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석문 신도비 등/목은 이색 신도비문(펌)

목은 이색선생의 산중사 등

아베베1 2014. 1. 25. 11:17

 

 

 

 

 

                           이미지 사진은 도봉산의 말바위 주변의 풍경  

 산중사(山中辭)

이색(李穡)

산이 그윽하고 깊디깊어 / 山之幽兮深深
빽빽한 숲에 깊고 넓은 골짝이네 / 鬱蕭森兮潭潭
누른 고니도 그 꼭대기를 못 지나가누나 / 黃鵠尙不得過其顚兮
깎아지른 듯 우뚝 솟은 바위들 / 截然屹立乎嶄巖
굽어보니 아찔한 산 그늘엔 / 邃莫覻兮山之陰
서리와 이슬이 뽀얗게 젖어 있네 / 曖霜露兮濡霑
표범과 잔나비 번갈아 나와 울부짖고 / 文豹玄猿兮迭出以嘷
나는 새 감돌아 날제 털깃이 너울너울 / 飛禽回翔兮毛羽之毿毿
밑 없는 굴 속에 천둥 소리 우르르 / 殷其雷奔于無底之竇兮
수풀을 뒤흔들며 날개 치는 바람신[飛廉神] / 振蕩林莽翼之以飛廉
돌부리가 솟구쳐 옷을 걸어당기고 / 石出角以鉤衣兮
비낀 가지가 길을 막아 맞찌르네 / 橫枝截路以相攙
나 혼자 적막히 우뚝 서니 / 立寂漠以無隣兮
마치 말없는 기초 시 의 안화함인 듯 / 怳祁招之愔愔
멀어서 찾아갈 수 없어라 / 夐不可討兮山之中
이 산 속을 동ㆍ서를 분간 못해 기진맥진하였네 / 東西冥迷兮氣奄奄
나는 듯 벼랑에 쏟아지는 샘물이여 / 淙飛泉以瀉于崖兮
폐부를 맑게 하며 맛이 달기도 해라 / 淸肺腑而味甘
손으로 움키니 싸늘한 얼음같고 / 掬之手中兮冰寒
쇠한 얼굴을 비추는 거울이라 / 照衰顔以是監
게서 쉬며 그 소리 들으니 / 爰流憇以聽其聲兮
옥 패물을 쨍그렁 울리는 듯 / 鏘玊佩之相參
부싯돌로 불을 쳐 차를 달이려 하니 / 將敲火而煎茶兮
육우의 차맛 아는 것 시들하구나 / 鄙陸羽之口饞
부러워라 반곡에 놀 만하다고 한 / 羡盤谷之可㳂兮
한유의 그 글은 나의 길잡이로세 / 矧其文爲我之指南
도통을 천년 만에 이었으니 / 續道緒於千載兮
그 시내 이름이 염계로세 / 乃命其溪曰濂
산중에 짝이 없을망정 / 惟山中之無偶兮

