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 휘 덕지 등/휘 덕지 에게 보낸 서찰

녹동서원 관련 시 문곡집 3권에 기사

아베베1 2016. 2. 5. 17:02




 

                                                  
                                                                      
 【一百九十三首】
秋懷


楚山蕭瑟楚江寒,上有楓林霜葉丹。
流水尙能朝大海,浮雲只解蔽長安
后皇嘉樹偏憐橘,南國幽香獨佩蘭。
莫把新詞賡《九辯》,由來苦調易悽酸。

其二
屋角凝霜晩未晞,疏籬旭日冷暉暉。
西洲水落魚龍蟄,南畝禾殘鳥雀肥。
錦里羈人桃竹杖,湘潭騷客芰荷衣。
浮生不用懷鄕陌,著處心安卽當歸。

其三
輕寒乍透木綿裘,一夜歸心在玉樓。
萬事忘懷唯戀主,四時隨運獨悲秋。
湘江雷雨恩猶阻,京洛風波夢已休。
天遣仲翔疏骨節,敢辭南海久羈留。

其四
憀慄秋懷獨掩門,小庭殘照易黃昏。
蟲收亂響初坏戶,葉隕高枝欲晦根。
際海巖巒瞻月嶽,隔溪祠廟挹煙村
天機衮衮兼人事,坐閱東流萬壑奔。
煙村崔德之有書院。】

其五
竹間茅屋靜深更,坐到前簷北斗橫。
明月遙分地色,淸砧又聽鄕聲。
風林摵摵飄寒葉,露菊凄凄委落英。
忽有征鴻連陣過,天涯喚起弟兄情。

其六
背郭僑居一草亭,秋花野蔓護柴扃。
山從落木增新瘦,竹爲凌霜自舊靑。
簷畔飛來賈傅鵩,案頭乾死鄭虔螢。
閒中漸覺塵根淨,默驗靈臺萬理形。

其七
桐江南畔是磻溪,一壑風煙戀舊棲。
松葉夜迷山後徑,稻花秋映井邊畦。
書藏破篋封蛛網,塵暗空梁帶燕泥。
同社向來多釣伴,一竿明月夢相携。

其八
買得靑山不愛錢,幽居曾卜白雲邊。
泉甘盤谷誰爭地?洞邃仇池別有天。
茅棟未成臨磵屋,豆苗應沒斫畬田。
鷹巖松桂龜汀月,興入秋風望渺然。
鷹巖龜汀白雲山。】


가을날의 회포〔秋懷〕



초산은 소슬하고 초강은 차가운데 / 楚山蕭瑟楚江寒
위로는 단풍 숲 있어 서리 맞은 잎 붉어라 / 上有楓林霜葉丹
흐르는 물도 오히려 큰 바다로 드는데 / 流水尙能朝大海
뜬구름은 단지 서울 가릴 줄만 아누나 / 浮雲只解蔽長安
후황의 아름다운 나무인 귤 더욱 아끼고 / 后皇嘉樹偏憐橘
남국의 아름다운 향초인 난초만을 차나니 / 南國幽香獨佩蘭
새 곡조는 구변을 잇지 않으려 하는데 / 莫把新詞賡九辯
슬픈 곡조에 코끝 쉬 찡하다네 / 由來苦調易悽酸


둘째 수〔其二〕


집 모퉁이 엉긴 서리 저녁에도 마르지 않고 / 屋角凝霜晩未晞
성근 울에 아침 해는 차갑게 빛나는데 / 疏籬旭日冷暉暉
서쪽 모래톱 물 마르자 어룡은 숨고 / 西洲水落魚龍蟄
남쪽 논둑 벼이삭 떨어지자 참새들 살지구나 / 南畝禾殘鳥雀肥
금리의 나그네는 도죽 지팡이 짚었는데 / 錦里羈人桃竹杖
상수 가 유배객은 마름과 연잎 옷 입었어라 / 湘潭騷客芰荷衣
떠도는 삶은 고향 길 그려서는 안 되니 / 浮生不用懷鄕陌
어디든 마음 편안하면 바로 돌아가야지 / 著處心安卽當歸


셋째 수〔其三〕


가벼운 추위 언뜻 무명옷 파고드니 / 輕寒乍透木綿裘
하룻밤에 돌아갈 맘 옥루에 있어라 / 一夜歸心在玉樓
만사 잊었어도 임금만은 연모하여 / 萬事忘懷唯戀主
사시가 바뀌어도 가을만은 슬퍼라 / 四時隨運獨悲秋
귀양지에 우레와 비 같은 은총 막혔는데 / 湘江雷雨恩猶阻
한양의 풍파 속에 꿈 벌써 시들하여라 / 京洛風波夢已休
하늘이 우중상 곧은 절개 지니게 했으니 / 天遣仲翔疎骨節
남해에 오래 잡아 둔들 감히 사양하리오 / 敢辭南海久羈留


