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강 남효은 (추강거사) /추강거사 남효은

추강집 제1권 옥부(屋賦)

아베베1 2011. 12. 29. 19:23

 

이미지사진은 수락산의 배낭바위 능선모습이다 (지난 12.14일 수락산 산행시 담았다)  

 

 

추강집 제1권

부(賦)
옥부(屋賦)


주자(朱子)가 몸을 집에 비유하고 마음을 집주인에 비유하여 말하기를, “주인이 있으면 뜰과 문호를 청소하고 담과 모퉁이를 정돈하지만 주인이 없으면 이 집은 하나의 황폐한 집에 불과할 뿐이다.” 하였으니, 뒷날 몸과 마음의 본체를 알아서 수양의 방도를 얻는 사람은 또한 이 설이 있음에 힘입을 것이다. 내가 일찍이 이 말씀을 반복하여 완색(玩索)해보니, 마음이 이미 주인이 되면 모든 외물에의 욕심은 객(客)이 되는지라, 객의 설을 펼쳐 사욕을 이기는 공부를 형용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주객(主客)의 설을 세워서 옥부를 짓는다.

 

기술하노라 / 敷曰

한 번 음이 되고 한 번 양이 되매 / 一陰一陽
음과 양 두 기운이 열리고 닫히니 / 兩儀闔闢
천둥 우레가 치고 비바람이 적셔주며 / 雷霆風雨之鼓潤
추위 더위가 바뀌고 일월이 운행하네 / 寒暑日月之綜錯
오행을 뒤섞어서 / 磨盪乎五行
만물을 빚어내니 / 陶鑄乎萬物
내 집이 그 사이에 / 屋於其間
덩그러니 생겨났네 / 塊然其出
서쪽에는 영대가 우뚝하고 / 西峙靈臺
북쪽에는 안읍이 위치하며
/ 北鎭安邑
삼천 조목의 위의로 모양을 갖추었고 / 模樣乎威儀之三千
삼백 조목의 예의로 단청을 이루었네
/ 丹靑乎禮儀之三百
의로써 그 집의 길을 삼고 / 義爲其路
도로써 그 터를 삼으니 / 道爲其基
그 속에 누운 백발의 늙은이 / 有皤皤翁頹乎其中
그 집의 주인이 되었구나 / 爲其主之
상제의 밝은 명을 받아서 / 受上帝命
무극의 성품을 얻었으니 / 性得無極
당초의 성품을 해칠까 두려워서 / 懼厥初之或戕
날로 부지런히 수양하고 삼가네 / 日孜孜而修飭
사물에게 명하여 청소의 소임 맡게 하고 / 命四勿以司灑掃之任
삼성으로 하여금 도둑의 침범 막게 하며 / 使三省以戒穿窬之盜
뜰에서 가시나무를 자르고 / 剪荊棘於庭除
방구석에서 더러움을 제거하네 / 去汚穢於室奧
술이 방문하면 방문을 닫고서 배척하고 / 歡伯訪而閉戶以斥之
여색이 다가오면 자물쇠 걸어 물리치네 / 女色來而鎖鑰而却之
무릇 마음을 흔드는 모든 외물 / 凡搖之外物
내 문지방을 밟지 못하게 하려고 / 期不履乎我闥
소나무처럼 무성하게 하며 / 庶使茂如其松
대나무처럼 빽빽하게 했더니 / 苞如其竹
새와 쥐도 떠나가 버리고 / 鳥鼠攸去
벽의 좀도 자취를 감추며 / 壁蝎退迹
비가 내려도 새지 않고 / 雨而不能漏
바람이 불어도 뽑히지 않네 / 風而不能拔
천백 명 도적을 거느린 객이 / 客有領賊千百者