모시고 섬길 스승이 있네(맑은 물을 말함) / 尙摳衣於丈函
한 말씀 듣고 도를 깨달아 / 聞一言以悟道兮
이욕의 더러움을 깨끗이 씻고자 / 洗利欲之貪婪
마음 근원을 해맑게 열어 / 開心源之瑩淨兮
오직 태극에만이 함영하오리 / 惟太極之泳涵
잠깐 동안 금그은 듯이 만남 곧 있으면 / 若有遇於介然之頃兮
천지와 더불어 셋이 될 수 있으리 / 諒天地其可三
어찌하여 당(唐)우(虞)의 유허에 엉킨 풀, 차디찬 연기 되고 / 胡唐虞之遺墟蔓草寒烟兮
우리 도가 남방으로 간단 말고 / 吾道被于南
어찌하여 물이 고여 있기만 하여 비를 안 주고 / 炎胡泓渟之而不霈兮
삭방(朔方 북녘)의 눈과 월령의 독한 장기가 섞여 진창이 됐는고 / 朔雪越嶺之交粘
그러나 남은 그 여파(餘波)로 천하를 다스릴 만하여 / 信餘緖可以理天下兮
노재(魯齋 허형(許衡)의 호)가 홀로 가는 말을 달렸네 / 魯齋獨騁其征驂
그 물결의 혜택을 온 천하에 두루하지 않은 데가 없으니 / 然波及者靡不周兮
참상을 어찌 한하리 / 夫何恨於商參
후생이 두렵다 했거니 / 惟後生之可畏兮
푸른 빛이 남에서 나오누나 / 靑乃出乎其藍
다행히 그 도가 해ㆍ달같이 걸렸으니 / 幸其道之揭日月兮
내가 그 빛에 의지하여 만족하네 / 吾依光兮心焉甘
세상의 권세를 잊고 안으로 도를 즐기어 / 將忘勢而内樂兮
날마다 남쪽 처마 밑에 휘파람 불며 기대었네 / 日嘯倚於南櫩
성가시게 날 자꾸 부르기에 / 苦相招而不止兮
눈썹을 들어 바라보기도 하나 / 忽軒眉而載瞻
어허 내 처음 마음 그지없거니 / 款初心之弗竟兮
일생을 두고 여기 머물러 있으려네 / 終歲月以聊淹

[주D-001]날개 치는 바람신[飛廉神] : 본시 신령한 새 이름인데, 전(轉)하여 풍백(風伯 바람신). 《한서》
[주D-002]기초시(祁招詩) : 주(周) 나라 목왕(穆王)의 신하 모부(謀父)가 〈기초(祁招)〉라는 시를 지어 목왕에게 간하였는데, 이 시 속에 ‘음음(愔愔)’이라는 글귀는 안화(安和)하다는 뜻이다. 《좌전》
[주D-003]육우(陸羽) : 당(唐) 나라 경릉(竟陵) 사람으로 《다경(茶經)》의 저자인데, 차의 기원, 달이는 법, 맛, 그릇 등에 관하여 자세히 서술하여 천하의 다풍(茶風)을 일으켰다.
[주D-004]반곡(盤谷) : 골짜기 이름인데, 지금 하남성(河南省)제원현(濟源縣) 북쪽으로서 당(唐) 나라 이원(李愿)이 반곡에 은거(隱居)하러 갈 때 한유가 〈송이원귀반곡서(送李愿歸盤谷序)〉라는 유명한 글을 지었는데, 도통(道統)과 학(學)의 노정(路程)을 서술한 명문이다.
[주D-005]염계(濂溪) : 물 이름인데, 송유(宋儒)주돈이(周敦頤)가 여산(盧山)에 옮겨 살면서 자기 고향에 있는 염계(濂溪)의 이름을 따왔으므로, 세상에서 그를 ‘염계 선생’이라 했다. 주돈이는 《태극도설(太極圖說)》 및 《통서(通書)》 등을 지었고, 성리학(性理學)의 개조(開祖)가 되었으므로 도통을 이었다 한다.
[주D-006]잠깐 …… 듯이 : “산골짜기의 오솔길도 개연(介然)히 다니면 길이 된다.”는 말이 《맹자》에 있는데, 이것은 사람의 마음이 잠깐 트이는 것에 비유하였다.
[주D-007]천지와 …… 있으리 : 도덕이 높은 사람은 천지와 짝을 지어 가히 셋이 된다는 말이다.
[주D-008]우리 도(道)가 …… 간단 말고 : 송(宋) 나라 양시(楊時)가 명도(明道) 정호(程顥)에게 배우고 고향으로 돌아갈 때, 명도가 좌객(坐客)들에게 “내 도가 남으로 가는군[吾道南矣].” 하였다고 한다. 《송사(宋史)》권428
[주D-009]참상(參商) : 참(參)은 서쪽의 별, 상(商)은 동쪽 별로, 서로 어긋나 만나지 못한다는 뜻.
[주D-010]후생(後生)이 두렵다 : 공자(孔子)가 말하기를, “학문이 선배(先輩)보다 진보되는 후생이 두려울 만하다.” 하였다.
[주D-011]푸른 빛이 …… 나오누나 : 후생(後生)과 제자가 전인(前人)이나 스승보다 나은 것을 말하는데, “얼음이 물에서 나되 물보다 차고, 퍼렁이 쪽[藍]에서 나되 쪽보다 푸르다[氷生於水寒于水 靑出於藍靑於藍].” 《순자(荀子)》 권학(勸學)