넷째 수〔其四〕


쓸쓸하고 추운 가을 회포에 홀로 사립 닫자 / 憀慄秋懷獨掩門
작은 뜰에 지는 햇살 쉽게 황혼이 되네 / 小庭殘照易黃昏
벌레들 요란한 울음 거둬 비로소 입구 막고 / 蟲收亂響初坏戶
잎은 높은 가지에서 떨어져 뿌리 감추누나 / 葉隕高枝欲晦根
바닷가의 바위 봉우리에 월출산이 보이고 / 際海巖巒瞻月嶽
계곡 건너 사당은 연촌과 가깝구나 / 隔溪祠廟挹煙村
천기는 끊임없고 인간의 일 겸했기에 / 天機衮衮兼人事
온갖 골짝 동으로 흐르는 물 앉아서 보네 / 坐閱東流萬壑奔
연촌 최덕지의 서원이 있다.


다섯째 수〔其五〕


대숲 속 초가집 고요하고 깊은 밤 / 竹間茅屋靜深更
처마에 북두칠성 기울 때까지 앉았으니 / 坐到前簷北斗橫
밝아라 달님은 멀리 서울 땅에 빛을 나누고 / 明月遙分秦地色
맑아라 다듬이질 또 초향의 소리 들려주네 / 淸砧又聽楚鄕聲
숲에 우수수 바람 불어 추운 잎사귀 날리고 / 風林摵摵飄寒葉
국화에 쓸쓸히 이슬 내려 떨어진 꽃잎 뒹구네 / 露菊凄凄委落英
문득 줄 지어 날아가는 기러기 떼 있어 / 忽有征鴻連陣過
하늘 끝 형제들 그리운 정 일으키누나 / 天涯喚起弟兄情


여섯째 수〔其六〕


성곽 등진 임시 처소는 하나의 모정 / 背郭僑居一草亭
가을꽃에 들 넝쿨이 사립을 둘렀구나 / 秋花野蔓護柴扃
낙엽 지자 산은 새로 수척해졌지만 / 山從落木增新瘦
서리 견딘 대나무는 옛 그대로 푸르네 / 竹爲凌霜自舊靑
처마 아래 날아드는 가의의 복조 / 簷畔飛來賈傅鵩
책상머리에는 말라죽은 정건의 반딧불 / 案頭乾死鄭虔螢
한가한 중에 진근 맑아진다 점점 느끼기에 / 閒中漸覺塵根淨
묵묵히 마음으로 만 가지 이치 징험해 보네 / 默驗靈臺萬理形


일곱째 수〔其七〕


동강의 남쪽 가가 바로 반계니 / 桐江南畔是磻溪
한 골짝의 바람과 연기 옛 터전 연모하네 / 一壑風煙戀舊棲
밤에는 솔잎 덮여 산 뒷길 헷갈리게 하고 / 松葉夜迷山後徑
가을이면 벼꽃 펴서 우물가 두둑 비추는데 / 稻花秋映井邊畦
책 담긴 헤진 상자에 거미줄이 둘렸고 / 書藏破篋封蛛網
먼지 까만 빈 대들보에 제비 둥지 남았네 / 塵暗空梁帶燕泥
마을 사람들 그전부터 함께 낚시하기에 / 同社向來多釣伴
낚싯대 하나와 밝은 달을 꿈에 함께한다오 / 一竿明月夢相携


여덟째 수〔其八〕


청산 사는 데 돈 아끼지 않아 / 買得靑山不愛錢
그윽한 거처 백운산 가에 정했지 / 幽居曾卜白雲邊
샘물이 단 반곡에 누가 땅 다투는가 / 泉甘盤谷誰爭地
골짝 깊은 구지에 별천지 있나니 / 洞邃仇池別有天
시냇가에 초가집은 아직 완성 못했지만 / 茅棟未成臨磵屋
일군 밭에 콩 모종이 이랑을 덮었으리라 / 豆苗應沒斫畬田
응암의 솔이며 계수에다가 구정의 달을 / 鷹巖松桂龜汀月
가을바람에 흥이 나서 아득히 바라본다오 / 興入秋風望渺然
응암과 구정은 백운산에 있다.