백이의 창을 잡고 / 伯夷矛戟
도척의 금슬을 들고
/ 盜跖琴瑟
의기양양 밖에서 들어와서 / 施施然從外來
점점 주인옹을 유혹하기를 / 浸浸然誘主人翁曰
노자는 절학을 주창했고 / 老著絶學
장자는 거협을 설파했소
/ 莊說胠篋
수레바퀴 같은 죽음과 삶 / 車輪死生
집이 무슨 대수이겠소 / 何有於屋
순 임금은 초가집을 짓고 / 舜爲茅茨
주왕은 경실을 세웠으며 / 紂爲瓊室
안연은 누항에서 지내고 / 回也陋巷
석숭은 금곡에서 즐겼소 / 石崇金谷
성인도 있고 우인도 있어 / 或聖或愚
제각각 한결같진 않지만 / 擾擾不一
몸이 한번 흙으로 돌아가면 / 身一歸土
둘 모두 양을 잃게 되거늘 / 兩墮亡羊
그대는 이러한 집에 대하여 / 子之於屋
정신을 어찌 크게 손상시키오 / 神何太傷
청컨대 그대와 요금을 무릎에 걸치고 / 請與子膝橫瑤琴
아황주를 손에 들고 / 手携鵝黃
장대에 누워 돌아가지 않고 / 臥章臺而不返
결코 황망을 후회하지 않으리라 / 誓不悔於荒亡
집이 무너질지라도 / 屋之頹矣
어찌 개의할 것인가 / 胡戀屑屑
아니면 응당 강호에 몸을 던지고 / 不然當脫身於江湖
대자연 속에 자취를 내맡겨서 / 寄迹於泉石
모래톱 갈매기처럼 훨훨 날며 / 沙鷗以飄蕩
구름과 물처럼 자유로울 것이지 / 雲水以瓠落
어찌 달팽이집에 조용히 누워서 / 安用雌伏蝸室
집 때문에 스스로 그르친단 말이오 / 謬自有室
이에 백여 명의 졸개에게 명하여 / 乃命成者百餘
주인옹의 손을 묶고 / 縶翁之手
주인옹의 자리를 흔들어 / 擾翁之坐
함께 일으켜서 동서남북의 객이 되게 하네 / 相與起而爲東西南北之客也
주인옹은 오히려 등을 자리에서 옮기지 않고 / 翁猶背不移席
한가롭게 누워서 객을 꾸짖어 말하기를 / 高臥責客曰
당초 황천이 명을 내리실 때 / 厥初皇天之有命
잠시도 떠나지 않게 했으니
/ 俾須臾其不離
혹 내가 버리고 너를 따른다면 / 儻余舍而從汝
집이 장차 기울 때 누가 지탱해 줄까 / 屋將傾而誰支
젊었을 때부터 닦고 다스렸으며 / 自靑陽而修治
백발에 이르도록 부지런히 가꾸어 / 曁黃髮而矻矻
넓은 집을 거의 이루게 되었거늘
/ 功幾就於廣居
어찌 중도에서 그 길을 바꾸겠는가 / 胡中道而改轍
너는 알지 못하느냐 / 汝不知乎
집이 장대하고 트이면 / 屋其磊開
하상처럼 만족할 것이고
/ 夏商皞皞
집이 거칠고 싸늘하면 / 屋其荒凉
한당처럼 불안하리라
/ 漢唐艸艸
한결같이 수양한다면 / 一其修矣
민증처럼 어질게 되고 / 賢如閔曾
공자처럼 성스럽겠지만 / 聖如孔子
한결같이 무너뜨린다면 / 一其壞矣
난왕처럼 어리석고 / 愚如赧王
노기처럼 간사하리라 / 姦如盧杞
집의 경중이 이와 같거늘 / 屋之輕重如是
너와 함께 천리 밖으로 집을 떠나 / 而與汝去屋於千里之外
망상과 함께 희롱하고 / 罔象與戲謔
이매와 함께 뒤섞여서 / 魑魅與充斥
하염없이 홀로 다니다가 / 悠悠踽踽
세월이 다하도록 돌아오지 않으면 / 喪盡光陰而不復
집은 장차 대청과 방이 무너지고 / 則屋將堂室壞矣
뜰과 문호가 매몰되어 / 庭戶埋沒
