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석문 신도비 등/포저(浦渚) 조공(趙公) 신도비명

포조 조익 선생의 화답하며 차운한 시 44수

아베베1 2012. 3. 5. 14:12

 

 

  이미지 사진은 도봉산 도봉계곡의 무명정자이다 2011.12 문화재 탐방차 담은 사진이다

 저기 뒤에 우암 송시열 선생이 쓰신 제일동천의 책바위가 있다

 

 

포저집 제1권

 시(詩)
화답하며 차운한 시 44수




유 동지(柳同知) 영순(永詢) 에게 차운하여 화답하다.

부질없이 옛사람들만 노래 부르면서 / 空歌古之人
천년 전 옛날 일을 보는 듯하였을 뿐 / 千載如見之
이 세상에서 지음은 만나기 어려워서 / 知音世所稀
더불어 기약할 사람 없이 시름겨웠소 / 悄悄無與期
더부룩 쑥대 속에 파묻힌 한 칸 방에 / 一室沒蓬蒿
낡은 침상에 대발을 쓸쓸히 드리운 채 / 空簾垂敝床
흰 구름만 푸른 산에 머무는 이곳에서 / 白雲宿靑山
일년 내내 울타리 안에 갇혀 지냈는데 / 終歲閉幽墻
놀랍게도 거마의 소리 홀연히 들려와서 / 忽驚車馬至
띳집 아래 내려가 절하고 맞아들였지요 / 拜迎茅茨下
들국화는 아직 향기를 토해 내지 않고 / 山花未吐芳
들보의 제비는 사일이라 하직하는 때 / 梁燕初辭社
아침 내내 그리고 이어 저녁 늦게까지 / 終朝復竟夕
다정히 가르쳐 주시는 말씀을 들었소만 / 款款承誨語
부끄러워 어떡하나 가난과 병이 겹쳐 / 還羞貧病甚
밥상에 오직 기장밥만 드시게 하였구려 / 對案惟飯黍
빈궁한 거처에 귀빈이 왕림해 주시어 / 窮居貴客臨
오두막집에 저절로 광채가 발했는데 / 圭蓽自生彩
더구나 일찍이 듣지 못했던 말을 듣고 / 况聞未曾聞
바다를 보듯 마음이 활짝 열렸음이리까 / 豁若觀溟海

환희에 잠겨 양쪽 다 싫어함이 없이 / 驩然兩不厭
해가 서산에 넘어갈 것만 걱정했나니 / 但恐白日沈
이제부턴 행여 서로 버려두지 말고 / 從今倘不遺
편지 띄워 자주 부르고 찾고 합시다 / 尺書頻招尋

이자릉(李子陵) 경엄(景嚴) 의 사천(斜川) 시에 차운하다.

도연명이 팽택 영을 그만두고서 / 陶令辭彭澤
전원으로 돌아와 휴식을 하며 / 田園爰歸休
때때로 물외의 흥치가 발동하면 / 時動物外興
언제고 냇가에 나가 노닐었는데 / 常爲川上遊
천년 전의 그 일을 그리워하니 / 緬懷千載上
그대는 속류가 아님을 알겠도다 / 知君非俗流
임천 속에 별천지가 열렸는지라 / 林川開異境
자연에 파묻혀 한가하기 물새요 / 冥機閑似鷗
시내 이름도 도연명의 사천이니 / 川名與之同
고금이 일구와 같다고 하리로다 / 古今如一丘
푸른 산이 이어져 병풍이 되고 / 碧山爲屛障
사슴이 뛰놀며 함께 놀아 주고 / 麋鹿爲朋儔
계옹이며 촌로와 다정하게 어울리며 / 溪翁與村老
막걸리 잔을 서로들 주고받고 하니 / 白酒相與酬
모르겠네 그 옛날 도연명의 사천도 / 不知古斜川
즐거움이 지금과 같았는지 어땠는지 / 其樂如今不
사람의 삶이란 고작해야 백 년 안쪽 / 人生百歲內
명랑하게 살면 되지 무엇을 걱정하랴 / 曠然何所憂
사천첩을 대하니 뿌듯해지는 이 감회여 / 覽圖愜幽賞
말에 꼴을 먹이고서 한번 가 보고 싶네 / 秣馬將往求

최고봉(崔孤峯)의 시에 차운하다.

빈궁하니 문 닫고 지내야 마땅한 일 / 窮居惟是閉門宜
벽엔 그저 경서와 고시만 가득할 뿐 / 滿壁經書與古詩
눈앞의 한가한 정취 누리면 그만이지 / 聊取目前閑趣足
몸 밖의 명예를 구해서 무엇 하겠는가 / 豈求身外令名垂
때를 틈타 이끗을 노리는 사람들 모두 교활한데 / 乘時射利人皆巧
수졸하며 가난을 감수하는 나는 유독 바보로세 / 守拙甘貧我獨癡
저녁 노을 아침 안개 아무리 보아도 싫지 않아 / 暮靄朝煙看不厭
푸른 산과 서울 거리는 본래 그 길이 다르니까 / 靑山紫陌本殊歧

난석정(爛石亭)의 시에 차운하다. 2수

어느 해 폭풍우 속에 벼락이 내리꽂혀 / 急雨何年怒震霆
산봉우리 박살 내며 평지를 가득 메웠는고 / 峯巒摧倒滿平庭
골짜기 산이 이로부터 기묘한 경치를 더했나니 / 溪山自是添奇勝
귀신의 조화가 끝없이 별의별 형상을 빚는구나 / 神化無端賦衆形
촉군의 강에 팽개쳐진 옛 보루와 같다 할까 / 却似蜀江遺舊壘
한 나라 때에 떨어진 항성은 혹시 아닐는지 / 還疑漢世隕恒星
이 경치 마음에 들어 은자가 지었을 이 정자여 / 幽人築室當斯境
물에 뜬 달과 솔바람 소리 더더욱 청랑하고녀 / 水月松風更覺玲

뇌성벽력 치면서 푸른 산 모퉁이 무너질 때 / 蒼山崩角走雷霆
헌황이 반역의 무리를 치는 것과 같았으리 / 勢似軒皇伐不庭
점점이 고르게 깔려 한동네에 오밀조밀 / 點點平鋪同一巷
드높이 점잖게 선 모습들 각자 형형색색 / 峩峩儼立各殊形
반짝 빛나는 것은 신선 동천의 옥돌과 같고 / 烱如仙洞羅羣玉
촘촘히 늘어선 것은 밤하늘 뭇 별자리로세 / 森若天衢列衆星
모두 은자의 집을 위해 색상을 더해 주나니 / 摠爲幽居增色相
물빛이며 구름 그림자 역시 다함께 영롱해라 / 水光雲影共瓏玲

최대용(崔大容) 유해(有海) 이 통어사(統禦使)의 종사관(從事官)으로 호서(湖西)에 가는 길에 신창(新昌)을 지나가다가 나의 집에 들러서 유숙(留宿)하였는데, 이천장(李天章) 명한(明漢) 과 창수(唱酬)한 시를 보여 주기에 그 시에 차운해서 증정하였다.

푸른 봉우리 동쪽 가에 한가히 닫힌 사립문 / 蓬門閑掩碧峯東
으슥한 골에서 옛 벗과 함께할 줄 알았으랴 / 深巷寧期舊友同
헤어진 십 년 세월 속에 갈수록 보고 싶었던 벗 / 離合十年情轉苦
천고의 역사를 토론할 땐 그 얼마나 웅변인지 / 討論千古辯何雄
가을 구름 저 너머엔 호서로 가는 나그네 길 / 湖山客路秋雲外
밤비 내리는 속에는 초옥의 외로운 등불이라 / 草屋孤燈夜雨中
우리들 얘기 새벽까지 이젠 또 이별할 시간 / 話到曉天愁又別
몇 마디 기러기 소리가 차가운 하늘을 건너가네 / 數聲歸鴈度寒空

대용(大容)의 절구(絶句)와 율시(律詩)에 차운하다.

해후하니 두 사람 모두 푸른 눈동자 / 邂逅俱靑眼
평생토록 붉은 마음 함께하는 사이 / 平生共赤心
도서를 통해 이기를 연구도 해 보오만 / 圖書窮理氣
은미한 뜻이 갈수록 깊이 숨어 버리네요 / 微意轉深沈

음침한 골에 아무도 오지 않더니 / 幽巷無人到
아 그대가 홀로 찾아 주었구려 / 嗟君乃獨尋
앞으로 머리가 백발이 다 되도록 / 前期指白首
우리 서로 단심을 변치 마십시다 / 相照卽丹心
비가 개이니 찬 하늘이 더욱 멀고 / 雨霽寒霄逈
서리가 많으니 낙엽이 쌓이는 때 / 霜多落葉深
막다른 길에서 몇 년이나 헤어졌던가 / 窮途幾年別
술잔 잡고 한 번 길게 읊조리노이다 / 把酒一長吟

송자심(宋子深) 연(淵) 의 시에 차운하여 증정하다.

사방 경계 고요해서 티끌 세상 저 멀리 / 境靜囂塵遠
세상 욕심 잊었으니 출세가 더딜 수밖에 / 機忘進取遲
중망도 나의 출처와는 상관이 없는 터에 / 望非關出處
몸이 어찌 국가의 안위와 관계 있으리요 / 身豈係安危
백벽의 은혜를 끝내 갚기 어렵다 해도 / 白璧終難報
청운의 뜻은 본래 기약하지 않았소이다 / 靑雲本不期

이웃집에 봄철의 술이 익기를 기다려서 / 鄰家春酒熟
촌로와 노니는 것이 기약이라면 기약일까 / 期與野翁隨

순찰사(巡察使) 상공(相公)이 선원전(璿源殿)에서 제사를 올릴 적에 지은 시에 받들어 차운하다.

용안이라 일각이 제왕의 진영이라면 / 龍顔日角帝王眞
풍패가 남긴 기업이 바로 자신일레라 / 豐沛遺基卽紫宸

일백 년 세상의 공을 우뚝 수립하신 위에 / 宇宙百年功旣遠
일만 리 농토에 혜택이 아직도 새로워라 / 農桑萬里澤猶新
백성이 평생토록 사모해 마지않는 상공 / 黎民沒世思何極
작전에 임하실 때면 제사를 꼭 올리시네 / 相國臨戎祭必親
오르내리며 양양히 위에 계시는 듯하니 / 陟降洋洋如在上
예로부터 이런 분에게 복을 내리셨으리라
/ 想應從古福斯人

용재(慵齋)가 조사(詔使)에게 화답한 시를 우연히 보고는 여기에 차운하다. 2수

은자의 마음에 흡족한 호산의 봄 경치여 / 湖山春景愜幽情
풀 색깔과 꽃 빛깔이 두 언덕에 환하도다 / 草色花光兩岸明
북쪽 하늘 바라보면 깎아 세운 세 봉우리 / 削立三峯當北望
동쪽에서 가로 걸쳐 치달리는 강물 하나 / 奔流一水自東橫
배 드는 개펄 갈대숲엔 조수가 막 밀려오고 / 蒹葭浦口潮初漲
성 머리 안개 낀 나무에는 달님이 뜨려는 때 / 煙樹城頭月欲生
피리 소리 북소리 하늘 위 잔치 자리인 듯 / 簫鼓怳疑天上坐
새로운 시가 세상 먼지 말끔히 또 씻어 주네 / 新詩又使俗塵淸

나그네 심정 애태우는 수국의 봄 풍광이여 / 水國春光惱客情
언덕의 꽃 물가의 풀 이제 청명을 지났도다 / 岸花汀草過淸明
하늘가에 줄 지었나니 먼 봉우리 들쭉날쭉 / 參差遠峀天邊列
성곽 너머 가로누웠나니 긴 강물 출렁출렁 / 洶湧長江郭外橫
물결이 일렁이는 속에 진동하는 풍악이요 / 仙樂喧訇波浪動
바닷바람이 불어오자 흔들리는 돛대로세 / 錦帆搖蕩海風生
고상한 연회에 끼인 부유 얼마나 다행이요 / 腐儒何幸陪高宴
뗏목 타고 태청으로 들어간 듯도 하오이다 / 疑是乘槎入太淸

권생 위기(權生爲己)에게 차운하다.

쌀독이 자주 비는 것은 오류가 아니오만 / 屢空非五柳
몸에 병이 많은 것은 상여와 같다 할까 / 多病似相如
마음을 같이하는 벗이 있는 그 덕분에 / 賴有同心友
급한 편지 자꾸 보내 폐를 끼쳐 드렸소 / 頻勞一字書
천리나 헤어지는 일을 어떻게 견디리요 / 那堪千里別
더군다나 쓸쓸한 늦가을의 이 계절에 / 况在九秋餘
내일 도성의 길을 밟고 지나가노라면 / 明日周京道
구슬픈 심정으로 비거를 읊으시겠지요 / 悽然賦匪車


중추(中秋)에 휴암(鵂巖)에서 달구경을 하며 민원경(閔遠卿)의 시에 차운하다.

바위 아래 울리는 물소리 맑고도 유장하고 / 巖下鳴川淸且長
산 머리에 휘영청 달빛 철철 흘러넘치누나 / 峯頭明月正流光
술 취한 흥치 밤 늦도록 아직 싫지 않으니 / 醉興夜來猶未厭
남은 술로 중양절을 다시 기다려 모입시다 / 更期餘酒待重陽

남귀암(南龜庵)이 길야은(吉冶隱)을 읊은 시에 차운하다.

이분은 목숨보다 의리를 중히 여겼나니 / 斯人重義甚於生
이 도를 어떻게 작록의 영예에 비교하랴 / 此道何如爵祿榮
만고토록 이 양심을 누가 잃지 않았던고 / 千載秉彛誰勿喪
지금까지 선생이 꽃다운 명성을 점하도다 / 至今夫子有芳聲

군신과 부자 그리고 스승과 제자 사이에 / 君臣父子及師生
극진한 도 편안한 마음이 가장 영광이지 / 道盡心安是最榮
죽기 전에 부끄러움이 없게 하면 그만이니 / 只要當時無所愧
죽은 뒤의 명성까지 기필할 것이 있겠는가 / 豈期身後更流聲

봉수와 오산에서 보낸 한평생 / 鳳水烏山度一生
세간의 고관대작이 무슨 영화리요 / 世間軒冕豈爲榮
당년에 행한 의리 어떤 사람이 이었는고 / 當年行義人誰繼
세상에 부질없이 만고의 명성만 남겼구려 / 宇宙空留萬古聲

나라가 망하는데 누가 목숨을 버리겠나 / 國亡誰是肯捐生
좌명의 영예를 분분히 종정에 새겼도다 / 鍾鼎紛紛佐命榮
고려의 은사가 계신 금오산의 한 조각 빗돌 / 一片烏山麗士在
홀로 윤기를 붙들고서 풍성을 세우고 있구나 / 獨將倫紀樹風聲

고려의 운이 다할 적에 선생이 계셨나니 / 麗朝運訖有先生
역사책에 천추토록 그 이름 영예로우리라 / 竹帛千秋姓字榮
곡조가 같은 옛사람을 한번 찾아본다면 / 尋得古人同調者
서산과 초택 정도가 함께 명성을 드리우리 / 西山楚澤共垂聲

월사(月沙) 이 상공(李相公) 정귀(廷龜) 이 시를 지어 고봉(孤峯)과 작별할 적에, 말구(末句)에서 나의 안부를 물어보셨는데, 이 시가 미처 전해지기도 전에 고봉이 그만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 뒤로 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에 와서, 그의 사위인 윤탁(尹倬)이 유적(遺籍) 중에서 이 시를 찾아내어 나에게 보여 주기에, 내가 반복해서 슬피 탄식하며 눈물을 머금고 차운하였다. 2수

두 분 공께서 주고받은 말씀들 / 二公酬唱語
우정이 얼마나 깊었는지 알겠도다 / 勤懇見交情
초 땅에 묻혀서 두우를 쏘던 검이라면 / 射斗曾埋楚
형 땅에 숨었던 연성의 구슬이라 할까 / 連城舊隱荊

광휘를 접하고는 홀연히 눈이 부셨으니 / 光輝忽爛目
슬피 오열하며 자연히 소리를 삼킬 밖에 / 悲咽自呑聲
허전하고 쓸쓸해라 산양 땅의 피리 소리 / 惆悵山陽笛
어느 누가 사생을 하나로 할 수 있겠는가 / 誰能一死生

상국께서 나의 안부 물으셨을 때 / 相國曾相問
고봉이 갑자기 이 세상을 떠났지 / 孤翁已溘然
생전에도 이별이요 죽어서는 영영 이별 / 存亡俱是別
그 뒤로 세월이 몇 차례나 흘러갔던가 / 歲月幾回遷
지난 일 생각하며 슬피 눈물 흘렸는데 / 往事成悲涕
지금 와서 그 시를 또 접하게 되었구나 / 今來得此牋
구름 숲은 도성 거리와 떨어져 있으니 / 雲林隔城市
언제쯤이나 다시 찾아뵐 수 있을는지 / 重拜在何年

도 영공(都令公)이 단오절에 상으로부터 하사를 받고 감회에 젖어서 지은 시에 삼가 차운하다.

여러 현인들의 뒤에 슬쩍 끼인 덕에 / 謬忝諸賢後
은상의 영광을 외람되게 나도 받았네 / 叨承錫賚榮
자하의 술은 잔 속에 철철 넘치고 / 紫霞杯裏滿
흰 깃털 부채는 손 안에서 가뿐하이 / 白羽手中輕
은혜는 크나큰데 몸이 작으니 어떡하나 / 恩大知身小
사람은 미천한데 청직이라서 부끄럽네 / 人微愧職淸
다행히 성군을 만난 천재일우의 이 시대에 / 幸逢千載會
보답할 일을 생각하니 가슴이 물결치는구나 / 圖報激深情

유 동지(柳同知)가 차계(叉溪)의 성대한 모임에서 지은 시에 삼가 차운하면서 주인인 윤 상주(尹尙州) 영공(令公)에게 아울러 증정한 오언율(五言律) 2수

푸른 시냇가에 임한 그윽한 거처 / 幽居臨碧澗
오월에도 으스스 한기가 절로 드네 / 五月自生寒
속진 속의 시끄러움 오래 전부터 싫어해서 / 久厭塵中鬧
물외의 한가함 즐기려고 손잡고들 찾아왔소 / 相携物外閑
정자의 그늘 속에 솔과 잣 그림자 엇갈리고 / 亭陰交檜柏
못가의 수초 사이에 난초 지초도 섞였구려 / 池草雜芝蘭
세상일을 구태여 따질 게 뭐가 있으리까 / 世事何須問
맑은 술 듬뿍 채워 기쁨을 실컷 누립시다 / 淸樽且盡歡

종남산 아래 펼쳐진 멋들어진 경치 / 佳境終南下
못가 누대에 저녁 풍경이 청랑하도다 / 池臺晩景淸
도성 거리와 가깝다고 혹 혐의하지 마오 / 莫嫌朝市近
이끗 명성 다투는 일 이미 끊어졌으니까 / 已絶利名爭
술잔 날리며 읊조리면 그저 그만이지 / 但是宜觴詠
굳이 풍악까지 울릴 필요가 있으리까 / 何煩奏管笙
얼근히 술에 취해 산길을 돌아 나올 제 / 醉歸山徑轉
숲을 뚫고 환히 비추는 저녁 햇빛이여 / 返照透林明

정원(政院)에서 심 승지(沈承旨)의 시에 차운하다. 2수

오래도록 술 마시고 시 읊는 일도 그만둔 채 / 久廢含盃與賦詩
지금은 문서 더미 속에 물시계 소리가 더디기만 / 簿書叢裏漏籌遲
뜨락의 꽃이 다 지도록 한 번 감상할 틈도 없이 / 園花落盡無由賞
하루만 지나도 머리칼이 실처럼 되려 하는구려 / 一日經來鬢欲絲

기밀에 참여한 뒤로는 시 읊는 일도 드물기만 / 自參機密罕吟詩
너무 늦게 흰머리로 대궐에 온 것이 우습기도 / 白首王門笑太遲
우악한 은총을 입었으니 시골로 떠날 수가 있나 / 身被渥恩歸不得
매일 붓 적셔 실처럼 가늘게 글씨만 초할 밖에 / 朝朝染翰草如絲

정원에서 이여고(李汝固) 식(植) 의 시에 차운하다.

엷은 구름은 봉황대 위에서 흩어지지 않고 / 輕陰不散鳳凰臺
사방 경치 애틋해라 저녁 햇빛에 쫓기누나 / 雲物依依暮色催
서리 맞고 낙엽 진 숲에 벌써 깜짝 놀랐는데 / 霜後已驚林葉落
달빛 속 슬픈 기러기 소리 또 듣게 되다니요 / 月中更聽鴈聲哀
화잠을 쓴 검은 머리는 시름 따라 흰머리로 / 華簪鬒髮愁仍換
구업이 있는 푸른 산은 오직 꿈길 속에서만 / 舊業靑山夢獨回
쇠하고 병든 몸 우연히 숙직을 함께하였소만 / 衰病偶同淸署直
주옥의 시에 답하려니 졸렬한 재주가 부끄럽소 / 瓊琚酬唱愧非材

정원에서 여러 동료들의 시에 차운하다.

내가 봐도 가련해라 보좌할 정성은 미미한데 / 自憐補袞寸誠微
현인들 틈에 감히 끼어 대궐에 발을 디뎠으니 / 猥忝諸賢跡禁扉
새벽녘 금전에 추창할 땐 부산한 등 그림자요 / 金殿曉趨燈影過
조회 마친 옥 섬돌에는 점잖은 패옥 소리로세 / 玉堦朝下珮聲歸
병들어 쇠한 머리칼로 국록만 축내 부끄럽소만 / 病將衰鬢羞縻祿
특별한 은혜 받은지라 옷깃 떨치고 못 떠난다오 / 身爲殊恩未振衣
멀리 생각나는 것은 창랑의 낚시하던 벗님 / 遙憶滄浪舊釣侶
요즘 들어 무슨 일로 서신이 통 안 오는지 / 近來書信到全稀

여러 노선생(老先生)들의 시에 삼가 차운하여 대승상(大丞相) 문하(門下) 완평(完平) 에 엎드려 바치다.

시대는 오백 년의 설에 해당하고 / 時當五百歲
기회는 일천 년의 때를 만났도다 / 際遇一千年
지금 필적할 자가 없는 국가의 원로 / 元老今無匹
삼존을 갖춘 분이 전에 또 있었던가 / 三尊孰有前
상의 은택 우악해서 특별히 예우하며 / 恩光優異數
원로를 초청해서 성대히 베푼 잔치 자리 / 耆舊盛初筵
지금의 세대를 일컬어 성스럽다 하거니 / 世代稱爲聖
의관들을 바라보아도 모두 신선 같아라 / 衣冠望若仙
중사를 시켜 보내신 궁중의 술동이요 / 御樽中使送
시신이 대독케 한 은혜로운 왕의 분부 / 寵綍侍臣宣
어찌 역사책에만 그 이름 전하게 하랴 / 何獨傳方冊
풍악을 울리게 함이 마땅하다 하시도다 / 端宜被管絃
삼태성의 별자리가 남극에서 빛을 발해 / 台躔耀南極
그 은덕 그 혜택을 동방에 두루 끼쳤고 / 德澤遍東堧

봉강 밖의 외적들을 막아 나라를 수비하며 / 守在封疆外
조화에 앞서는 공을 세워 사직을 지켰도다 / 功存造化先

멀리 상고 시대의 이상 정치를 추모하며 / 遠追隆古蹟
백성의 어깨를 가볍게 해 주신 어른이여 / 永息小民肩
종묘사직이 반석처럼 다시 안정되었으니 / 盤石安宗社
지금부터는 잘못될 걱정을 할 것이 있으리요 / 從玆豈畏顚

청음(淸陰) 김상(金相) 상헌(尙憲) 의 시에 차운하다.

전해 듣건대 강가에서 대로가 일어나셨다니 / 傳聞大老起江瀕
세상 모두가 나라에 손님이 계심을 보겠도다 / 擧世咸觀國有賓
성군이 상고 시대의 이상 정치를 펼치시니 / 聖主方興隆古治
날마다 빈번히 불러 자문하실 줄 알겠도다 / 應知顧問日煩頻

원운(元韻)은 다음과 같다.

누가 알았으랴 석실의 산중 늙은이가 / 誰知石室山中老
기영의 모임에 손님으로 다시 참석할 줄을 / 還作耆英會上賓
흰머리 노인의 자취가 참으로 우스워라 / 白頭蹤迹眞堪笑
염치도 없이 풍진 속을 들락날락거리니 / 來往風塵不憚頻

진산(珍山)의 사군(使君)인 송자심(宋子深)의 시에 차운하다.

옛 벗님이 적성 옆의 원님이 되셨는데 / 故人爲吏赤城傍
세모에 떨어져 사니 정말 애가 끊길 듯도 / 歲暮離居正斷腸
편지 한 통 멀리서 오니 그래도 위로될 만 / 一札遠來猶可慰
고을 안의 산수도 바로 신선의 마을이라네요 / 邑中山水是仙鄕

둔암(芚庵) 송자심(宋子深)의 시에 차운하다.

세상 욕심 다 없어진 팔십 다 된 쇠한 노인 / 八十衰翁無世情
긴긴 밤 잠 못 들고 새벽닭 소리 듣노매라 / 不眠長夜聽鷄鳴
어느 때나 우리 다시 침상에 함께 누워 / 何時更得同床席
옛일을 하나하나 분명히 평론해 볼거나 / 一一評論古事明

원운은 다음과 같다.

며칠 함께 이불 덮고 옛일을 얘기하다 보니 / 數日連衾討故情
상공의 마음속에 불평의 울림이 있는 듯도 / 相公心似不平鳴
흉중의 경륜을 세상에 모두 보여 줄 것까지야 / 何須展盡胸中蘊
그저 충정한 마음으로 성명의 뜻만 받드소서 / 但保忠貞奉聖明

해숭위(海嵩尉) 윤신지(尹新之) 가 부쳐 온 시에 차운하다.

늙고 병들어 시골에 온 것은 형세상 자연스러운 일 / 老病歸田勢自然
감히 말하리요 속세의 인연 떠나 은거할 생각이라고 / 敢言遐想出塵緣
호산의 경치 모두가 한가한 정취를 자아내니 / 湖山物色皆閑趣
그저 이렇게 소요하며 세월을 보낼 생각이오 / 聊且逍遙送歲年

서 장령(徐掌令) 정연(挺然) 이 부쳐 온 시에 차운하다.

산골에 몇 년 있다 보니 온갖 생각 텅 빈 채 / 丘壑多年萬念虛
푸른 이끼와 낙엽만이 가난한 집에 가득할 뿐 / 靑笞黃葉滿貧居
강변의 조수는 약속 지켜 왔다 갔다 하고 / 江潮有信來還去
구름은 아무 생각 없이 말았다 폈다 하고 / 雲物無心捲復舒
좋을시고 넉넉하게 한가히 보내는 세월 속에 / 好是優閑遣日月
그래도 습기가 남아 있어 시서를 좋아한다나요 / 猶餘習氣愛詩書
다정하기도 하여라 왕년의 금란의 벗이여 / 慇懃昔歲金蘭友
새 시를 지어서 오두막까지 보내 주셨구려 / 爲寄新篇到弊廬

윤 장령(尹掌令)이 배생(裵生)에게 준 시에 차운하다.