 산중사   목은 이색선생

 

山之幽兮深深。欝蕭森兮潭潭。黃鵠尙不得過其顚兮。截然屹立乎嶄巖。邃莫覻兮山之陰。曖霜露兮濡霑。文豹玄猿兮迭出以嘷。飛禽回翔兮毛羽之毿毿。殷其雷奔于無底之竇兮。振蕩林莽翼之以飛廉。石出角以鉤衣兮。橫枝截路以相攙。立寂漠以無隣兮。怳祁招之愔愔。敻不可討兮山之中。東西冥迷兮氣奄奄。淙飛泉以瀉于崖兮。淸肺腑而味甘。掬之手中兮冰寒。照衰顔以是監。爰流憇以聽其聲兮。鏘玉佩之相參。將敲火而煎茶兮。鄙陸羽之口饞。羨盤谷之可沿兮。矧其文爲我之指南。續道緖於千載兮。乃命其溪曰濂。惟山中之無偶兮。尙摳衣於丈函。聞一言以悟道兮。洗利欲之貪婪。開心源之瑩淨兮。惟太極之泳涵。若有遇於介然之頃兮。諒天地其可三。胡唐虞之遺墟蔓草寒烟兮。吾道被于南。炎胡泓渟之而不霈兮。朔雪越嶺之交粘。信餘緖可以理天下兮。魯齋獨騁其征驂。然波及者靡不周兮。夫何恨於商參。惟後生之可畏兮。靑乃出乎其藍。幸其道之揭日月兮。吾依光兮心焉甘。將忘勢而內樂兮。日嘯倚於南櫩。苦相招而不止兮。忽軒眉而載瞻。欵初心之弗竟兮。終歲月以聊淹。



 

시(詩)
세화(歲畫) 십장생(十長生)을 읊다. 십장생은 곧 해, 구름, 물, 돌, 소나무, 대, 지초[芝], 거북, 학(鶴), 사슴이다.


우리 집에는 세화 십장생이 있는데, 지금이 10월인데도 아직 새 그림 같다. 병중에 원하는 것은 오래 사는 것보다 더할 것이 없으므로, 죽 내리 서술하여 예찬하는 바이다.

푸르고 푸른 하늘은 밤낮으로 회전하고 / 圓象蒼蒼晝夜旋
산하 대지는 바다 가운데 배와 같은데 / 山河大地海中船
해 바퀴는 만고에 멈추는 곳이 없건만 / 日輪萬古無停處
달이 혹 앞서고 뒤서는 게 가소롭구나 / 可笑姮娥或後先

돌 부딪고 공중에 퍼지면 형세 월등히 달라져 / 觸石漫空勢迥殊
신기루와 하늘의 형체를 몽땅 감춰 버리네 / 藏形海市與天衢
말고 펴고 하여 사람 눈을 미혹하겐 하지만 / 雖然舒卷迷人眼
주룩주룩 비 내리어 만물을 소생시킨다오 / 興雨祈祈萬物蘇

기수에 목욕한 당일 번잡한 가슴 씻었으니 / 浴沂當日洒煩襟
문득 긴 흐름이 고금에 뻗치었음을 알겠네 / 便識長流亘古今
한번 중니의 냇가의 탄식을 받음으로부터 / 一領仲尼川上嘆
바다를 봐야 깊은 줄 안다는 말 인정 않노라 / 不容觀海始知深

