑구나 / 翛然衾席夢魂淸
깨어나 말 않으니 알괘라 무슨 일고 / 寤言弗告知何事
한밤중 학의 소리 누워서 듣노라 / 臥聽皐禽半夜聲
이상은 여름을 읊은 네 절이다.

아침

어젯밤 바람 불어 남은 더위 사라지고 / 殘暑全銷昨夜風
아침 되어 서늘함이 가슴속에 스미누나 / 嫩涼朝起灑襟胸
영균이 원래 도를 말한 것이 아니라면 / 靈均不是能言道
어이하여 천년 뒤에 회옹이 느끼겠나 / 千載如何感晦翁




서리 내려 하늘 비고 매는 한창 호기 나고 / 霜落天空鷹隼豪
물가의 바위 끝에 서당 하나 높구나 / 水邊巖際一堂高
요즘 와서 삼경이 유난히도 쓸쓸하여 / 近來三徑殊牢落
국화를 쥐고 앉아 도연명을 생각하네 / 手把黃花坐憶陶

저녁

가을 서당 조망을 뉘와 함께 즐길꼬 / 秋堂眺望與誰娛
단풍숲에 석양 드니 그림보다 낫구나 / 夕照楓林勝畫圖
갑자기 서쪽 바람 지나가는 기러기에게 부는데 / 忽有西風吹雁過
옛 친구는 편지를 보내 올란가 안 올란가 / 故人書信寄來無



차가운 못 달 비치고 하늘은 맑은데 / 月映寒潭玉宇淸
그윽한 이 한 칸 방이 고요하고 밝구나 / 幽人一室湛虛明
그 가운데 스스로 참된 소식 있나니 / 箇中自有眞消息
선의 공도 아니요, 도가의 명도 아니네 / 不是禪空與道冥
이상은 가을을 읊은 네 절이다.

아침

우뚝 솟은 봉우리들 찬 하늘을 찌르고 / 群峯傑卓入霜空
뜰 아래의 국화는 아직 떨기 남았는데 / 庭下黃花尙倚叢
땅을 쓸고 향 사르니 다른 일 전혀 없고 / 掃地焚香無外事
종이창에 해 비치니 밝기가 마음 같네 / 紙窓銜日皦如衷



추운 철 깊숙이 들앉으니 무슨 경영 있겠는가 / 寒事幽居有底營
꽃 가꾸고 대 돌보며 여윈 몸을 조섭하네 / 藏花護竹攝羸形
찾아오는 손님을 은근히 사절하니 / 慇懃寄謝來尋客
겨울 석 달 동안에 손님 영접 끊으려네 / 欲向三冬斷送迎

저녁

나무 모두 뿌리로 돌아가고 해는 짧은데 / 萬木歸根日易西
내 낀 수풀 쓸쓸한데 새는 깊이 깃들었네 / 烟林蕭索鳥深棲
옛날부터 저녁에 두려워함 무슨 뜻일까 / 從來夕惕緣何意
은미한 곳에서 게으름과 욕심을 막음이라 / 怠欲須防隱處迷




눈 흐려져 안 보이니 등불 대기 두려워라 / 眼花尤怕近燈光
늙고 병드니 잘 알겠네 겨울밤 길고 긺을 / 老病偏知冬夜長
책을 읽지 않더라도 읽기보다 나으리니 / 不讀也應猶勝讀
서리보다 차가운 달 앉아서 보았다오 / 坐看窓月冷於霜
이상은 겨울을 읊은 네 절이다.


 

[주D-001]네 …… 감탄했나 : 공자가 자로(子路)ㆍ증점(曾點)ㆍ염유(冉有)ㆍ공서화(公西華)에게 각자의 뜻을 말해 보도록 하였는데, 늦봄에 목욕하고 바람 쐬며 시를 읊고 돌아오겠다는 증점의 대답에 유독 감탄하였다. 《論語 先進》
[주D-002]당시 …… 어김없음을 : 도잠(陶潛)의 시에, “달을 띠고 호미 메고 돌아오니, 저녁 이슬이 나의 옷에 젖는 것은 아깝지 않으나, 다만 소원이 어김없었으면……[帶月荷鋤歸 夕露沾我衣 衣沾不足惜 但使願無違]” 하였다.
[주D-003]탕(湯)의 …… 계명 : 탕 임금이 세수하는 반(盤)의 명(銘)에, “날마다 새롭고 또 날마다 새롭다.” 하였다.
[주D-004]북창 …… 듯 : 도잠이 6월에 북창 아래 누워서, “희황(羲皇) 이전의 사람이다.” 하였다. 희황은 태고 시대의 임금 복희씨(伏羲氏)를 말한 것이다.
[주D-005]영균(靈均)이 …… 느끼겠나 : 영균은 굴원(屈原)의 자로, 회옹(晦翁) 즉 주희가 《초사(楚辭)》를 주석하였다.
[주D-006]삼경(三徑) : 한(漢)나라 장허(蔣詡)가 대밭 속에 숨어 살면서, 세 길[三徑]을 내어 뜻맞는 친구 양중(羊仲)ㆍ구중(裘仲)과 왕래하였다. 도잠(陶潛)이 지은 〈귀거래사(歸去來辭)〉에 “삼경은 묵었으나, 솔과 국화는 아직 남았네.” 하였다.
[주D-007]선(禪)의 …… 아니네 : 불교에서는 공(空)을 주장하고, 도가에서는 명(冥)을 주장한다. 명은 모든 정(情)과 생각을 초월(超越)한 이상경(理想境)이다.
[주D-008]나무 …… 돌아가고 : 가을에 나무들이 모두 잎이 떨어지는 것을 뿌리로 돌아간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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