충과 효의 미덕이 완전했는지라 / 孝忠全美德
정표하여 풍성을 세워 주었도다 / 旌表樹風聲
선현의 자취를 우러러보며 그리워하고 / 景仰懷前躅
후생과 교유하며 미래를 기대하는도다 / 交遊托後生
아름다운 선비의 시구를 지금 보니 / 今觀佳士句
이를 통해 고인의 마음을 알겠도다 / 乃見古人情
바야흐로 믿겠노라 공후의 존귀함도 / 方信公侯貴
진정 지푸라기처럼 가볍다는 것을 / 眞如一芥輕

족숙(族叔) 장 동지(張同知) 영(泳) 가 구십의 연세로 가선대부(嘉善大夫)의 품계에 올랐다. 이에 민 이상(閔二相) 형남(馨男) 노야(老爺)가 시를 지어 축하하자, 장 동지가 여기에 차운해서 답하였는데, 두 분의 시가 모두 벽 위에 걸려 있었다. 이에 수연(壽筵)에서 삼가 차운하여 증정하였다. 9수

덧없어라 사람들은 이 세상에서 / 草草世間人
희년을 칠순으로 꼽곤 하나니 / 稀年指七旬
어느 분이 구십을 훌쩍 넘겼다면 / 誰能過九十
현인을 하늘이 총애하셨음이로다 / 端宜寵賢仁
임금님이 보살펴 주신 가선의 품계라면 / 資秩紆天眷
나날이 새로워지는 심신의 건강이시라 / 康寧覺日新
우주 안에서 삼존을 갖추었고 보면 / 三尊宇宙內
천지 사이에 작은 몸도 부끄럽지 않아라 / 不愧藐然身

전설을 들어 보면 옛날의 한 선인은 / 聞說古仙人
오래 살아서 일천 년을 넘었다 하나 / 長生過百旬

오직 믿을 만한 것은 성인의 말씀이니 / 聖言惟可信
오래 사는 것은 인을 행함에 있나니라 / 壽考在爲仁

다만 충화의 기운 오래 보전하면 그뿐 / 但保冲和久
어찌 꼭 뱉어 내고 들이마셔야 하겠는가 / 何須吐納新
나는 절로 가련해라 칠십을 겨우 넘겨 / 自憐踰七十
벌써 병이 들고 쇠잔한 몸이 되었으니 / 已作病殘身

옛날에 강현의 어떤 노인네는 / 昔者絳縣人
살아온 햇수가 이만여 순이라고 / 其生二萬旬

일찍이 듣건대 조무가 사과를 했다는데 / 曾聞趙武謝
지금은 성군의 인자한 은총을 입었네요 / 今被聖君仁
빙설처럼 윤기 나는 선인의 살결이요 / 氷雪仙肌潤
새로 금초 내리신 임금님의 은택이라 / 金貂主澤新
도성 저잣거리와 멀리 떨어진 운림에서 / 雲林城市遠
부디 귀중하신 몸을 길이 보전하시기를 / 長保不貲身

조용히 사시는 어른 저번에 찾아뵙고 / 我昔拜幽人
돌아온 뒤로 지나간 날이 어느새 열흘 / 歸來日已旬
선행을 쌓아 경사가 있는 줄 알겠고요 / 從知慶在善
장수는 어진 분의 몫인 것을 믿겠네요 / 信是壽由仁
동산 수풀엔 가을빛이 저물어 가고 / 園林秋色暮
솔과 국화의 시절이 새로 돌아온 때 / 松菊歲華新
오직 바라옵건대 무릉도원 속에서 / 惟願桃源裏
늙지 않는 몸을 길이 즐기시기만을 / 長娛不老身

사람을 애태우는 계절의 풍광이여 / 年光惱殺人
이제는 가을도 열흘밖에 안 남았네 / 秋盡只餘旬
하늘이 굽어 살펴 올해도 풍년이요 / 歲熟由天悶
임금님이 인자하여 청명한 시대로세 / 時淸荷主仁
시냇가에는 여전히 늙은 소나무요 / 澗邊松樹老
울타리 옆에는 국화가 새로 핀 때 / 籬畔菊花新
높은 대청 위를 다투어 우러러보나니 / 爭仰高堂上
삼존을 한 몸에 모두 갖추신 그분 / 三尊備一身

평화스러워라 태고 시대 사람이요 / 熙熙太古人
날도 길어라 열흘이나 지나간 듯 / 長日似經旬
가정은 화목해서 화기가 애애하고 / 戚戚家庭睦
마을 풍속은 어질어서 순박하기만 / 循循里俗仁
다시 멀리 향유하실 기이의 복이라면 / 期頤享更遠
갈수록 새로워지는 감지의 봉양이로세 / 甘旨養逾新
얼마나 다행인가 전란을 치른 뒤인데도 / 何幸干戈後
색동옷 입은 자제들을 볼 수 있으시니 / 猶看彩服身

우리 숙부님은 참으로 신선이시라 / 吾叔眞天人
연세가 이미 아흔을 넘기셨는데도 / 行年踰九旬
용모와 얼굴은 언제나 즐겁고 기쁘시고 / 容顔常悅豫
속마음은 저절로 온화하고 인자하시네 / 情性自溫仁
도의 경지로 말하면 가난해도 즐기시고 / 道味貧猶樂
맑은 수도로 말하면 늙을수록 새로워라 / 淸修老更新
유거를 찾아뵌 것 역시 오래 전의 일 / 幽居阻已久
그저 장빈의 신세를 탄식할 따름일세 / 只歎漳濱身

아련히 조카 모습 눈 속에 아른거려 / 望望眼中人
이별한 지 겨우 스무 날이 지났건만 / 離違纔兩旬
평소의 정감 담아 맑은 시 지으시어 / 淸詩寫情素
자애로운 마음으로 나에게 부치셨네 / 投寄出深仁
바닷가 빗줄기에 무더위 씻겨 가고 / 海雨炎氛洗
강변의 다락에도 기상이 새로운 때 / 江亭氣象新
동산 숲에 가을 달 휘영청 떴을 테니 / 園林秋月好
나의 몸을 그곳에 다시 맡기고 싶네 / 更擬致吾身

수풀과 샘물 속에 은사 한 분 계시어 / 林泉有逸人
기쁨과 즐거움 속에 세월을 보내시네 / 懽樂度時旬
오래 사시는 것은 하늘이 편애하심이요 / 年壽天偏厚
안온하고 느긋함은 성품이 인자하심이라 / 安恬性本仁
독서의 취미는 늙어도 게을리 않으시고 / 耽書老不倦
고인을 사모하여 뜻은 갈수록 새로워라 / 慕古意彌新
세상의 치란일랑 어떤 것도 묻질 마오 / 理亂都休問
충화의 기운으로 이 몸 보전하시느니 / 冲和保此身


 

[주D-001]들보의 …… 때 : 춘분(春分)과 추분(秋分)에서 가장 가까운 무일(戊日)을 각각 춘사일(春社日)과 추사일(秋社日)이라 하는데, 제비는 춘사일에 우리나라에 왔다가 추사일에 강남으로 떠난다고 한다.
[주D-002]밥상에 …… 하였구려 : 고기 반찬도 마련하지 못하는 등 극진하게 대접하는 데에 미흡했다는 말이다. 《논어》 미자(微子)에, 은자(隱者)인 하조(荷蓧) 장인(丈人)이 자로(子路)를 자기 집으로 데려가서 ‘닭을 잡고 기장밥을 지어 먹이며〔殺鷄爲黍而食之〕’ 극진하게 대접했다는 말이 나온다.
[주D-003]더구나 …… 열렸음이리까 : 상대방의 뛰어난 면모를 접하고서 자신의 부족한 식견을 한층 넓힐 수 있었다는 말이다. 《장자》 추수(秋水)에, 황하 귀신인 하백(河伯)이 끝이 보이지 않는 북쪽 바다에 처음 이르러서 자신의 좁은 소견을 탄식하며 북해 귀신에게 심경을 토로하는 이른바 ‘망양지탄(望洋之歎)’의 이야기가 나온다.
[주D-004]환희에 …… 없이 : 이백(李白)의 오언절구 ‘독좌경정산(獨坐敬亭山)’에 “뭇 새는 높이 모두 날아가 버리고, 흰 구름은 혼자서 한가롭게 떠나가네. 서로 보며 양쪽 다 싫어함이 없는 것은, 오직 이 몸과 경정산 둘뿐.〔衆鳥高飛盡 孤雲獨去閒 相看兩不厭 只有敬亭山〕”이라는 절묘한 표현이 나온다.
[주D-005]이자릉(李子陵) …… 차운하다 : 진(晉) 나라 도잠(陶潛)이 1월 5일에 날씨가 화창하고 경치가 아름답자 이웃에 사는 두세 명과 함께 사천(斜川)에 놀러 나가서 시를 읊은 고사가 있다. 《陶淵明集 卷2 遊斜川 幷序》 그런데 포저와 동갑인 이경엄(李景嚴)이 사는 곳에도 사천이라는 지명이 있고 또 풍광이 수려했으므로, 이 경치를 화폭에 담고는 여기에 당대 명사들의 시를 모아 사천첩(斜川帖)을 만들었는데, 포저의 이 시도 여기에 차운한 것이다.
[주D-006]고금(古今)이 …… 하리로다 : 이자릉의 사천이 도연명의 사천과 다를 것이 없게 되었다는 말이다. 한(漢) 나라 양운(楊惲)이 흉노의 선우(單于)가 피살된 이유와 진(秦) 나라가 멸망한 까닭이 똑같다고 하면서 “옛날이나 지금이나 하나의 산골에 사는 오소리처럼 다를 것이 없다.〔古與今如一丘之貉〕”고 말한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前漢書 卷66 楊惲傳》
[주D-007]최고봉(崔孤峯) : 고봉은 최준(崔浚)의 호이다. 《월사집(月沙集)》 15권 ‘만최첨지(挽崔僉知)’에 “그의 이름은 준(浚)이요, 송강(松江) 정철(鄭澈)의 생질이다.”라는 자주(自註)가 붙어 있으며, 그 만시의 말구에 “취한 뒤의 드높은 노래 어떻게 다시 들으리요, 고봉이 있는 남쪽을 보며 소매에 눈물을 적시노라.〔醉後高歌那復聽 孤峯南望淚盈裾〕”라는 표현이 나온다.
[주D-008]수졸(守拙) : 자신의 소박한 본성을 지키면서 전원(田園)에 돌아가 사는 것을 말한다. 도잠(陶潛)의 시에 “남쪽 들판 언저리 황량한 밭을 일구고서, 졸렬한 본성 지키며 전원에 돌아와 사노매라.〔開荒南野際 守拙歸田園〕”라는 구절이 있다. 《陶淵明集 卷2 歸田園居》
[주D-009]저녁 …… 않아 : 이백(李白)의 오언절구 ‘독좌경정산(獨坐敬亭山)’에 “뭇 새는 높이 모두 날아가 버리고, 흰 구름은 혼자서 한가롭게 떠나가네. 서로 보며 양쪽 다 싫어함이 없는 것은, 오직 이 몸과 경정산 둘뿐.〔衆鳥高飛盡 孤雲獨去閒 相看兩不厭 只有敬亭山〕”이라는 절묘한 표현이 나온다.
[주D-010]촉군(蜀郡)의 …… 보루 : 난석(爛石) 즉 기암괴석의 형상을 석서(石犀) 즉 돌로 조각한 물소에 비유한 것이다. 진(秦) 나라 효문왕(孝文王) 때에 이빙(李氷)이 촉군 태수(蜀郡太守)로 부임한 뒤에 강물의 범람을 막을 목적으로 물소 다섯 마리를 돌로 조각하여 강변에 세움으로써 촉강(蜀江)의 수정(水精)을 진압하려 했던 고사가 있다. 《華陽國志 蜀志》
[주D-011]한(漢) 나라 …… 항성(恒星) : 하늘에서 떨어진 운석(隕石)이 아닐까 의심되기도 한다는 말이다. 《한서(漢書)》 초원왕 유교전(楚元王劉交傳)에 “밤에 항성이 보이지 않더니, 한밤중에 별들이 한 차례 비처럼 쏟아져 내리면서, 화재가 열네 군데나 발생하였다.〔夜常星不見 夜中星隕如雨一 火災十四〕”는 기록이 보인다.
[주D-012]헌황(軒皇)이 …… 같았으리 : 번개가 쳐서 산을 무너뜨릴 때의 기세가 흡사 상고 시대에 황제(黃帝)가 치우(蚩尤) 등 반역의 무리를 정벌할 때의 상황과 흡사했을 것이라는 말이다. 헌황은 황제 헌원씨(軒轅氏)를 가리키고, 부정(不庭)은 조정에 조회하지 않는다는 말로 반역을 뜻한다.
[주D-013]신창(新昌) : 포저가 광해군 5년(1613) 계축년에 벼슬을 버리고 광주(廣州)의 농가(農家)로 돌아와서 살다가, 다시 광주가 도성과 가까운 것을 혐의한 나머지 호서(湖西)의 신창현(新昌縣) 도고산(道高山) 아래로 옮겨서 1623년 인조 반정(仁祖反正) 때까지 우거(寓居)한 사실이 있다.
[주D-014]푸른 눈동자 : 반가운 사람끼리 나누는 정다운 눈빛이라는 말이다. 삼국시대 위(魏) 나라 완적(阮籍)이 속된 사람을 만나면 ‘흰 눈〔白眼〕’을 치켜 뜨고, 반가운 인사를 만나면 ‘푸른 눈〔靑眼〕’ 즉 검은 눈동자를 보였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世說新語 簡傲》
[주D-015]붉은 마음 : 적자지심(赤子之心) 즉 갓난아이처럼 거짓 없이 참된 마음을 말한다.
[주D-016]중망(衆望)도 …… 터에 : 조정에 있든 없든 상관이 없을 만큼 자신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도 보잘것없다는 뜻의 자조적(自嘲的)인 표현이다. 출처는 출사(出仕)와 은퇴(隱退)를 뜻한다.
[주D-017]백벽(白璧)의 …… 않았소이다 : 자신을 알아준 임금의 은혜에 보답하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어지러운 조정에 나가서 다시 벼슬할 뜻은 없다는 말이다. 전국 시대 우경(虞卿)이 처음 조왕(趙王)을 만났을 때 백벽 한 쌍을 선물로 받았던 고사에서 유래하여, 백벽이 왕의 지우(知遇)를 받는 전고로 쓰이게 되었다. 《史記 卷76 虞卿列傳》 청운(靑雲)은 입신출세하려는 욕망을 뜻한다.
[주D-018]용안(龍顔)이라 …… 자신일레라 : 한 고조(漢高祖) 유방(劉邦)의 고사를 빌려서 조선 왕의 초상화와 대궐을 비유한 말이다. 일각(日角)은 이마 한복판의 뼈가 융기(隆起)한 것으로, 이를 용안이라고 하는데, 유방이 바로 용안의 상(相)을 갖췄다는 말이 《사기》 고조 본기(高祖本紀)에 나온다. 풍패(豐沛)는 유방의 고향이자 처음 군사를 일으킨 곳으로 유방 자신을 가리키고, 자신(紫宸)은 대궐을 가리킨다.
[주D-019]오르내리며 …… 내리셨으리라 : 선원전의 귀신도 상국 같은 사람에게 복을 내려 줄 것이라는 말이다. 《시경》 주송(周頌) 민여소자(閔予小子)에 “문왕(文王)의 혼령이 뜨락에 오르내린다.〔念茲皇祖 陟降庭止〕”는 말이 나오고, 《중용장구(中庸章句)》 16장에 “제사를 지낼 때면 귀신이 양양히 그 위에 있는 듯도 하고 좌우에 있는 듯도 하다.〔承祭祀 洋洋乎如在其上 如在其左右〕”는 말이 나온다.
[주D-020]용재(慵齋) : 성현(成俔)의 호이다.
[주D-021]뗏목 …… 하오이다 : 한(漢) 나라 장건(張騫)이 무제(武帝)의 명을 받들고 황하(黃河)의 근원을 찾으러 배 타고서 갔다가 은하수 위로 올라가 하늘 궁궐을 구경했다는 전설을 인용한 것이다. 《天中記 卷2》 태청(太淸)은 하늘을 뜻한다.
[주D-022]쌀독이 …… 아니오만 : 전원에 돌아가서 유유자적하게 지낸 도잠(陶潛)과는 달리 포저 자신은 공자의 제자 안회(顔回)처럼 빈궁한 생활을 감수하며 지낸다는 말이다. 《논어》 선진(先進)에 “안회는 거의 도의 경지에 접근하였다. 그는 자주 쌀독이 비는 데도 태연하였다.〔回其庶幾乎 屢空〕”는 공자의 말이 나온다. 또 도잠이 지은 ‘오류선생전(五柳先生傳)’에 “집 옆에 버드나무 다섯 그루가 있기에 이를 나 자신의 호로 삼았다.〔宅邊有五柳樹 因以爲號焉〕”는 말이 나온다.
[주D-023]상여(相如) : 한(漢) 나라의 문장가인 사마상여(司馬相如)를 말한다. 그는 항상 목이 마르는 소갈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史記 卷117 司馬相如列傳》
[주D-024]내일 …… 읊으시겠지요 : 광해군(光海君)의 난정(亂政)을 개탄하며 슬픈 생각에 잠길 것이라는 말이다. 《시경》 회풍(檜風) 비풍(匪風)은 주(周) 나라의 정사가 혼란한 것을 슬퍼하여 지은 시인데, 그 안에 “바람이 몰아쳐서도 아니요, 수레가 흔들려서도 아니외다. 주 나라 서울 길 돌아보니, 마음이 서글퍼져서라오.〔匪風飄兮 匪車嘌兮 顧瞻周道 中心弔兮〕”라는 구절이 나온다.
[주D-025]남귀암(南龜庵)이 …… 시 : 귀암은 조선 초기의 개국공신인 남재(南在)의 호이다. 그가 야은(冶隱) 길재(吉再)의 덕을 흠모하여 지은 ‘기길야은(寄吉冶隱)’이라는 칠언절구가 그의 문집인 《귀정유고(龜亭遺藁)》 첫머리에 나오고, 또 《야은집(冶隱集)》 하권 언행습유(言行拾遺)에 귀암이 똑같은 운자(韻字)를 써서 봉계처사(鳳溪處士) 길 선생(吉先生)에게 바친 시들과 이후 여기에 차운한 여러 명사들의 시가 줄을 이어서 나온다.
[주D-026]봉수(鳳水)와 오산(烏山) : 선산(善山)의 봉계(鳳溪)와 금오산(金烏山)을 가리킨다. 길재는 봉계처사(鳳溪處士)와 금오산인(金烏山人)으로 일컬어지기도 하였다.
[주D-027]좌명(佐命)의 …… 새겼도다 : 고려의 많은 신하들이 태조 이성계를 도와서 개국공신의 영예를 누렸다는 말이다. 좌명은 천명(天命)을 받은 제왕의 창업을 보좌(輔佐)한다는 뜻으로 개국공신을 의미한다. 종정(鍾鼎)은 종과 솥처럼 오래도록 마멸되지 않을 금석(金石)을 뜻한다.
[주D-028]서산(西山)과 초택(楚澤) : 백이(伯夷) 숙제(叔齊)와 굴원(屈原)을 가리킨다. 백이 숙제가 주(周) 나라 곡식을 먹지 않고 수양산(首陽山)에서 고사리만 뜯어 먹다가 죽었는데, 서산은 수양산의 별칭이다. 전국 시대 초(楚) 나라 굴원이 굽히지 않고 바른 소리를 하다가 조정에서 쫓겨난 뒤에 지은 ‘어부사(漁父辭)’에 “못가를 어슬렁 걸어다니며 혼자서 읊조렸다.〔行吟澤畔〕”는 구절이 나온다.
[주D-029]고봉(孤峯) : 최준(崔浚)의 호이다. 그의 자(字)는 덕원(德遠)이다. 《월사집(月沙集)》 14권에 ‘최덕원(崔德遠) 준(浚) 에게 차운한 시’ 등 3편의 시가 나오는데, 포저의 이 시도 여기에 차운한 것임을 확인할 수가 있다. 《월사집》 15권 ‘만최첨지(挽崔僉知)’에 “그의 이름은 준(浚)이요, 송강(松江) 정철(鄭澈)의 생질이다.”라는 자주(自註)가 붙어 있으며, 그 만시의 말구에 “취한 뒤의 드높은 노래 어떻게 다시 들으리요, 고봉이 있는 남쪽을 보며 소매에 눈물을 적시노라.〔醉後高歌那復聽 孤峯南望淚盈裾〕”라는 표현이 나온다.
[주D-030]초(楚) 땅에 …… 할까 : 월사와 고봉 두 사람 모두 걸출한 재능의 소유자라는 말이다. 용천(龍泉)과 태아(太阿)의 두 보검이 옛날 오(吳) 나라 지역인 예장군(豫章郡) 풍성(豐城) 땅에 묻혀서 밤마다 북두성과 견우성 사이에 자기(紫氣)를 내뿜고 있다가 발굴되어 세상에 나왔다는 전설이 있는데, 보통 오초(吳楚)로 병칭하기 때문에 오(吳)를 초(楚)로 바꿔서 쓴 것이 아닌가 한다. 《晉書 卷36 張華傳》 연성은 연성벽(連城璧)의 준말로, 전국 시대 진(秦) 나라 소왕(昭王)이 조(趙) 나라 혜문왕(惠文王)에게 열 다섯 성과 바꾸자고 청한 초(楚) 나라 변화(卞和)의 이른바 화씨벽(和氏璧)을 말한다. 형(荊)은 형만(荊蠻)의 준말로, 초(楚) 나라의 별칭이다.
[주D-031]허전하고 …… 소리 : 친하게 지내다 세상을 떠난 사람을 추억하며 슬픔에 잠기는 것을 말한다. 삼국 시대 위(魏) 나라 혜강(嵇康)과 여안(呂安)이 사마소(司馬昭)에게 살해된 뒤, 그들의 친구인 상수(向秀)가 혜강이 살던 산양(山陽) 땅을 지나다가 이웃집에서 들려오는 피리 소리를 듣고는 옛 추억을 떠올리고 슬퍼하며 ‘사구부(思舊賦)를 지은 고사가 전한다. 《晉書 卷49 向秀傳》
[주D-032]어느 …… 있겠는가 : 장자(莊子)의 글을 보면 특히 ‘제물론(齊物論)’ 같은 곳에서 삶과 죽음이라는 것을 다르게 여길 것 없이 하나로 볼 줄 알아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지만, 죽음이란 사람에게 어쩔 수 없이 슬픈 것이 아니겠느냐는 뜻이다. 진(晉) 나라 왕희지(王羲之)의 ‘난정기(蘭亭記)’에 “죽음과 삶을 하나로 본다는 말도 허황된 것이요, 오래 살고 빨리 죽는 것을 같게 본다는 말도 함부로 지어낸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固知一死生爲虛誕 齊彭殤爲妄作〕”는 말이 나온다.
[주D-033]자하(紫霞)의 술 : 옛날 항만도(項曼都)라는 사람이 선인(仙人)에게 한 번 얻어 마시고는 몇 개월 동안 배가 고프지 않았다고 하는 술 이름으로, 보통 궁중에서 빚은 미주(美酒)를 비유하는데, 혹 유하주(流霞酒)라고도 한다. 《抱朴子 袪惑》
[주D-034]시대는 …… 해당하고 : 왕도정치(王道政治)를 행하는 성군(聖君)이 나올 때가 됐다는 말로, 인조반정(仁祖反正)을 미화한 말이다. 《맹자》 공손추 하(公孫丑下)에 “오백 년마다 왕자가 반드시 나오게 되어 있다.〔五百年必有王者興〕”는 말이 나오고, 진심 하(盡心下)에 요순(堯舜)과 탕(湯)과 문왕(文王)과 공자(孔子) 사이의 세월이 각각 5백여 년이라는 말이 나온다.
[주D-035]기회는 …… 만났도다 : 성군과 현신이 만나는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를 맞았다는 말이다. 진(晉) 나라 반악(潘岳)의 서정부(西征賦)에 “천 년에 한 번 있을 융성의 기회를 만났나니, 황상의 덕이야말로 천지와 일치하도다.〔遭千載之嘉會 皇合德于乾坤〕”라는 말이 나온다.
[주D-036]삼존(三尊)을 …… 있었던가 : 완평부원군(完平府院君) 이원익(李元翼)이야말로 모든 세상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자격이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는 말이다. 삼존은 삼달존(三達尊)의 준말로, 누구든 높이 받들어 모셔야 할 작위(爵位)와 고령(高齡)과 덕행(德行)의 세 가지를 말한다. 《孟子 公孫丑下》
[주D-037]삼태성(三台星)의 …… 끼쳤고 : 영의정인 이원익이 장수하면서 백성들에게 은덕을 골고루 베풀었다는 말이다. 삼태성은 삼공(三公)을 상징한다. 남극은 남극성(南極星)의 준말로, 사람의 수명을 주관한다는 노인성(老人星)의 별칭인데, 흔히 장수하는 노인을 비유할 때 이 별을 인용하곤 한다.
[주D-038]봉강(封疆) …… 지켰도다 : 이원익이 왜란(倭亂)과 호란(胡亂) 등 외적의 침입을 당했을 적에, 귀신도 따라오지 못할 만큼 신묘한 계책을 세워서 국난을 극복했다는 말이다. 당(唐) 나라 이화(李華)의 ‘조고전장문(弔古戰場文)’에 “나라의 수비는 사방의 오랑캐들을 잘 대처하는 데에 있다.〔守在四夷〕”는 말이 나오고, 두목(杜牧)의 ‘하평당항표(賀平黨項表)’에 “위엄은 풍정을 극하였고, 모책은 조화에 앞섰다. 암암리에 예산을 운용하여, 단독으로 신기를 결단하였다.〔威極風霆 謀先造化 潛運睿算 獨決神機〕”는 말이 나온다.
[주D-039]세상 …… 보겠도다 : 신분은 신하이지만 나라의 원로인 만큼 임금의 손님처럼 극진한 예우를 받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맹자》 만장 하(萬章下)에, 요(堯) 임금이 순(舜)과 번갈아 가며 주인이 되고 손님이 되면서 벗으로 지냈다는 말이 나온다.
[주D-040]석실(石室) : 양주(楊州)에 있는데, 김상헌의 호가 또 석실산인(石室山人)이다.
[주D-041]적성(赤城) : 도교(道敎)의 전설 속에 나오는 삼십육 동천(三十六洞天)의 하나로, 진(晉) 나라 손작(孫綽)이 ‘유천태산부(遊天台山賦)’에서 “적성의 붉은 노을이 일어나며 절로 표지가 세워진다.〔赤城霞起而建標〕”고 표현한 뒤로 선경(仙境)의 대명사로 쓰이게 되었는데, 여기에서는 진산군의 대둔산(大芚山)을 의미한다.
[주D-042]불평(不平)의 울림 : 한유(韓愈)가 지은 ‘송맹동야서(送孟東野書)’의 첫머리에 “대개 어느 존재를 막론하고 자기 뜻에 맞지 않으면 울림의 현상이 있게 마련이다.〔大凡物不得其平則鳴〕”라는 명언이 나온다.
[주D-043]금란(金蘭)의 벗 : 마음을 같이하는 벗이라는 뜻이다. 《주역》 계사전 상(繫辭傳上)에 “두 사람이 마음을 같이하면 쇠도 자를 수 있고, 그런 사람들의 말에서는 난초 향기가 풍겨 나온다.〔二人同心 其利斷金 同心之言 其臭如蘭〕”는 말이 나온다.
[주D-044]희년(稀年)을 …… 하나니 : 사람이 70세까지 살기도 지극히 어렵다는 말인데, 두보(杜甫)의 ‘곡강(曲江)’ 시에 “인생 70은 예로부터 드물었다오.〔人生七十古來稀〕”라는 명구가 나온다.
[주D-045]삼존(三尊) : 삼존은 삼달존(三達尊)의 준말로, 누구든 높이 받들어 모셔야 할 작위(爵位)와 고령(高齡)과 덕행(德行)의 세 가지를 말한다. 《孟子 公孫丑下》
[주D-046]전설을 …… 하나 : 요동(遼東) 사람 정령위(丁令威)가 신선이 되고 나서 천 년 만에 학으로 변해 다시 고향을 찾아 와서는 요동 성문의 화표주(華表柱) 위에 내려앉았는데, 소년 하나가 활을 쏘려 하자 허공으로 날아 올라가 배회하면서 “옛날 정령위가 한 마리 새가 되어, 집 떠난 지 천 년 만에 이제 처음 돌아왔소. 성곽은 의구한데 사람은 모두 바뀌었나니, 신선술 왜 안 배우고 무덤만 이리도 즐비한고.〔有鳥有鳥丁令威 去家千年今始歸 城郭如故人民非 何不學仙冢纍纍〕”라고 탄식하고는 사라졌다는 전설이 전한다. 《搜神後記 卷1》
[주D-047]오직 …… 있나니라 : 《논어》 옹야(雍也)에 “인을 행하는 자는 산을 좋아하고 고요하며 오래 산다.〔仁者樂山 仁者靜 仁者壽〕”는 공자의 말이 나온다.
[주D-048]어찌 …… 하겠는가 : 도가(道家)의 양생술(養生術) 같은 것에 현혹될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장자》 각의(刻意)에, 건강 증진법을 설명하는 가운데 “탁한 기운을 몸 밖으로 뱉어 내고 맑은 기운을 몸 안으로 들이마신다.〔吐故納新〕”는 말이 나온다.
[주D-049]옛날에 …… 순(旬)이라고 : 춘추 시대에 기(杞) 나라의 성을 쌓을 때 강현(絳縣)에서 동원된 노인이 있었는데, 그 노인도 모르는 나이를 추산해 보니 2만 6660일로 73세에 해당되었으므로, 조무(趙武) 즉 조맹(趙孟)이 자기 고을 출신의 노인을 토목공사에 동원한 책임을 지고 사과하며 우대했다는 고사가 전한다. 《春秋左氏傳 襄公 30年》
[주D-050]빙설(氷雪)처럼 …… 살결이요 : 《장자》 소요유(逍遙遊)에 “묘고야(藐姑射) 산에 사는 신인(神人)은 ‘살결이 마치 얼음이나 눈과 같은데〔肌膚若氷雪〕’, 오곡(五穀)은 먹지 않고서 바람을 호흡하고 이슬을 마시기만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주D-051]금초(金貂) : 황금당(黃金璫)과 초미(貂尾)로 장식한 관(冠)으로, 높은 품계의 관원을 뜻한다.
[주D-052]선행(善行)을 …… 알겠고요 : 《주역(周易)》 곤괘(坤卦) 문언(文言)에 “선행을 쌓은 집안은 반드시 자손에까지 경사가 미친다.〔積善之家 必有餘慶〕”는 말이 나온다.
[주D-053]장수(長壽)는 …… 믿겠네요 : 《논어》 옹야(雍也)에 “인을 행하는 자는 산을 좋아하고 고요하며 오래 산다.〔仁者樂山 仁者靜 仁者壽〕”는 공자의 말이 나온다.
[주D-054]삼존(三尊) : 삼존은 삼달존(三達尊)의 준말로, 누구든 높이 받들어 모셔야 할 작위(爵位)와 고령(高齡)과 덕행(德行)의 세 가지를 말한다. 《孟子 公孫丑下》
[주D-055]기이(期頤)의 복 : 백 년의 수명을 누리면서 자손의 봉양을 받는 것을 뜻한다. 《예기(禮記)》 곡례 상(曲禮上)에 “백 년은 인간이 살 수 있는 최고의 수명이니, 자손들은 최대한으로 봉양을 해야 마땅하다.〔百年曰期 頤〕”는 말이 나온다.
[주D-056]감지(甘旨)의 봉양 : 자녀가 효성스럽게 어버이를 받들어 모시는 것을 말한다. 《예기》 내칙(內則)에 “날이 샐 무렵에는 아침 문안을 올리고, 맛 좋은 음식을 올려서 효심을 표시해야 할 것이다.〔昧爽而朝 慈以旨甘〕”라는 말이 나온다.
[주D-057]색동옷 …… 있으시니 : 춘추 시대 초(楚) 나라의 은사(隱士)인 노래자(老萊子)가 나이 70에도 어버이의 마음을 기쁘게 해 드리려고 색동옷을 입고서 춤을 추며 재롱을 떨었다는 고사가 전한다. 《初學記 卷17 孝子傳》
[주D-058]장빈(漳濱) : 병에 걸려 신음한다는 뜻의 시어(詩語)이다. 건안 칠자(建安七子)의 하나인 삼국 시대 위(魏) 나라 유정(劉楨)이 “나는 심한 고질병에 걸린 탓으로, 맑은 장수 물가에서 와병 중이라오.〔余嬰沈痼疾 竄身淸漳濱〕”라고 표현한 데에서 유래한 것이다. 《文選 卷23 贈五官中郞將》

 

