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대장 관련 자료/2015.7.7. 수락산 산행리딩 49차

2015. 7.7 수락산 취승대기

아베베1 2015. 7. 8. 12:47

 

 

 

 

 

서계집 제8권

  
 기(記) 4수(四首)
취승대기(聚勝臺記)


정사(精舍) 남쪽의 시내가 동쪽에서 서쪽으로 흐르는데, 그 냇가에 네 개의 대(臺)가 시내를 끼고 각각 동서남북을 차지한 채 우뚝 솟아 있으니, 거리와 높이가 대략 서로 비슷하다. 이 대를 통틀어 ‘취승대(聚勝臺)’라 이름하고 ‘음대(吟臺)’라 부르기도 하는데, 모두 시냇가 바위가 자연스럽게 불쑥 솟아 있는 곳으로 천연적으로 이루어져 사람이 힘들여 쌓지 않았다. 동대와 남대는 시내 남쪽에 있고 서대와 북대는 시내 북쪽에 있는데, 남대와 북대가 중간에서 마주 보고 있으며, 동대가 남대의 왼쪽에 있고 서대가 북대의 오른쪽에 있으니, 그 면세(面勢)가 서로 정면으로 마주 보아서 그 위치가 어긋나지 않는다. 그리고 바위가 물을 막아 물살을 물리치기 때문에 시내가 바위를 피해 굽이돌아 흐르고 있다.
주인이 방건(方巾)과 야복(野服) 차림으로 지팡이를 짚고 짚신을 끌며 거닐다가 바위에 걸터앉아 발을 씻기도 하면서 아침저녁으로 즐긴다. 동대에 노닐지 않으면 서대에 노닐며 남대에 오르지 않으면 북대에 오르니, 이 사대(四臺)는 아침저녁으로 즐거움을 가져다 줄 뿐만 아니라, 참으로 사철 제각각의 즐거움까지 있다. 봄에는 동대에서 꽃을 감상하고 여름에는 남대에서 바람을 쐬며, 가을에는 서대에서 달을 맞이하고 겨울에는 북대에서 눈을 완상한다. 농염한 꽃잎이 눈에 보일 땐 그 예쁨을 즐기고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스칠 땐 그 맑음을 기뻐하며, 달이 떠서 만물이 다 드러날 땐 그 밝음을 사랑하고 눈이 내려 티끌조차 붙지 않을 땐 그 깨끗함을 좋아한다. 꽃이 예쁘고 바람이 맑으며 달이 밝고 눈이 깨끗한 저 사철의 빼어난 경치를 사대가 하나씩 갖추고 있는데, 내가 이를 모아 소유하였기 때문에 ‘취승대’라 이름한 것이고, 이를 소유한 데다가 또 좋아하고 사랑하며 기뻐하고 즐기는 것을 늘 시(詩)로 읊기 때문에 ‘음대’라고도 이름한 것이다. 비록 그렇지만 어찌 동대라 해서 달이 없고 서대라 해서 꽃이 없겠으며, 남대라 해서 눈이 없고 북대라 해서 바람이 없겠는가. 내가 이를 쓴 것은 방소(方所)를 따랐을 뿐이다. 경치는 사람이 쓰는 데 달려 있으므로 사람이 이를 쓸 때에는 기준이 없을 수 없으니, 사대를 사철에 배속시킨 것은 역시 이러한 이유에서일 뿐이다. 따라서 아침저녁에 지팡이와 짚신이 미치는 곳으로 말하면 동서를 가리지 않고 남북을 따지지 않으니, 심목(心目)에 들어오는 것이나 입으로 읊조리는 것이 또한 한 대에서 사철의 즐거움을 다 누리고 한 철에 사대의 경치를 다 볼 수 있다. 그렇고 보면 요컨대 명실에 어긋나지 않는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