오악이 죽 연이어서 뭇 산을 압도하건만 / 五嶽聯綿壓衆山
오직 모래와 흙으로만 둥글게 뭉쳐졌는데 / 只將沙土肉成團
누가 알리요 돌이 한가운데 골격이 되어 / 誰知有石中爲骨
물이 할퀴고 천둥이 쳐도 끄떡하지 않는 걸 / 水囓雷搖兀自安

북쪽 낭떠러지에 한 그루 소나무가 있어 / 北崖有箇一株松
늙은 내가 이거하여 두 겨울을 났는데 / 老我移居再見冬
더구나 이 용만이 곡령을 조회하는 곳엔 / 況是龍巒朝鵠嶺
하늘 찌르는 소나무들이 절로 겹겹임에랴 / 拂雲蒼翠自重重

일찍이 기억컨대 집에 대 심고 완상할 제 / 曾記幽居種竹看
담장 달빛 섬돌 바람이 찬 기운 보내왔네 / 月牆風砌送微寒
나이 구십 되거든 기수가의 대를 바라보며 / 行年九十瞻淇奧
앉아서 무성함 읊고 다시 관을 정제하리 / 坐詠猗猗更整冠


예천과 주초는 바로 아름다운 상서인데 / 醴泉朱草是嘉祥
사책에 연서하여 나란히 광채를 내누나 / 史冊聯書對有光

어찌하면 노인들처럼 깊은 산에 은거하여 / 何似老人曾鵠去
이걸로 요기하고 한실을 붙들 수 있을꼬 / 療飢扶得漢明堂


멀리 생각건대 용도는 하수에서 뛰어나왔고 / 緬想龍圖躍在河
낙귀는 하늘이 내려 왕가의 상서 되었는데 / 洛龜天錫瑞王家
신선 거북으로 표출된 이후부터는 / 自從表出神仙後
문득 산중에 들어가 해의 정기만 삼키누나 / 却入山中嚥日華


삼신산은 아득해라 그곳이 어드메이뇨 / 三山渺渺是何方
태선을 타고 옥당엘 들어가고 싶어라 / 欲駕胎仙叩玉堂
한스러운 건 평생에 도골이 못 된 내가 / 却恨平生無道骨
부질없이 세인들의 사모함을 받음일세 / 謾敎塵世慕昻藏

진궁에서 말 대신한 일은 이미 그릇되었고 / 代馬秦宮事已非
오대 아래 놀던 곳엔 또 석양이 비끼었네 / 吳臺游處又斜暉
담장 넘어 짐짓 산중의 절로 들어가서는 / 踰牆故入山中寺
천하가 분분하여 재앙 기틀이 그지없었네 / 天下紛紛足禍機

시(詩)
고향 산천을 생각하다.


등잔 앞에서 자주 길 떠난 꿈을 깨어라 / 夢斷燈前數去程
천리 밖 내 고향은 바닷가의 성이로세 / 故鄕千里海邊城
숭정사에 모인 솔은 구름 속의 그림자요 / 松團崇井雲中影
장암진 부딪치는 조수는 달빛 아래 소리로다 / 潮打長巖月下聲
삼소의 풍류는 이미 묵은 자취이거니와 / 三笑風流已陳跡
사명은 적막해라 미치광이 이름뿐이네 / 四明寂寞但狂名
녹문산 무덤 오를 날이 그 어느 날일꼬 / 鹿門上冢知何日
조용히 앉으니 끝없는 감개가 생기누나 / 靜坐悠悠感慨生

해 비낀 창 그림자는 또 동으로 옮기는데 / 日斜窓影又移東
높은 집 적막함 속에 가만히 앉았노라니 / 兀坐高齋寂寞中
남쪽 마을엔 옷 다듬이질 소리가 급하고 / 南里搗衣砧杵急
서쪽 이웃은 주연 열어 술맛이 진하겠네 / 西隣展席酒杯濃
귀밑가의 세월은 하늘이 늙을 지경이요 / 鬢邊歲月天將老
마음속의 강산은 길이 막히려고 하누나 / 心上江山路欲窮
후일에 유고를 누가 다시 찾아줄런고 / 遺藁後來誰復索
글 지어 써놓은 이는 모두가 영웅이로세 / 操觚染翰盡英雄