분뇨의 하치장이 되고 / 糞尿所聚
지네의 소굴이 되리라 / 蚣蝎所窟
천지가 싫어하고 / 天地厭之
귀신이 주벌하며 / 鬼神罰之
용은 독기로 뒤흔들고 / 龍氣以擾之
‘氣’는 오자(誤字)인 듯하다.*
우레는 불로 해치리니 / 雷火以危之
어찌 이를 염려하지 않고 / 胡不慮此
나를 지리한 말로 유혹하느냐 / 誘我支離
한 방 안에서도 스스로 즐거울 수 있거늘 / 一室之內有以自娛
어찌 반드시 너와 함께 멀리 가겠느냐 / 何必與汝而遠適
또한 네가 잘못되었다 / 且汝誤矣
이리저리 넘어지면서 / 傖囊顚倒
천하를 두루 돌아다님을 / 遍走寰區
너는 유쾌하게 여기느냐 / 以爲快乎
동쪽으로 가면 동쪽만 보일 뿐이고 / 之東所見者只東
북쪽으로 가면 북쪽만 보일 뿐이며 / 之北所見者只北
초로 가면 제를 미처 보지 못하고 / 之楚而見不及齊
호로 가면 월을 미처 보지 못하니 / 之胡而見不及越
어찌 내가 뜰과 대문을 나가지 않아도 / 豈若吾不出庭戶
곧바로 육합을 유람함과 같으랴 / 直遊六合
나보다 큰 것이 없고 / 大莫如吾
객보다 작은 것이 없으니 / 小莫如客
객은 부디 나를 떠나가서 / 客其去矣
다시 문지방을 밟지 말라 / 不復履閾
객이 이에 배회하고 머뭇거리며 / 客乃徘徊逡巡
차마 훌쩍 떠나지 못하고 / 不忍決去
다시 나아와 아뢰기를 / 復進而爲之告曰
그대 어찌 하나만 고집하오 / 子何執一
마치 교주조슬하듯 하는구려 / 膠柱然矣
주인옹이 나를 믿지 않으니 / 翁不信我
지극한 이치로써 질정하겠소 / 請質至理
혼돈은 혼돈을 다스릴 수 없고 / 渾沌不能修混沌
양의는 양의를 다스릴 수 없소 / 兩儀不能修兩儀
또한 하늘이 만물에 대한 것을 알지 못하오 / 且不知天之於萬物乎
바야흐로 봄과 여름이면 / 方春與夏
물건마다 성대히 자라니 / 物物紛霏
복숭아와 오얏은 농염하고 / 豔如桃李
난초와 지초는 향기로우며 / 香如蘭芝
매화는 깨끗하고 / 潔如梅花
두약은 꽃다우며 / 芳如杜若
나비는 자태가 단아하고 / 雅態如蛺蝶
청개구리는 소리가 요란하며 / 繁聲如螻蟈
거미는 정교하게 줄을 치고 / 機巧如蜘蛛
귀뚜라미는 때를 알아 운다오 / 知時如蟋蟀
큰 것과 작은 것 / 至如巨者細者
곧은 것과 굽은 것 / 直者曲者
긴 것과 짧은 것 / 長者短者
검은 것과 흰 것이 / 黑者白者
어지럽고 분분하게 / 繽繽紛紛
대지에 형체를 드러내다가 / 現形坤元
가을을 지나 겨울에 이르면 / 至秋而冬
마침내 흩어져서 근원으로 돌아가니 / 卒爛熳而歸根
예컨대 사람이 출생을 봄으로 여기고 / 如人以生爲春
장년을 여름으로 여기고 / 以壯爲夏
노년을 가을로 여기고 / 以老爲秋
죽음을 겨울로 여기는 것과 같다오 / 以死爲冬
그 여름과 가을일 때 / 其夏及秋
부질없이 허명을 잡아 / 謾把虛名
하나는 요 임금이 되고 / 一爲堯
하나는 도척이 되지만 / 一爲跖
수기가 왕성한 초겨울 / 水旺陽月
전욱(顓頊)이 권위를 행사하면
/ 顓帝行威
함께 무덤에 묻힐 터이니 / 同封馬鬣