포저집 제1권
 시(詩)
만사(挽詞) 63수




선종대왕(宣宗大王)의 천릉(遷陵)에 즈음한 만사

역복을 선성에게 이어받고서 / 曆服承先聖
총명으로 백왕의 으뜸이 되셨나니 / 聰明冠百王
마음가짐은 순 임금과 우왕을 스승 삼고 / 存心師舜禹
뛰어난 덕은 요 임금과 탕왕을 이었도다 / 駿德繼堯湯
낭묘에 원로들을 초치하여 등용하고 / 廊廟登耆舊
주항에 준재들을 이끌어 들였으며 / 周行引俊良
보필하는 신하들을 예법으로 대하였고 / 臣鄰待以禮
백성들을 다친 사람 보는 듯하셨도다 / 民物視如傷
은일의 선비들을 산림에서 찾아내고 / 逸士搜巖穴
유능한 인재들을 상서에서 길렀나니 / 人才育序庠
은혜가 흡족한 시대를 장차 보게 되고 / 行看恩薄洽
덕치의 교화가 점점 향기롭게 되었도다 / 馴致德馨香
그런데 국운이 웬 일로 중도에 막혀 / 天步何中否
왜적이 그만 제멋대로 날뛰는 바람에 / 倭夷乃陸梁
초분이 험악해지는 다급한 상황에서 / 蒼黃楚氛惡
멀리 촉산으로 순수를 하시게 되었도다 / 巡狩蜀山長
다난해도 하늘의 도수가 원래 있는지라 / 多難元天數
다시 회복해서 광복의 기쁨을 맞이하여 / 重恢復日光
강토를 보전하고 안정되게끔 하였으니 / 已全寰宇謐
거룩한 대왕의 공이 더욱 드러났도다 / 益見聖功彰
정수에 안개와 구름 암담하게 뒤덮이고 / 鼎水煙雲暗
오산에 풀과 나무 황량하게 우거졌나니 / 梧山草樹荒

슬퍼라 틈새를 지나는 일백 년 인생이여 / 百年悲過隙
만백성 애끊는 듯 비통 속에 잠겼어라 / 萬姓痛摧腸
전장과 법도가 지금도 여전히 남아 있고 / 典則今猶在
안 계셔도 그 현친을 못 잊어 하는 가운데 / 賢親沒不忘
이괘의 밝음이 이미 둘이나 일어났으니 / 离明旣兩作
국가의 대업이 자연히 거듭 창성하리로다 / 大業自重昌
뜻을 잘 계승하고 모훈을 준수하며 / 善繼遵謨訓
순수하고 참되게 약상을 받들던 중에 / 純誠奉禴嘗
물이 주 나라 계묘에 침입한다는 말이 있어 / 水侵周季墓
사람들이 송 나라 황당을 의논하였어라 / 人議宋皇堂

추모하는 효손의 심정이 끝이 없어서 / 追孝思無極
혼령을 혹시 놀라게 할까 두려워하며 / 安靈恐有妨
시초와 거북점을 쳐서 길조를 얻은 뒤에 / 蓍龜得吉兆
옛 능과 가까운 등성이로 옮기게 되었어라 / 松柏近先岡
상설을 하며 신읍을 경영함은 물론이요 / 象設營新邑
옛 능묘의 의관도 모두 새로 바꾸면서 / 衣冠改舊藏
임금님 마음에 후회가 없도록 하였나니 / 宸情期勿悔
복된 땅이 상서를 두루 갖추게 되었도다 / 福地協諸祥
이제 국운이 천년 만년 끝없이 이어지고 / 寶祚綿千祀
뭇 생령이 안락을 길이 누리게 되었는데 / 羣生獲永康
미천한 신하가 옛날의 일을 떠올리면서 / 微臣思昔日
우러러 절하노라니 눈물이 가득 고입니다 / 瞻拜涕盈眶

인조대왕(仁祖大王)의 만사

만물에 으뜸으로 나오신 총명함과 / 聰明出庶物
삼왕을 이은 성대한 덕을 지니시고 / 懋德繼三王
어렵고 큰 선왕의 기업을 계승하여 / 艱大嗣先業
인자한 은덕을 온 누리에 펼치셨도다 / 仁恩覃八方
인륜이 일찍이 무너지고 타락하여 / 彛倫曾斁廢
종사가 멸망의 위기에 봉착했을 때 / 宗社阽危亡
백성들은 모진 피해를 당한 반면에 / 萬姓罹凶害
간신들은 못할 짓 없이 날뛰었도다 / 羣奸恣陸梁
하느님이 성상의 덕을 돌아보시자 / 天心眷聖德
그림자가 따르듯 충신들이 모여들어 / 影附聚忠良
하루도 못 되어 요기가 활짝 걷히고 / 不日妖氛豁
하루아침에 대의가 널리 펼쳐졌도다 / 崇朝大義張
비렴은 처형하여 저자에 진열하고 / 飛廉就顯戮
창읍은 황량한 변방에 유배하였으며 / 昌邑放遐荒
성모는 궁전으로 다시 모셔 오고 / 聖母迎宮壺
현신을 다시 조정에 나오게 하였도다 / 賢臣進廟堂
걱정하고 애쓰면서 병폐를 제거하여 / 憂勞除弊瘼
정치가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였나니 / 治化復平康
덕정에 감화됨이 포로처럼 신속하고 / 德被蒲蘆速
은택이 빗줄기처럼 내려지는 가운데 / 恩行霔雨霶
조정은 엄숙하게 기강이 확립되고 / 朝紳見肅穆
서민은 즐겁게 농사짓게 되었도다 / 民庶樂田疆
비와 태는 원래 서로 순환하는 것이라서 / 否泰元相代
병란과 흉년으로 몇 차례 재앙도 당했다만 / 兵荒屢作殃
세상의 운세가 어렵고 힘들다 할지라도 / 艱難屬世運
경계하고 격려하며 국가의 기강을 떨쳤도다 / 惕勵振王綱
하늘의 경고를 요탕도 받지 않았던가 / 天警堯湯遇
완악한 삼묘를 순우도 당하지 않았던가 / 苗頑舜禹當
조화의 공에 끼일 만한 지극한 정성으로 / 至誠參造化
긍휼히 여겨 만신창이를 일으켜 세웠기에 / 勤恤起痍瘡
민심이 흡족하여 길이 받들기 원하면서 / 願戴群情洽
임금님 오래 사시기를 모두 기원하였는데 / 咸祈聖筭長
정호에 용의 그림자 멀리 사라지고 / 鼎湖龍影遠
몽사에 태양이 떨어져 깊이 잠겨서 / 濛汜日光藏
우위는 빈 골짜기로 자리를 옮겨 가고 / 羽衛移空谷
운소만 아스라이 제향 위에 감도누나 / 雲韶杳帝鄕

예전에 이 몸이 초야에 묻혀 있다가 / 昔臣從草野
창성한 시대를 만났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 何幸際時昌
지위는 외람되게 경재에까지 올라갔고 / 致位叨卿宰
청반도 모두 역임하며 의기양양하였어라 / 淸班盡歷揚
그동안 보살펴 주시는 은총을 받았는데 / 從來蒙眷寵
털끝만큼도 보답해 드릴 길이 없었으니 / 無路報毫芒
통곡을 하며 옛날 일을 떠올리는 지금 / 慟哭思前日
오장이 찢기는 슬픔을 어떻게 참으리요 / 那堪裂肺腸

권 좌랑(權佐郞) 득이(得已) 의 죽음을 애도하며

풍도와 절조 드높이 공경들을 내려다보며 / 高風峻節傲公卿
그동안 혼탁한 세상에서 독야청청하였도다 / 世混由來見獨淸
영예를 사양해 상자의 뒤를 따른 것만도 기뻤는데 / 已喜辭榮追向子
바다에 들어가 봉맹을 본받았다는 말을 바로 들었지 / 旋聞入海效逢萌
옛 시대 인물을 본 것 같아 항상 찬탄하였는데 / 同時每嘆如殊代
병에 걸려 이승 저승 나뉠 줄 어떻게 알았으랴 / 一疾那知隔此生
멀리 생각건대 이 세상의 선류들 중에 / 遙想寰中諸善類
몇 사람이나 나처럼 슬프게 애도할는지 / 幾人嗟悼似吾情

계운궁(啓運宮)의 만장(挽章)

멀리 고려 시대부터 경사가 이어진 가문 / 流慶垂休遠自麗
왕실에 출가하여 덕성이 모두 걸맞았네 / 于歸王室德咸宜
현성을 독생하여 혼란한 세상을 극복하고 / 篤生賢聖傾時否
요순의 뜻을 세워 태평을 이루게 하였다오 / 邁志唐虞致世熙
나라를 받들어 봉양하는 효도를 받는 때에 / 大孝方隆一國養
병마가 느닷없이 백 년의 수명을 재촉했네 / 沈痾遽促百年期

온 나라가 다투어 앙망하며 극진히 애도하니 / 邦人爭仰情文盡
풍초처럼 풍속이 절로 감화된 것을 알리로다 / 風草應知俗自移

정수몽(鄭守夢) 엽(曄) 의 죽음을 애도하며

성군이 출현하신 천재일우의 기회에 / 聖作千年會
이팔의 재능 지니고 조정에 올랐어라 / 朝登二八才
학궁에선 글 읽는 소리 낭랑하게 하고 / 弦歌興泮璧
어사대에선 기강을 엄숙하게 하였어라 / 綱紀振霜臺

앞으로 달려갈 길이 아직 멀고 멀건만 / 未極長途騁
큰 건물의 서까래가 느닷없이 부러졌네 / 俄摧大廈材
일찍이 소문의 소망 이룬 바도 있었기에 / 掃門曾遂願
이렇게 만사 지어 슬픔을 토로하나이다 / 薤露寫悲哀

성 영동(成永同) 문준(文濬) 에 대한 만사

동방에 오래 전에 전래된 우리 도가 / 吾道東來久
파산에서 양대에 걸쳐 다시 전해졌네 / 坡山兩世傳
학문의 연원은 집안에서 유래했고 / 淵源自家學
어진 명성은 제현에 울려 퍼졌어라 / 德譽動諸賢
요순 시대의 뜻을 시험해 보지 못한 채 / 未試唐虞志
기애의 연세에 끝내 세상을 마쳤구려 / 終摧耆艾年
이 몸을 알아줌이 일찍이 얕지 않았기에 / 遇知曾不淺
만사를 지으려니 눈물이 끝없이 흐릅니다 / 薤露涕漣漣

원 우윤(元右尹) 황(鎤) 의 죽음을 애도하며

곧은 절조가 실로 화살 같아서 / 直節良如矢
빈궁과 영달에 끝내 변치 않았네 / 窮通竟不移
천하의 선비와 벗할 줄을 알았거니 / 乃知天下士
세상 아이들에게 눈길이나 줬으리요 / 豈效世間兒
선인을 돕는다는 말은 참으로 허언이라 / 與善眞虛語
외로운 충성심 안고 그만 세상 떠났구려 / 孤忠遽止斯
내가 왜 헤일 수도 없이 눈물을 흘리냐고요 / 吾何泣無數
지금부터는 나의 종기를 잃었으니까요 / 從此失鍾期

오 지사(吳知事)에 대한 만사

전장에 임했던 날 얼마나 씩씩하였던가 / 仡仡臨戎日
용맹스러운 노장의 명성 한껏 날렸어라 / 桓桓老將名
높은 연세는 일흔을 훌쩍 뛰어넘었고 / 尊年踰七秩
추부에서는 고경의 반열에 오르셨다오 / 樞府列孤卿
시작한 일을 손자에게 물려주고서 / 緖業歸孫子
문장 실력으로 서울을 진동시켰지요 / 文章動洛京
이 세상에서 무슨 유감이 있으리이까 / 世間奚所憾
영원한 안식처에서 편히 눈을 감으시라 / 暝目就佳城

성 무주(成茂朱) 협(浹) 의 죽음을 애도하며

선생은 이 세상 속의 기인으로서 / 夫子世中奇
마음가짐이 혜와 이를 합쳤다 할까 / 持心惠且夷
이른 나이에 세속을 비루하게 여기고서 / 早歲鄙流俗
옛것을 좋아하며 엿보지 않음이 없었어라 / 好古無不窺
끊어졌던 학문이 송에서 이어져 내려오며 / 絶學繼自宋
그 학설이 하도 넓어 끝이 보이지를 않자 / 其言浩無涯

흐름 속으로 빠져 들어 깊이 몸을 담그고서 / 沈潛涉其流
정밀한 의리의 귀취를 끝까지 구명하였어라 / 精義窮所歸
통달한 그 식견으로 세상을 초월하였으니 / 達識旣高世
명예와 이끗의 길을 어찌 좇으려 하였으랴 / 肯從名利歧
모난 자루와 둥근 구멍은 끝내 어긋나는 법 / 枘鑿竟不合
흰머리 되도록 진흙탕 길을 감수하였어라 / 皓首甘塗泥
평소 사람 구제하려는 경세제민의 뜻을 / 平生濟人志
의술로 방향을 전환하여 널리 베풀면서 / 反托醫方施
살려낸 사람이 무려 몇 천 명에 달했으니 / 所活幾千人
범로가 생각했던 것과 실로 일치하였는데 / 范老誠一規
선생의 도가 높은 것을 그 누가 알았으리 / 道尊人莫知
의술이 심오한 것만 짐작하였을 뿐이었네 / 但知深於醫
후학인 나도 나름대로 작은 뜻 지니고서 / 末學抱微尙
세상과 서로 등 돌리고 치달리는 동안 / 與世相背馳
쓸쓸하게도 동행할 사람 찾지 못한 채 / 涼涼誰與偶
강습에 도움 받을 곳도 보이지 않았는데 / 講習無所資
유독 어르신께서 돌보아 주신 그 덕분에 / 獨蒙長者顧
다행히도 가르침 받고 인도를 받았었지 / 幸煩誨且提
생각하면 예전에 선생을 처음 뵈었을 때 / 念昔初承顔
연세가 실로 나보다 갑절이나 많았는데 / 尊年實倍之
한번 눈을 마주치자 그 속에 도가 있어 / 目擊道斯存
서로들 진심을 숨김없이 터놓게 되었지요 / 肝膽相爲披
자기를 알아주는 이가 예로부터 흔하던가 / 知音古來少
나이의 많고 적음을 마침내 잊게 되었는데 / 遂忘年差池
부끄럽게 정장과 같은 어진 덕도 없는 터에 / 慚非鄭莊賢
현달로부터 추중을 외람되게도 받았다오 / 猥被賢達推
그동안 흐른 세월 어찌 많지 않으리요 / 日月豈不久
지금 어느덧 스무 해가 되려 하는데 / 于今卄載垂
그중에도 생각하면 지난 십 년 동안은 / 憶昔十年間
서로 모여 서울에서 함께 어울렸지요 / 相聚在洛師
벗으로 지내시던 한두 분 선생 역시 / 有友一二生
모두 월등한 인품을 지닌 분들이라서 / 俱是超人姿
저녁 늦게까지 담론을 벌이기도 하고 / 談論或竟夕
말을 타고 빈번하게 뒤따라 다니면서 / 鞍馬頻追隨
근원을 탐색하여 천인의 관계를 규명하고 / 探源極天人
의리를 분석하여 추호도 빠뜨림 없었지요 / 析義分銖錙
소득이 있으면 함께 토론도 벌이고 / 有得共論討
의심이 있으면 공동으로 사유하면서 / 有疑同思惟
난초 향기처럼 그 마음이 같았나니 / 同心臭如蘭
이런 낙을 이 세상에서 쉽게 얻으리요 / 此樂世間稀
좋은 일은 원래 오래갈 수 없다던가 / 盛事不可久
새벽 별빛처럼 홀연히 서로 흩어져서 / 星散忽分離
각각 다른 곳으로 이별하게 되었는데 / 分離各異地
그중에서 영남 길은 더욱 요원하였어라 / 嶺路尤阻脩
연로한 어르신이 천리 멀리 계시건만 / 几杖隔千里
누구를 통해 소식을 전할 수나 있었으리 / 音信傳憑誰
빨리 가난해지는 것이 사리상 당연하다 해도 / 速貧理固宜
궁벽한 산골에서 얼마나 기한을 참으셨을까 / 窮山忍寒饑
한번 찾아뵈려는 뜻을 이루지 못한 채 / 未諧命駕志
부질없이 경수의 생각만 쌓여 갔는데 / 徒積瓊樹思
어찌 알았으리요 부음이 전해질 줄을 / 寧知訃書至
밥상을 대하고서도 놀라 탄식하였어라 / 當食驚且咨
봉함을 뜯어 돌아가신 날짜를 보고서는 / 發封見月日
목놓아 슬피 울며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 長呼涕漣洏
신위를 만들어 놓고 절에서 곡을 하노라니 / 爲位哭僧廬
아득히 남쪽 하늘가에 비바람이 치더이다 / 風雨杳南陲
예전에 뵐 때는 기운이 아직 정정하셨고 / 曾見氣貌壯
수염과 머리가 조금도 쇠하지를 않았는데 / 髭髮不少衰
어떻게 해서 갑자기 이렇게까지 되었나요 / 如何奄至此
사람의 수명은 참으로 알기가 어렵구려 / 壽者誠難知
어쩌면 헤어진 뒤 칠팔 년의 세월 동안 / 別來七八年
예전과 달라져서 그런 것은 아니리까 / 無乃異前時
일찍이 삶과 죽음의 이치를 얘기하면서 / 嘗言死生理
취산은 우리의 소관이 아니라고 하셨으니 / 聚散非吾私
이번에 죽음의 변화를 맞이했을 적에도 / 於今已觀化
생각건대 헌신짝 버리듯 태연하셨으리라 / 想應恬如遺
생각하면 예전에 도성 서쪽 초당에서 / 憶昔城西廬
발 포개고 이불 함께 덮으며 지냈는데 / 交跖同衾帷
한번 이별하고 나서 이승 저승 갈렸으니 / 一別遂今古
그런 즐거움을 다시는 누리지 못하겠네 / 玆遊已莫追
혜자의 무덤 지나면서 장생도 슬퍼했고 / 莊生哀惠子
종기가 죽자 백아도 거문고를 버렸나니 / 伯牙悲鍾期
마음 알아주는 이를 어찌 다시 얻으리요 / 知心復何得
이렇게 통곡하는 것도 당연하지 않으리까 / 此慟寧不宜
나는 평소에 시문을 잘 짓는 솜씨가 없고 / 平生乏詞藻
붓과 벼루도 내버려 둔 지 이미 오래인데 / 筆硯久廢委
지금 선생의 죽음을 통곡하는 이 마당에 / 今爲哭夫子
어설픈 글로나마 애도를 하지 않으리요 / 可無抽蕪辭
이렇게라도 나의 정을 쏟지 않을 수 없었으니 / 聊爾寫吾情
이것이 어찌 시를 잘 지을 줄 알아서리이까 / 豈是能爲詩

민중경(閔重卿)에 대한 만사

옛날에 내가 산림과 계곡 찾아가서 / 昔我蹈林壑
그대와 마을을 함께하며 지낼 적에 / 與子同里社
그대의 농장은 반곡 안에 자리했고 / 仙莊盤谷中
나의 오두막은 도봉 아래 있었지요 / 敝廬道峯下
그 당시 하늘과 땅의 기운이 막혀 / 是時天地閉
수레도 버리고서 자취를 끊었는데 / 絶迹車已舍

다행히도 마음이 같은 한 분이 계셔서 / 唯幸同心人
형체를 잊고 전야에서 함께 노닐었다오 / 忘形在田野
술이 있으면 항상 둘이서 기울였나니 / 有酒常共傾
여름 겨울 상관없이 초청하고 찾아가며 / 招尋無冬夏
눈 속에서 술 항아리를 열기도 했고 / 或開雪中缸
꽃 사이에서 술잔을 들기도 했지요 / 或把花間斝
그대의 아들은 또 재질이 출중해서 / 賢子才出群
참으로 보기 드물게 총명하였는데 / 穎悟誠爲寡
나에게 뭔가 배우려고 기대하면서 / 從吾冀有聞
유아한 인물이 되겠다고 다짐하기에 / 立心期儒雅
오도를 강론하며 수사까지 올라가고 / 講道泝洙泗
글을 평론하며 반마도 언급하였지요 / 論文及班馬
그대 집안의 부자 사이에 노닌 그 덕분에 / 君家父子間
흐뭇하게 지냈으니 다른 무엇이 필요할까 / 情好寧外假
서로 따르며 친하게 지낸 십여 년 동안 / 相從十數年
우리 둘 다 즐거워서 떨어지지 못했지요 / 懽然兩不捨
용이 날아올라 온 세상이 맑아져서 / 龍飛寰宇淸
초야에서 현인들이 떨쳐 일어날 적에 / 草澤群賢起
이 몸도 띠풀처럼 함께 뽑혀 나왔는데 / 我從茅茹征
그대는 사슴과 벗하며 그대로 머물렀지요 / 君隨麋鹿止
한번 헤어지고 나서 어느새 몇 년 세월 / 一別幾寒暑
구름 낀 산속과 떨어진 복잡한 도성에서 / 雲山隔城市
나랏일로 날마다 정신없이 바쁜 가운데 / 王事日鞅掌
언제고 그칠 사이 없이 노심초사하는 동안 / 勞悴何時已
얼굴이며 머리카락 풍진에 모두 바뀌면서 / 風塵顔髮改
인생의 석양이 점점 다가오는 걸 느꼈다오 / 頹暮覺漸邇
예전에 노닐었던 일을 돌이켜 생각건대 / 回思昔日遊
고상한 흥치 즐기면서 환희에 찼었는데 / 高興眞可喜
이젠 다시 얻지 못할 까마득한 추억이라 / 邈然難復得
헛된 이름 탓하면서 혼자 탄식만 하였는데 / 自嘆浮名累
반가운 소식을 오래도록 듣지 못하던 차에 / 好音久未聞
부음이 전해지다니 이것이 어찌 된 일이요 / 訃書胡乃至
이제 그대를 다시는 만나 볼 수 없으니 / 嗟哉不可見
바람 앞에 비통한 눈물 흩뿌릴 수밖에요 / 臨風洒哀淚
벗님들도 하나 둘 날이 갈수록 떠나가니 / 朋知日凋喪
우리 인생은 여인숙의 길손과 같소그려 / 此生還如寄
아 그대의 성품은 평화롭고 담박해서 / 嗟君冲淡性
다른 사람들과 갈등을 빚는 일도 없이 / 與物無崖異
평생토록 하나의 동산을 지키고 살면서 / 平生守一丘
몸 밖의 공명 따위는 바라지도 않았고 / 不向身外冀
그대의 자제 역시 스스로 설 줄 알아 / 有子能自立
뜻과 행동이 옛사람과 견줄 만하였지요 / 志行古人比
사람의 삶이란 것은 실로 하루살이요 / 人生眞蜉蝣
세상만사도 모두 하나로 돌아가는 것 / 萬事皆一致
장수와 요절도 오히려 같다고 할 것인데 / 壽夭尙可齊
곤궁과 영달 따위야 더구나 관심을 둘까 / 窮達况致意
시시한 세상 속에서 또 무엇을 하기보단 / 悠悠更何爲
솔 아래 땅에서 길이 쉬는 것이 나으리라 / 永歸松下地
길도 멀지만 관직에 몸이 또 묶였으니 / 路遠官又係
어떻게 찾아가서 영결을 할 수 있으리요 / 何由得歸視
애오라지 이렇게 애도하는 글을 엮어 / 聊此綴哀詞
끝없는 내 생각을 토로하는 바이외다 / 寫我無限思

구 주부(具主簿)에 대한 만사

사람이 태어나 장수하기 바라지만 / 人生願爲壽
칠십까지 살기도 예로부터 드문 법 / 七十稀於古
비록 미천하고 빈궁했다 말하지만 / 雖云賤且貧
그래도 장흥고 주부의 신분이시오 / 猶主長興簿
비록 아들은 두지 못했다 하지만 / 雖無一男子
외손이 무려 다섯이나 되지 않소 / 外孫多至五
끝없이 펼쳐진 하늘과 땅 사이에 / 悠悠天地間
하나의 기운이 흩어지고 모이면서 / 一氣紛散聚
온갖 종류의 현상들이 생겨났나니 / 賦物有萬類
모두 우연일 뿐 누가 주재하였겠소 / 偶爾誰是主
귀하고 천하든 장수하고 요절하든 / 貴賤與壽夭
기뻐하고 성낼 것이 뭐가 있으리요 / 奚足爲喜怒
그대 정도만 되어도 자족해야 하리니 / 如君亦自足
그대보다 못한 이들도 부지기수라오 / 不如者何數
달인은 어떤 상황에도 편히 거하다가 / 達人安所遇
자연의 변화 따라 땅으로 돌아가외다 / 隨化歸於土
두 집안이 인척 관계를 맺은 이래로 / 自從婚媾來
여러 차례나 얼굴을 접하곤 하였는데 / 屢幸接眉宇
근년에 새벽별처럼 각자 흩어지고 나서 / 邇年各星散
남포와 멀리 떨어져 소식이 끊긴 중에 / 音塵隔南浦
다정하게 지내던 우리 민 사의로부터 / 慇懃閔司議
옥수가 꺾였다는 말을 홀연히 전해 듣고 / 忽傳摧玉樹
깜짝 놀라 슬퍼하며 탄식을 하노라니 / 怛然驚且悲
남쪽 하늘에 비바람이 암담하더이다 / 南天暗風雨
지금 갑자기 이승 저승 나뉘었으니 / 幽明倏已分
한평생 그 모습을 어떻게 다시 보리 / 一生那復覩
그저 이렇게 만사를 지어 부치오마는 / 聊爾寄哀詞
마음속의 감회야 어떻게 다 토하리요 / 此懷寧盡吐

어떤 이에 대한 만사

기린각의 훈명이 백미에 속하였고 / 麟閣勳名屬白眉
반룡의 사적이 동료 중에 월등했네 / 攀龍事蹟出倫夷
가정에서 영웅의 솜씨를 길러 내어 / 家庭養出英雄手
억만 년 사직의 기틀을 조성하였도다 / 社稷扶成億萬基
우도를 잡고 소읍을 지금 재단하는 중에 / 方見牛刀裁小邑
어찌하여 계몽을 꾸고 명을 재촉하였는가 / 柰何鷄夢促脩期
태의가 약을 보내고 중관이 조문하였으니 / 太醫送藥中官弔
앞뒤로 받은 은혜와 영광 누가 비슷하리요 / 前後恩榮孰似之

유회보(柳晦甫) 찬(燦) 의 천장(遷葬)에 즈음한 만사

생각나네 옛적에 이 상국에게 수학할 때 / 億昔受學李相國
그대와 내가 한동네에서 살았던 일이 / 君居乃與同井里
그 당시는 우리 모두 소년 시절이었는데 / 是時與子俱少年
말쑥한 얼굴에 가사인 것을 금방 알았다오 / 粉面一見知佳士
어울려 노닐며 담소한 지 얼마 되지 않아 / 相從晤語時未幾
구름과 물 저 너머로 멀리 헤어졌는데 / 相別悠悠隔雲水
흰머리 되어 지난날을 지금 추억하며 / 如今皓首思曩日
손꼽아 보니 벌써 삼십육 년 전이로세 / 屈指倏忽經三紀
그동안 천지가 온통 어둠 속에 파묻혀서 / 向來天地屬晦暝
삼강오륜이 무너지고 인륜이 끊어진 채 / 綱常淪亡絶人理
흉도가 포학하게 구는 참혹한 때를 맞아 / 羣凶逞虐酷周來
사람을 잡아 죽이기를 풀을 베듯 하였지 / 殘滅人生類草薙
그대의 부옹은 장자의 칭호를 받으면서 / 君家婦翁稱長者
수양의 어른으로 선정을 베풀고 있었는데 / 作尹首陽施政美
근거 없는 죄를 얽고 투망질을 하듯 하여 / 無端羅織如網加
화가 계속 퍼진 끝에 그대까지 당했지 / 其禍連延及之子

지분 옥쇄한 이 일을 끝내 어디에 호소하랴 / 芝焚玉碎竟何訴
밝은 태양도 빛을 잃고 참담하기만 하였는데 / 白日慘慘無光晷
나는 그때 종적을 감추고 강호에 거하면서 / 我時埋蹤在江湖
아무 말 못한 채 초야에서 마음만 아팠다오 / 嘿嘿傷心草莽裏
원래 예덕은 하늘이 싫어하는 바라 / 由來穢德天所厭
하늘과 땅을 세척하고 성인이 일어나서 / 洗滌乾坤聖人起
간악한 흉적을 처형하여 세상을 맑게 하고 / 姦兇伏罪寰宇淸
억울한 죽음을 애도하며 제사를 내렸도다 / 悼悶無辜紛贈祀
지하에 숭반의 은총이 영광스럽게 가해지고 / 崇班泉下耀恩榮
자제도 수록되어 벼슬길 빛나게 올랐으니 / 收錄遺孤登顯仕
천도는 막막해 못 믿겠다 그 누가 말했는고 / 誰言天道漠難憑
천리를 믿을 수 있는 것을 여기에서 알겠도다 / 到此方知理可恃
당시 초상을 치를 적에 너무도 창황해서 / 當時窀穸事蒼黃
좌씨가 말한 대로 장례가 미흡했는지라 / 葬故有闕徵左氏
지관이 터를 잡아 새로운 묘역을 얻었는데 / 靑烏載卜得新阡
산과 물이 감싸고 돌아 복 받을 명당 자리 / 山川鬱紆宜祥祉
지금부터는 이곳에서 길이 안식을 취하리니 / 眞宅從玆萬世安
가련토다 자식의 도리를 이제야 마쳤구나 / 可憐子道其畢矣
그대와 나의 옛 교분을 자제가 알고서는 / 孤子知吾實有舊
한 폭의 애도하는 글을 은근히 청하기에 / 一幅慇懃求作誄
아스라이 옛날 일을 추억하여 지으면서 / 茫然追記昔年事
시종 슬프고 기쁜 소회를 모두 토로했소이다 / 備寫始終悲且喜

인열왕후(仁烈王后)에 대한 만사 2수

국가 중흥의 성대한 운세를 만나 / 運値中興盛
십란의 재질로 치세를 이뤘도다 / 治因十亂才

규방의 예의범절이 이미 정대했는지라 / 閨闈儀已正
바람 앞의 풀처럼 풍속이 변화되었도다 / 風草俗能回
대춘의 장수를 모두 축원하던 차에 / 共祝長椿壽
소내의 재변을 만나 경악하였도다 / 翻驚素柰災
어진 은혜가 백성들 마음에 사무쳤으니 / 恩仁入人遠
산골 벽촌에서도 모두들 슬퍼하리로다 / 窮谷盡銜哀

서원의 경사가 멀리 뻗쳐서 / 西原餘慶遠
왕실의 휘음을 이으셨도다 / 王室嗣音徽

곤극이 한창 경사를 펼치는 때에 / 坤極方流慶
헌성이 홀연히 빛을 감추었도다 / 軒星忽隱輝

바른 몸가짐은 여훈에 드리워지고 / 儀刑垂女訓
검소한 덕은 남긴 옷에 드러났도다 / 儉德見遺衣
남국에서 관저를 노래한 것처럼 / 南國關雎詠
천추토록 후비를 찬양하리로다 / 千秋美后妃