총각 시절 집 나와서 지금 백발이 되도록 / 束髮出游今白頭
대중 속에 섞여 서로 따르는 것만 알았네 / 只知唯唯雜悠悠
읊조림 가운데는 길고 짧은 시구가 있고 / 吟中短句仍長句
꿈속에는 새 시름 묵은 시름이 갈마들 제 / 夢裏新愁替舊愁
두어 가닥 백발은 밝은 거울에 드러나고 / 數莖白髮生明鏡
만겹의 청산은 작은 누각에 들어오누나 / 萬疊靑山入小樓
후일의 나쁜 평판은 모두 관섭지 않노라 / 他日譏評都不管
다시는 춘추를 이을 큰 솜씨가 없을 테니 / 更無大筆繼春秋


 

[주D-001]삼소(三笑)의 …… 자취이거니와 : 진(晉)나라 때 여산(廬山) 동림사(東林寺)의 혜원 법사(慧遠法師)가 도잠(陶潛)과 육수정(陸修靜)을 전송할 때에 그들과 서로 의기가 투합한 나머지 이야기에 마음이 팔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호계(虎溪)를 건너가 범 우는 소리를 듣고서야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 세 사람이 서로 크게 웃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주D-002]사명(四明)은 …… 이름뿐이네 : 당 현종(唐玄宗) 때의 문사(文士)로 풍류가 뛰어났던 하지장(賀知章)이 일찍이 사명광객(四明狂客)이라 자호(自號)한 데서 온 말인데, 이백(李白)이 하지장을 추억한 〈대주억하감(對酒憶賀監)〉 시에, “사명에 광객이 있었으니, 풍류가 뛰어난 하계진이로다.[四明有狂客 風流賀季眞]” 하였다. 계진(季眞)은 하지장의 자이다.
[주D-003]녹문산(鹿門山) …… 날 : 후한(後漢) 때의 고사(高士) 방덕공(龐德公)이 일찍이 처자를 거느리고 녹문산에 들어가서 약(藥)을 캐며 은거(隱居)했는데, 역시 당시의 고사였던 사마휘(司馬徽)가 일찍이 방덕공의 집을 방문했을 때 마침 방덕공은 무덤에 올라가고 집에 없었더라는 데서 온 말로, 전하여 은거를 의미한다.
[주D-004]하늘이 늙을 지경이요 : 지나온 세월이 매우 오래임을 의미한다.
[주D-005]후일에 …… 찾아줄런고 : 한(漢)나라의 문장가인 사마상여(司馬相如)가 일찍이 병으로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인 무릉(茂陵)에 가 있을 적에 천자(天子)가 사람을 시켜 그의 저서를 속히 가져오게 하였는데, 그의 집에 가 보니 그는 이미 죽었고, 봉선(封禪)의 일을 기록해 놓은 유고(遺藁)인 〈봉선문(封禪文)〉 한 편만이 있으므로, 이것을 가져다가 천자에게 아뢰니, 천자가 이를 매우 기이하게 여기고 뒤에 그의 말에 따라서 과연 봉선의 일을 거행했던 데서 온 말이다

 


 