하루살이 같은 일생이라 / 蜉蝣一生
선과 악이 모두 헛되구려 / 善惡俱虛
음성(淫聲)을 멀리할 필요 없고 / 聲不須遠
여색을 제거할 것 없으며 / 色不須祛
집을 수리할 필요 없고 / 屋不須治
빗장도 채울 것 없다오 / 扃不須鐍
그대는 어찌 발가락을 가르고 혹을 물어뜯어 / 子何決騈齕疣
본성을 깎아내고 타고난 덕을 침탈한단 말이오
/ 削性繩約
맛과 냄새 / 如味如嗅
탐냄과 분노 / 如貪如嗔
음란과 교만 / 如淫如驕
망각과 상상 / 如忘如想
부함과 귀함 / 如富如貴
이익과 명예를 / 如利如名者
남몰래 맛보시고 / 掩而味之
끌어다 붙잡아두시구려 / 牽而梏之
주인옹이 얼굴을 붉히며 말하기를 / 翁赩然曰
하늘이 내게 성성한 마음을 줌은 / 天之授我惺惺者
너와 졸개를 다스리게 함이다 하고 / 治汝與成也
갑자기 옥대의 거울을 비추고 / 忽焉照玉臺之鏡
막야의 칼을 뽑아서 / 拔鏌鎁之劍
객을 잡고 그 죄를 따지기를 / 執其客數其罪曰
네가 주인을 업신여김이 / 惟汝侮主
거짓되고 또한 음험하구나 / 譎而且險
장차 장자의 황당한 의논을 늘어놓아 / 將鋪張莊叟謬悠之論
항상 우리 유자의 경 자를 무너뜨리려 하니 / 常壞吾儒者之敬字
주인옹을 호방한 데로 내모는 자도 너이고 / 驅主於放曠者汝也
나의 담과 집을 무너뜨리는 자도 너로구나 / 壞我牆屋者爾也
진나라와 수나라에서 힘을 쓰자 / 用事於秦隋
진과 수의 정치가 크게 무너졌고 / 秦隋之政大壞
오대 시대에 위세를 부리자 / 鴟張於五代
오대의 예법이 참혹해졌도다 / 五代之禮慘酷
유자의 벗이 되자 / 爲儒者交
참선비가 일어나지 않고 / 眞儒不作
정승의 벗이 되자 / 爲相者友
참재상이 서지 못하여 / 眞相不立
천년 세월이 지나도록 / 致使千載
오도를 막히게 했으니 / 吾道茅塞
너로 인한 재앙이 / 汝之爲禍
크고도 근심스럽다 / 大而且憂
당우와 더불어 벗하며 / 我欲唐虞與爲朋
보로와 더불어 교유하려고 / 葆老與爲遊
나의 문호를 단단히 묶어 / 綢繆吾之戶
너의 엿봄을 멀리했거늘 / 遠汝之窺
너는 어째서 머뭇거리며 / 爾胡趑趄
틈을 타서 속이려 하느냐 / 投間欲欺
내가 너를 죽이지 않으면 / 我不汝殺
네가 필시 나를 죽이리라 / 汝必我殺
이에 우두머리 객을 베니 / 乃斬首客
뭇 졸개들은 넋을 잃었네 / 衆成禠魄
다시 누워서 편히 뒹굴며 / 復臥坦腹
우주를 쳐다보고 굽어보니 / 俯仰宇宙
한 채의 집이 윤택한지라 / 一屋其潤
온갖 이치가 넉넉해졌도다 / 萬理其富
곁에 대종사가 계시니 / 傍有大宗師
그 이름이 무물이라네 / 其名曰無物
육극보다 아래에 있어 깊고도 깊으며 / 下於六極而爲深
대지보다 앞서 있어 높고도 높으며
/ 先於大塊而爲高
하도낙서의 근원이지만 노쇠하지 않고 / 爲河圖洛書之祖而不爲老
뭇 형체를 만들어내지만 수고롭지 않네 / 刻雕衆形而不爲勞
서로 함께 무하유의 마을과 광막한 들판에서 소요하니 / 相與逍遙乎無何有之鄕廣漠之域
집이란 바로 건곤옹인 태극이라네 / 屋乃乾坤翁太極