고(故) 하 사부(河師傅) 낙(洛) 의 천장(遷葬)에 즈음한 만사

한 사람의 몸에 장원과 제이명(第二名) / 壯元第二一人身
천백 년 이래로 어찌 흔한 일이리요 / 千百年來見豈頻
대궐에 상소 올려 바른 의논 신장했고 / 抗疏紫宸伸正議
칼날 앞에 몸을 던져 인륜을 세웠도다 / 捐軀白刃植彛倫

삼엄한 사기는 역사책 속에 기록되고 / 森嚴辭氣傳方冊
충효의 가성은 사방을 진동시켰도다 / 忠孝家聲聳四鄰
이제 고향 땅에서 편히 쉬게 되었나니 / 窀穸故山今有日
죽어서도 그 명성 영원토록 전하리라 / 名稱沒世永無垠

홍생(洪生)에 대한 만사

나와 홍 양재의 교분으로 말하면 / 我與洪良宰
아동 시절 이웃으로 노닐던 사이 / 兒時實接鄰
아들을 두었으니 참으로 한혈마요 / 有男眞汗血
뛰어난 가락은 양춘곡에 견줬어라 / 絶調比陽春
계림의 나뭇가지 꺾지 못한 채 / 未折林中桂
자리 위의 보배가 문득 깨졌구나 / 飜摧席上珍

왔다가 가는 인생 일장춘몽이거니 / 去來還一夢
어찌 꼭 눈물로 수건을 적시리요 / 何必涕沾巾

이 병판(李兵判) 부인에 대한 만사

삼한에서 으뜸으로 명망 있는 집안에서 / 望族三韓甲
덕을 쌓은 가문으로 시집을 오셨다네 / 于歸積德門
존귀한 봉호가 교서 위에 빛나는 데다 / 崇封光紫誥
방백을 역임해서 영광을 또 누렸다오 / 榮享歷雄藩
진수에 걸릴 줄을 어찌 생각했으리요 / 何意嬰晉竪
초혼을 복하다니 다시 깜짝 놀랐어라 / 飜驚復楚魂
슬프고 처량하다 호리로 가는 길이여 / 悲涼蒿里路
환한 대낮에 황량한 언덕에 묻히다니 / 白日閉荒原

청음(淸陰) 김 판서(金判書)의 숙모에 대한 만사

사대에 삼공을 배출한 벌족이라면 / 四世三公族
문벌이 휘황하게 빛나는 가문이라 / 門闌赫赫輝
임금의 은혜가 군읍에 누차 내리고 / 王恩屢郡邑
부덕은 시부모님에게 흡족하였도다 / 婦德洽庭闈
석인에 대한 한은 있었다 하더라도 / 縱有碩人恨
택상을 의지하고 기댈 수 있었어라 / 猶從宅相依

고금에 누가 구십의 수명을 누렸던가 / 古今誰九十
칠순의 나이도 드물다고들 말하는걸 / 七秩亦云稀

목 참의(睦參議)의 부인에 대한 만사

전통을 자랑하는 삼한의 벌족 / 閥閱三韓舊
도요의 지자가 화락케 하였도다 / 桃夭之子宜
낭군은 일찌감치 조정에 진출하여 / 郞君曳裾早
진신 사이에서 문장으로 이름난 분 / 詞藻搢紳推
금슬의 즐거움이 한창 무르녹는 때에 / 琴瑟歡方恊
봉황의 그림자 하나 홀연히 사라졌네 / 鸞凰影忽離
동쪽 성곽 길에 나부끼는 붉은 만장 / 丹旌東郭路
석양빛 속의 백양나무 서글프도다 / 殘日白楊悲

강 좌윤(姜左尹) 인(絪) 에 대한 만사

자취는 뒤섞여서 티끌 세상 따랐지만 / 混迹隨塵世
마음은 보존하여 옛 성현을 사모했네 / 存心慕古賢
경서를 연구하여 깊은 도리 깨우치고 / 窮經玄理遂
고을에 베푼 선정 길이 전해지는도다 / 爲郡政聲傳
재신의 반열에서 원로 뒤를 따르다가 / 宰列趨黃髮
번화한 거리에선 주선을 또 압도했지 / 康衢倒酒仙
통달한 사람에게 불가할 것이 있으리요 / 達人無不可
실로 유유자적하게 왔다가 그냥 갈 뿐 / 來去信悠然

오 승지(吳承旨) 숙(䎘) 에 대한 만사

애석하도다 우리 오 승지여 / 可惜吳承旨
문장으로 사해에 이름을 전하신 분 / 文章四海傳
세 차례나 관찰사로 공명을 수립했고 / 功名三按節
두 번이나 사신으로 중국에 다녀왔지 / 使事再朝天
바야흐로 탄탄대로 달리리라 여겼는데 / 方見長途騁
강사의 나이에 그만 꺾이고 말았는가 / 飜摧强仕年
슬픈 만사 지어서 멀리 부치려고 하니 / 哀詞寫寄遠
남쪽 묘역에 비바람 소리 아득하오그려 / 風雨杳南阡

이지봉(李芝峯) 수광(睟光) 에 대한 만사

천황의 물결에 산악의 영기를 받으신 분 / 派出天潢岳降神
시풍은 성당이요 인품은 옥과 같았어라 / 盛唐詩調玉其人
맑고 고결한 명망으로 상의 은총 듬뿍 받고 / 淸脩標望傾宸眷
집안을 이은 문장으로 진신을 진동시켰다오 / 家世文章動搢紳
정사를 행할 당시 조감으로 일컬어졌는데 / 秉軸當時稱藻鑑
유혼이 어찌 느닷없이 별자리로 화했는가 / 游魂何遽化星辰
일찍이 말석에서 의범을 가까이 뵈었기에 / 曾陪席末親儀範
애사를 쓰노라니 눈물이 수건을 적십니다 / 手寫哀詞淚滿巾

서평부원군(西平府院君) 한공(韓公) 준겸(浚謙) 에 대한 만사

강과 바다처럼 아량이 넓고도 깊었던 분 / 雅量恢恢河海深
지고한 그 신념을 부귀가 흔들 수 있었으랴 / 巍然富貴豈能
그동안 경사와 복을 하늘이 거듭 내렸는데 / 由來慶福天申佑
갑자기 부음이 들리다니 명을 어찌 믿겠는가 / 一夕凶音命可諶
세상에 뛰어난 영기는 별자리로 돌아갔어도 / 間氣英靈還列宿
인후한 덕과 명성은 사람들 마음에 남았어라 / 仁聲厚德在人心
나를 알아주신 것이 우연이 아니었거니 / 自惟知顧誠非偶
통곡하며 이제부턴 거문고 부수고 싶어라 / 慟哭從玆欲破琴

완평(完平) 이 상국(李相國) 원익(元翼) 에 대한 만사

일찍이 상림 일으켜서 사방에 은택을 입혔으니 / 曾作商霖澤四方
아동이 군실을 외우는 일을 잊을 수 있으리요 / 兒童君實誦何忘

두 조정을 섬기면서 삼존을 한 몸에 갖추시고 / 兩朝事業三尊備
십 년 세월을 고향 동산 일묘궁에서 보냈도다 / 十載丘園一畝荒

뛰어난 영기가 홀연히 우주로 되돌아갔으니 / 間氣倏驚歸宇宙
태산과 들보의 비통함을 백성이 어찌 견디리요 / 邦人無奈痛山樑
이 몸도 문생의 말석에 끼이는 행운을 얻었기에 / 愚蒙幸忝門生後
오늘 만사를 지으려니 눈물이 옷을 적십니다 / 此日題詞淚滿裳

김 지사(金知事) 선생 계도(繼燾) 에 대한 만사

아동 시절 책을 끼고 문인으로 끼었는데 / 童年挾冊忝門人
손꼽아 헤어 보니 사십 년도 더 넘었네 / 屈指今餘四十春
회고해 보면 내 허명도 도시 가르쳐 주신 덕분 / 環顧虛名都是敎
그동안 조정의 높은 자리 어찌 까닭이 없으리요 / 從來窃位豈無因
당시에 배우던 이들도 대부분 황천객 되었는데 / 當時學子多重壤
선생께서는 장수를 누려 구순을 훌쩍 넘기셨네 / 高世遐齡過九旬
들보가 부러지고 태산이 무너진 이 아픔이여 / 梁木泰山嗟已矣
망연히 천지간에 서서 홀로 상심하노이다 / 茫然天地獨傷神

연릉부원군(延陵府院君) 이공(李公) 호민(好閔) 에 대한 만사

문장을 일찍 독점하며 독보의 명성 드날리다 / 早擅騷壇獨步名
영도에 추대되어 문단의 맹주로 오르신 분 / 推先瀛島主文盟
행조의 교서를 지어내자 군민이 눈물 흘렸고 / 行朝敎草軍民泣
빈관의 시를 읊조리자 사개가 깜짝 놀랐지요 / 儐館詩成使价驚
팔순이 넘는 연세는 예로부터 드문 일이요 / 八秩高年古來少
숭반의 높은 작위 역시 이 세상의 영광된 일 / 崇班峻級世間榮
문하에서 외람되게 기대를 해 주신 몸이기에 / 憶曾門下叨期許
오늘 애가를 부르려니 슬픔이 배나 더합니다 / 此日哀歌倍愴情

정 판부사(鄭判府事) 광적(光績) 에 대한 만사

청년 시절 촉망 받으며 동방에 이름 날렸는데 / 靑春雅望聞吾東
벼슬길 들어선 이래로는 운수가 궁박하였어라 / 釋褐年來甲子窮
연치와 관작 둘 다 높아 조야에서 우러렀고 / 齒爵兩尊朝野仰
맑은 조행 한 절조는 시종 변함이 없었어라 / 淸脩一節始終同
전란의 와중에 배 타고서 멀리 피난 가시다가 / 孤舟遠避風塵際
떠도는 도중에 원대한 생각이 함께 꺾였구려 / 遐筭仍摧旅泊中
일찍이 부하 관원으로 어진 모습을 뵈었기에 / 曾忝下僚親德範
애사를 지어 부치려니 눈물이 하염없나이다 / 哀辭題寄涕無從

정우복(鄭愚伏) 경세(經世) 에 대한 만사

도산의 자취 이어받고 고정의 마음 찾으면서 / 陶山遺躅考亭心
몇 년이나 산림 속에서 깊이 연구를 하던 중에 / 幾歲林泉玩索深
성군을 보좌하러 나와 보불을 빛나게 하고 / 出佐聖君光黼黻
문교를 오래 담당하며 청금을 교화시켰어라 / 久專文敎化靑衿

삽상한 기운이 아연히 하늘과 땅으로 돌아가고 / 俄然爽氣歸天地
새 저술만 홀로 남아 고금을 비추게 되었나니 / 獨有新篇照古今
남쪽 구름 슬피 보며 공연히 흘리는 눈물이여 / 悵望南雲空洒淚
이생에서 휘음을 다시는 들을 길이 없겠네요 / 此生無復聽徽音

월사(月沙) 이 상국(李相國) 정귀(廷龜) 에 대한 만사 2수

멀리 대당에서 유래한 가문의 출신으로 / 仙源遠自大唐來
어려서 온 누리에 문장의 이름 날리신 분 / 早歲文章播九垓
선조 때에 이미 일월의 빛을 의지했는데 / 已在先朝依日月
만년에 또 성군을 만나 염매가 되셨다오 / 晩逢明聖作鹽梅

사업이 빛나고 빛나서 아동들도 외우고 / 昭昭事業兒童誦
집안의 자제도 하나하나 한혈의 재질이라 / 一一門闌汗血才
영기가 홀연히 티끌 세상 버리고 떠나시니 / 爽氣忽遺塵世去
인간 세상에 통곡 소리만 천둥처럼 울리누나 / 人間謾有哭如雷

생각하면 옛날에 문하에서 배우던 날 / 憶昔摳衣日
지금 꼽아 보니 어언 사십 년 전이라 / 如今四十春
외람되게 뛰어올라 벼슬살이하는 동안 / 僣踰官序進
나도 모르게 어느새 귀밑머리 희끗희끗 / 倏忽鬢毛新
보살펴 주신 은혜를 어찌 끝내 잊으리요 / 恩顧終何忘
이제는 휘음을 다시 들을 수도 없겠구나 / 徽音更莫親
강물 너머 길 따라 나부끼는 붉은 만장 / 丹旌江外路
눈물을 흩뿌리며 한없이 통곡하나이다 / 洒涕慟無垠

신 진사(申進士) 광추(光樞) 에 대한 만사

그대와 상종하며 지냈던 몇 년 세월 / 與子相從歲幾遷
인친과 붕우의 의리 모두 완전하였어라 / 姻親朋友義俱全
거침없는 문장 솜씨는 사람들을 압도했고 / 文辭暢達超羣士
단정한 뜻과 행동은 옛 현인을 사모했지 / 志行端方慕古賢
뛰어난 재질이 언젠가는 쓰이리라 여겼는데 / 常謂美才當有用
운수가 기박해서 오래 못 사시니 어떡하오 / 奈何奇蹇竟無年
출세와 수명은 모두가 운명인 줄을 아오마는 / 窮通脩短知皆命
눈물이 절로 흐르는 것을 어찌할 수 없구려 / 到此那堪涕自漣

김 별좌(金別坐)에 대한 만사

그대와 이웃하며 십 년을 넘게 사는 동안 / 與子鄰居餘十載
머리칼은 눈처럼 희고 아이들도 다 자랐소 / 鬢毛如雪長兒童
근심 슬픔 이별 만남에 서로 보살펴 주었나니 / 憂哀離合情相恤
가난 질병 소외 오활은 우리 모두가 같았다오 / 貧病踈迂事亦同
열흘을 못 보다가 병석에 누웠다 들었는데 / 不見僅旬聞臥疾
무상한 세상 갑자기 떠나실 줄이야 알았겠소 / 那知浮世遽長終
가련토다 강남의 길로 돌아가는 만장이여 / 可憐歸旐江南路
침상에 엎드려 부질없이 눈물만 흘립니다 / 涕淚空流伏枕中

정 감사(鄭監司) 백창(百昌) 에 대한 만사

민첩하고 미묘한 겸인의 재질 발휘하여 / 敏妙兼人質
온 누리에 문장 솜씨 두루 전하신 분 / 文章四海傳
드높은 그 재주 참으로 아까웠나니 / 高才誠所愛
불우할 때 서로들 또한 동정했었지 / 蹇劣亦相憐
꿈속의 일처럼 망망한 티끌 세상이요 / 塵世茫如夢
냇물이 흘러가듯 허망한 우리 인생이라 / 浮生逝若川
옛날 함께 지내던 일 돌이켜 생각하니 / 追思平昔意
애달픈 눈물만 줄지어 저절로 흐르누나 / 哀淚自漣漣

우 좌랑(禹佐郞)의 부인인 종숙모(從叔母)에 대한 만사

왕년에 공주에서 밥을 얻어 먹을 적에 / 昔歲公山就食辰
종숙모님이 나를 아낀다 매번 생각했지요 / 每思吾母愛諸親
작별한 뒤로 두 번 다시 뵙지를 못했는데 / 分散一生難再覿
놀랍게 부음을 들으니 슬픔이 배나 더합니다 / 驚聞下世倍悲辛

박 철원(朴鐵原) 선() 에 대한 만사

그대와 친당의 인연 맺고 같은 해에 태어났는데 / 生爲親黨且同年
동문으로 또 공부할 적에 사랑을 실로 독점했지 / 學又同門愛實專
먼 친척들까지도 화목한 의리를 모두 칭송하고 / 瓜葛共稱敦睦義
동향에도 은혜를 베푼 명성이 전해지고 있다오 / 桐鄕更說惠聲傳
어떡하다 만년에 들어 우리 서로 헤어졌는지 / 如何暮景飜相失
쇠잔한 내 육신 돌아보며 홀로 쓸쓸하였다오 / 顧我殘骸獨自憐
이제 다시는 볼 수 없어 한없이 통곡을 하면서 / 長慟從玆那復見
만사 한 편을 지으려니 눈물이 샘처럼 솟아나오 / 一篇哀挽涕如泉

이 김화(李金化) 진행(震行) 에 대한 만사

아 그대는 나보다 나이가 팔 년인가 아래로서 / 嗟君少我八年間
어려서부터 어울리며 자주도 왕래를 하였지요 / 幼長相隨幾往還
우리 모두 모친상 당해 간장이 끊어졌는데 / 二母終天腸已絶
아이였던 우리도 지금은 반백이 되었다오 / 兩兒於世鬢皆斑
풍진 속에 모진 고생 겪어 온 미관말직 / 風塵末宦多酸苦
독기 자욱한 남방에서 어려움도 많았지 / 瘴癘蠻鄕備險艱
애석해라 무상한 인생 여기에서 그치다니 / 可惜浮生其止此
눈 속에 장례를 보노라니 눈물만 흐릅니다 / 雪中看葬涕潸潸

이 판서(李判書) 천장(天章) 명한(明漢) 에 대한 만사

재상의 가문에서 난초 싹을 일찍이 보았나니 / 相門曾見茁蘭芽
소싯적부터 집안에 걸맞게 명성이 뛰어났지 / 少小英聲稱乃家

부자간에 대제학은 전에 듣지 못했던 일 / 兩世文衡前未有
당시의 총재로 그 누가 더할 수 있었으랴 / 當時冢宰孰能加
평생의 정의가 천륜에 비할 만도 하였건만 / 平生情義天倫比
만년엔 멀리 떨어져 서로 소식이 뜸했지 / 晩歲音塵地角遐
쌍벽의 부음을 갑자기 듣게 될 줄 알았으랴 / 何意遽聞雙璧隕
강해에 망연자실한 채 홀로 비탄에 잠기노라 / 茫然江海獨傷嗟

이 참판(李參判) 도장(道章) 소한(昭漢) 에 대한 만사

이 몸이 승상의 옛 문생으로 수업하며 / 吾爲丞相舊門生
기재가 일찌감치 꽃피는 걸 보았지 / 曾識奇才自夙成
가업인 문장으로 세상에 이름을 드날리고 / 家業文章名海宇
형제간에 조정의 공경 반열에 올랐다오 / 弟兄班序列公卿
하루아침에 아가위 꽃이 질 줄 알았으랴 / 一朝何意棠華盡
허망한 세상 참으로 목근의 영화와 같구나 / 浮世眞如木槿榮
백발이 다 된 고인이 멀리 떨어진 산야에서 / 白首故人山野遠
모질게 만사 한 편 지어 슬픈 마음 부치노라 / 忍題薤露寄哀情

김 감찰(金監察) 도(濤) 에 대한 만사

옛날 이 몸이 구도할 적에 사람들 모두 비웃었지만 / 昔吾求道衆皆嗤
오직 그대만은 종유하면서 나를 가장 믿어 주었지 / 唯子從遊最信之
심오하고 미묘한 뜻 토론하며 희열에 잠기고 / 談討杳微看悅懌
속마음 털어놓으며 얼마나 어울려 다녔던가 / 洞開肝膽幾追隨
헤어진 십 년 세월 동안 공연히 생각만 하였는데 / 十年濶別空相憶
천리 밖에서 흉한 소식을 들을 줄 어찌 알았으랴 / 千里凶音豈所期
애석하여라 우리 선인을 어떻게 다시 또 볼거나 / 可惜善人那復見
바람결에 눈물 뿌리며 끝없는 비통함 전하노라 / 臨風洒涕痛無涯

이 동지(李同知) 원득(元得) 에 대한 만사

아동 시절에 장인의 항렬에서 뵈었는데 / 兒時曾見丈人行
인친 관계 맺고 나서는 연치도 잊었지요 / 逮結姻親齒亦忘
이른 나이로 학궁에 성대히 떨친 명성이요 / 早歲盛名傳泮璧
지금까지도 동향에선 은혜를 못 잊어 한다오 / 至今遺愛在桐鄕
만날 때마다 속마음을 모조리 토로하였고 / 逢來每寫心肝盡
안부 묻고는 체력이 강해서 항상 기뻤지요 / 問及常欣體力强
오래 사시는 데에 장애가 있을 줄 알았으랴 / 何意高年還有限
바람결에 눈물 뿌리며 홀로 슬픔에 젖나이다 / 臨風洒泣獨悲傷

황 참봉(黃參奉) 종해(宗海) 에 대한 만사

명성이 자자하였건만 일찍 과거를 그만두고 / 早謝科場藉甚名
산림 속에서 은거하며 한평생을 보내셨네 / 棲遲林壑度平生
경서의 뜻을 음미하며 즐긴 단표의 낙 / 遺經有味簞瓢樂
천작이 존귀하니 녹위는 가벼웠고말고 / 天爵爲尊祿位輕
세상을 벗어나 고사전에 길이 기록될 분 / 世外長留高士傳
구름 사이에 홀연히 소미의 빛이 가려졌네 / 雲間忽晦少微精
한번 뵙지도 못했으니 탄식한들 어이하리 / 終孤一見嗟何及
그저 만사 한 편 지어 슬픈 심정을 부칩니다 / 謾寫哀詞寄此情

윤 참의(尹參議) 황(煌) 의 부인에 대한 만사

우뚝하여라 대를 이은 종유의 집안이요 / 卓卓宗儒世
성대하여라 올곧은 선비의 명성이었네 / 振振直士名
한 가문이 한 나라의 기대를 받는 가운데 / 門庭望一國
평생이 기록될 만한 부녀의 모범을 보였네 / 壼範記平生
자제들에게 시서의 업을 닦게 하면서 / 諸子詩書業
삼종의 도덕과 의리를 밝히셨다오 / 三從德義明
연세도 높으시어 여든에 이르렀으니 / 高年又八秩
이만하면 편히 눈을 감으실 수 있으리라 / 斯可沒而寧

박 풍덕(朴豐德) 대화(大華) 의 모부인(母夫人)에 대한 만사

당 나라에서 건너온 명문 집안의 후예로서 / 仙系唐家苗裔延
가정의 법도가 모범이라 모두 칭찬하였다오 / 閨門懿範共稱賢
영원의 지위와 명망은 중국에서도 흠모했고 / 鴒原位望華夷慕
오조의 은혜와 영광은 군읍으로 이어졌어라 / 烏鳥恩榮郡邑連
연세도 구순이신지라 누구에게나 존경을 받고 / 壽考九旬尊旣達
손자도 십여 명인지라 경사가 끊이지 않으리라 / 孫曾十數慶將綿
하늘의 수명을 다 누렸으니 무슨 유감 있으리요 / 天年歸盡終何憾
세상만사 모두 잊고 영원히 안식을 취하시라 / 深閉松楸萬事捐

김 평창(金平昌) 정립(正立) 에 대한 만사

아동 시절에 같은 동네 게다가 동갑이라 / 兒時同井又同庚
죽마고우로 형제처럼 어울려서 노닐었지 / 葱竹交遊若弟兄
오랜 이별 부평초 신세를 매양 한탄하면서 / 每恨萍蹤長作別
쇠잔한 인생 흰머리를 함께 동정하였어라 / 共憐霜髮已殘生
지난달에 편지 보내 안부를 삼가 물었는데 / 前月書來勤問訊
일조에 유명을 달리해 부음을 듣게 되다니 / 一朝音至間幽明
낙산 동쪽 옛 친구들 거의 세상 떠난 지금 / 駱東舊友今殆盡
통곡하노라 도성 가득 눈 덮인 차디찬 언덕 / 慟哭寒原雪滿城

남 정승(南政丞) 이웅(以雄) 에 대한 만사

애석하여라 우리 남 승상이여 / 可惜南丞相
훤칠하게 장자의 풍모를 갖추신 분 / 頎然長者風
일생을 거나한 술기운 속에 숨기고서 / 一生逃酒域
만사를 하늘의 뜻에 맡기곤 하였어라 / 萬事付天公
지금 다행히도 성군의 시대를 만났는데 / 方幸明時遇
이것이 웬일이요 수명이 그만 다하다니 / 俄驚大限窮
이제부턴 서로들 만나 볼 수 없겠기에 / 今來不相見
가을 하늘 바라보며 눈물을 뿌립니다 / 洒淚向秋空

유 참의(兪參議)에 대한 만사

주상께서 반정하고 즉위하시던 그날에 / 昔在龍飛日
원로의 반열에서 함께 어울렸던 사이 / 翶翔鵷鷺行
관아의 동료로 근무한 것이 몇 해였던가 / 幾年同一署
만년에는 타향에 서로 떨어지게 되었어라 / 晩歲隔他鄕
만나고 헤어짐을 어떻게 예정을 하겠소만 / 離合何能定
이렇게 빨리 바쁘게도 유명을 달리하다니요 / 幽明倏爾忙
지금 와서 장례식 소식을 전해 듣고서 / 今來聞大葬
서쪽 하늘 바라보며 홀로 슬퍼하오이다 / 西望獨悲傷

조 지사(趙知事) 위한(緯韓) 에 대한 만사

견수하는 영광을 얻은 그 뒤로 / 自獲肩隨後
지금 헤어 보니 어언 사십 년 / 如今四十年
청담을 나눴던 옛 추억만 생각하며 / 淸談思宿昔
산천에 막힌 채 오래 이별하였어라 / 離濶隔山川
이제 상유에 저녁 햇빛이 비치는 때 / 及此桑楡暮
안개 이슬보다 앞설 줄 어찌 알았으랴
/ 何知霧露先
슬프다 어떻게 또 뵐 수나 있으리요 / 可嗟那復見
부질없이 눈물만 하염없이 흐릅니다 / 徒爾涕漣漣

유 참의(兪參議)에 대한 만사

그대와 종유한 뒤로 해가 몇 번 바뀌었던가 / 與子遊從歲幾遷
반생에 걸친 우리 우정 어찌 우연이었으리 / 半生情好豈徒然
만날 때마다 속마음을 모두 털어놓았고 / 相逢每倒心肝吐
오래 헤어졌어도 자주 편지를 전했지요 / 久別頻勞手字傳
지난겨울 병문안하며 얼굴도 보지 못하고서 / 問疾前冬顔莫接
오늘 영구를 대하려니 눈물만 공연히 흐르누나 / 臨柩此日涕空漣
해마다 잇따라 친구들의 죽음을 곡하다니 / 年年連哭親朋逝
백발의 이 인생 홀로 남아 가엾기만 해라 / 白首人間獨自憐

청음(淸陰) 김 상국(金相國)에 대한 만사

옥 같은 바탕 온유해라 바라보면 신선인 듯 / 玉質溫溫望若仙
한 시대의 청론을 누가 앞설 수 있었으랴 / 一時淸論孰能前
중화와 오랑캐 모두 목격한 당당한 절의요 / 堂堂節義華夷見
온 누리에 두루 전해진 광명정대한 문장이라 / 炳炳文章海宇傳
재상의 지위 높은 연세 우러름을 받은 위에 / 極位遐齡人所仰
고명과 덕행으로 아름다움을 독점하신 분 / 高名懿行美尤專
음성과 용모를 이제는 영원히 접할 수 없겠기에 / 音容自此長相隔
추천에 통곡을 하노라니 눈물이 샘처럼 흐릅니다 / 慟哭秋天涕似泉

송 첨정(宋僉正) 자심(子深) 의 죽음을 애도하며

그대와 어울려 노닌 오십 년 세월 / 與子交遊五十秋
둘 다 어느새 흰 눈이 머리에 가득 / 居然俱至雪盈頭
몸은 시와 술 속에 잠겨 시일을 보내고 / 身潛詩酒遣時日
뜻은 청고를 숭상하여 속류를 벗어났네 / 志尙淸高遠俗流
금세에 누가 나처럼 마음을 알아주었으랴 / 今世知心誰似我
이생에 나도 기쁜 벗 다시 만나기 어려우리 / 此生懽遇更無由
북쪽을 보며 통곡하는 기막힌 이 심정이여 / 北望慟哭情何極
비바람 소리만 쓸쓸하게 바닷가를 채우누나 / 風雨蕭蕭滿海陬

이 참판(李參判) 경헌(景憲) 에 대한 만사

공의 형제와는 예전부터 친했나니 / 與公兄弟舊相親
집안끼리 혼인을 일찍 맺었음이라 / 爲是門闌早托姻
멀리 떨어져 소식을 몰라 걱정하던 중에 / 離濶每愁音信斷
만나고 보니 둘 다 늘어난 하얀 머리카락 / 逢來俱是鬢毛新
옛날 아껴 준 은근한 정을 추억하였는데 / 慇懃眷厚思前日
오늘 갑자기 이승 저승 이별을 하다니요 / 倏忽幽明隔此辰
붉은 만장 나부끼며 떠나가는 광릉의 길 / 丹旐翩翩廣陵道
만사 써서 부치면서 홀로 수건을 적십니다 / 哀詞書寄獨沾巾

정 판서(鄭判書) 광성(廣成) 에 대한 만사

선을 쌓은 어진 명성 대대로 전하면서 / 積善仁聲世共傳
오공 사대의 경사를 계속 이어 왔어라 / 五公四代慶連延

중년에 속세 벗어나 운해에서 머물다가 / 中年高蹈棲雲海
만년에 특은을 받고 일변으로 돌아왔네 / 晩歲殊恩返日邊

세 아들 대과에 급제한 일도 드물다 할 것인데 / 三子大科聞亦少
수태의 봉양을 또 받은 것은 전에 없었던 일 / 首台榮養見無前

여든의 장수 누리고서 자연의 변화를 따랐으니 / 遐齡八十聊乘化
이 같은 복록을 이 세상에서 그 누가 견주리요 / 福祿人間孰比肩

황 서윤(黃庶尹) 위(暐) 에 대한 만사

진양성에서 떨친 정충의 대절이여 / 精忠大節晉陽城
해내에 만고토록 그 명성 드리우리 / 海內長垂萬古名
경사가 남아 후손이 출중한 재질 발휘하여 / 餘慶後孫才出類
사과에서 장원하여 마침내 이름을 치달렸네 / 詞科第一遂馳聲
이제 선조의 뜻을 따라 진충보국하려는 차에 / 方期盡瘁追先志
중년에 세상을 마칠 줄이야 어찌 생각하였으랴 / 何意中身隕此生
하늘의 도가 이런 것인지 누구에게 물어볼까 / 天道如斯誰可問
공연히 슬픈 만사 지어 나의 심정을 부치노라 / 空將哀挽寄吾情