[주D-001]후황(后皇)의 …… 아끼고 : 원문의 ‘후황가수(后皇嘉樹)’는 황천(皇天) 후토(后土)가 내놓은 나무 중에 특히 멋있는 나무라는 말이다. 굴원의 시에 “후황의 아름다운 나무인 귤나무가 남쪽의 이 땅을 사모해 찾아왔네.〔后皇嘉樹橘徠服兮.〕”라는 구절이 나온다. 《楚辭 橘頌》
[주D-002]구변(九辯) : 《초사》의 편명으로, 굴원의 제자인 송옥(宋玉)이 억울하게 축출된 스승을 위해 지은 것이다.
[주D-003]금리(錦里)의 …… 짚었는데 : 금리는 금관성(錦官城)의 별칭으로, 두보(杜甫)가 살았던 곳이다. 원문의 ‘도죽(桃竹)’은 대나무의 일종으로, 재질이 견실하여 화살이나 지팡이를 만드는 나무이다. 두보의 〈도죽으로 만든 지팡이의 노래〔桃竹杖引〕〉에 “강물 가운데 반석에 도죽이 자라니, 푸른 물결에 젖으며 적당히 자랐어라.……아, 풍진 자욱한 세상에 승냥이와 범 같은 적들이 사람을 무는 판국이니, 홀연 이 한 쌍의 지팡이를 잃으면 나는 장차 누구를 의지할꼬.”라고 하였다.
[주D-004]상수(湘水) …… 입었어라 : 상수는 굴원이 몸을 던져 죽은 강물이다. 《초사》 〈이소(離騷)〉에 “마름과 연잎 마름질하여 저고리를 짓고, 부용을 모아서 치마를 짓네.〔製芰荷以爲衣兮, 集芙蓉以爲裳.〕”라고 하였다.
[주D-005]우레와 비 : 원문의 ‘뇌우(雷雨)’는 임금의 용서를 뜻한다. 《주역》 〈해괘(解卦)〉에 “뇌우가 일어남이 해(解)이니, 군자가 보고서 과실을 저지른 자를 사면하고 죄 있는 자를 관대하게 처분한다.〔雷雨作, 解, 君子以, 赦過宥罪.〕”라고 하였다.
[주D-006]우중상(虞仲翔) : 중상(仲翔)은 오(吳)나라 사람 우번(虞翻)의 자이다. 우번은 손권(孫權)을 섬기면서 직언을 자주 하여 미움을 받던 중, 술자리에서의 실수로 인해 교주(交州)로 쫓겨나 그곳에서 죽었다. 《三國志 卷57 吳書 虞翻傳》
[주D-007]벌레들 …… 막고 : 《예기》 〈월령(月令)〉에 “우렛소리가 거두어지기 시작하면, 칩거하는 벌레들이 문 앞에 흙을 쌓아 입구를 닫는다.”라고 하였다.
[주D-008]잎은 …… 감추누나 : 송나라의 유자휘(劉子翬)가 주자의 자(字)를 지으면서 “나무는 뿌리를 감추어야 봄에 잎이 성하게 피고, 사람은 몸을 감추어야 정신이 안에서 살찌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屛山集 卷6 字朱熹祝詞》
[주D-009]가의(賈誼)의 복조(鵩鳥) : 원문의 ‘가부(賈傅)’는 가의를 가리킨다. 가의가 장사왕 태부(長沙王太傅)로 있을 때 집에 복조가 날아들자, 상서롭지 못한 새라고 여겨 상심한 나머지 〈복조부(鵩鳥賦)〉를 지어 스스로를 위로하였다. 《漢書 卷48 賈誼傳》
[주D-010]정건(鄭虔)의 반딧불 : 정건은 당 현종 때의 광문박사(廣文博士)로 몹시 가난하였으니, 두보가 〈정 광문에게 장난삼아 지어 주다〔戲簡鄭廣文〕〉에서 “재주와 명성은 삼십 년을 날렸으되, 빈객은 추워도 앉을 방석이 없네.”라고 하였다. 반딧불은 진(晉)나라 때 차윤(車胤)이 반딧불을 모아 그 불빛으로 글을 읽었던 데서 온 말로, 집이 가난하여 고학(苦學)하는 것을 뜻한다. 《晉書 卷83 車胤列傳》
[주D-011]진근(塵根) : 불가 용어로 육진(六塵)과 육근(六根)의 통칭이다. 육진은 색(色), 성(聲), 향(香), 미(味), 촉(觸), 법(法)으로 육근을 통하여 의식을 일으키는 육경(六境)을 말하며, 육근은 안(眼), 이(耳), 비(鼻), 설(舌), 신(身), 의(意)의 여섯 가지 기관을 말한다.
[주D-012]반계(磻溪) : 경기도 과천의 반계촌(磻溪村)을 가리킨다.
[주D-013]샘물이 …… 다투는가 : 반곡(盤谷)은 태항산(太行山) 남쪽에 있는 지명이다. 한유(韓愈)의 〈이원이 반곡으로 돌아감을 전송하는 글〔送李愿歸盤谷序〕〉에 “반곡의 샘물이여, 씻을 만하고 거슬러 올라갈 수 있으며, 반곡의 막힘이여, 누가 그대와 이 장소를 다투겠는가.”라고 하였다.
[주D-014]골짝 …… 있나니 : 구지(仇池)는 정상에 못이 있는데 골이 깊어 서른여섯 굽이를 돌아야 정상에 오른다고 한다. 《宋書 卷98 氐胡列傳》 두보의 〈진주잡시(秦州雜詩)〉 제14수에 “만고라 옛적부터 구지의 구멍이, 별천지 소유천과 몰래 통했지. 신기한 고기 본 사람 없어도, 복지란 말 정말로 전해 온다네.”라고 하였다. 《杜詩詳註 卷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