 

[주D-001]주자(朱子)가……하였으니 : 주자가 말하기를, “학문하는 방도를 맹자는 단연 놓아버린 마음을 찾는 데에 있다고 했으니, 배우는 사람은 모름지기 먼저 이 놓아버린 마음을 수습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이 마음을 놓아버리면 박학(博學)도 쓸데없는 일이고 심문(審問)도 쓸데없는 일이니, 어떻게 밝게 분별하며 어떻게 독실히 행하겠는가. 대개 몸은 하나의 집과 같고 마음은 한 집의 주인과 같은 것이다. 이 집의 주인이 있은 뒤에야 문호를 청소하고 사무를 정돈할 수 있으니, 만약 주인이 없다면 이 집은 하나의 황폐한 집에 불과할 뿐이다.〔學問之道 孟子斷然說在求放心 學者須先收拾這放心 不然 此心放了 博學 也是閑 審問 也是閑 如何而明辨 如何而篤行 蓋身如一屋子 心如一家主 有此家主然後 能灑掃門戶 整頓事務 若是無主 則此屋 不過一荒屋爾〕” 하였다. 《心經附註 卷3》
[주D-002]서쪽에는……위치하며 : 집의 서쪽에는 영대(靈臺)가 우뚝이 솟아 있고 북쪽에는 안읍(安邑)이 감싸고 있다는 말이다. 영대는 문왕(文王)이 지은 대(臺) 이름이고, 안읍은 우(禹) 임금이 도읍한 곳이다.
[주D-003]삼천……이루었네 : 집, 곧 몸이 위의(威儀)로써 모양을 갖추고 예의(禮儀)로써 장식했다는 말이다. 자사(子思)가 말하기를, “우우히 크도다. 예의가 삼백 가지이고, 위의가 삼천 가지이다.〔優優大哉 禮儀三百 威儀三千〕” 하였다. 예의는 경례(經禮)이고, 위의는 곡례(曲禮)이다. 《中庸章句 第27章》
[주D-004]사물(四勿) : 네 가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공자의 제자 안연(顔淵)이 인(仁)의 조목에 대해 묻자, 공자가 말하기를, “예가 아니면 보지 말며, 예가 아니면 듣지 말며, 예가 아니면 말하지 말며, 예가 아니면 움직이지 말라.〔非禮勿視 非禮勿聽 非禮勿言 非禮勿動〕” 하였다. 《論語 顔淵》
[주D-005]삼성(三省) : 세 가지로 자신을 반성하는 것이다. 증자(曾子)가 말하기를, “나는 날마다 세 가지로 내 몸을 반성하니, ‘다른 사람과 도모하면서 충실하지 못했던가. 벗과 사귀면서 미덥지 못했던가. 스승에게 배운 것을 익히지 않았던가.’ 하는 것이다.〔吾日三省吾身 爲人謀而不忠乎 與朋友交而不信乎 傳不習乎〕” 하였다. 《論語 學而》
[주D-006]백이(伯夷)의……들고 : 청백(淸白)한 백이와 흉악한 도척(盜跖)을 동일시하고 있는 객(客)을 형용한 말인 듯하다. 장자(莊子)가 말하기를, “생명을 해치고 본성을 손상시킨 것으로 말하면 도척 또한 백이일 뿐이다.〔若其殘生損性 則盜跖亦伯夷已〕” 하였다. 《莊子 騈拇》
[주D-007]노자(老子)는……설파했소 : 노장(老莊)의 주장처럼 성인의 학문을 버리라는 말이다. 노자가 말하기를, “학문을 끊으면 근심이 없을 것이다.〔絶學無憂〕” 하였다. 《老子 20章》 거협(胠篋)은 상자를 열고 남의 물건을 훔치는 작은 도둑을 말한다. 장자가 말하기를, “작은 도둑을 막기 위해 끈으로 묶고 자물쇠로 단단히 채우는 것은 세속에서 말하는 지혜라는 것이다. 그러나 큰 도둑이 와서 상자를 둘러메고 달아날 때 끈과 자물쇠가 단단하지 않을까 근심하니, 세속에서 말하는 지혜로운 사람은 바로 큰 도적을 위해 재물을 쌓아놓는 꼴이지 않겠는가.” 하였고, 또 말하기를, “성인이 생겨나자 큰 도둑이 일어났으니, 성인을 쳐 없애고 도둑을 내버려 두면 천하가 비로소 다스려질 것이다.” 하였다. 《莊子 胠篋》