영가 부부인(永嘉府夫人)에 대한 만사

모교와 의가 양쪽 모두 재상의 가문 / 姆敎宜家摠相門
당시의 명문으로 누가 이보다 높았으랴 / 當時名閥更誰尊
성녀를 독생하여 휘음을 멀리 전했나니 / 篤生聖女徽音遠
곤궁에서 정덕하여 세상을 교화시켰도다 / 正德坤宮俗化敦

모두들 인덕이 심후하여 장수하리라 여겼는데 / 共謂深仁遐壽享
물처럼 빨리도 흘러가는 인간 세상을 어찌하랴 / 奈何人世逝川奔
오늘 나의 비통함이 어째서 끝이 없냐 하면 / 胡爲此日悲無已
명공과 일찍이 의형제를 맺었던 사이니까 / 曾與明公義弟昆

경 세마(慶洗馬) 대후(大後) 의 죽음을 애도하며

그대 혼인하던 청춘의 모습 생각나는데 / 憶君姻好在靑春
벌써 육순 가까운 쇠한 얼굴로 변하다니 / 已見衰顔近六旬
일생을 믿고 따르면서 속마음 토로하였나니 / 信向一生惟照膽
서로 떨어져 있을 때는 얼마나 애를 태웠던가 / 離違兩地幾勞神
반갑게 만나 담소한 지 겨우 한 달이 지났는데 / 相逢懽笑纔經月
흉한 소식이 오늘 갑자기 전해질 줄 알았으랴 / 豈意凶音遽此辰
하늘이 어째서 이와 같이 선인에게 보답하나 / 天與善人何若是
평소의 일을 추억하며 홀로 수건을 적시노라 / 却思平日獨沾巾

정 참판(鄭參判) 홍명(弘溟) 에 대한 만사

나도 문장 잘하는 선비를 알아보고서 / 我識文章士
왕년에 어울려 노닌 적이 있었더랬는데 / 交遊在昔年
장공은 벌써 길고 긴 어둠 속으로 / 張公已窀穸
이자 역시 차가운 땅 깊은 곳으로 / 李子亦寒阡

지금 홀로 기옹 노인이 남아 계셔서 / 獨有畸翁老
산골과 해변에서 서로 그리워하였는데 / 相思嶺海邊
흉한 소식이 지금 또 나에게 전해지다니요 / 凶音今又至
남쪽 하늘 바라보며 샘처럼 눈물 흘립니다 / 南望淚如泉

김 청주(金淸州) 효성(孝誠) 의 죽음을 애도하며

이 땅에 떨어지면 모두가 친척이라 / 落地爲親戚
우리 서로 따르면서 진심을 나눴는데 / 相從共赤心
어찌된 일인가 쇠하고 병든 이날에 / 如何衰病日
영원히 돌아갔다는 소식을 듣게 되다니 / 聞此永歸音
상소하여 직언한 명성 멀리 전해지고 / 抗疏聲名遠
분우하여 펼친 혜택이 깊기만 한데 / 分憂惠澤深
뜬구름처럼 모든 일이 끝나버렸기에 / 浮雲萬事已
통곡하면서 눈물로 옷깃을 적시노라 / 慟哭涕沾襟

현생 위(玄生偉)에 대한 만사

옛날 내가 장가들려고 신부 고을에 들어갈 때 / 昔吾迎婦入新鄕
어린아이 자네가 옆에 서 있는 것을 보았었지 / 見子髫年立在傍
왕년의 번화했던 곳도 모두 적막하게 되고 / 往歲繁華皆寂寞
당시의 친척들 역시 지금은 전부 영락했네 / 當時親戚盡凋亡
살 비비며 지내던 옛 추억 아련히 떠오르는데 / 磨肌遠記平生舊
나를 버리고 바쁘게 세상을 떠날 줄 알았으랴 / 棄我何期一夕忙
인간 세상 백발노인 끝없이 흘리는 눈물이여 / 白首人間無限淚
북풍이 몰아치는 날에 앞 언덕 어리어 비치누나 / 北風吹日照前岡

정생 종(鄭生琮)에 대한 만사

세상에 나온 것도 똑같은 해요 / 生世旣同年
옛날에 살던 집도 똑같은 동네 / 舊廬又一里
뒤에 다른 곳으로 옮겨 살 적에도 / 徙居雖異鄕
바라보이는 거리라서 역시 가까워 / 相望亦自邇
때때로 서로들 왔다 갔다 방문하며 / 有時來相訪
못 잊어 하는 우정이 그지없었어라 / 眷眷情無已
지금에 와선 똑같이 백발이 되었지만 / 於今共白首
근력이 나하고는 비할 바가 아니라서 / 筋力非我比
백 살쯤은 너끈히 살 것이라고 여겼는데 / 謂當至期頤
한번 병에 걸리더니 일어나지 못하였네 / 一疾奄不起
지란이 눈앞에 가득한 속에 / 芝蘭滿眼前
두 자제가 등제하여 현달하였고 / 二郞登顯仕
자손들도 누가 누군지 모를 정도요 / 兒孫至難卞
향리에선 연치로 존경을 받았지 / 鄕黨尊其齒
광휘가 마을을 환히 비치는 가운데 / 光輝照閭巷
고당에서 많은 복을 향유하였나니 / 高堂享多祉
분분히 태어나서 죽어 가는 그 사이에 / 紛然生及死
몇 사람이나 이런 행운을 누렸겠는가 / 幾人能若是
생각건대 그대는 아무런 유감없이 / 想君無所憾
기꺼운 마음으로 황천으로 가겠지만 / 怡然泉壤裏
친척과 벗들의 마음은 어떠하겠소 / 唯是親與舊
통곡하며 비애를 금하지 못한다오 / 戚戚悲不止
나이가 같은 사람이 홀연히 가셨으니 / 同甲去倏爾
이 몸도 얼마나 더 이승에 머물겠소 / 我亦豈久此
지금 상여가 떠난다는 소식 듣고 / 今聞柳車行
만사 지어 이 심정을 표하나이다 / 此情書作誄

이생 격(李生格)에 대한 만사

정암의 의리 정신 우리 동방에 우뚝하니 / 靜庵行義表吾東
그 후예가 범인들과 다른 것도 당연한 일 / 後裔於人自不同
고상한 생각 담담하여 세상길 멀리 벗어났고 / 澹澹高懷知遠俗
인자한 마음 따뜻해서 위급한 사람을 도와줬네 / 溫溫惠意喜周窮
생각나면 찾아와서 정다운 눈빛 보여 주며 / 有時命駕開靑眼
몇 번이나 술잔 들고 진심을 토로하였던가 / 幾度含盃話赤衷
애석하도다 이제는 어떻게 다시 보겠는가 / 可惜自今那復見
만사 지어 부치려니 눈물만 끝없이 흐르네 / 哀辭題寄涕無從

배생 종도(裵生宗度)의 죽음을 애도하며

하늘이 낸 뛰어난 재질 이 세상에 드문 터에 / 天生美質世間稀
부자가 서로 이었으니 더더욱 희한하다 하리 / 父子相仍益見奇
백리 길 짊어진 정성이 지극했음은 물론이요 / 百里勤勞誠旣竭
물 마시고 쌀독이 비어도 낯빛이 화락하였다오 / 一瓢空匱色常怡
잠깐 한때만 헤어져도 일각이 삼추 같았는데 / 乍離時月如三歲
갑자기 유명 달리하여 영결할 줄이야 알았으랴 / 何意幽明遽永辭
끝났도다 이제 현탑을 다시 내릴 수 있겠는가 / 已矣更無懸榻下
바람 앞에 눈물 뿌리며 애사를 지어 부치노라 / 臨風洒涕寄哀詞

종제(從弟) 학(翯)의 죽음을 애도하며

전날엔 한집에서 함께 웃고 즐겼는데 / 去日同堂懽笑人
어찌하여 오늘 밤엔 볼 수가 없단말가 / 何爲今夕見無因
나의 인생도 어느덧 서산에 해가 지는 나이 / 吾生已迫西山暮
세상에서 마음 아픈 일 얼마나 또 남았으랴 / 在世傷懷亦幾辰


