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안개 걷힌 봄 산이 비단처럼 밝은데 / 霧捲春山錦繡明
진기한 새 화답하며 갖가지로 울어대네 / 珍禽相和百般鳴
산집에는 요즈음에 찾는 손님 없으니 / 山居近日無來客
푸른 풀이 뜰 안 가득 제멋대로 나는구나 / 碧草中庭滿意生
낮
뜨락에는 비 갠 뒤에 고운 볕이 더딘데 / 庭宇新晴麗景遲
꽃향기는 물씬물씬 옷자락에 스미누나 / 花香拍拍襲人衣
어찌하여 네 제자가 모두 제뜻 말하는데 / 如何四子俱言志
시 읊고 돌아옴을 성인이 감탄했나 / 聖發咨嗟獨詠歸
저녁
동자가 산을 찾아 고사리를 캐었으니 / 童子尋山採蕨薇
반찬이 넉넉하여 시장기를 푸노라 / 盤飧自足療人飢
비로소 알겠구나, 당시 전원 돌아온 객 / 始知當日歸田客
저녁 이슬 옷 적셔도 소원에 어김없음을 / 夕露衣沾願不違
밤
꽃빛이 저녁 맞아 달이 동에 떠오르니 / 花光迎暮月昇東
꽃과 달 맑은 밤에 의미가 끝이 없네 / 花月淸宵意不窮
다만 달이 둥글고 꽃이 지지 않으면 / 但得月圓花未謝
꽃 밑에 술잔 비울 걱정이 없어라 / 莫憂花下酒杯空
이상은 봄을 읊은 네 절이다.
아침
새벽 빈 뜰 거닐자니 대 이슬이 맑았어라 / 晨起虛庭竹露淸
헌함 열고 멀리 보니 첩첩 산들 푸르러라 / 開軒遙對衆山靑
작은 아이 으레 빨리 물을 길어 가져오니 / 小童慣捷提甁水
세수하면 탕의 반에 나날의 계명있네 / 澡頮湯盤日戒銘
낮
고즈넉한 한낮 산당 햇빛도 밝을시고 / 晝靜山堂白日明
우거진 고운 나무 처마 끝에 둘렀구나 / 蔥瓏嘉樹遶簷楹
북창 아래 높이 누워 희황씨 이전인 듯 / 北窓高臥羲皇上
시원한 산들바람 새소리를 보내오네 / 風送微涼一鳥聲
저녁
석양의 고운 빛깔 시내와 산 움직이니 / 夕陽佳色動溪山
바람 자고 구름 한가한데 새는 절로 돌아오네 / 風定雲閒鳥自還
홀로 앉은 깊은 회포 뉘와 얘기할꼬 / 獨坐幽懷誰與語
바위 언덕 고요하고 물은 졸졸 흐르누나 / 巖阿寂寂水潺潺
밤
텅 빈 산 고요한 집 달은 절로 밝은데 / 院靜山空月自明
이부자리 말쑥해라 꿈도 역시 맑구나 / 翛然衾席夢魂淸
깨어나 말 않으니 알괘라 무슨 일고 / 寤言弗告知何事
한밤중 학의 소리 누워서 듣노라 / 臥聽皐禽半夜聲
이상은 여름을 읊은 네 절이다.
아침
어젯밤 바람 불어 남은 더위 사라지고 / 殘暑全銷昨夜風
아침 되어 서늘함이 가슴속에 스미누나 / 嫩涼朝起灑襟胸
영균이 원래 도를 말한 것이 아니라면 / 靈均不是能言道
어이하여 천년 뒤에 회옹이 느끼겠나 / 千載如何感晦翁
낮
서리 내려 하늘 비고 매는 한창 호기 나고 / 霜落天空鷹隼豪
물가의 바위 끝에 서당 하나 높구나 / 水邊巖際一堂高
요즘 와서 삼경이 유난히도 쓸쓸하여 / 近來三徑殊牢落
국화를 쥐고 앉아 도연명을 생각하네 / 手把黃花坐憶陶
저녁
가을 서당 조망을 뉘와 함께 즐길꼬 / 秋堂眺望與誰娛
단풍숲에 석양 드니 그림보다 낫구나 / 夕照楓林勝畫圖
갑자기 서쪽 바람 지나가는 기러기에게 부는데 / 忽有西風吹雁過
옛 친구는 편지를 보내 올란가 안 올란가 / 故人書信寄來無
밤
차가운 못 달 비치고 하늘은 맑은데 / 月映寒潭玉宇淸
그윽한 이 한 칸 방이 고요하고 밝구나 / 幽人一室湛虛明
그 가운데 스스로 참된 소식 있나니 / 箇中自有眞消息
선의 공도 아니요, 도가의 명도 아니네 / 不是禪空與道冥
이상은 가을을 읊은 네 절이다.
아침
우뚝 솟은 봉우리들 찬 하늘을 찌르고 / 群峯傑卓入霜空
뜰 아래의 국화는 아직 떨기 남았는데 / 庭下黃花尙倚叢
땅을 쓸고 향 사르니 다른 일 전혀 없고 / 掃地焚香無外事
종이창에 해 비치니 밝기가 마음 같네 / 紙窓銜日皦如衷
낮
추운 철 깊숙이 들앉으니 무슨 경영 있겠는가 / 寒事幽居有底營
꽃 가꾸고 대 돌보며 여윈 몸을 조섭하네 / 藏花護竹攝羸形
찾아오는 손님을 은근히 사절하니 / 慇懃寄謝來尋客
겨울 석 달 동안에 손님 영접 끊으려네 / 欲向三冬斷送迎
저녁
나무 모두 뿌리로 돌아가고 해는 짧은데 / 萬木歸根日易西
내 낀 수풀 쓸쓸한데 새는 깊이 깃들었네 / 烟林蕭索鳥深棲
옛날부터 저녁에 두려워함 무슨 뜻일까 / 從來夕惕緣何意
은미한 곳에서 게으름과 욕심을 막음이라 / 怠欲須防隱處迷
밤
눈 흐려져 안 보이니 등불 대기 두려워라 / 眼花尤怕近燈光
늙고 병드니 잘 알겠네 겨울밤 길고 긺을 / 老病偏知冬夜長
책을 읽지 않더라도 읽기보다 나으리니 / 不讀也應猶勝讀
서리보다 차가운 달 앉아서 보았다오 / 坐看窓月冷於霜
이상은 겨울을 읊은 네 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