[주D-008]경실(瓊室) : 은(殷)나라 주왕(紂王)이 지은 궁궐로, 화려하고 사치스러웠다.
[주D-009]누항(陋巷) : 누추한 거리이다. 공자의 제자 안연(顔淵)은 밥 한 그릇 물 한 사발을 마시며 누추한 거리에 살았으나 스스로 즐거워했다. 《論語 雍也》
[주D-010]금곡(金谷) : 금곡원(金谷園)이다. 진(晉)나라 석숭(石崇)이 낙양(洛陽) 부근에 건축한 장원(莊園)으로, 경관이 빼어나고 호화롭기로 유명했다.
[주D-011]둘 …… 되거늘 : 모두 다 부질없기는 마찬가지라는 말이다. 장자가 말하기를, “남자 종과 여자 종이 함께 양을 치다가 모두 양을 잃어버렸다. 무슨 일을 하느라 양을 잃어버렸느냐고 물으니, 남자 종은 책을 읽었고 여자 종은 구슬치기 놀이를 하였다고 했다. 두 사람이 한 일은 같지 않았지만 양을 잃은 점에서는 마찬가지이다.〔其於亡羊也 均也〕” 하였다. 《莊子 騈拇》
[주D-012]요금(瑤琴) : 옥으로 장식한 거문고이다.
[주D-013]아황주(鵝黃酒) : 좋은 술을 가리킨다. 두보(杜甫)의 〈주전소아아(舟前小鵝兒)〉 시에 “거위 새끼 누른빛이 술과 같으니, 술을 대하여 거위의 누른빛 사랑하노라.〔鵝兒黃似酒 對酒愛鵝黃〕”고 하였다.
[주D-014]장대(章臺) : 한나라 장안(長安)에 있던 거리 이름으로, 기원(妓院)이 모여 있는 곳을 일컫는다.
[주D-015]황망(荒亡) : 사냥과 주색(酒色)에 빠짐을 이른다. 맹자가 말하기를, “짐승을 쫓아 만족함이 없음을 황(荒)이라 하고, 술을 즐겨 만족함이 없음을 망(亡)이라 한다.〔從獸無厭 謂之荒 樂酒無厭 謂之亡〕” 하였다. 《孟子 梁惠王下》
[주D-016]당초……했으니 : 하늘이 부여한 본성을 잠시라도 떠나게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중용장구(中庸章句)》 제1장에 “하늘이 명한 것을 성(性)이라 하고, 성을 따름을 도(道)라 하고, 도를 품절(品節)해 놓음을 교(敎)라 한다. 도란 잠시도 떠날 수 없는 것이니, 떠날 수 있으면 도가 아니다.〔天命之謂性 率性之謂道 修道之謂敎 道也者 不可須臾離也 可離非道也〕” 하였다.
[주D-017]젊었을……되었거늘 : 젊어서부터 노년에 이르도록 부지런히 노력하여 이제 인(仁)의 경계에 거의 도달하였다는 말이다. 넓은 집은 인(仁)을 표현한 말이다. 맹자가 말하기를, “천하의 넓은 집에 거처하며, 천하의 바른 자리에 서며, 천하의 대도를 행한다.〔居天下之廣居 立天下之正位 行天下之大道〕” 하였다. 《孟子 滕文公下》