[주D-001]역복(曆服) : 구원(久遠)한 사업이라는 뜻으로 왕위(王位)를 가리킨다. 《서경(書經)》 대고(大誥)의 “끝없이 큰 역복을 이어받았다.〔嗣無疆大歷服〕”고 한 성왕(成王)의 말에 대해서, 보통 역(歷)은 구(久)요 복(服)은 사(事)로 풀이하는데, 채침(蔡沈)은 역은 역수(歷數)요 복은 오복(五福)이라고 해설하였다. 역(歷)은 역(曆)으로 쓰기도 한다.
[주D-002]주항(周行) : 원래는 주 나라 조정 신하들의 자리를 뜻했는데, 뒤에 조정의 반열(班列)이라는 의미로 쓰이게 되었다.
[주D-003]백성들을 …… 듯하셨도다 : 《맹자》 이루 하(離婁下)에 “문왕은 백성들을 보기를 다친 사람 보는 것처럼 가엾게 여겨 보살펴 주었다.〔文王 視民如傷〕”는 말이 나온다.
[주D-004]상서(庠序) : 국가의 교육 기관을 말한다. 하(夏) 나라 때에는 교(校)라고 하였고, 은(殷) 나라 때에는 서(序)라고 하였고, 주(周) 나라 때에는 상(庠)이라고 하였다. 《孟子 滕文公上》
[주D-005]초분(楚氛) : 남쪽으로 침입한 왜적의 진영에서 발산되는 요기(妖氣)를 가리킨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양공(襄公) 27년에 “남쪽에 있는 초 나라 진영의 분위기가 매우 험악하니, 장차 대처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질까 두렵다.〔楚氛甚惡 懼難〕”는 말이 나온다.
[주D-006]멀리 …… 되었도다 : 선조(宣祖)가 의주(義州) 방면으로 피난길을 떠난 것을 말한다. 당 현종(唐玄宗)이 안록산(安祿山)의 난을 당하여 검각(劒閣)을 넘어서 촉(蜀) 땅으로 피한 고사가 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주D-007]정수(鼎水)에 …… 우거졌나니 : 선조의 죽음을 비유한 말이다. 상고 시대에 황제(黃帝)가 정호(鼎湖)에서 솥을 만들어 연단(鍊丹)을 하다가 그 일이 완성되자 신하들과 함께 용을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이 있고, 순(舜) 임금이 남쪽으로 순수(巡狩)하다가 창오산(蒼梧山) 밑에서 붕어(崩御)하여 그곳에 장사 지낸 고사가 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史記 卷1 五帝本紀》
[주D-008]슬퍼라 …… 인생이여 : 《장자》 지북유(知北游)에 “천지간의 인생이란 마치 하얀 망아지가 담장의 틈새를 지나가는 것처럼 순간일 따름이다.〔人生天地之間 若白駒之過隙 忽然而已〕”라는 말이 나온다.
[주D-009]전장(典章)과 …… 있고 : 선조가 남긴 훌륭한 제도와 법률이 후손들에게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는 말이다. 《서경》 오자지가(五子之歌)에 “밝고 밝으신 우리 선조는 만방의 임금이시니, 전장과 법도를 마련하시어 자손들에게 물려주셨다.〔明明我祖 萬邦之君 有典有則 貽厥子孫〕”는 말이 나온다.
[주D-010]안 계셔도 …… 가운데 : 선조가 세상을 떠났어도 백성들이 그 덕을 잊지 못하고 사모한다는 말이다. 《대학장구(大學章句)》에 “아 예전의 임금님을 잊지 못하겠다는 내용의 시가 있는데, 치자(治者)는 그 임금님이 어질게 대해 준 것을 어질게 여기고 친하게 대해 준 것을 친하게 여기며, 피치자(被治者)는 그 임금님이 즐기게 해 준 것을 즐겁게 여기고 이롭게 해 준 것을 이롭게 여기기 때문에, 세상을 떠나셨어도 잊지 못하는 것이다.〔詩云 於戱 前王不忘 君子賢其賢而親其親 小人樂其樂而利其利 此以沒世不忘也〕”라는 말이 나온다.
[주D-011]이괘(離卦)의 …… 일어났으니 : 밝고 밝은 임금이 출현했다는 뜻으로, 인조(仁祖)의 반정(反正)을 가리킨다. 《주역》 이괘 상사(象辭)에 “밝음이 두 번 일어나는 것이 이괘의 상이다. 대인은 이로써 밝은 것을 이어서 사방에 비춘다.〔明兩作 離 大人 以 繼明 照于四方〕”는 말이 나온다.
[주D-012]뜻을 …… 준수하며 : 인조가 선조의 효손(孝孫)으로서 선조의 뜻에 어긋나지 않게 훌륭한 정치를 펼치고 있다는 말이다. 《중용장구(中庸章句)》에 “효라고 하는 것은 선인의 뜻을 잘 계승하고 그 사업을 잘 발전시키는 것을 말한다.〔夫孝者 善繼人之志 善述人之事者也〕”라는 말이 나온다. 모훈은 《서경》에 나오는 요전(堯典) · 대우모(大禹謨) · 이훈(伊訓) · 탕고(湯誥) 등의 글을 병칭한 전모훈고(典謨訓誥)의 준말로, 보통 성현의 말씀이나 경전의 글을 뜻하는데, 여기서는 선왕의 법도라는 뜻으로 쓰였다.
[주D-013]약상(禴嘗) : 약사증상(禴祠蒸嘗)의 준말로, 종묘에 지내는 사계절의 제사 이름이다.
[주D-014]물이 …… 의논하였어라 : 인조(仁祖) 8년(1630)에 선조(宣祖)의 능인 목릉(穆陵)에 물 기운이 있다는 이유로 능을 옮겨야 한다는 의논이 조정에서 일어나게 된 것을 말한다. 처음에는 목릉이 건원릉(健元陵)의 서쪽 산등성이에 있었는데, 원주 목사(原州牧使)인 심명세(沈命世)가 상소하여 “목릉은 땅이 풍수지리상 길하지 못하고 게다가 물 기운이 있다.”고 하자, 마침내 건원릉의 두 번째 산등성이로 천릉(遷陵)하기에 이르렀는데, 결과적으로는 능의 봉분 안이 건조하여 조금도 습기가 없었으므로 비평을 면치 못했던 사실이 있다. 주 나라 계묘(季墓)는 주 문왕(周文王)의 부친인 왕계(王季)의 무덤을 가리킨다. 왕계를 와수(渦水) 서쪽에 안장했는데, 난수(欒水)가 무덤을 침입하여 관곽이 밖으로 드러나자, 문왕이 “선군(先君)께서 아마도 여러 신하들과 백성들을 보고 싶으신 모양이다.” 하고는, 사흘 뒤에 다시 장례를 치른 고사가 전한다. 《古今事文類聚 前集 卷50 水囓王季墓》 송 나라 황당(皇堂)은 송 인종(宋仁宗)의 능을 가리킨다. 황제의 능을 황당이라고 한다. 인종을 영소릉(永昭陵)에 안장하기 며칠 전에 황당의 기둥이 파손된 사건이 일어났는데, 모두가 이 사실을 보고하지 않고 숨기려 하자, 한기(韓琦)가 정색하고 반박하면서 시일을 어기더라도 다시 보수하여 장례를 행해야 한다고 주장한 고사가 전한다. 《古今事文類聚 前集 卷50 皇堂棟損》
[주D-015]상설(象設) : 생전의 거처를 본떠서 건물을 세우는 것을 말하는데, 여기서는 능소(陵所)의 침전(寢殿)을 가리킨다.
[주D-016]임금님 …… 하였나니 : 장례를 행할 적에는 ‘반드시 정성을 다하고 신실하게 하여 결코 후회됨이 없도록 하라〔必誠必信 勿之有悔焉耳矣〕’고 자사(子思)가 거듭해서 당부한 말이 《예기(禮記)》 단궁 상(檀弓上)에 보인다.
[주D-017]만물에 …… 총명함과 : 세상을 안정시킬 수 있는 제왕의 자격을 갖췄다는 말이다. 《주역》 건괘(乾卦) 단사(彖辭)에, 건도(乾道) 즉 제왕의 도를 논하면서 “만물에 으뜸으로 나옴에 만국이 모두 편안하도다.〔首出庶物 萬國咸寧〕”라고 한 말이 나온다.
[주D-018]삼왕(三王) : 하(夏) · 은(殷) · 주(周) 삼대(三代)의 성왕(聖王)을 말한다.
[주D-019]어렵고 …… 계승하여 : 《서경》 대고(大誥)에, “내가 하는 일은 하늘이 시키신 것이다. 하늘이 내 몸에 크고 어려운 일을 물려주고 던져 주셨다.〔予造天役 遺大投艱于朕身〕”고 한 주 성왕(周成王)의 말이 나온다.
[주D-020]비렴(飛廉) : 은(殷) 나라의 폭군 주(紂)에게 아첨을 하여 총애를 받은 신하의 이름으로, 광해조(光海朝) 때의 권신(權臣)들을 가리킨다.
[주D-021]창읍(昌邑)은 …… 유배하였으며 : 광해군을 강화(江華)로 유배했다가 다시 제주도(濟州道)로 이배(移配)한 것을 말한다. 창읍은 한 무제(漢武帝)의 손자인 창읍왕 유하(劉賀)를 말한다. 소제(昭帝)가 죽은 뒤에 곽광(霍光)의 도움으로 즉위했으나, 행동이 음란하기 그지없어 즉위 27일 만에 태후(太后)의 명에 의하여 폐위되었다.
[주D-022]성모(聖母) : 서궁(西宮)에 유폐되었던 인목대비(仁穆大妃)를 말한다.
[주D-023]덕정(德政)에 …… 신속하고 : 《중용장구》에 “정치의 효과는 빨리 자라는 갈대처럼 신속하게 나타난다.〔夫政也者 蒲盧也〕”는 말이 있다.
[주D-024]비(否)와 …… 것이라서 : 세상일의 성쇠(盛衰)와 운명의 순역(順逆)이 극에 이르면 서로 뒤바뀌게 되는 것을 말한다. 《주역》의 비괘(否卦)는 하늘과 땅의 기운이 서로 막혀서 통하지 않는 것을 상징하고, 태괘(泰卦)는 그 반대로 만물이 형통하게 되는 것을 상징한다.
[주D-025]하늘의 …… 않았던가 : 요(堯) 임금 때의 9년 홍수와 탕왕(湯王) 때의 7년 가뭄을 말한다.
[주D-026]완악한 …… 않았던가 : 순(舜) 임금과 우왕(禹王)이 삼묘(三苗)를 정벌한 일과 귀순시킨 일 등이 《서경》 순전(舜典) · 대우모(大禹謨) · 익직(益稷) 등에 나온다.
[주D-027]정호(鼎湖)에 …… 감도누나 : 인조의 죽음을 비유한 표현들이다. 정호는 황제(黃帝)가 용을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는 호수 이름이고, 몽사(濛汜)는 해가 지는 곳을 말한다. 우위(羽衛)는 왕의 의장(儀仗)을 가리키고, 운소(雲韶)는 황제(黃帝)의 음악인 운문(雲門)과 순 임금의 음악인 대소(大韶)를 병칭한 것이다. 제향(帝鄕)은 천제(天帝)의 거소인데, 보통 제왕의 서울을 말한다. 참고로 백거이(白居易)가 지은 황제의 만사에 “정호의 용은 점점 멀리 사라지고, 몽사에는 태양이 지금 막 잠겼어라. 오직 운소의 음악만이 뒤에 남아서, 치세의 정음을 길이 전해 주누나.〔鼎湖龍漸遠 濛汜日初沈 唯有雲韶樂 長留治世音〕”라는 구절이 보인다. 《白樂天詩集 卷16 開成大行皇帝挽歌詞 三》
[주D-028]상자(向子) : 후한(後漢) 상장(向長)의 존칭으로, 자(字)는 자평(子平)이다. 왕망(王莽) 때에 대사공(大司空) 왕읍(王邑)이 몇 년 동안 그를 부르면서 왕망에게 천거하려고 하였으나 끝내 응하지 않고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생활을 하다가 자녀들을 모두 시집 장가 보낸 뒤에 오악(五岳)의 명산을 두루 유람하며 생을 마쳤다는 고사가 전한다. 《後漢書 卷83 向長列傳》
[주D-029]봉맹(逢萌) : 후한(後漢)의 고사(高士)이다. 왕망의 시대에 인륜이 끊어졌다고 탄식하면서 관(冠)을 벗어서 동도문(東都門)에다 걸어 놓고는 가족들을 데리고 바다로 나가 요동(遼東)에 정착하였으며, 광무제(光武帝) 즉위 후에도 계속 부름을 받았으나 모두 응하지 않고 수양을 하며 천수를 누리고 죽었다. 《後漢書 卷83 逢萌列傳》
[주D-030]계운궁(啓運宮) : 정원대원군(定遠大院君)의 부인으로 인조(仁祖)의 생모이다. 인조 4년에 4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뒤에 정원대원군이 원종(元宗)으로 추존될 적에 함께 인헌왕후(仁獻王后)의 존호가 가해졌다. 좌찬성(左贊成) 구사맹(具思孟)의 딸이다.
[주D-031]나라를 …… 재촉했네 : 왕의 모친으로서 오래도록 효도를 받지 못하고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는 말이다. 《맹자》 만장 상(萬章上)에 “효자의 일 가운데 어버이를 높이는 것보다 큰 것이 없고, 어버이를 높이는 일 가운데에는 천하를 받들어 봉양하는 것보다 큰 것이 없다. 그런데 천자의 부친이 되었으니 최고로 높임을 받은 것이요, 천하를 받들어 봉양을 하였으니 최고로 봉양을 한 것이다.”라는 말이 나오고, 《예기》 곡례 상(曲禮上)에 “백년은 인간이 살 수 있는 최고의 수명이니, 자손들은 최대한으로 어버이를 봉양해야 마땅하다.〔百年曰期 頤〕”는 말이 나온다.
[주D-032]풍초(風草)처럼 …… 알리로다 : 계운궁이 모범을 보이자 아랫사람들이 이를 본받아서 모두 교화되었다는 말이다. 《논어》 안연(顔淵)에 “윗사람이 행하는 것은 바람과 같고, 아랫사람이 이를 본받는 것은 풀과 같다. 풀 위에 바람이 불어오면 풀은 한쪽 방향으로 쏠리게 마련이다.〔君子之德風 小人之德草 草上之風 必偃〕”라고 한 공자의 말이 나온다.
[주D-033]이팔(二八)의 …… 올랐어라 : 팔원(八元) · 팔개(八愷)와 같은 뛰어난 실력을 소유하고 조정에 진출했다는 말이다. 팔원은 상고 시대 고신씨(高辛氏)의 재자(才子) 8인을 말하고, 팔개는 고양씨(高陽氏)의 재자 8인을 말하는데,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문공(文公) 18년 조에 그들의 이름이 수록되어 있다.
[주D-034]학궁(學宮)에선 …… 하였어라 : 정엽이 대사성(大司成)으로서 학제(學制)를 개정하는 등 성균관을 다시 크게 일으키고, 대사헌(大司憲)을 다섯 차례나 맡으면서 관원의 기강을 엄하게 확립한 것을 말한다.
[주D-035]일찍이 …… 있었기에 : 포저가 언젠가 정엽이 주선해 준 덕으로 원하던 일을 이룬 적이 있었다는 말이다. 전한(前漢)의 위발(魏勃)이 제상(齊相)으로 있던 조참(曹參)을 만나려고 하였으나 뜻대로 되지 않자, 조참의 사인(舍人)의 대문 앞을 청소해 준 인연으로 조참을 만나 그의 주선으로 내사(內史)에 임명된 이른바 ‘소문(掃門)’의 고사가 있다. 《史記 卷52 齊悼惠王世家》
[주D-036]파산(坡山)에서 …… 전해졌네 : 성수침(成守琛)과 그의 아들 성혼(成渾)의 학덕을 기린 말인데, 모두 파주(坡州)의 파산 서원(坡山書院)에 제향(祭享)되었다. 성문준은 성혼의 아들이다.
[주D-037]기애(耆艾)의 연세 : 60대의 나이를 말한다. 나이 60을 기(耆)라 하고, 50을 애(艾)라 한다.
[주D-038]곧은 …… 같아서 : 공자가 위(衛) 나라 대부(大夫) 사어(史魚)에 대해서 “나라에 도가 있을 때에도 화살처럼 곧았고, 나라에 도가 없을 때에도 화살처럼 곧았다.〔邦有道 如矢 邦無道 如矢〕”라고 칭찬한 말이 《논어》 위령공(衛靈公)에 보인다.
[주D-039]천하의 …… 알았거니 : “천하의 뛰어난 선비만이 천하의 뛰어난 선비들을 벗할 수 있는 법이다.〔天下之善士 斯友天下之善士〕”라는 말이 《맹자》 만장 하(萬章下)에 나온다.
[주D-040]선인(善人)을 …… 허언(虛言)이라 : 사마천(司馬遷)이 “하늘의 도에는 친소(親疎)의 구별이 없지만, 항상 선인과 함께하며 도와준다.〔天道無親 常與善人〕”는 혹자(或者)의 말을 소개한 뒤에, 이와 어긋나는 여러 가지 예를 거론하면서 과연 천도가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인지 질문했던 내용이 《사기(史記)》 백이 열전(伯夷列傳)에 나온다.
[주D-041]종기(鍾期) : 종자기(鍾子期)의 준말로, 지기(知己)를 뜻한다. 춘추 시대 거문고의 명인 백아(伯牙)는 거문고를 잘 타고 친구인 종자기는 거문고 소리를 잘 알아들었는데, 백아가 높은 산에 뜻을 두고 연주하면, 종자기가 “멋지다. 마치 태산처럼 높기도 하구나.”라고 평하였고, 흐르는 물에 뜻을 두고 연주하면 “멋지구나. 마치 강하처럼 넘실대는구나.”라고 평하는 등, 백아가 생각한 것은 종자기가 반드시 다 알아들었으므로, 종자기가 죽은 뒤로는 백아가 자기의 거문고 소리를 알아들을 사람이 없다 하여 마침내 거문고를 부숴버리고 종신토록 거문고를 타지 않았다는 고사가 전한다. 《列子 湯問》
[주D-042]고경(孤卿) : 삼공(三公)에 버금가는 관직으로, 보통 고관(高官)을 뜻한다.
[주D-043]마음가짐이 …… 할까 : 자기 자신은 깨끗하면서도 주위 사람들과 곧잘 어울리며 조화되는 성격이었다는 말이다. 혜와 이는 화성(和聖)으로 일컬어지는 유하혜(柳下惠)와 청성(淸聖)으로 일컬어지는 백이(伯夷)를 가리키는데, 백이의 풍도를 들은 자는 완악한 자도 청렴해지고 나약한 자도 뜻을 세우게 되며, 유하혜의 풍도를 들은 자는 각박한 자도 돈후해지고 비루한 자도 관대해진다는 말이 《맹자》 진심 하(盡心下)에 나온다.
[주D-044]끊어졌던 …… 않자 : 정자(程子)와 주자(朱子) 등 송유(宋儒)들에 의해서 재해석된 신유학(新儒學) 즉 성리학(性理學)의 깊고 넓은 학문 세계를 말한다.
[주D-045]모난 …… 법 : 군자와 소인은 속성상 서로 용납되지 않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전국 시대 초(楚) 나라 송옥(宋玉)의 ‘구변(九辯)’에 “구멍은 둥근데 자루는 모가 나니, 서로 어긋나 들어가지 못할 것을 내 진정 알겠도다.〔圜鑿而方枘兮 吾固知其鉏鋙而難入〕”라는 말이 나온다.
[주D-046]범로(范老)가 …… 일치하였는데 : 범로는 소범 노자(小范老子)의 준말로, 송(宋) 나라 범중엄(范仲淹)을 말한다. 그가 용도각 직학사(龍圖閣直學士)로 있다가 섬서 경략사(陝西經略使)로 나가서 수년 동안 변방을 지킬 적에, 강족(羌族)이 그를 존경하여 용도 노자(龍圖老子) 혹은 소범 노자라고 부르면서, “그의 흉중에 수만 갑병(甲兵)이 들어 있다.”고 두려워하며 감히 침범을 하지 못했던 고사가 있다. 또 범중엄이 소싯적에 일찍이 말하기를 “내가 훌륭한 정승이 될 수 없다면, 반드시 훌륭한 의원이 될 것이니, 의술을 통해서도 사람들을 구제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吾不能爲良相 必爲良醫 以醫可以救人也〕”라고 포부를 밝힌 고사가 《광사유부(廣事類賦)》에 나온다.
[주D-047]한번 …… 있어 : 《장자》 전자방(田子方)에 “그런 사람들은 언뜻 눈을 마주치기만 해도 그 속에 도가 들어 있음을 짐작케 한다.〔若夫人者 目擊而道存〕”는 말이 나오는데, 서로 쳐다보기만 해도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여 굳이 말을 할 필요도 없는 지기(知己)가 되는 것을 말한다.
[주D-048]정장(鄭莊) : 전한(前漢)의 정당시(鄭當時)를 말한다. 장(莊)은 그의 자(字)이다. 양(梁)과 초(楚) 사이에서 임협(任俠)으로 이름을 날렸으며, 사람들을 사귀기를 좋아하여 장안(長安)의 사방 교외에다 역마(驛馬)를 비치하고는 귀천을 막론하고 손님들을 맞아들여 극진하게 대접을 하였는데, 그와 교제하는 사람들 모두가 천하의 명사(名士)였다는 고사가 전한다. 《史記 卷120 鄭當時列傳》
[주D-049]난초 …… 같았나니 : 마음을 같이하는 벗이라는 뜻이다.《주역》 계사전 상(繫辭傳上)에 “두 사람이 마음을 같이하면 쇠도 자를 수 있고, 그런 사람들의 말에서는 난초 향기가 풍겨 나온다.〔二人同心 其利斷金 同心之言 其臭如蘭〕”는 말이 나온다.
[주D-050]빨리 …… 해도 : 《예기》 단궁 상(檀弓上)에 “관직을 그만둔 뒤에는 빨리 가난해지려고 하는 것이 낫고, 사람이 죽으면 빨리 썩게 하는 것이 낫다.〔喪欲速貧 死欲速朽〕”는 공자의 말이 나온다.
[주D-051]경수(瓊樹) : 옥 나무라는 뜻으로, 인품이 고결하여 항상 사모하는 사람에 대한 비유로 쓰인다. 진(晉) 나라 왕융(王戎)이 태위(太尉) 왕연(王衍)의 자태에 대해서 ‘요림 경수(瑤林瓊樹)’라는 표현을 쓰면서 비롯되었다. 《晉書 卷43 王戎傳》
[주D-052]밥상을 …… 탄식하였어라 : 《예기》 곡례 상(曲禮上)에, 남의 초상을 당해서는 “밥상을 대하고 먹을 적에 탄식을 하지 않는 법이다.〔當食不歎〕”라는 말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주D-053]취산(聚散) : 기(氣)가 흩어지고 모이는 현상을 말한다. “삶이란 한 조각 뜬구름이 일어나는 것이요, 죽음이란 한 조각 뜬구름이 흩어지는 것이다.〔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라는 말처럼 생사(生死)와 같은 뜻으로 곧잘 쓰인다.
[주D-054]혜자(惠子)의 …… 슬퍼했고 : 장자(莊子)가 친구인 혜시(惠施)의 묘소를 지나가다가 종자(從者)에게 운근성풍(運斤成風)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비감에 젖었던 고사가 《장자》 서무귀(徐无鬼)에 나온다. 그 이야기는, 초(楚) 나라 장석(匠石)이 자기 짝의 코끝에다 하얀 흙을 살짝 발라 놓고는 자귀를 바람 소리가 나게 휘둘러서 흙만 떼어 내고 사람은 다치지 않게 하곤 했는데, 자기 짝이 죽고 나서는 그 솜씨도 발휘할 수가 없게 되었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주D-055]종기(鍾期)가 …… 버렸나니 : 종기(鍾期)는 종자기(鍾子期)의 준말로, 지기(知己)를 뜻한다. 춘추 시대 거문고의 명인 백아(伯牙)는 거문고를 잘 타고 친구인 종자기는 거문고 소리를 잘 알아들었는데, 백아가 높은 산에 뜻을 두고 연주하면, 종자기가 “멋지다. 마치 태산처럼 높기도 하구나.”라고 평하였고, 흐르는 물에 뜻을 두고 연주하면 “멋지구나. 마치 강하처럼 넘실대는구나.”라고 평하는 등, 백아가 생각한 것은 종자기가 반드시 다 알아들었으므로, 종자기가 죽은 뒤로는 백아가 자기의 거문고 소리를 알아들을 사람이 없다 하여 마침내 거문고를 부숴버리고 종신토록 거문고를 타지 않았다는 고사가 전한다. 《列子 湯問》
[주D-056]도봉(道峯) : 충청도 아산군(牙山郡) 신창현(新昌縣)의 도고산(道高山)을 말한다.
[주D-057]그 당시 …… 끊었는데 : 《주역》의 비괘(否卦)와 같은 광해군의 난정(亂政)에 환멸을 느끼고서 세상을 떠나 혼자 절의(節義)를 지키며 숨어 살기로 다짐했다는 말이다. 비괘의 상사(象辭)에 “하늘과 땅의 기운이 서로 통하지 않고 막힌 것을 비라고 한다.〔天地不交 否〕”는 말이 나온다. 또 비괘(賁卦) 초구(初九) 효사(爻辭)에 “자기의 발걸음을 아름답게 함이니, 수레를 버리고서 발로 걸어간다.〔賁其趾 舍車而徒〕”고 하였고, 그 상(象)에 “수레를 버리고 걸어가는 것은 의리상 수레를 탈 수 없기 때문이다.〔舍車而徒 義弗乘也〕”라고 하였는데, 이는 차라리 벼슬을 그만두고 빈궁하게 살지언정 의리를 굳게 지키는 군자의 길을 제시한 말이다.
[주D-058]오도(吾道)를 …… 올라가고 : 송대(宋代)의 성리학(性理學)은 물론, 그 근원이라 할 공맹(孔孟)의 사상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유학을 한번 정리해 보았다는 말이다. 수사(洙泗)는 중국 산동성(山東省)에 있는 두 강 이름으로, 이곳이 공자의 고향에 가깝고 또 그 강물 사이에서 그가 제자들을 가르쳤기 때문에, 곧잘 유가(儒家)의 대명사로 쓰인다.
[주D-059]반마(班馬) : 《한서(漢書)》의 저자 반고(班固)와 《사기(史記)》의 저자 사마천(司馬遷)의 병칭이다.
[주D-060]이 몸도 …… 나왔는데 : 인조반정(仁祖反正)이 일어나서 그동안 불우한 세월을 보내던 인재들이 조정에 나올 적에 포저도 함께 진출했다는 말이다. 《주역》 태괘(泰卦) 초구(初九) 효사(爻辭)에 “서로 엉켜 있는 띠풀의 뿌리가 뽑혀 올라오듯, 어진 사람들과 어울려서 함께 나아가니 길하다.〔拔茅茹 以其彙 征吉〕”는 말이 나온다.
[주D-061]사람의 …… 하루살이요 : 소식(蘇軾)의 ‘전 적벽부(前赤壁賦)’에 “하루살이 목숨으로 천지 사이에 붙어 있는 인생, 망망한 바다 속 조그마한 좁쌀 한 알이로다.〔寄蜉蝣於天地 渺蒼海之一粟〕”라는 말이 나온다.
[주D-062]세상만사도 …… 것 : 《주역》 계사전 하(繫辭傳下)에 “세상의 일을 보면, 귀착점은 같은데 가는 길이 다르고, 모두 하나로 돌아가는데 생각은 가지각색이다.〔天下 同歸而殊塗 一致而百慮〕”라는 말이 있다.
[주D-063]장수(長壽)와 …… 것인데 : 《장자》 제물론(齊物論)에 “상자보다 장수한 자가 없다고 할 수도 있고, 팽조도 요절했다고 할 수도 있다.〔莫壽乎殤子 而彭祖爲夭〕”는 말이 나오는데, 상자는 19세 이하의 어린 나이로 죽은 자를 가리키고, 팽조는 상고 시대의 선인(仙人)으로 800세의 장수를 누렸다는 전설상의 인물이다.
[주D-064]솔 아래 땅 : 땅속의 무덤을 가리킨다. 묘지에 소나무를 많이 심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 것인데, 참고로 이백(李白)의 시에 “옛날에는 술을 꽤나 좋아하시더니, 지금은 솔 아래 진토가 되셨구려.〔昔好盃中物 今爲松下塵〕”라는 표현이 나온다. 《李太白集 卷22 對酒憶賀監》
[주D-065]옥수(玉樹)가 …… 듣고 : 부음(訃音)을 접했다는 말이다. 진(晉) 나라 유량(庾亮)이 죽었을 때, 하충(何充)이 “옥 나무가 땅속에 묻히는구나.”라면서 탄식한 고사가 있다. 《世說新語 傷逝》
[주D-066]기린각(麒麟閣)의 …… 속하였고 : 그가 형제 중에서도 특히 걸출하여 공신(功臣)의 봉호(封號)를 받고 길이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는 말이다. 한 선제(漢宣帝) 때에 공신 11명의 초상화를 그려서 기린각에 걸어 놓게 한 고사가 있다. 《漢書 卷54 附 蘇武傳》 또 삼국 시대 촉(蜀) 나라 마량(馬良)이 다섯 형제 가운데 가장 뛰어난 면모를 보였는데, 그의 눈썹에 흰 털이 있었으므로 백미(白眉)라고 불렀다는 고사가 있다. 《三國志 蜀志 馬良傳》
[주D-067]반룡(攀龍)의 …… 월등했네 : 인조반정(仁祖反正) 때에 누구보다도 뛰어난 공을 세웠다는 말이다. 반룡은 반룡부봉(攀龍附鳳)의 준말로, 제왕을 따라 공을 수립하는 것을 말한다. 한(漢) 나라 양웅(揚雄)이 지은 《법언(法言)》 연건(淵騫)의 “용의 비늘을 그러잡고 봉의 날개에 붙는다.〔攀龍鱗 附鳳翼〕”는 말에서 유래한 것이다.
[주D-068]우도(牛刀)를 …… 중에 : 재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한 채 고을 수령으로 좌천되어 불우하게 된 것을 비유한 말이다. 공자의 제자 자유(子游)가 무성(武城)의 수령으로 있을 때, 조그마한 고을에서 예악(禮樂)의 정사를 펼치는 것을 보고는, 공자가 웃으면서 “닭을 잡는 데에 어찌 소 잡는 칼을 쓰랴.〔割鷄焉用牛刀〕”라고 말했던 고사가 있다. 《論語 陽貨》
[주D-069]어찌하여 …… 재촉하였는가 : 오래 살지 못하고 병이 들어서 갑자기 죽은 것을 말한다. 진(晉) 나라 사안(謝安)이 일찍이 환온(桓溫)의 수레를 타고 16리를 가다가 흰색의 닭을 보고 멈추는 꿈을 꾸었으나 그때는 해몽(解夢)을 하지 못하다가, 환온이 죽은 뒤에 그의 재상 직위를 물려받고 16년이 되었을 때 병에 걸리자, “꿈속에서 환온의 수레를 탄 것은 그의 재상 지위를 이어받은 것이고, 16리는 재상으로 있은 지 16년째라는 말이고, 흰 닭은 유(酉)를 뜻하는데 금년이 유년(酉年)이니, 내가 아마도 낫지 않고 죽을 모양이다.” 하고는 며칠이 지나지 않아서 죽었다는 고사가 전한다. 《晉書 卷79 謝安傳》
[주D-070]사람을 …… 하였지 : 광해군 때에 별의별 옥사(獄事)를 일으켜서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살육하였다는 말이다. 《자치통감(資治通鑑)》 당 소종(唐昭宗) 천복(天復) 3년 조에 “선악을 살피지도 않고 시비를 가리지도 않은 채 풀을 베듯 하고 금수를 사냥하듯 사람들을 마구 죽이니, 어찌 난리가 일어나지 않겠는가.〔不察臧否 不擇是非 欲草薙而禽獮之 能無亂乎〕”라고 논한 사마광(司馬光)의 비평이 보인다.
[주D-071]그대의 …… 당했었지 : 광해군 8년(1616)에 유찬(柳燦)의 장인인 최기(崔沂)가 해주 목사(海州牧使)로 있을 적에 이이첨(李爾瞻) 등이 무고하게 옥사를 일으켜 최기가 고문을 받다 죽었고 유찬 역시 여기에 연루되어 함께 옥중에서 죽었다. 수양(首陽)은 해주(海州)의 옛 이름이다.
[주D-072]지분(芝焚) 옥쇄(玉碎) : 인품이 고결한 벗이 의리를 지키다가 장렬하게 죽은 것을 슬퍼할 때 쓰는 표현이다. 진(晉) 나라 육기(陸機)가 망우(亡友)를 애도하며 지은 ‘탄서부(嘆逝賦)’에 “아, 지초가 불탔으니 혜초가 탄식할 수밖에.〔嗟芝焚而蕙嘆〕”라는 말과, 삼국 시대 위(魏) 나라 완적(阮籍)의 ‘조모공문(弔某公文)’에 “어찌 슬퍼하지 않으리요, 옥돌이 부서지듯 하고 얼음이 깨지듯 하였으니.〔如何不弔 玉碎氷摧〕”라는 표현이 나온다. 당시 옥사에서 허균(許筠)이 유찬에게 서신을 보내 자기 말대로만 따르면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될 것이라고 유혹하였으나, 유찬이 오히려 그 편지를 공개하면서 간인(奸人)들의 정상을 낱낱이 폭로한 끝에 모진 고문을 받고 죽었다는 내용이 《계곡집(谿谷集)》 14권 ‘증 이조참판 유공 묘지명(贈吏曹參判柳公墓誌銘)’에 나온다.
[주D-073]예덕(穢德) : 더럽고 음란한 행위라는 뜻으로 폭군을 비유하는 말인데, 여기서는 광해군을 가리킨다. 《서경》 태서 중(泰誓中)에 “죄 없는 백성들이 원망하며 하늘에 호소하자, 폭군 주(紂)의 더러운 행위가 뚜렷이 드러났다.〔無辜龥天 穢德彰聞〕”는 말이 나온다.
[주D-074]지하(地下)에 …… 가해지고 : 인조반정 뒤에 유찬이 사헌부 지평에 추증되고, 또 아들 유시영(柳時英)이 원종공신(原從功臣)이 됨에 따라 다시 이조 참판에 증직된 것을 말한다.
[주D-075]천도(天道)는 …… 말했는고 : 사마천(司馬遷)이 “하늘의 도에는 친소(親疎)의 구별이 없지만, 항상 선인과 함께하며 도와준다.〔天道無親 常與善人〕”는 혹자(或者)의 말을 소개한 뒤에, 이와 어긋나는 여러 가지 예를 거론하면서 과연 천도가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인지 질문했던 내용이 《사기(史記)》 백이 열전(伯夷列傳)에 나온다.
[주D-076]좌씨(左氏)가 …… 미흡했는지라 :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은공(隱公) 원년에 “혜공이 세상을 떠났을 적에 송 나라와 전투를 벌인 데다가, 또 태자가 어려서 장례식의 일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 그래서 개장을 한 것이다.〔惠公之薨也 有宋師 太子少 葬故有闕 是以改葬〕”라는 말이 나온다.
[주D-077]국가 …… 이뤘도다 : 인열왕후가 인조(仁祖)를 잘 내조하였다는 말이다. 십란(十亂)은 주공 단(周公旦) · 소공 석(召公奭) 등 주 무왕(周武王)을 도와 난세(亂世)를 평정하고 태평 시대를 이루었던 10인의 훌륭한 신하를 말하는데, 이 중에 문모(文母) 즉 무왕의 왕비인 읍강(邑姜)이 끼어 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書經 泰誓中》
[주D-078]바람 …… 변화되었도다 : 인열왕후를 본받아서 나라 안의 부녀자들이 모두 교화되었다는 말이다. 《논어》 안연(顔淵)에 “윗사람이 행하는 것은 바람과 같고, 아랫사람이 이를 본받는 것은 풀과 같다. 풀 위에 바람이 불어오면 풀은 한쪽 방향으로 쏠리게 마련이다.〔君子之德風 小人之德草 草上之風 必偃〕”라고 한 공자의 말이 나온다.
[주D-079]대춘(大椿) : 봄과 가을이 각각 8000년이나 된다는 전설상의 나무 이름이다.《莊子 逍遙遊》
[주D-080]소내(素柰) : 흰 능금나무 꽃으로, 왕후의 죽음을 의미한다. 삼오(三吳)의 여자들이 멀리서 보면 능금 꽃처럼 보이는 흰 꽃을 머리에 꽂고는 직녀(織女)의 죽음을 애도한다고 하였는데, 그 뒤에 진 성제(晉成帝)의 두 황후(杜皇后)가 죽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晉書 后妃傳下 成帝杜皇后》
[주D-081]서원(西原)의 …… 이으셨도다 : 청주 한씨(淸州韓氏)인 한준겸(韓浚謙)의 딸이 인조의 왕후가 된 것을 말한다. 《시경》 대아(大雅) 사제(思齊)에 “태사가 왕실의 아름다운 명성을 이었다.〔太姒嗣徽音〕”는 말이 나오는데, 이는 주 문왕(周文王)의 왕비인 태사가 문왕의 모친인 태임(太任)을 이어서 왕실의 여주인이 되었다는 뜻이다. 서원은 청주의 옛 이름이다.
[주D-082]곤극(坤極)이 …… 감추었도다 : 인열왕후가 42세의 나이로 일찍 세상을 떠난 것을 말한다. 곤극은 음덕(陰德)의 극이라는 뜻으로 왕후를 가리키고, 헌성은 왕후를 상징하는 헌원성(軒轅星)의 준말이다.
[주D-083]남국(南國)에서 …… 것처럼 : 관저(關雎)는 《시경》 주남(周南)의 맨 처음에 나오는 편명으로, 태사(太姒)의 덕을 노래한 것이다. 남국은 주 나라의 교화를 입은 남방의 제후국이라는 뜻이다. 자하(子夏)의 ‘모시 서(毛詩序)’에 “관저는 후비(后妃)의 덕을 드러낸 것으로서 국풍(國風)의 첫머리를 장식한다. …… 주남과 소남(召南)이야말로 ‘왕도를 처음부터 단정하게 펴는 길〔正始之道〕’이요 ‘왕자의 교화의 기초〔王化之基〕’가 되는 것이니,…… 이것이 관저의 뜻이다.”라고 하였다. 《文選 卷45》
[주D-084]대궐에 …… 세웠도다 : 선조(宣祖) 때 왕자의 사부(師傅)였던 하락(河洛)이 반대파로부터 탄핵을 당하는 이이(李珥)를 변호하기 위해 장문의 상소를 올려 격렬하게 반박했던 일과, 왜적이 침입하여 온 집안이 참화를 당할 적에 몸으로 맞서서 어버이를 구하려 했던 일을 말한다.
[주D-085]한혈마(汗血馬) : 흘리는 땀방울이 마치 피처럼 붉은 말이라는 뜻으로, 대완(大宛)의 준마를 가리키는데, 보통 똑똑한 남의 아들을 비유할 때 쓰는 말이다.
[주D-086]양춘곡(陽春曲) : 전국 시대 초(楚) 나라에서 백설곡(白雪曲)과 함께 가장 고아(高雅)한 가곡으로 꼽히던 노래로, 뛰어난 시문을 비유할 때 쓰는 말이다. 초 나라 송옥(宋玉)의 ‘대초왕문(對楚王問)’에 “양춘곡과 백설곡은 얼마나 고상한지 온 나라를 통틀어도 이 노래를 이어서 창화(唱和)할 자가 수십 명에 지나지 않는다.〔其爲陽春白雪 國中屬而和者 不過數十人〕”라는 말이 나온다.
[주D-087]계림(桂林)의 …… 깨졌구나 :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시험해서 과거에 급제하지도 못한 채 그만 죽고 말았다는 말이다. 진(晉) 나라 극선(郤詵)이 현량(賢良) 대책(對策)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한 뒤에 “계림의 나뭇가지 하나를 잡아 꺾고, 곤산(昆山)의 옥돌 조각을 손에 쥐었다.〔桂林之一枝 昆山之片玉〕”고 자신을 지칭한 월궁 절계(月宮折桂)의 고사가 전한다. 《晉書 卷52 郤詵傳》 또 《예기(禮記)》 유행(儒行)에 “유자는 자신의 자리 위에 진귀한 보배라 할 학식을 쌓아 놓고서 초빙해 주기를 기다리는 법이다.〔儒有席上之珍以待聘〕”라는 공자의 말이 실려 있다.
[주D-088]진수(晉竪)에 …… 생각했으리요 : 난치병에 걸렸다는 말이다. 진수는 병마(病魔)를 뜻한다. 춘추 시대 진 경공(晉景公)의 꿈에 병마가 ‘더벅머리 두 아이〔二竪〕’로 변해서 고황(膏肓)으로 들어갔는데, 결국은 병을 고치지 못하고 죽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春秋左氏傳 成公 十年》
[주D-089]초혼(楚魂)을 …… 놀랐어라 : 부음(訃音)을 갑자기 전해 듣게 되었다는 말이다. 《초사(楚辭)》 초혼(招魂)의 “혼령이여 돌아오라 옛날 살던 곳으로〔魂兮歸來 反故居些〕”라는 말에서 유래한 것인데, 이에 대해서는 초(楚) 나라 굴원(屈原)이 초 회왕(楚懷王)을 애도해서 지었다는 설도 있고, 송옥(宋玉)이 그의 스승인 굴원을 위해 지었다는 설도 있다.
[주D-090]호리(蒿里) : 태산(泰山) 남쪽에 있는 산의 이름인데, 사람이 죽으면 여기에 묻었던 고사에서 유래하여, 후세에 묘지(墓地)를 뜻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주D-091]석인(碩人)에 …… 있었어라 : 청음(淸陰) 김상헌(金尙憲)의 숙모가 남편과는 불행하게 사별(死別)했어도, 외손(外孫)이 귀하게 되어 만년을 편히 보낼 수 있었다는 말이다. 석인은 덕이 있는 어진 사람으로 여기서는 남편을 가리킨다. 《시경》 위풍(衛風) 고반(考槃)에 “산골 시냇가에 움막이 있나니, 현인의 마음이 넉넉하도다.〔考槃在澗 碩人之寬〕”라는 말이 나온다. 택상(宅相)은 외손이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을 말한다. 진(晉) 나라 위서(魏舒)가 어려서 외가(外家)인 영씨(寧氏)의 집에서 양육되었는데, 집의 풍수를 보는 자가 “귀한 외손이 나올 것이다.〔當出貴甥〕”라고 예언한 대로, 위서가 사도(司徒)의 관직에까지 올라 현달한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晉書 卷41 魏舒傳》
[주D-092]도요(桃夭)의 …… 하였도다 : 부인이 시집을 와서 온 집안을 화락하게 하였다는 말이다. 《시경》 주남(周南) 도요(桃夭)에 “싱싱한 복숭아나무에 화사하게 꽃 피었네. 우리 아가씨 시집가서 온 집안 화락케 하리로다.〔桃之夭夭 灼灼其華 之子于歸 宜其室家〕”라는 구절이 나온다.
[주D-093]석양빛 …… 서글프도다 : 인생무상을 읊은 고시(古詩)에 “수레 달려 위쪽 동문을 빠져나가, 북망산의 묘지를 멀리 바라보니, 백양나무는 바람 속에 소소히 울어 대고, 넓은 길 양편에는 송백이 가득하더라.〔驅車上東門 遙望郭北墓 白楊何蕭蕭 松柏夾廣路〕”라는 말이 나오는 데에서 유래하여, 죽은 사람을 애도할 때 백양(白楊)이라는 표현을 쓰게 되었다. 《文選 卷29 古詩19首 第13》
[주D-094]강사(强仕)의 …… 말았는가 : 인조 12년(1634)에 오숙이 명 나라 사신으로 조선에 온 감군(監軍) 황손무(黃孫武)의 접반사(接伴使)로 가도(椵島)에 갔다가 돌아오는 도중에 송도(松都)에서 40대 초반의 젊은 나이로 죽은 것을 말한다. 《예기》 곡례 상(曲禮上)에 “나이 40에는 신념이 흔들리지 않아 강하다고 할 수 있으니, 이때부터는 벼슬길에 나가도 좋다.〔四十曰强而仕〕”는 말이 나온다.
[주D-095]천황(天潢)의 …… 분 : 이수광이 제왕의 후예인 전주 이씨(全州李氏)로서, 천부적으로 뛰어난 자질을 품부받고 태어났다는 말이다. 북주(北周) 유신(庾信)의 글에 “물결은 하늘의 못에서 나눠 받았고, 가지는 태양의 나무에서 갈려 나왔다.〔派別天潢 支分若木〕”는 표현이 있다. 《庾子山集 卷15 周大將軍義興公蕭太墓誌銘》 또 《시경》 대아(大雅) 숭고(崧高)에 “산악에서 신령스러운 기운을 내려 보내, 보후(甫侯)와 신후(申侯)를 태어나게 하였도다.〔維嶽降神 生甫及申〕”라는 말이 나온다.
[주D-096]시풍(詩風)은 …… 같았어라 : 당대(唐代)의 시풍을 시기별로 흔히 초당(初唐) · 성당(盛唐) · 만당(晩唐)의 셋으로 분류하는데, 성당은 개원(開元)에서 대력(大曆) 연간에 이르는 기간에 이백(李白) · 두보(杜甫) · 왕유(王維) · 맹호연(孟浩然) 등이 활동한 당시(唐詩)의 전성 시기를 말한다. 또 《시경》 소아(小雅) 백구(白駒)는 현인을 칭송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는데, 그중에 “싱싱한 꼴 한 다발을 망아지에게 먹이노니, 그 주인님은 옥처럼 고결한 분이로세.〔生芻一束 其人如玉〕”라는 구절이 나온다.
[주D-097]유혼(遊魂)이 …… 화했는가 : 뛰어난 인물의 죽음을 뜻한다. 은 고종(殷高宗)의 재상 부열(傅說)이 죽은 뒤에 기미성(箕尾星)을 타고앉아 부열성(傅說星)이 되었다는 전설에서 유래한 것이다. 《莊子 大宗師》
[주D-098]그동안 …… 내렸는데 : 한준겸의 딸이 인조(仁祖)의 왕후가 되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시경》 대아(大雅) 가락(假樂)에 “하늘이 군자를 보호하고 도우시며 거듭 복을 내려 주신다.〔保佑命之 自天申之〕”는 말이 나온다.
[주D-099]갑자기 …… 믿겠는가 : 《서경》 함유일덕(咸有一德)에 “아, 믿기 어려운 것은 하늘이요, 무상한 것은 명이로다.〔嗚呼 天難諶 命靡常〕”라는 말이 나온다.
[주D-100]통곡하며 …… 싶어라 : 지기(知己)의 죽음을 뜻하는 말이다. 춘추 시대 거문고의 명인 백아(伯牙)는 거문고를 잘 타고 친구인 종자기는 거문고 소리를 잘 알아들었는데, 백아가 높은 산에 뜻을 두고 연주하면, 종자기가 “멋지다. 마치 태산처럼 높기도 하구나.”라고 평하였고, 흐르는 물에 뜻을 두고 연주하면 “멋지구나. 마치 강하처럼 넘실대는구나.”라고 평하는 등, 백아가 생각한 것은 종자기가 반드시 다 알아들었으므로, 종자기가 죽은 뒤로는 백아가 자기의 거문고 소리를 알아들을 사람이 없다 하여 마침내 거문고를 부숴버리고 종신토록 거문고를 타지 않았다는 고사가 전한다. 《列子 湯問》
[주D-101]일찍이 …… 있으리요 : 이원익이 정승으로 국가를 경륜하여 백성들에게 큰 혜택을 안겨 주었으므로, 온 나라에서 그를 우러러보며 사모하였다는 말이다. 상(商) 나라 임금 무정(武丁)이 부열(傅說)을 얻어 재상으로 임명하고 나서 “만약 나라에 큰 가뭄이 들면, 내가 그대를 단비로 삼으리라.〔若歲大旱 用汝作霖雨〕”라고 말한 고사가 있다. 《書經 說命上》 또 송(宋) 나라 재상 사마광(司馬光)의 인덕을 칭송한 소식(蘇軾)의 시에 “아이들도 선생의 자인 군실을 모두 외우고, 하인들도 선생의 성인 사마를 다 안다오.〔兒童誦君實 走卒知司馬〕”라는 말이 나온다. 《蘇東坡詩集 卷15 司馬君實獨樂園》
[주D-102]두 …… 보냈도다 : 선조와 인조의 조정에서 활동하는 동안 세상 사람들 모두가 높이 떠받들어야 할 삼달존(三達尊)의 영예를 누렸으며, 광해군의 난정(亂政) 때에는 사직을 하거나 귀양을 가는 등의 이유로 전원에서 살면서 청빈한 생활을 고수하였다는 말이다. 삼달존은 작위(爵位)와 고령(高齡)과 덕행(德行)을 말한다. 《孟子 公孫丑下》 일묘궁(一畝宮)은 지극히 빈한한 선비의 누추한 거처를 뜻하는데, 《예기》 유행(儒行)의 “유자는 일묘의 담장을 두른 집에서 산다.〔儒有一畝之宮〕”라는 말에서 유래한 것이다.
[주D-103]태산(泰山)과 들보의 비통함 : 모두가 존경하는 걸출한 위인의 죽음을 슬퍼한다는 말인데, 공자(孔子)가 죽음에 임박하여 “태산이 무너지려는가, 들보가 부러지려는가, 철인이 쓰러지려는가.〔泰山其頹乎 梁木其壞乎 哲人其萎乎〕”라고 노래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禮記 檀弓上》
[주D-104]영도(瀛島)에 …… 분 : 오봉(五峯) 이호민이 문형(文衡) 즉 홍문관 대제학(弘文館大提學)이 되었다는 말이다. 영도는 삼신산(三神山)의 하나인 영주(瀛洲)를 말하는데, 홍문관을 영각(瀛閣)으로 부르기도 한다.
[주D-105]빈관(儐館)의 …… 놀랐지요 : 이호민이 접빈사(接賓使)로 나가서 중국의 조사(詔使)를 맞을 때 지은 시를 보고 조사들이 경탄했다는 말이다. 선조(宣祖) 35년(1602)에 명(明) 나라 한림원 시강(翰林院侍講) 고천준(顧天埈)과 행인사 행인(行人司行人) 최정건(崔廷健)이 황태자의 책립(冊立) 조서를 반포하기 위해서 조선에 왔다.
[주D-106]도산(陶山)의 …… 교화시켰어라 : 정경세는 학문의 연원을 고정(考亭) 즉 주자(朱子)에 두고서 도산(陶山) 즉 이황(李滉)의 학통을 계승하였는데, 조정에서 고위직을 두루 역임하다가 광해군 8년(1616)에 고향으로 돌아가서 학문 연구에 전념하던 중에, 인조 원년(1623)에 홍문관 부제학으로 부름을 받고 조정에 다시 진출하여 성균관 대사성 등을 역임하며 인재를 양성한 것을 말한다.
[주D-107]새 저술 : 《주문작해(朱文酌海)》 · 《상례참고(喪禮參考)》 · 《양정편(養正篇)》 등을 들 수 있는데, 특히 《주문작해》는 이황의 《주서절요(朱書節要)》와 함께 주자학 연구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자료로 꼽힌다.
[주D-108]멀리 …… 출신으로 : 이정귀가 명문인 연안 이씨(延安李氏)의 후예라는 말이다. 연안 이씨의 시조는 이무(李茂)인데, 그가 당 고종(唐高宗) 때 중랑장(中郞將)으로 있다가 소정방(蘇定方)의 부장(副將)으로 신라에 들어와서 백제를 평정한 공으로 연안후(延安侯)에 봉해졌으므로 그의 후손들이 연안을 본관으로 삼게 되었다고 한다.
[주D-109]어려서 …… 분 : 유년 시절부터 비범한 재질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8세 때에 벌써 한유(韓愈)의 장편시인 ‘남산시(南山詩)’에 차운하여 경탄을 자아냈고, 14세 때에 승보시(陞補試)에 장원(壯元)한 것 등을 말한다.
[주D-110]선조(先朝) …… 되셨다오 : 일찍이 선조(宣祖)의 지우(知遇)를 받고 깍듯한 예우를 받았는데, 다시 인조(仁祖)의 조정에서 재상으로서 국가를 경륜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당(唐) 나라 최융(崔融)의 ‘위종감청정정사표(爲宗監請停政事表)’에 “이처럼 귀하게 된 것은 모두 풍운의 시대를 만나서 일월의 빛을 의지한 덕분이다.〔斯皆應風雲之會 依日月之光〕”라는 표현이 나온다. 또 《서경》 상서(商書) 열명 하(說命下)에, 무정(武丁)이 부열(傅說)을 재상으로 임명하면서 “내가 술이나 단술을 만들려고 할 때에는 그대가 누룩이 되어 주고, 내가 국을 끓이려 할 때에는 그대가 소금과 매실이 되어 주오.〔若作酒醴 爾惟麴蘖 若作和羹 爾惟鹽梅〕”라고 부탁한 내용이 나온다.
[주D-111]사업이 …… 외우고 : 이정귀가 뛰어난 일을 많이 해서 아이들까지도 그의 자(字)를 외울 만큼 잘 알고 있다는 말이다. 송(宋) 나라 재상 사마광(司馬光)의 인덕을 칭송한 소식(蘇軾)의 시에 “아이들도 선생의 자인 군실을 모두 외우고, 하인들도 선생의 성인 사마를 다 안다오.〔兒童誦君實 走卒知司馬〕”라는 말이 나온다. 《蘇東坡詩集 卷15 司馬君實獨樂園》
[주D-112]집안의 …… 재질이라 : 이정귀의 아들인 이명한(李明漢)과 이소한(李昭漢) 등도 모두 땀방울이 피처럼 붉은 대완(大宛)의 한혈마(汗血馬)처럼 뛰어난 재질의 소유자라는 말이다. 특히 이명한의 경우는 부친을 이어 홍문관 대제학이 되었고, 또 그의 아들인 이일상(李一相)이 대제학을 지냈는데, 이처럼 3대에 걸쳐서 문형(文衡)을 지낸 것은 수백 년 동안 없었던 일로 일컬어진다.
[주D-113]동향(桐鄕)에도 …… 있다오 : 지방관(地方官)으로 고을 백성들에게 선정(善政)을 베풀었다는 말이다. 한(漢) 나라의 대사농(大司農) 주읍(朱邑)이 일찍이 동향의 관리가 되어 은혜를 베풀어 인심을 얻었으므로, 자기가 죽으면 이곳에 묻어 달라고 유언을 했는데, 과연 그 뒤에 고을 백성들이 사당을 세우고 대대로 제사를 지내 주었던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漢書 卷89 循吏傳 朱邑》
[주D-114]재상의 …… 뛰어났지 : 이명한이 이정귀(李廷龜)의 아들로서 뛰어난 재질을 발휘했다는 말이다. 난초 싹은 준수(俊秀)한 자제를 비유하는 말이다. 백거이(白居易)가 58세의 늦은 나이에 아들 하나를 얻고서 지은 시에 “가을 달 아래 늦게 나온 붉은 계수의 열매요, 봄바람에 새로 자란 보랏빛 난초의 싹이로다.〔秋月晩生丹桂實 春風新長紫蘭芽〕”라는 표현이 나온다. 《白樂天詩集 卷10 予與微之 老而無子云云》
[주D-115]쌍벽(雙璧)의 …… 알았으랴 : 이명한과 그의 동생 이소한(李昭漢)이 같은 해에 똑같이 세상을 떠난 것을 말한다.
[주D-116]하루아침에 …… 알았으랴 : 이소한이 형 이명한이 죽은 지 10여 일 뒤에 죽은 것을 말한다. 아가위 꽃은 우애 깊은 형제를 비유하는 말이다. 《시경》 소아(小雅) 상체(常棣)의 “아가위 꽃송이 활짝 피어 울긋불긋, 지금 사람 중에 형제만 한 이는 없지.〔常棣之華 鄂不韡韡 凡今之人 莫如兄弟〕”라는 말에서 유래한 것이다.
[주D-117]허망한 …… 같구나 : 사람의 삶이란 것이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시드는 꽃처럼 허무하기 그지없다는 말이다. 목근(木槿) 즉 무궁화 꽃이 약 100일 동안 계속해서 피긴 하지만, 반드시 이른 새벽에 피었다가 저녁에 시들면서 날마다 새 꽃을 보여 주기 때문에, 조영모락(朝榮暮落)의 뜻으로 곧잘 인용되곤 한다.
[주D-118]지금까지도 …… 한다오 : 목민관으로 선정을 베풀어서 그 고을 백성들이 지금도 사모하고 있다는 말이다. 한(漢) 나라의 대사농(大司農) 주읍(朱邑)이 일찍이 동향(桐鄕)의 관리가 되어 은혜를 베풀어 인심을 얻었으므로, 자기가 죽으면 이곳에 묻어 달라고 유언을 했는데, 과연 그 뒤에 고을 백성들이 사당을 세우고 대대로 제사를 지내 주었던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漢書 卷89 循吏傳 朱邑》
[주D-119]경서(經書)의 …… 낙 :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생활을 즐기면서 오로지 학문 연구에 몰두했다는 말이다. 단표(簞瓢)는 일단사 일표음(一簞食一瓢飮)의 준말이다. 《논어》 옹야(雍也)에 “어질다, 안회여. 한 그릇 밥과 한 표주박 물을 마시며 누항에 사는 것을 사람들은 근심하며 견뎌 내지 못하는데, 안회는 그 낙을 바꾸지 않으니, 어질도다, 안회여.〔賢哉 回也 一簞食 一瓢飮 在陋巷 人不堪其憂 回也 不改其樂 賢哉 回也〕”라고 칭찬한 공자의 말이 실려 있다.
[주D-120]천작(天爵)이 …… 가벼웠고말고 : 양심을 저버리지 않고 자신의 덕성을 닦으면서 살아가려고 하였을 뿐, 벼슬을 해서 높은 지위를 얻는 것은 아예 생각하지도 않았다는 말이다. 천작은 사람이 주는 작위(爵位)라는 뜻의 인작(人爵)과 상대되는 말로, 아름다운 덕행과 같은 천연(天然)의 작위라는 뜻인데, 《맹자》 고자 상에 “인의 충신과 선을 좋아하여 게을리하지 않는 이것이 바로 천작이요, 공경대부 같은 종류는 인작일 뿐이다.〔仁義忠信樂善不倦 此天爵也 公卿大夫 此人爵也〕”라는 말이 나온다.
[주D-121]구름 …… 가려졌네 : 처사(處士)의 죽음을 말한다. 소미(少微)는 처사를 상징하는 별자리의 이름이다.
[주D-122]우뚝하여라 …… 집안이요 : 부인 창녕 성씨(昌寧成氏)가 당대의 유종(儒宗)인 성수침(成守琛)의 손녀요 성혼(成渾)의 딸이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주D-123]성대하여라 …… 명성이었네 : 정묘호란 때 척화(斥和)를 주장하며, 이귀(李貴) · 최명길(崔鳴吉) 등의 주화론자(主和論者)들을 처벌하도록 강력히 요구했던 윤황의 사람됨을 표현한 말이다.
[주D-124]자제들에게 …… 하면서 : 부인의 소생으로 윤순거(尹舜擧)와 윤문거(尹文擧) 등의 걸출한 아들이 있다.
[주D-125]삼종(三從) : 옛날에 여자로 태어나서 출가하기 전에는 아버지를 따르고, 출가해서는 지아비를 따르고, 지아비가 죽은 뒤에는 아들을 따랐던 부녀자의 도리를 말한다. 《儀禮 喪服傳》
[주D-126]당(唐) 나라에서 …… 후예로서 : 풍덕 부사 박대화의 모친이 연안 이씨(延安李氏)이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연안 이씨의 시조는 이무(李茂)인데, 그가 당 고종(唐高宗) 때 중랑장(中郞將)으로 있다가 소정방(蘇定方)의 부장(副將)으로 신라에 들어와서 백제를 평정한 공으로 연안후(延安侯)에 봉해졌으므로 그의 후손들이 연안을 본관으로 삼게 되었다고 한다.
[주D-127]영원(鴒原)의 …… 흠모했고 : 그의 모친이 중국에까지 문명(文名)을 날렸던 이정귀(李廷龜)의 누님이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韓國文集叢刊 114 宋子大全 卷177 豐德府使朴公墓碣銘》 영원은 척령재원(鶺鴒在原)의 준말로, 우애 있는 형제를 뜻하는데, 《시경》 소아(小雅) 상체(常棣)의 “할미새가 언덕에서 호들갑 떨듯, 어려움이 있을 때는 형제가 돕는 법이라오.〔鶺鴒在原 兄弟急難〕”라는 말에서 나온 것이다.
[주D-128]오조(烏鳥)의 …… 이어졌어라 : 박대화가 효렴(孝廉)으로 천거를 받고서 여러 고을의 수령을 두루 거친 것을 말한다. 오조는 반포(反哺)하는 까마귀로, 효성스러운 자제를 비유하는 말이다.
[주D-129]연세도 …… 받고 : 《맹자》 공손추 하(公孫丑下)에 “이 세상에 누구나 존경하는 것이 세 가지 있으니, 관작과 연치와 덕이 그것이다.〔天下有達尊三 爵一齒一德一〕”라는 말이 나온다.
[주D-130]원로(鵷鷺) : 원추새와 백로인데, 이 두 새는 모습이 한아(閑雅)하고 질서가 있다 하여 조정 반열에 늘어선 백관을 비유하는 말로 곧잘 쓰인다.
[주D-131]견수(肩隨) : 나이 많은 사람과 길을 갈 적에 어깨를 나란히 하여 걸어가면서도 약간 뒤로 물러서서 따라가는 것을 말한다. 《禮記 曲禮上》 조위한은 포저보다 12년 선배이다.
[주D-132]이제 …… 알았으랴 : 아침 안개나 이슬이 스러지는 것보다도 빠르게, 만년에 접어들어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했다는 말이다. 상유(桑楡)는 노년을 뜻하는 말로, 서쪽으로 지는 햇빛이 ‘뽕나무와 느릅나무〔桑楡〕’ 가지 끝에 비친다는 말에서 유래한 것이다.
[주D-133]선을 …… 왔어라 : 후한(後漢) 양진(楊震)과 그의 아들 양병(楊秉), 그의 손자 양사(楊賜), 그의 증손 양표(楊彪)와 양기(楊奇) 등이 4대에 걸쳐 삼공(三公)의 지위에 오른 ‘사대 오공(四代五公)’의 고사가 전하는데, 정광성의 집안도 이에 못지않게 선행을 대대로 쌓아 온 결과 자손에까지 경사가 미치는 영광을 누렸다는 말이다. 참고로 정광성의 고조 정광필(鄭光弼)은 영의정이었고, 증조 정복겸(鄭福謙)은 영의정에 추증되었으며, 조부 정유길(鄭惟吉)은 좌의정이었고, 부친 정창연(鄭昌衍)도 좌의정이었다. 또 《주역》 곤괘(坤卦) 문언(文言)에 “덕행을 쌓은 집안은 자손에까지 경사가 미친다.〔積善之家 必有餘慶〕”는 말이 나온다.
[주D-134]중년에 …… 돌아왔네 : 정광성이 병자호란 뒤에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왔다가 효종(孝宗)이 즉위한 뒤에 형조 판서의 부름을 받고 조정에 복귀한 것을 말한다. 일변(日邊)은 도성의 별칭으로, 동진(東晉)의 명제(明帝)가 어렸을 적에 부왕인 원제(元帝)에게 장안(長安)과 태양 사이의 거리를 답변한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世說新語 夙惠》
[주D-135]세 아들 …… 일 : 세 아들은 정태화(鄭太和)와 정치화(鄭致和)와 정만화(鄭萬和)를 가리키는데, 당시에 태화는 영의정이었고 치화는 경기도 관찰사였으며 만화는 사간원 정언이었다.
[주D-136]여든의 …… 따랐으니 : 도잠(陶潛)의 ‘귀거래사(歸去來辭)’ 맨 마지막에 “자연의 변화 따라 죽을 때 되면 가면 그뿐, 주어진 천명 즐기면 되지 다시 무엇을 의심하랴.〔聊乘化以歸盡 樂夫天命復奚疑〕”라는 구절이 나온다.
[주D-137]진양성(晉陽城)에서 …… 대절(大節)이여 : 황위의 조부 황진(黃進)이 임진왜란 때 충청도 병마절도사로 진주성(晉州城) 전투에 참여하여 9일 동안이나 용전분투하다가 장렬하게 전사한 것을 말한다. 참고로 송 고종(宋高宗)이 충신 악비(岳飛)에게 ‘정충악비(精忠岳飛)’라는 네 글자를 친히 써서 깃발에 새기게 한 고사가 있다.
[주D-138]영가 부부인(永嘉府夫人) : 효종(孝宗)의 왕비 인선왕후(仁宣王后)의 모친인 안동 김씨(安東金氏)의 봉호이다.
[주D-139]모교(姆敎)와 …… 가문 : 친가(親家)와 시가(媤家)가 모두 재상의 집안이라는 말인데, 부인이 우의정 김상용(金尙容)의 딸이요, 우의정 신풍부원군(新豐府院君) 장유(張維)의 부인이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예기》 내칙(內則)에 “여자 아이는 열 살이 되면 규문 밖에 나가지 아니하며, 여자 교사로부터 상냥한 말씨와 유순한 태도와 어른의 말을 듣고 순종하는 법을 가르침 받는다.〔女子十年不出 姆敎婉娩聽從〕”는 말이 나오고, 《시경》 주남(周南) 도요(桃夭)에 “우리 아가씨 시집을 가심이여, 시가를 의당 화목하게 하리로다.〔之子于歸 宜其室家〕”라는 말이 나온다.
[주D-140]성녀(聖女)를 …… 교화시켰도다 : 후비(后妃)로서의 완전한 덕을 갖춘 인선왕후를 낳아 나라의 모범이 되게 하였다는 말이다. 성녀는 장차 후비가 될 여자를 가리키고, 휘음(徽音)은 후비의 아름다운 덕을 뜻하고, 곤궁(坤宮)은 곤녕궁(坤寧宮)의 준말로 왕후의 거처를 의미한다. 정덕(正德)은 《서경》 대우모(大禹謨)에 나오는 삼사(三事)의 하나로, 윗사람이 자신의 덕을 먼저 바로잡아 백성을 다스리는 것을 말한다.
[주D-141]명공(明公) : 장유(張維)를 말한다. 포저가 젊었을 적에 장유 · 최명길(崔鳴吉) · 이시백(李時白)과 가장 친하게 지냈으므로 사람들이 이들을 사우(四友)라고 불렀다는 기록이 《송자대전(宋子大全)》 162권 ‘포저 조공 신도비명(浦渚趙公神道碑銘)’에 나온다.
[주D-142]그대 …… 생각나는데 : 《포저집》 30권 ‘제경세마대후문(祭慶洗馬大後文)’에 “그대가 한미한 우리 가문에 장가 든 것이 지금 40여년이 지났고, 또 나에게 문자를 물은 것이 30여년이 지났다.”는 말이 나온다.
[주D-143]하늘이 …… 보답하나 : 선인(善人)에게 복을 주고 악인(惡人)에게 재앙을 내린다는 하늘의 뜻을 도대체 믿을 수가 없다는 말인데, 사마천(司馬遷)이 《사기》 백이 열전(伯夷列傳)에서 ‘백이 숙제(叔齊)와 안연(顔淵) 같은 선인은 비참하게 살다가 죽고, 도척(盜跖) 같은 악인은 천하를 횡행하며 오래 살다가 죽었으니, 그러고 보면 하늘이 선인에게 보답해 준 것이 어떻다고 하겠느냐.〔天之報施善人 其如何哉〕’고 의혹을 제기하면서, ‘과연 천도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옳은 것이냐 그른 것이냐.〔儻所謂天道 是耶非耶〕’라고 통렬하게 물음을 던지는 대목이 나온다.
[주D-144]장공(張公)은 …… 곳으로 : 조선 중기 사대 문장가로 꼽히는 계곡(谿谷) 장유(張維 1587~1638)와 택당(澤堂) 이식(李植 1584~1647)도 이미 저세상 사람이 되었다는 말이다.
[주D-145]기옹(畸翁) : 정홍명의 호이다.
[주D-146]이 땅에 …… 친척이라 : 도잠(陶潛)의 잡시(雜詩) 12수(首) 중 첫 수에 “땅에 떨어진 사람들은 모두가 나의 형제, 어찌 꼭 골육의 친척들만 있겠는가.〔落地爲兄弟 何必骨肉親〕”라는 표현이 나온다. 《陶淵明集 卷4》
[주D-147]영원히 …… 되다니 : 부음(訃音)이 전해졌다는 말인데, 역시 도잠의 ‘자제문(自祭文)’에 “이제 내가 여인숙과 같은 이 세상을 하직하고, 본래의 내 집으로 영원히 돌아가려 한다.〔陶子將辭逆旅之館 永歸於本宅〕”는 말이 나온다. 《陶淵明集 卷8》
[주D-148]분우(分憂)하여 …… 한데 : 선정(善政)을 베풀어 백성들이 마음속으로 깊이 사모한다는 말이다. 분우는 임금의 걱정을 나눠 갖는다는 뜻으로 지방 장관을 가리킨다.
[주D-149]옛날 …… 때 : 포저의 부인은 성주 현씨(星州玄氏)이다.
[주D-150]살 …… 떠오르는데 : 옛날에 정답게 지내면서 가까이 지낸 사이를 추억한 것이다. 한유(韓愈)의 ‘송궁문(送窮文)’에 “살갗을 비비고 뼈를 서로 부딪치며 가깝게 지냈다.〔磨肌戛骨〕”는 표현이 나온다.
[주D-151]지란(芝蘭) : 지란옥수(芝蘭玉樹)의 준말로, 상대방의 뛰어난 자제들을 비유하는 말이다. 진(晉) 나라 사현(謝玄)이 숙부인 사안(謝安)에게 “지란옥수가 집안 섬돌에 피어나 향기를 내뿜게 하겠다.”고 대답한 고사에서 유래하였다. 《晉書 卷79 謝安傳》
[주D-152]향리에선 …… 받았지 : 《맹자》 공손추 하(公孫丑下)에 “세상에서 누구나 존경해야 할 대상이 세 가지 있으니, 작위와 연치와 덕성이 그것이다. 조정에서는 작위만 한 것이 없고, 향리에서는 연치만 한 것이 없고〔鄕黨莫如齒〕, 세상을 돕고 백성의 어른 노릇을 하는 데에는 덕성만 한 것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주D-153]정암(靜庵) : 조광조(趙光祖)의 호이다.
[주D-154]생각나면 …… 주며 : 삼국 시대 위(魏) 나라 여안(呂安)과 혜강(嵇康)이 친하게 지내면서 상대방이 그리워지면 서로 천리 길을 멀다 하지 않고 방문했던〔每一相思 輒千里命駕〕 고사와, 같은 시대에 완적(阮籍)이 속된 사람을 만나면 흰 눈〔白眼〕을 치켜 뜨다가 반가운 인사를 만나면 푸른 눈〔靑眼〕 즉 검은 눈동자를 보였다는 고사가 있다. 《世說新語 簡傲》
[주D-155]부자(父子)가 …… 하리 : 《포저집》 권30 ‘제배생종도문(題裵生宗度文)’에 “돌아가신 그대의 부친은 지극한 품행이 우뚝 뛰어났고 어버이에 대한 효성이 나라에까지 알려졌으며, 학문을 통해 선각(先覺)의 뜻을 실천하려 하면서 나라에 충성을 바쳐 한 몸을 잊고 환란 속에 뛰어들었으므로, 주상이 그 정성을 환히 살피시고 마을에 정표(旌表)하게 하였다.”는 말이 나온다.
[주D-156]백리 길 …… 물론이요 : 어버이에 대한 효성이 지극했다는 말이다. 공자의 제자 자로(子路)가 자신은 나물을 뜯어 먹으면서도, ‘어버이를 위해서는 백리 밖까지 나가서 쌀을 구한 다음에 먼 길을 짊어지고 와서〔爲親負米百里之外〕’ 쌀밥을 해 드렸다는 고사가 전한다. 《孔子家語 卷2 致思》
[주D-157]물 …… 화락하였다오 : 빈궁한 속에서도 도를 즐기는 생활을 하였다는 말이다. 《논어》 옹야(雍也)에 “한 그릇 밥과 한 표주박 물을 마시며 누항에 사는 것을 사람들은 근심하며 견뎌 내지 못하는데, 안회는 그 낙을 바꾸지 않으니, 어질도다, 안회여.〔一簞食 一瓢飮 在陋巷 人不堪其憂 回也 不改其樂 賢哉 回也〕”라고 칭찬한 공자의 말이 나오고, 또 선진(先進)에 안회는 쌀독이 자주 비는데도 태연하였다는 공자의 말이 나온다.
[주D-158]끝났도다 …… 있겠는가 : 그를 어진 선비로 깍듯이 예우하곤 하였는데, 이제는 그가 찾아오는 일도 영영 없게 되었다는 말이다. 후한(後漢)의 진번(陳蕃)이 다른 손님은 일절 접대를 하지 않다가, 현인 서치(徐穉)가 오기만 하면 특별히 걸상 하나를 내려 놓고 환담을 하고 나서는 그가 가면 다시 올려 놓았다는 현탑(懸榻)의 고사가 전한다. 《後漢書 徐穉列傳》