[주C-001]세화(歲畫) : 새해를 송축하고 재앙을 막기 위해 그리는 그림이다. 즉 질병이나 재난 등의 불행을 사전에 예방하고 한 해 동안 행운이 깃들기를 기원하는 벽사(辟邪), 기복(祈福)의 의미를 지니는데, 이는 옛날 새해 첫날의 세시풍속(歲時風俗)의 하나로 이루어졌던바, 이 그림은 특히 궁중(宮中)에서 재상(宰相)과 근신(近臣)들에게 내렸다고 한다.
[주D-001]돌 부딪고 공중에 퍼지면 : 《춘추공양전(春秋公羊傳)》 희공(僖公) 31년 조(條)에, “작은 운기(雲氣)가 돌을 부딪고 나와서 점차로 모이면 하루아침이 다 안 가서 천하에 비를 두루 내리게 하는 것은 오직 태산(泰山)뿐이다.” 한 데서 온 말로, 돌을 부딪고 나온다는 것은 곧 구름이 산봉우리와 서로 부딪쳐서 공중으로 퍼져 나오는 것을 이른 말이다.
[주D-002]기수(沂水)에 …… 씻었으니 : 공자의 제자 증점(曾點)이 일찍이 공자가 뜻을 물음에 대하여 자기의 뜻을 말하기를, “저문 봄에 봄옷이 이루어지거든, 관자 5, 6인, 동자 6, 7인과 함께 기수에서 목욕하고 무우에서 바람을 쐬고 읊조리면서 돌아오겠습니다.[暮春者 春服旣成 冠者五六人 童子六七人 浴乎沂 風乎舞雩 詠而歸]” 한 데서 온 말이다. 《論語 先進》
[주D-003]중니(仲尼)의 냇가의 탄식 : 공자가 일찍이 냇가에서 이르기를, “가는 것이 이와 같구나. 밤낮을 쉬지 않는도다.[逝者如斯夫 不舍晝夜]” 한 데서 온 말인데, 이것은 잠시도 쉴 새 없이 흐르는 냇물을 보고 천지(天地)의 조화가 잠시도 쉬지 않고 왕래하는 것을 감탄한 말이었다.
[주D-004]나이 …… 정제하리 : 기수가의 대란 곧 《시경》 위풍(衛風) 기욱(淇奧)에, “저 기수가의 언덕을 바라보니, 푸른 대가 아름답고 무성하도다.[瞻彼淇奧 綠竹猗猗]” 한 데서 온 말로, 이 시는 곧 위 무공(衛武公)의 학문과 덕행을 칭찬하여 노래한 것이다. 또 위 무공은 나이 95세에 이르러 스스로 〈억(抑)〉 시를 지어서 악공(樂工)으로 하여금 날마다 곁에서 읊게 하여 자신을 경계하기도 하였으므로 한 말이다.
[주D-005]예천(醴泉)과 …… 내누나 : 예천은 단맛이 나는 샘물로서 서조(瑞兆)에 해당하고, 주초(朱草)는 서초(瑞草)의 일종이다. 지초(芝草) 또한 서초의 일종으로, 옛 사책(史冊)에서 예천, 주초와 늘 함께 열거되었기 때문에 이른 말이다.
[주D-006]어찌하면 …… 있을꼬 : 여기서 노인(老人)들이란 바로 진(秦)나라 말기에 난리를 피하여 상산(商山)에 은거한 네 노인, 즉 동원공(東園公), 기리계(綺里季), 하황공(夏黃公), 녹리선생(甪里先生)을 가리킨다. 이들은 한 고조(漢高祖)의 초빙에도 응하지 않고 지초를 캐 먹고 지내면서 자지가(紫芝歌)를 지어 스스로 노래했던바, 그 노래에, “무성한 자지여, 요기를 할 만하도다. 요순 시대는 이미 지나갔는데, 우리가 의당 어디로 돌아가리요.[曄曄紫芝 可以療飢 唐虞往矣 吾當安歸]” 하였는데, 뒤에 한 고조가 태자(太子)를 바꾸려고 할 때에 이르러서는 장량(張良)의 계책에 의해 이 네 노인이 마침내 초빙되어 와서 태자를 적극 보필함으로써 끝내 한실(漢室)이 무사하게 되었다는 데서 온 말이다.