[주D-018]집이……것이고 : 몸을 잘 닦아 마음이 장대하고 식견이 트이게 되면 하(夏)나라와 상(商)나라 때처럼 천하가 잘 다스려져서 백성들이 스스로 만족하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맹자가 말하기를, “패자의 백성은 매우 즐거워하고 왕자의 백성은 광대하여 스스로 만족한다.〔覇者之民 驩虞如也 王者之民 皥皥如也〕” 하였다. 《孟子 盡心上》
[주D-019]집이……불안하리라 : 몸을 잘 닦지 못하여 마음이 거칠고 차갑게 되면 한나라와 당나라 때처럼 천하가 어지럽고 불안해질 것이라는 말이다.
[주D-020]민증(閔曾) : 공자의 제자인 민자건(閔子騫)과 증삼(曾參)이다.
[주D-021]난왕(赧王) : 동주(東周)의 마지막 천자이다.
[주D-022]노기(盧杞) : 당나라 때 사람이다. 마음이 음험하고 모습이 비루했으나 말재주가 있었다. 덕종(德宗)이 그 재주를 중히 여겨 재상으로 발탁하자 권력을 함부로 휘둘러 충량(忠良)한 사람을 해쳤다. 《舊唐書 卷135 盧杞列傳》
[주D-023]망상(罔象) : 전설 속에 나오는 물속의 괴물이다.
[주D-024]이매(魑魅) : 전설 속에 나오는 산택(山澤)의 요괴이다.
[주D-025]교주조슬(膠柱調瑟) : 거문고의 줄을 괴는 기러기발〔柱〕을 갖풀로 고정시켜 놓고 거문고를 탄다는 말로, 규칙에 구애되어 변통을 알지 못함을 비유한다.
[주D-026]수기(水氣)가……행사하면 : 인생의 겨울을 맞아 죽게 됨을 말한다. 《회남자(淮南子)》〈천문훈(天文訓)〉에 “북방은 물이다. 그 임금 전욱과 그 보좌 현명이 권세를 잡고 겨울을 다스린다.〔北方 水也 其帝顓頊 其佐玄冥 執權而治冬〕” 하였다.
[주D-027]그대는……말이오 : 《장자(莊子)》〈변무(騈拇)〉에 말하기를, “엄지와 둘째 발가락이 달라붙은 것을 갈라놓으면 아파서 울고, 손에 덧붙은 육손을 물어뜯어 내면 소리 지를 것이다.……걸음쇠ㆍ먹줄ㆍ곡척(曲尺)으로 바로잡는 것은 그 본성을 깎아내는 것이고, 노끈ㆍ아교ㆍ옻칠로써 견고하게 하는 것은 그 덕을 침탈하는 것이다.〔且夫騈於拇者 決之則泣 枝於手者 齕之則啼……且夫待鉤繩規矩而正者 是削其性也 待繩約膠漆而固者 是侵其德也〕” 하였다.
[주D-028]성성(惺惺) : 마음이 혼매하지 않고 밝게 깨어 있음을 이른다. 유가의 수양법인 경(敬)을 말한 것이다. 북송(北宋) 때의 사양좌(謝良佐)가 말하기를, “경이란 항상 성성하게 하는 법이다.〔敬是常惺惺法〕” 하였다. 《心經附註 卷1》
[주D-029]막야(鏌鎁) : 막야검(鏌鎁劍)이다. 간장검(干將劍)과 함께 한 쌍을 이루던 고대의 명검(名劍) 이름이다.
[주D-030]당우(唐虞) : 요(堯) 임금과 순(舜) 임금이다. 당은 요, 우는 순의 나라 이름이다.
[주D-031]보로(葆老) : 미상(未詳)이다.
[주D-032]육극(六極)보다……높으며 : 도가 깊고 높음을 형용한 말이다. 《장자》〈대종사(大宗師)〉에 “도는……태극의 앞에 있으나 높은 듯하지 않고, 육극의 아래에 있으나 깊은 듯하지 않다.〔夫道……在太極之先而不爲高 在六極之下而不爲深〕” 라는 말이 나온다.
[주D-033]무하유(無何有)의……들판 : 적막하고 아득하여 아무것도 없는 세계로, 일체가 존재하지 않는 공간을 이른다. 《莊子 逍遙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