 

포저집 제1권
 시(詩)
사람들에게 지어 준 시 11수




중양일(重陽日)에 임 첨지(林僉知)와 회음(會飮)하며

우연히 서로 부르고 따르는 사이가 되어 / 偶爾相徵逐
기분 좋으면 곧장 찾는 우리 이웃사촌 / 驩然卽比鄰
산골 집에도 중구일이 어김없어서 / 山家重九日
모정에 서너 사람 모여들 앉았어라 / 茅榭四三人
나뭇잎은 서리 내려 붉게 물들고 / 紅葉經霜後
국화꽃은 비를 맞아 더욱 샛노랗네 / 黃花冒雨新
큰 잔에 아무렴 넘치게 따라야 하고말고 / 深杯宜滿酌
이렇게라도 좋은 시절 즐겨야 할 테니까 / 聊此樂良辰

남자수(南子受)에게 주다.

저는 나귀 타고 찾아 준 것도 고마운데 / 多謝蹇驢訪
동이를 열고 보니 술이 또 맑게 고였네 / 開樽酒復淸
다정하게 함께 나눈 하룻밤의 이야기요 / 慇懃一夜話
중하게 서로 아낀 우리의 십 년 우정이라 / 珍重十年情
선방엔 외로이 촛불 하나 냉랭한 속에 / 孤燭禪齋冷
일천 숲은 눈이 쌓여 밝게도 빛났지요 / 千林積雪明
애닲다 오랫동안 힘들여 공부했건만 / 憐君久攻苦
여태까지 서생으로 늙어가고 있으니 / 猶作老書生

헤어지고 나서 봄이 저무는 때에 이무백(李茂伯) 윤우(潤雨) 에게 부치다.

봄날의 산에 곳곳에서 꾀꼬리 소리 들리는 때 / 春山處處聽流鶯
변방 고을 홀로 떠나는 그대를 슬피 전송했지 / 惆悵邊州送獨行
헤어진 뒤 이지러졌다 가득 찬 관산(關山)의 달 / 關月別來虧又滿
여정을 살피니 지금쯤은 수성에 도착했겠구려 / 計程今已到輸城

고산역(高山驛)을 출발하면서 덕원(德源)의 윤 부사(尹府使)에게 부치다.

하늘 끝에서 작별하려니 배나 더 구슬퍼져 / 天涯一別倍悽然
촉 땅 잔도(棧道) 걸린 데로 오늘 말 타고 떠난다오 / 羸馬今朝蜀棧懸
그건 그렇고 전날 밤에 손잡고 헤어지던 곳 / 却說前宵分手處
옛 성 주변 산부용꽃 지던 일 잊히지 않으리다 / 刺桐花落古城邊

남양(南陽)의 술자리에서 입으로 읊다.

만추의 계절이라 보이는 경물도 처량한데 / 雲物凄然屬暮秋
한 동이 술로 푸른 강가에서 서로 만났소 / 一樽相遇碧江頭
술잔이 돌아올 때마다 모조리 비워야 하고말고 / 杯行到處皆須盡
내일 술이 깨고 나면 다시금 시름에 잠길 테니 / 明日醒來更有愁

신자인(辛子仁)에게 주다.

야로가 나를 불러 주고 말이 또 점잖아서 / 野老招尋語更淸
하나의 술잔 주거니 받거니 밤이 깊도록 / 一盃相屬到深更
취하고 보니 자리 아래에 지란들의 모임 / 醉看座下芝蘭聚
천문을 봐도 덕성이 응당 자리를 옮겼으리 / 天上應須動德星


임 첨지에게 주다.

근면하고 온후하신 시골 이웃 노인께서 / 勤厚鄕鄰老
물굽이 굽어보는 곳에 잔치를 열었다오 / 開筵俯碧灣
흐르는 세월 따라 똑같이 흰 머리칼 / 光陰俱白首
손님과 주인 모두 황관을 마주했네 / 賓主對黃冠
세금 바치려고 일년 내내 고생했으니 / 征賦終年苦
하루라도 술잔 들며 즐겁게 놀아야지 / 盃盤一日懽
인생이란 너무나도 즐겁지가 않은 것 / 人生大不樂
술 취한 속에서나 잠깐 기분 낼 수밖에 / 醉裏且爲寬

지나는 길에 이형(李兄)을 찾아보았더니 밭에 나갔다고 하기에, 밭에서 그와 함께 어울리며 술을 가져다 마시고는 시를 지어 증정하였다. 이날 요동(遼東)이 함락되었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다.

그대가 밭농사 지으러 나갔다기에 / 聞子治田去
들길을 휘돌아 그대 뒤를 따랐지요 / 相從野路迂
지친 소는 물속에서 밭갈이하고 / 疲牛耕白水
길을 가던 말은 풀밭에서 휴식하고 / 征馬駐靑蕪
밭두둑 사이에 둘이 나란히 앉았다가 / 偶坐畝間地
모래톱 위에서 술병을 함께 기울였소 / 共傾沙上壺
세상 속에 즐거운 곳이 어디 있으리까 / 寰中無樂處
지금부턴 뗏목 타고 나가고 싶소이다 / 從此欲乘桴

시냇가의 술자리에서 임 첨지와 그 자리에 있던 제현(諸賢)에게 증정하다. 2수

일찍이 산림 속에서 노닐자 약속하였기에 / 曾有林中約
밭두둑 사이에서 서로 손잡고 찾아왔소 / 相携十畝間
된서리 내려 초록 나뭇잎 시들시들하고 / 淸霜凋碧樹
맑은 물이 푸른 산을 감싸고 도는 이곳 / 白水繞靑山
귀뚜라미는 일생 중에 지금이 황혼이요 / 蟋蟀流年暮
뜨내기 인생은 반일의 한가한 시간일세 / 浮生半日閑
술 취한 노랫소리 사방 자리에 요란하니 / 醉歌喧四座
각자 밤이 깊어야만 집에들 돌아가시겠네 / 各待夜深還

서로 이끌고 자리에 모인 반가운 손님들 / 相將靑眼客
누구 할 것 없이 흰머리 노인들이로세 / 俱是白頭翁
지금은 어느덧 만추의 시절도 지나가고 / 節序三秋過
사방 들판 풍경 역시 텅 비어 쓸쓸할 뿐 / 風煙四野空
자리 아래에 울리나니 시냇물 소리요 / 溪聲鳴座下
술잔 속에 떨어지나니 산의 빛이로세 / 山色落盃中
잔 들고 노래하면 절로 즐거워지는걸 / 觴詠自爲樂
어찌 꼭 녹동을 튕기게 해야 하리요 / 何須奏綠桐

정 부총(程副摠) 용(龍) 에게 삼가 증정하다.

씩씩하게 시대를 구제할 계책 안고 / 仡仡匡時畧
속국의 군대를 사열하러 오셨도다 / 來觀屬國兵
유랑하는 백성의 소망 이미 흡족해졌고 / 流人望已協
교만한 오랑캐는 간담이 떨어졌으리라 / 驕虜膽應驚
층층의 물결 끝없이 펼쳐진 바닷길이요 / 海路層波濶
흰 눈이 쌓여 밝게 비치는 산성이로세 / 山城積雪明
예로부터 대장부가 할 일을 말한다면 / 從來男子事
만리에 공명을 세우는 것이 아니더이까 / 萬里立功名


[주D-001]수성(輸城) : 경성(鏡城)의 속역(屬驛)이다.
[주D-002]고산역(高山驛) : 안변(安邊)의 속역이다.
[주D-003]취하고 …… 옮겼으리 : 훌륭한 자제들이 성대히 모였으니, 하늘의 덕성(德星)도 한곳에 모이는 상서(祥瑞)가 나타날 것이라는 뜻으로 짐짓 치켜세워 준 말이다. 타인의 뛰어난 자제들을 지란옥수(芝蘭玉樹)로 비유하곤 하는데, 이는 진(晉) 나라 사현(謝玄)이 숙부인 사안(謝安)에게 “지란옥수가 집안 섬돌에 피어나 향기를 내뿜게 하겠다.”고 대답한 고사에서 유래하였다. 《晉書 卷79 謝安傳》 또 동한(東漢)의 명사(名士) 진식(陳寔)이 자제들을 이끌고 순숙(荀淑) 부자(父子)를 찾아갔을 때 하늘에 덕성이 모이는 천문 현상이 일어났다는 고사가 전한다. 《世說新語 德行》
[주D-004]황관(黃冠) : 황관초복(黃冠草服)의 준말로, 농부나 촌로의 복장을 말한다.
[주D-005]지금부턴 …… 싶소이다 : 명(明) 나라 땅이 후금(後金)의 군대에 의해 유린당하는 것을 보고 비감에 젖어 토로한 말이다. 《논어》 공야장(公冶長)에, 공자가 난세(亂世)를 개탄하면서 “도가 행해지지 않으니, 뗏목을 타고 바다로나 나갈까 보다.〔道不行 乘桴浮于海〕”라고 말한 내용이 실려 있다.
[주D-006]어찌 …… 하리요 : 굳이 풍악을 울릴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녹동(綠桐)은 푸른 오동나무로 만든 거문고를 뜻한다.
[주D-007]예로부터 …… 아니더이까 : 후한(後漢)의 명장 반초(班超)가 일찍이 집이 가난해서 관청의 문서를 붓으로 베껴 쓰며 모친을 봉양하다가, 만리후(萬里侯)에 봉해질 골상(骨相)을 지녔다는 관상가의 말에 힘을 얻어 분발하면서, “대장부라면 이역 만리에 나아가 공을 세워 봉후(封侯)의 영예라도 누려야 할 것이다.” 하고는, 과연 서역(西域)에 나아가 큰 공을 세운 뒤에 정원후(定遠侯)로 봉해진 고사가 전한다. 《後漢書 卷47 班超列傳》

 포저집 제1권
 시(詩)
영사(詠事) 26수




봄날 산중의 일을 읊다.