[주D-007]멀리 …… 뛰어나왔고 : 용도(龍圖)는 바로 복희씨(伏羲氏) 때 황하(黃河)에서 길이 8척이 넘는 용마(龍馬)가 등에 지고 나왔다는 그림을 말하는데, 이 그림이 바로 《주역(周易)》 팔괘(八卦)의 근원이 되었다.
[주D-008]낙귀(洛龜)는 …… 되었는데 : 낙귀는 곧 낙수(洛水)에서 나온 신귀(神龜)를 가리키는데, 하우씨(夏禹氏)가 홍수를 다스릴 때에 낙수에서 신귀가 45점(點)으로 된 무늬를 등에 지고 나왔던바, 이것이 바로 뒤에 천하를 다스리는 큰 법칙인 홍범구주(洪範九疇)의 근원이 되었으므로 이른 말이다.
[주D-009]신선 …… 삼키누나 : 십장생도(十長生圖)에 의하면 거북이 태양 바로 아래에서 놀고 있기 때문에 한 말이다.
[주D-010]태선(胎仙)을 …… 싶어라 : 태선은 학(鶴)의 별칭이다. 학은 본디 선금(仙禽)이란 칭호가 있고, 또 다른 조류와는 달리 새끼를 태생(胎生)한다는 전설이 있기 때문에 한 말이고, 옥당은 바로 신선이 사는 집을 가리킨다.
[주D-011]진궁(秦宮)에서 …… 그릇되었고 : 진 이세(秦二世) 때 간신(姦臣) 조고(趙高)가 군신(群臣) 중에 자기의 용사(用事)를 반대할 자가 있을까 염려한 나머지, 먼저 그것을 시험하기 위해 이세(二世)에게 사슴을 바치면서 말[馬]이라고 하자, 이세가 웃으면서 말하기를, “승상(丞相)이 잘못 안 게 아닌가? 사슴을 말이라고 하는구려.” 하면서 좌우 신하들에게 물으니, 어떤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어떤 사람은 조고의 뜻을 맞추기 위해 말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그중에 혹 사슴이라고 말한 자에 대해서는 조고가 은밀히 법으로 얽어 처벌하였으므로, 그 후로는 뭇 신하들이 조고를 다 두려워하여 조고의 용사에 전혀 반대하지 못하고 그냥 따르기만 하다가 끝내 진나라가 멸망하고 말았으므로 이른 말이다.
[주D-012]오대(吳臺) …… 비끼었네 : 오대는 춘추 시대 오왕(吳王) 부차(夫差)가 미인 서시(西施)를 위해 지은 고소대(姑蘇臺)를 가리키는데, 부차가 날마다 서시와 함께 고소대에서 황음(荒淫)만을 일삼고 오자서(伍子胥)의 간언을 듣지 않으므로, 오자서가 부차에게 말하기를, “신이 지금 곧 오나라가 망하여 고소대 아래에서 사슴이 노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라고 했던 고사에서 온 말이다.
[주D-013]담장 …… 그지없었네 : 불교가 번창하여 천하가 어지럽게 된 것을 의미한다. 중인도(中印度)에 불교의 지명으로 녹야원(綠野苑)이란 곳이 있는데, 석가가 성도(成道)한 후로 처음 이곳에 와서 사제(四諦)의 불법(佛法)을 설(說)하여 다섯 비구(比丘)를 제도(濟度)시켰다고 하므로 이른 말이다.


