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 다산시문집 제4권
여름철에 병들어 누워 있으려니 숨통이 꽉 막힌다. 한양에 있는 누각과 정자들, 바람이 소 리내며 문으로 솔솔 들어오던 일들이 그리워 왁하고 소리 지르며 발광을 해보아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러나 그 옛날을 생각하고 지금의 현실을 슬퍼할 때 옛날 두보(杜甫)가 가을을 흥겨워했던 그 뜻을 잊을 수가 없다 하겠다.
창의문 앞에는 돌길이 뚫려 있고 / 彰義門前石逕通 성을 끼고 길게 뻗은 서교로 가는 길 / 西郊馳道夾城長 유하정이 중간에는 근신들에게 귀속되어 / 中歲流霞屬近臣 선왕조 때에 그것을 내각(內閣)에 귀속시켜 용산 독서당(龍山讀書堂)으로 쓰게 했던 고사가 있음.
바위도랑 서쪽에 자그마한 서향각 / 書香小閣石渠西 이는 서향각(書香閣)을 읊은 시다. 서향각은 춘당대(春塘臺) 북쪽에 있는데 내부(內府)의 서적과 어진(御眞)을 모셔둔 곳이고, 화영전은 화성(華城)에 있는데 역시 어진을 모셔둔 곳임. 파릉의 물빛이 검천까지 닿아 있고 / 巴陵水色接黔川 이는 읍청루(挹淸樓)를 읊은 시다. 읍청루는 숭례문(崇禮門) 밖 10리 거리에 있는 용산(龍山) 위에 있는데, 선인(先人)께서 호부(戶部)에 계실 때 그 누각에 한 번 오르신 일이 있고, 왕조 시절 대가(大駕)가 거기 가실 때는 내가 또 승지(承旨)로서 호종(扈從)했던 일이 있었음. 이는 망해정(望海亭)을 읊은 시다. 망해정은 노량진에 있는데, 선왕께서 화성(華城)에 행차했다가 돌아올 때면 언제나 그 정자에서 조금 쉬었다가 배에 오르곤 하였음. 서쪽으로 호문 나서면 북영이 거기 있고 / 虎門西出北營深 이는 군자정(君子亭)을 읊은 시다. 군자정은 요금문(耀金門) 밖에 있는데 황단(皇壇)ㆍ주합루(宙合樓)와 마주보고 있으며 거기가 바로 북영(北營)임.
[주D-001]명사들이 …… 결정짓고 : 세검(洗劍)은 인조반정(仁祖反正)을 앞두고 김유(金瑬)ㆍ이귀(李貴) 등이 그곳에 모여 거사(擧事)를 모의한 다음 그 물에 칼을 씻어 칼집에 넣었다 하여 생긴 이름이기에 한 말임.
[주D-002]영왕 : 하늘의 명을 받아 국가를 안정시킨 왕. 여기서는 인조(仁祖)를 말한 것. [주D-003]황금패 : 규장각(奎章閣)에서 쓰는 부신(符信). 나무조각에 금물을 도금하여 만든 패. 규장각을 출입할 때 쓰여졌음. [주D-004]농어 순채 생각 없으리 : 향수(鄕愁)는 사람마다 다 있음을 말한 것이다. 진(晉)의 장한(張翰)이 자기 고향의 순채국과 농어회가 생각나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갔었음. 《晉書 張翰傳》 [주D-005]편미 : 말채찍과 꾸미지 아니한 활. 왕의 행차 때 쓰던 도구들임. [주D-006]능피 : 능견(綾絹)으로 만든 이불. 상서랑(尙書郞)으로서 입직(入直)한 사람에게 푸른색 비단 이불을 제공했다고 함. 《漢官典職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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