배나무는 꽃받침에 흰 망울 돋아나고 / 梨萼纔生白
복사꽃은 벌써 붉은 봉오리 터뜨렸네 / 桃花已放紅
뜨락의 홰나무는 이제 막 그늘 드리우고 / 庭槐初落影
문간의 버들은 바야흐로 바람에 휘청휘청 / 門柳正斜風
산 빛깔은 동서남북이 각기 다른데 / 四面山光別
앞에 보이는 들판은 모두 똑같은 색 / 前瞻野色同
산새들은 긴 날을 조잘대며 노래하고 / 幽禽喧永日
장난치는 나비들은 갠 하늘에 난분분 / 戱蝶亂晴空
차례대로 펼쳐지는 봄날의 멋진 경치 / 次第芳辰景
조물의 솜씨 얼마나 대단한지 알겠도다 / 紛紜造化工
날씨도 이젠 홑적삼이 적당한 시절 / 炎凉單袂適
세계가 온통 화폭 속에 잠겨 있는 듯 / 世界畫圖中
움직이든 쉬든 기쁨이 넘쳐 흐르나니 / 動息歡愉足
하늘과 사람이 위아래에서 감통하도다 / 天人上下通
그런데 어찌하여 만물은 즐거운데 / 如何百物好
유독 우리 백성들만은 곤궁하단말가 / 獨此庶民窮
눈에는 화락한 풍경이 가득 들어와도 / 滿目雖堪悅
마음에 걸리는 건 되레 근심 걱정뿐 / 關心反有忡
알괘라 흥망성쇠 원래 정해져 있으리니 / 隆衰知素定
기쁨과 슬픔 역시 하늘에 맡길 도리밖에 / 憂樂任蒼穹

궁중에 서 있는 봄날의 소나무

봄이 비원의 나무에 돌아왔나니 / 春歸御苑樹
우뚝 선 한 그루 저 소나무에도 / 特立一株松
뿌리 박고 사는 곳이 궁중이긴 하지만 / 托植依丹禁
푸른 산봉우리에서 옮겨 온 것이라오 / 移來自碧峯
무성한 잎을 보소 학이 깃을 칠 만하고 / 葉深堪宿鶴
나이 많은 비늘 보소 용이 다 되었잖소 / 鱗老久成龍
모진 눈보라에도 푸르름을 변치 않다가 / 雪苦靑無改
따스한 햇빛 받아 더욱 진하게 푸르도다 / 陽和翠更濃
바람 불면 멀리서부터 피리 소리요 / 風生籟自遠
달이 뜨면 거무스름 포개지는 그림자들 / 月出影仍重
이슬 방울이 새 이끼 위에 가느다랗게 뚝뚝 / 露滴新苔細
솔향기가 풀 내음 뒤섞여 진하게 배어나네 / 香連雜卉穠
구천의 의장이 납시면 광채가 어른어른 / 光搖九天仗
오경의 종소리 들리면 함께 떨며 파르르 / 聲動五更鍾
궁중에서 언제나 보며 감상을 해 주시니 / 長帶瑤臺賞
대악에 봉해진 것보다도 훨씬 낫고말고 / 全勝岱岳封
일천 산의 소나무가 본디 하나의 종자련만 / 千山固一種
이 나무만 선용의 특혜를 누리게 되었나니 / 唯此爲先容
귀하고 천하게 됨도 실로 이와 같은 것 / 貴賤良如此
운수를 잘 만나느냐에 원래 달려 있느니라 / 由來只在逢

봄비

아득히 강하늘에 내리는 봄비 / 漠漠江天雨
부슬부슬 물마을에 자욱하도다 / 霏霏滿水村
교외 들판엔 남은 눈도 모두 녹고 / 郊原殘雪盡
밭도랑엔 물이 콸콸 넘쳐흐르누나 / 溝洫亂流奔
농부들은 보리 파종을 걱정하겠지만 / 田父憂牟種
서생은 나물 뿌리가 그저 기쁘기만 / 書生喜菜根
적적한 집 찾아 주는 사람이 없어 / 無人慰窮寂
종일토록 사립문을 닫고 앉았노라 / 終日閉柴門

사월에 비가 내리는 가운데 고목이 된 복숭아나무 가지에 늦게야 꽃이 핀 것을 보고 노래하다.

정원의 복숭아나무 아래 녹음이 벌써 쌓였는데 / 園中桃樹綠陰堆
붉고 흰 꽃이 섬돌 앞에 가장 늦게 꽃 피웠네 / 紅白階前最後開
쇠잔한 빛의 가지 하나 참으로 유다른데 / 殘色一枝誠異矣
꽃다운 자태 독점하니 이 또한 기이하군 / 芳姿獨在亦奇哉
훈풍이 늦으니 꽃 피고 싶어도 어찌했겠나 / 榮華無奈薰風晩
고목이 밀우를 만나 불끈 힘이 솟았으리 / 衰歇仍逢密雨催
내일 아침엔 바람에 나부껴 모두 떨어지겠지 / 定是明朝飄落盡
난간에 서서 애석한 생각을 가누기 어려워라 / 臨軒嗟惜意難裁

진간재집(陳簡齋集)을 우연히 열람하다가 장 적공(張迪功)의 시에 차운한 시를 발견하고는 한 수 짓다.

전원의 봄빛이 이제 다하려 하는 이때 / 田園春色屬將闌
병객은 문 닫은 채 추위를 여태 겁낸다오 / 病客關門尙畏寒
밭에 풀이 무성해도 뽑을 힘이라도 있나 / 數畝草深無力斸
집에 꽃이 좋은들 누구와 함께 구경하리 / 一堂花好共誰看
독서에 게을러서 경서는 책상에 가득한데 / 懶繙經籍空盈案
만식하는 산나물은 소반을 채우지 못하누나 / 晩食山蔬不滿盤
애닲도다 좋은 시절에 즐거운 생각이 안 들다니 / 惆悵芳辰歡意少
술잔을 들며 어디에 가서 시름을 풀 수 있을거나 / 綠樽何處解憂端

함흥곡(咸興曲) 5수

만세교 위엔 내 낀 버들 휘휘 늘어지고 / 萬歲橋頭煙柳斜
행인들 건너간 강물은 혼자서 출렁출렁 / 行人渡盡水空波
어스름 저녁 여기저기 울리는 노랫소리 / 薄暮歌聲無數發
강변 쪽에 색시네 집이 많이들 있다나요 / 向江多是女郞家

상공이 낙민루에서 객을 전별하는지라 / 相公餞客樂民樓
수국의 이 가을날 풍악 소리 요란하이 / 歌管紛紛水國秋
신사와 미인이 어울린 아득히 높은 이 누대를 / 烏帽紅粧高縹緲
행인들 모두 다리 위에서 머리 돌려 바라보네 / 行人橋上盡回頭

봄날이 간 때에 변방 고을엔 꽃이 성에 만발하니 / 春盡邊州花滿城
남방의 상인이 찾아와서 회포를 가눌 수 있으리요 / 南方賈客不勝情
돈을 싸 들고 창루에 찾아가 하룻밤을 즐기리니 / 將錢却向娼樓宿
처처에 달 밝은 아래 풍악 소리가 울릴 수밖에 / 處處月明絲管聲

군영의 애잔한 뿔피리 소리 아침을 열면 / 轅門晨啓角聲哀
주군의 제공이 지시 받으러 달려와서는 / 州郡諸公受事來
저녁에 성루에서 성대한 연회에 모였다가 / 向晩城樓紛宴集
은 장식 안장에 각자 미녀 싣고 간다네요 / 銀鞍各載翠娥回

어스름 저녁에 서로 함께 돌아오는 행락객들 / 薄暮遊人相與還
성 안팎의 온갖 꽃들 이제는 시들 때이니까 / 城中城外百花殘
지금은 변방 요새에 전란의 경보도 끊어져서 / 如今沙塞風塵絶
달 밝은 밤 영문에서도 문을 닫지 않는다오 / 明月營門夜不關

우제(偶題)

옛날에 도군은 굶주림에 늘상 시달렸지만 / 古者陶君常苦饑
그래도 찾는 사람 있어 취할 때가 많았는데 / 招尋猶自醉多時
지금 나는 부황이 들고 마시기도 어려우니 / 如今顑頷還難飮
옛사람보다 못한 것을 더욱 알 만하도다 / 不及前人益可知

춘화의진대(春和議賑貸) 과제(課製)

옛날에 한 나라 문제는 밝고 거룩하여 / 漢帝昔明聖
번거롭고 가혹한 법령을 제거하였나니 / 政令除繁苛
인자한 그 마음이 만물을 덮어 주어 / 仁心覆萬物
온 누리에 고통받는 사람이 없었다오 / 四海無扎瘥
한 해가 바뀌어 봄기운이 돌아오자 / 歲換春氣回
천지 사이에 화기가 넘쳐흐르면서 / 融融天地和
먼 산에는 아득히 아지랑이 뒤덮이고 / 杳靄冪遠山
긴 둑은 안개 낀 꽃으로 옷 입었다오 / 煙芳被長坡
그윽한 새 울음소리 숲 기슭에서 들려오고 / 幽禽咽林麓
가녀린 잎새들이 정원의 나무에 움트는 때 / 嫩葉生庭柯
봄을 맞아 만물이 모두 새롭게 바뀌는데 / 覽此時物變
곤궁한 우리 백성들은 어찌해야 좋단말가 / 柰我生民何
농가에는 묵은 곡식이 죄다 떨어졌으리니 / 田家舊穀盡
무슨 수로 씨 뿌리고 농사를 다시 지으리요 / 何以事稼禾
백성의 고통을 측은하게 여기는 그 심정이 / 惻念民疾苦
마치 자신이 병에 걸려 괴로운 듯했는지라 / 有若纏痒痾
백성 구제할 대책을 강구하도록 명했나니 / 渙然下明詔
세상 모두가 은혜의 물결에 몸을 적셨도다 / 四海皆恩波
안자가 말했던 그대로 밭갈이 살피도록 하고 / 省耕聞晏子
추가의 말 그대로 당읍의 곳간을 열게 했으며 / 發棠師鄒軻
곤궁한 이에게 빠짐없이 혜택이 돌아가게 하고 / 振施周困窮
백발의 늙은이들을 위문하고 봉양하게 하였도다 / 存問及皤皤
하늘이 주신 봄날과 임금이 베푼 인자함이 / 天春與主仁
한쪽으로 치우침 없이 똑같이 공평하였는데 / 溥博無偏頗
그런 성왕이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나셨는지라 / 聖王沒已久
돌이켜 생각하노라니 더욱 비감이 드노매라 / 緬想增悲哦
나는 다행히도 성명의 시대를 만난 데다 / 我幸逢聖明
봄바람이 지나가는 계절을 또 만났으니 / 東風又來過
정치를 시행하되 이 봄날에 맞게 하여 / 發政及春時
옛 성왕과 동등하게 되기만을 바라노라 / 願與此同科

욕기(浴沂) 과제

늦은 어느 봄날 날씨도 화창하고 / 暮春天氣和
따스한 햇빛에 바람이 또 살랑살랑 / 日暖風亦微
기수의 물은 바야흐로 넘실거리고 / 沂水方浩浩
초목에도 향그런 꽃이 피어나는 때 / 卉木紛芳菲
관 쓴 벗과 아이들 십여 명 모두 / 冠童十數人
몸에 맞게 새로 봄옷 지어 입고서 / 便體皆春衣
맑은 물에 목욕하여 재액을 씻어내고 / 祓除浴淸流
노래 부르며 바람 쐬고 돌아온다네요 / 詠歌乘風歸
처음부터 분수 넘는 생각이 없이 / 初無出位想
자연의 변화에 호연히 순응하나니 / 浩然順天機
천지의 기운과 같은 그 기상이여 / 氣象似天地
요순 시대가 아마도 그러했으리라 / 唐虞其庶幾
증점은 여기에 뜻을 두고 있었기에 / 點也志在玆
조용히 뜯던 거문고를 내려놓았나니 / 乃捨鼓瑟希
유독 다른 제자들과 생각이 달랐으나 / 獨異諸子撰
성인의 마음과는 어긋나지 않았도다 / 不與聖心違

이 도리는 본래가 자유자재한 것 / 此理本自在
소리개 날고 물고기 뛰는 것을 보라 / 鳶魚觀躍飛
인욕이 모두 없어진 사람이 아니라면 / 苟非人欲盡
누가 이런 기상을 발휘할 수 있겠는가 / 孰能此發揮
이런 마음의 즐거움을 얻게만 된다면 / 如得此心樂
목마름과 배고픔도 잊을 수가 있을 터 / 足以忘渴饑
공안이 즐긴 단사 표음의 생활이나 / 孔顔樂簞瓢
증씨가 언급한 욕기의 이 기상이나 / 曾氏言浴沂
즐기는 그 경지 본래 가락이 같건마는 / 其樂本同調
예로부터 지음이 드물기만 하였어라 / 知音終古稀
옛날의 성현들을 두루 찾아뵙고 / 歷觀前聖賢
천추토록 남기신 광휘 앙망하면서 / 千秋仰餘輝
좋은 말씀 접하고 그윽히 감회를 발하나니 / 嘉言激幽賞
이분들이 안 계시면 누구를 의지하겠는가 / 微斯誰可依

단오첩(端午帖)

석류꽃 막 피어서 청포에 어른거리는 때 / 榴花初發暎靑蒲
명절날에 임금님이 옥호의 은사를 내리셨네 / 令節天恩賜玉壺
반열 뒤에서 기뻐 춤추며 느끼는 깊은 감회 / 蹈舞後班深有感
차생에 어찌 뜻했으랴 요순 시대 만날 줄을 / 此生何意際唐虞

중양일(重陽日)에 정원(政院) 섬돌 위의 들국화를 보고 읊조리다. 4수

봄나들이 나갈 때야 아무 꽃이나 좋겠지만 / 尋芳不耻品名卑
옮겨다 심으려면 꽃들 중에서 가려야 할 터 / 移取應從衆草披
대궐에 천한 꽃 핀 것이야 괴이할 것 있소 / 莫怪微花登玉殿
원래 영광은 스스로 때에 맞아야만 하니까 / 由來榮辱自當時

섬돌 옆에 국화 심은 건 꽃을 따려 함이니 / 種菊階邊爲採英
내 섞이고 이슬 젖어 줄기에 꽃을 피워야지 / 和煙浥露擢寒莖
그런데 왜 중양절을 넘기도록 피지 않아 / 如何蹉過重陽節
들국화 혼자서 영광을 독점하게 만들었노 / 却使山花獨擅榮

도성의 가을 기운이 숲동산에 가득한 때 / 禁城秋色滿林園
명절이 아까우니 억지로 술잔을 들 수밖에 / 爲惜佳辰强對樽
품격은 없어도 찬 향기만 취하면 그만이니 / 但取寒香無取格
술잔에 띄워 곤드레만드레 취한들 어떠하리 / 不妨泛酒醉昏昏

들국화야 국화 중에서 본래 사랑도 못 받으니 / 山花於菊本非奇
감히 이름난 동산에서 일찍 피려고 다퉜겠소 / 敢向名園較早遲
알 만하오 세간에 그래도 공도가 남아 있어 / 可識世間公道在
소외된 곳에서 대궐 위로 바쳐 올려진 줄을 / 却從疎外進丹墀

파초(芭蕉)를 노래하다.

예전에 횡거(橫渠) 선생의 파초 시를 보긴 하였으나, 그때는 이 시가 얼마나 친절한지를 아직 알지 못하였다. 금년에 파초 하나를 대청 앞에 심어 놓고 살펴보니, 일단 하나의 잎사귀가 활짝 펴져서 사방으로 드리워지면 또 새 잎사귀가 마치 채찍처럼 속에서 돌돌 말려 곧장 위로 뽑혀 나왔고, 이 잎사귀가 또 점차 커져서 저번처럼 되면 또다시 새 잎사귀가 뽑혀 나왔는데, 이러한 현상이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지곤 하였다. 내가 이것을 보고서 비로소 횡거가 시를 지은 그 뜻이 얼마나 친절한지를 알고는 마침내 느낀 점이 있어서 시를 지었다.

앞 잎사귀 드리우면 뒷 잎사귀 벌써 삐죽 / 前葉纔舒後葉抽
뽑혀 나오고 활짝 펴짐이 계속 이어지나니 / 旋抽旋暢不曾休
우리도 이것을 보고 모쪼록 학문을 발전시켜 / 吾人進學須看此
날로 열심히 추구하며 새로운 경지 이뤘으면 / 勉勉新功日日求

춘일(春日)

바람이 온화하니 촌로가 와서 자리 다투고 / 風和野老來爭席
햇볕이 따스하니 아동이 뜰 가득 장난치네 / 日暖兒童戱滿庭
산중 집에 봄이 오니 신나는 일이 하도 많아 / 春至山家多勝事
한가한 속에 남은 세월을 절로 즐길 만하여라 / 閑中自可娛殘齡

하일(夏日)

마을 사람 모두 나가 논밭에 흩어지고 / 村人皆出散田疇
낮 시간 긴 산속은 고요하고 그윽해라 / 長日山中靜且幽
들리는 것은 나무에서 조잘대는 새소리뿐 / 庭樹唯聞鳥音鬧
책상 가득 경서를 세밀히 들춰 보노매라 / 滿床經籍細尋求

야목정사(野牧亭舍) 춘첩(春帖) 4수

봄이 와서 기쁜 기색이 천지에 가득한 때 / 春來喜氣滿乾坤
강토가 안정되고 국세가 드높아지기만을 / 疆場淸寧國勢尊
다시 원하건대 논밭에 곡식이 잘 익어서 / 更願田疇禾黍熟
노인이 배불리 먹고 자손들 재롱 받기만을 / 老人含哺弄兒孫

온화한 바람 맑은 기운이 새봄을 알려 주니 / 和風淑氣報新春
만물을 고루 생육하는 천지의 뜻이 펴지리라 / 自此乾坤生意均
누런 머리 늙은 신하 소망이 무엇이냐 하면 / 黃髮老臣奚所望
다만 하나 성상의 덕이 인으로 일관하시기를 / 只祈聖德一於仁

새봄이 돌아왔다는 아동의 말을 듣고 보니 / 兒童傳說早春回
천지에 화창한 기운이 이는 것을 느끼겠네 / 便覺乾坤淑氣催
더욱 기쁜 건 숲 정자에 신나는 일이 많아 / 更喜林亭多勝事
노인네가 마음껏 술잔을 들 수 있다는 것 / 老人能盡十千盃

어느 틈에 동산에 다시 봄기운이 돌아와서 / 忽覺丘園春氣回
언덕 시내 꽃과 버들 서로들 몰래 재촉하네 / 岸花溪柳暗相催
노인의 소원은 단 하나 풍년의 낙을 누리면서 / 老人只願豐年樂
전야에 나가 어울리며 백 잔의 술에 취하는 것 / 田野相從醉百盃

야목정사에 제하다.

원량과 비슷한 나의 오두막이요 / 矮室如元亮
동정과 흡사한 호수와 산이로세 / 湖山似洞庭
실로 선경이라 할 내와 노을 속에서 / 煙霞眞異境
늙고 병든 한 몸이 여생을 보내노라 / 老病一殘生
뭇 산봉우리가 처마 앞에 도열하고 / 衆峀簷前列
긴 시냇물이 눈 아래 가로 비낀 곳 / 長川眼底橫
삼공의 자리와도 바꿀 수 없다고 한 / 三公不可換
이 말이 어찌 참이 아니라 하겠는가 / 此語豈非誠


 

[주D-001]나이 …… 되었잖소 : 소나무의 울퉁불퉁한 거죽을 시에서 흔히 용의 비늘로 표현한다.
[주D-002]바람 …… 소리요 : 강하고 약한 바람에 나무들이 각각 다르게 반응하면서 온갖 다양한 피리 소리를 낸다는 이른바 ‘천뢰(天籟)’에 대한 설명이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에 나온다.
[주D-003]구천(九天)의 …… 어른어른 : 왕이 행차할 때면 의장대(儀仗隊)의 휘황한 빛이 소나무에도 어리비친다는 말이다.
[주D-004]대악(岱岳)에 봉해진 것 : 오대부송(五大夫松)을 말한다. 진 시황(秦始皇)이 태산(泰山)에 올라가 봉선(封禪)의 제사를 올리고 돌아올 적에 홀연히 폭풍우를 만나 소나무 아래로 피했는데, 그 소나무가 공을 세웠다고 하여 오대부(五大夫)의 관직에 봉했다는 고사가 전한다. 《史記 卷6 秦始皇本紀》 대악은 태산의 별칭이다.
[주D-005]선용(先容) : 남보다 먼저 보살핌을 받고 보기 좋게 꾸며져서 임금의 총애를 받는 것을 말한다. 전한(前漢) 추양(鄒陽)의 ‘옥중상서(獄中上書)’에 “뿌리와 가지가 구불구불 휘어진 나무도 임금의 총애를 받는 수가 있는데, 그 이유는 좌우에서 모시는 신하가 임금을 위해 먼저 그 나무를 아름답게 꾸며 주기 때문이다.〔蟠木根柢 輪囷離奇 而爲萬乘器者 何則 以左右先爲之容也〕”라는 말이 나온다. 《史記 卷83 鄒陽列傳》
[주D-006]서생은 …… 기쁘기만 :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생활이 즐겁기만 하다는 말이다. 송(宋) 나라 왕신민(汪信民)이 “사람이 항상 나물 뿌리를 캐 먹고 살 수만 있다면, 어떤 일이든 모두 행할 수가 있다.〔人常咬得菜根則百事可做〕”고 하였는데, 이 말을 호안국(胡安國)이 전해 듣고는 무릎을 치면서 찬탄했다는 고사가 전한다. 《東萊呂紫微師友雜誌》
[주D-007]진간재집(陳簡齋集)을 …… 짓다 : 간재는 남송(南宋)의 명신이요 시인인 진여의(陳與義)의 호이고, 장 적공은 종9품(從九品)인 적공랑(迪功郞)의 품계로 남경 윤(南京尹)의 속관(屬官)을 지낸 장구신(張矩臣)을 말한다. 두 사람 모두 관직의 고하를 떠나 지기(知己)로서의 진실한 우정을 보여 주었는데, 장구신의 문집은 전하지 않고 《간재집(簡齋集)》 10권에 진여의가 장구신의 시에 차운한 시 4수가 보인다. 참고로 그 시의 제목을 소개하면 ‘차운장적공춘일(次韻張迪功春日)’과 ‘우화세제감회 용전운(又和歲除感懷用前韻)’과 ‘장적공휴시견과 차운사지 2수(張迪功攜詩見過次韻謝之二首)’ 등인데, 포저의 이 시도 차운한 것은 물론이다.
[주D-008]만식(晩食) : 배가 고플 때에는 거친 음식을 먹어도 고기 맛과 같다는 ‘만식당육(晩食當肉)’의 준말로 시장이 반찬이라는 뜻인데, 보통 채소와 나물을 먹는 담박한 식생활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주D-009]도군(陶君) : 도잠(陶潛)을 말한다.
[주D-010]춘화의진대(春和議賑貸) : 한 문제(漢文帝)가 곤궁한 백성을 구제할 대책을 논의하라고 신하들에게 조서를 내린 고사를 시의 제목으로 삼은 것이다. 문제 원년 3월에 “지금은 바야흐로 봄빛이 화창한 시절이다. 그래서 초목과 뭇 생물들이 모두 스스로 즐거워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백성들 가운데 의지할 곳 없는 사람들과 곤궁한 사람들이 죽음의 구렁에 떨어지기도 하는데, 이를 걱정하면서 보살펴 주지 않고 있다. 백성의 부모가 된 임금의 입장에서는 장차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이들을 구제할 대책을 논의하여 아뢰어라.〔方春和時 草木群生之物皆有以自樂 而吾百姓鰥寡孤獨窮困之人或阽於死亡 而莫之省憂 爲民父母將何如 其議所以賑貸之〕”라고 조서를 내린 내용이 《한서(漢書)》 문제 본기(文帝本紀)에 나온다.
[주D-011]번거롭고 …… 제거하였나니 : 한 문제는 보기 드문 성군으로, 가급적 백성의 편의 위주로 많은 법령을 개정하였는데, 대표적인 예로 요언비방죄(妖言誹謗罪)와 육형(肉刑)의 형벌을 없앤 일과 혜제(惠帝)의 수많은 후궁(後宮)들을 개가(改嫁)시킨 일과 도주전(盜鑄錢)의 법령을 없애고 백성들이 스스로 주조(鑄造)하게 한 일 등을 꼽을 수 있다.
[주D-012]안자(晏子)가 …… 하고 : 《맹자(孟子)》 양혜왕 하(梁惠王下)에 안자가 제 경공(齊景公)에게 “봄에는 밭갈이가 잘되었는지 살펴보고서 부족한 것이 있으면 보충해 주고, 가을에는 수확이 잘되었는지 살펴보고서 부족한 것이 있으면 도와주어야 한다.〔春省耕而補不足 秋省斂而助不給〕”고 말한 내용이 나온다.
[주D-013]추가(鄒軻)의 …… 했으며 : 옛날 맹자가 했던 것처럼 나라의 창고를 열어서 곡식을 백성들에게 나눠 주게 했다는 말이다. 전국 시대 제(齊) 나라에 기근이 들자 맹자가 일찍이 선왕(宣王)에게 건의하여 당읍(棠邑) 창고의 곡식으로 구제하게 한 일이 있었는데, 그 뒤에 다시 기근이 들자 제 나라 사람들 모두가 그 일을 또 맹자에게 부탁했다는 내용이 《맹자》 진심 하(盡心下)에 나온다. 추가의 추는 맹자의 출신 지역이고, 가는 맹자의 이름이다.
[주D-014]욕기(浴沂) : 공자의 제자 증점(曾點)이 “늦은 봄에 봄옷이 만들어지면 관을 쓴 벗 대여섯 명과 아이들 예닐곱 명을 데리고 기수에 가서 목욕을 하고 기우제 드리는 곳에서 바람을 쏘인 뒤에 노래하며 돌아오겠습니다.〔暮春者 春服旣成 冠者五六人 童子六七人 浴乎沂 風乎舞雩 詠而歸〕”라고 자신의 뜻을 밝히며 대답하자, 공자가 찬탄하며 허여했던 고사를 시의 제목으로 삼은 것이다. 《論語 先進》
[주D-015]처음부터 …… 없이 : 《주역(周易)》 간괘(艮卦) 상사(象辭)에 “군자는 간괘를 보고서 자신의 생각을 분수에 넘지 않게 한다.〔君子以 思不出其位〕”는 말이 나오는데, 《논어》 헌문(憲問)에도 이와 똑같은 증자(曾子)의 말이 소개되어 있다.
[주D-016]증점은 …… 않았도다 : 증점이 대답하기 전에 자로(子路)와 염유(冉有)와 공서화(公西華)가 먼저 답변을 올렸는데, 공자가 마지막으로 증점의 생각을 묻자, ‘증점이 조용히 거문고를 뜯고 있다가 크게 한바탕 튕기고서 내려놓은 뒤에 일어나서는 세 사람과 생각이 다르다고 하면서〔鼓瑟希 鏗爾 舍瑟而作 對曰 異乎三子者之撰〕’ 자신의 뜻을 말하여 공자의 허여를 받은 것을 말한다.
[주D-017]소리개 …… 보라 : 만물이 모두 제자리를 얻고서 각자의 가능성을 최대한 발휘하며 한껏 삶을 누리는 경지를 말한 것인데, 《시경(詩經)》 대아(大雅) 한록(旱麓)에 “소리개는 하늘 높이 솟구치고, 물고기는 못 속에서 뛰노누나.〔鳶飛戾天 魚躍于淵〕”라는 구절이 나온다.
[주D-018]공안(孔顔)이 …… 생활이나 : 공자와 그 제자 안회(顔回)가 보여 준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생활을 말한다. 《논어》 옹야(雍也)에 “어질다, 안회여. 한 그릇 밥과 한 표주박 물을 마시며 누항에 사는 것을 사람들은 근심하며 견뎌 내지 못하는데, 안회는 그 낙을 바꾸지 않으니, 어질도다, 안회여.〔賢哉 回也 一簞食 一瓢飮 在陋巷 人不堪其憂 回也 不改其樂 賢哉 回也〕”라고 칭찬한 공자의 말이 실려 있고, 또 술이(述而)에 “거친 밥 먹고 물 마시며 팔을 굽혀 베더라도 즐거움이 또한 그 속에 있다.〔飯疏食飮水 曲肱而枕之 樂亦在其中〕”는 공자의 말이 나온다.
[주D-019]횡거(橫渠) 선생의 파초 시 : 횡거는 송(宋) 나라 철학자 장재(張載)의 호인데, 《장자전서(張子全書)》 13권 잡시(雜詩)에 칠언절구의 이 파초 시가 나온다. 참고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파초의 속이 차서 새 가지가 뻗고 나면, 새 속이 돌돌 말리면서 슬며시 벌써 따라오네. 새 속을 보고 우리의 새 덕을 기르고, 금방 따르는 새 잎을 보고 우리의 새 지식 기르기를.〔芭蕉心盡展新枝 新卷新心暗已隨 願學新心養新德 旋隨新葉起新知〕”
[주D-020]촌로가 …… 다투고 : 예절에 구애받지 않고 서로 허물없이 순박하게 어울려 노니는 것을 말한다. 춘추 시대 양자거(陽子居)란 사람이 예모를 엄히 차릴 때에는 다른 사람들이 그를 두려워하였는데, 그가 노자(老子)의 가르침을 받고 소탈한 태도를 취하자 사람들이 ‘좋은 자리를 서로 다툴〔爭席〕’ 정도로 친하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장자(莊子)》 우언(寓言)에 나온다.
[주D-021]원량(元亮) : 진(晉) 나라 도잠(陶潛)의 자(字)이다.
[주D-022]삼공(三公)의 …… 하겠는가 : 송(宋) 나라 대복고(戴復古)가 후한(後漢)의 은사(隱士) 엄자릉(嚴子陵)의 고사를 소재로 읊은 시 ‘조대(釣臺)’에 “어떤 일에도 욕심 없이 오직 하나의 낚싯대뿐, 삼공의 자리도 이 강산과 바꿀 수 없고말고. 평소 광무제를 잘못 알고 지낸 탓에, 세상 가득 허명을 야기했을 뿐이라오.〔萬事無心一釣竿 三公不換此江山 平生誤識劉文叔 惹起虛名滿世間〕”라는 내용이 나온다. 《石屛詩集 卷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