 

 

 

시(詩)
고향 산천을 생각하다.


등잔 앞에서 자주 길 떠난 꿈을 깨어라 / 夢斷燈前數去程
천리 밖 내 고향은 바닷가의 성이로세 / 故鄕千里海邊城
숭정사에 모인 솔은 구름 속의 그림자요 / 松團崇井雲中影
장암진 부딪치는 조수는 달빛 아래 소리로다 / 潮打長巖月下聲
삼소의 풍류는 이미 묵은 자취이거니와 / 三笑風流已陳跡
사명은 적막해라 미치광이 이름뿐이네 / 四明寂寞但狂名
녹문산 무덤 오를 날이 그 어느 날일꼬 / 鹿門上冢知何日
조용히 앉으니 끝없는 감개가 생기누나 / 靜坐悠悠感慨生

해 비낀 창 그림자는 또 동으로 옮기는데 / 日斜窓影又移東
높은 집 적막함 속에 가만히 앉았노라니 / 兀坐高齋寂寞中
남쪽 마을엔 옷 다듬이질 소리가 급하고 / 南里搗衣砧杵急
서쪽 이웃은 주연 열어 술맛이 진하겠네 / 西隣展席酒杯濃
귀밑가의 세월은 하늘이 늙을 지경이요 / 鬢邊歲月天將老
마음속의 강산은 길이 막히려고 하누나 / 心上江山路欲窮
후일에 유고를 누가 다시 찾아줄런고 / 遺藁後來誰復索
글 지어 써놓은 이는 모두가 영웅이로세 / 操觚染翰盡英雄

총각 시절 집 나와서 지금 백발이 되도록 / 束髮出游今白頭
대중 속에 섞여 서로 따르는 것만 알았네 / 只知唯唯雜悠悠
읊조림 가운데는 길고 짧은 시구가 있고 / 吟中短句仍長句
꿈속에는 새 시름 묵은 시름이 갈마들 제 / 夢裏新愁替舊愁
두어 가닥 백발은 밝은 거울에 드러나고 / 數莖白髮生明鏡
만겹의 청산은 작은 누각에 들어오누나 / 萬疊靑山入小樓
후일의 나쁜 평판은 모두 관섭지 않노라 / 他日譏評都不管
다시는 춘추를 이을 큰 솜씨가 없을 테니 / 更無大筆繼春秋


 

[주D-001]삼소(三笑)의 …… 자취이거니와 : 진(晉)나라 때 여산(廬山) 동림사(東林寺)의 혜원 법사(慧遠法師)가 도잠(陶潛)과 육수정(陸修靜)을 전송할 때에 그들과 서로 의기가 투합한 나머지 이야기에 마음이 팔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호계(虎溪)를 건너가 범 우는 소리를 듣고서야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 세 사람이 서로 크게 웃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주D-002]사명(四明)은 …… 이름뿐이네 : 당 현종(唐玄宗) 때의 문사(文士)로 풍류가 뛰어났던 하지장(賀知章)이 일찍이 사명광객(四明狂客)이라 자호(自號)한 데서 온 말인데, 이백(李白)이 하지장을 추억한 〈대주억하감(對酒憶賀監)〉 시에, “사명에 광객이 있었으니, 풍류가 뛰어난 하계진이로다.[四明有狂客 風流賀季眞]” 하였다. 계진(季眞)은 하지장의 자이다.
[주D-003]녹문산(鹿門山) …… 날 : 후한(後漢) 때의 고사(高士) 방덕공(龐德公)이 일찍이 처자를 거느리고 녹문산에 들어가서 약(藥)을 캐며 은거(隱居)했는데, 역시 당시의 고사였던 사마휘(司馬徽)가 일찍이 방덕공의 집을 방문했을 때 마침 방덕공은 무덤에 올라가고 집에 없었더라는 데서 온 말로, 전하여 은거를 의미한다.
[주D-004]하늘이 늙을 지경이요 : 지나온 세월이 매우 오래임을 의미한다.
[주D-005]후일에 …… 찾아줄런고 : 한(漢)나라의 문장가인 사마상여(司馬相如)가 일찍이 병으로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인 무릉(茂陵)에 가 있을 적에 천자(天子)가 사람을 시켜 그의 저서를 속히 가져오게 하였는데, 그의 집에 가 보니 그는 이미 죽었고, 봉선(封禪)의 일을 기록해 놓은 유고(遺藁)인 〈봉선문(封禪文)〉 한 편만이 있으므로, 이것을 가져다가 천자에게 아뢰니, 천자가 이를 매우 기이하게 여기고 뒤에 그의 말에 따라서 과연 봉선의 일을 거행했던 데서 온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